502화 무슨 낯짝으로 온 거야?
수많은 장로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미요제가 저 둘을 처벌하지 않으면 용제원은 체면을 구기고 규칙도 지키지 않은 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용제원은 혼란스러워질 것이었다.
그러니 구미요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둘을 처벌해야 했다.
"음, 네 말에 일리가 있다. 그럼 도원정석은 일 년 동안 이곳에 두겠다."
구미요제는 감탄했다.
진남의 말을 꼬투리 잡을 것 없이 완벽했다.
구미요제는 진남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장로와 제자들은 질투가 났지만, 그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지금 끼어들 수도 없었다.
진남이 용제원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은 건 사실이었다.
"너희 둘……."
구미요제는 눈을 찌푸리고 화간과 화 장로를 쳐다봤다.
그녀가 말을 하려는데 이변이 벌어졌다.
쿵-!
허공이 찢어지더니 길이가 칠촌(七寸)인 자룡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풍기는 용의 위엄이 모두를 휩쓸었다.
칠촌자룡, 용제원 원장이 직접 강림했다.
"원장님!"
"원장님이 왔어!"
"원장님을 뵙습니다!"
"……."
장로와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공수했다.
화 장로와 화간은 얼굴이 핏기가 가시고 하얗게 질렸다.
'원장이 직접 오다니……. 큰일이다!'
"원장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 일에 원장까지 온 거야?'
다른 사람들도 진남과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
"마침 원장님께서 오셨으니 이 일을 맡아주세요. 저는 제 소중한 제자를 데리고 수련하러 가겠어요."
구미요제는 웃음기를 머금고 말했다.
그녀는 손을 휘둘러 빛으로 목목을 감쌌다.
그리고 가기 전에 진남을 한 번 더 쳐다봤다.
"진남 동생, 시간이 있으면 구미천호봉에 놀러 오너라. 나와 식사나 한번 하자!"
한마디 말에 그녀의 매력이 철철 흘러넘쳤다.
장로와 제자들은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진남은 별 감흥이 없었다.
다만 입꼬리를 조금 움직였을 뿐이었다.
칠촌자룡은 하늘에서 사람들을 굽어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화 장로, 화간 너희 둘은 용제원의 규칙을 어겼으니 용왕동에서 오 년 동안 반성하거라. 이의 있느냐?"
그의 말에 장로와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
'엄청 심한 처벌이잖아!'
화 장로와 화간도 너무 놀라서 넋이 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후회가 되었다.
'왜 진남을 건드렸을까? 고작 몇천 개의 제정 때문에…….'
칠촌자룡이 발을 휘둘렀다.
그러자 엄청난 힘이 제 둘을 감싸더니 제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진남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말했다.
"진남, 이번에 너는 아무런 잘못도 없고 오히려 훌륭하게 행동했다. 이제부터 너를 인족봉 봉주로 임명한다. 너는 이제부터 대전을 지을 수 있고 장로들과 지위가 같다. 그리고 해마다 오십 명의 제자를 들일 수 있다!"
그 말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뭐?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진남이 도원정석을 옮겨 갔는데, 처벌은커녕 인족봉 봉주에 앉힌다고?'
진남도 그 말을 듣자 무척 기뻤다.
'인족봉 봉주라니!'
오늘부터 인족봉의 모든 것은 진남의 소유였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었다.
용제원의 장로들이라고 해도 그의 허락이 없이 인족봉에 들어오면 용제원의 형벌전에서 처벌을 받게 될 터였다.
다시 말해, 좋은 점이 무궁무진했다.
'한데, 이상하다. 용제원 원장이 왜 갑자기 나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지?'
문득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현월이 더는 그를 모시지 못하게 하는 걸 보면 용제원 원장은 진남에게 무척 실망한 게 분명했다.
도원정석을 옮긴 일은 놀랍기는 했지만, 진남이 어떤 보물이나 수단을 이용하였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경지나 무혼으로 옮긴 것이 아니었다.
"너희들은 내가 왜 이번 일에 대해 진남을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상을 내렸는지 궁금하지?"
칠촌자룡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은 듯 물었다.
장로와 제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원정석을 인족봉으로 옮긴 건 용제원 전체로 보면 나쁜 일이잖아! 좋은 일도 아닌데 대체 왜!'
"나는 장로와 제자들이 이 일을 좋은 예로 삼길 바란다. 용제원에서는 반드시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규칙을 잘 지키면 진전 제자라고 해도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규칙을 어기면 절대 안 된다. 나를 싸워 이길 수 있다면 모를까!"
칠촌자룡은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진남을 따라 배우거라. 도원동천뿐만 아니라 여러 산봉우리의 수련 비경이나 신룡 공간 그리고 만요원에는 지보가 많다. 도원정석 비슷한 것들도 엄청 많지!
그리고 만일 너희들은 규칙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실력과 재간을 발휘하여 그것들을 가져간다면 그건 전혀 잘못한 게 아니다!
용제원은 중주의 이성 세력 중에서도 으뜸이다! 하여, 우리는 규칙을 지켜야 하고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규칙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융통성이 없으면 안 된다.
규칙은 죽은 것이지만 사람은 살아 있다! 규칙에 따라 얌전히 수련만 하고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것만 같았다.
"용제원 원장은 역시 남다르구나. 실력만으로 용제원이 이렇게 커진 건 아니었어."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그럼 이제 다들 흩어지거라!"
칠촌자룡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허공에 사라졌다.
떠나기 전 그는 커다란 눈으로 진남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녀석, 이번에는 잘했다. 고작 무조도 안 되는 놈이 용제원을 들썩이게 하다니! 예전의 단천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구나!'
원장이 자리를 뜬 후, 진남은 사람들을 보며 무언가 떠올라서 공수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방금 인족봉 봉주가 되었는지라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많아서 일일이 인사하진 못하겠다. 사흘 후, 인족봉에서는 수련 장소를 열어두겠다. 일정한 제정을 가지고 오면 누구라도 수련할 수 있게 해주겠다."
진남은 잠깐 숨을 고르고 이어서 말했다.
"다들 도원지기가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을 거다,"
말을 마친 진남은 날아서 인족봉에 들어갔다.
큰 힘을 들여 도원정석을 얻어왔으니 그것의 가치를 최대로 발휘해야 했다.
도원정석은 진남의 수련을 도울 수 있고 또 대량의 제정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제정은 전신의 혼을 진급할 때 꼭 필요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말에 장로들이나 무조 경지 이, 삼 단계인 제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좋아! 도원지기의 도움을 받으면 나는 경지를 돌파할 수 있어!"
"하하하, 좋은 소식이군!"
"얼른 가서 제정을 준비하자!"
하늘은 또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원래 그들은 무조 경지를 돌파할 때만 도원지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에 진남이 내건 조건은 그들을 흥분시켰다.
숨어있던 현월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몰래 인족봉으로 사라졌다.
"진남, 이번에는 참 잘했어!"
사람 중에 있던 흑포를 입은 평범한 차림의 청년이 혼잣말하며 눈을 빛냈다.
그는 화지진이었다.
제방 서열 십삼 위이고 청광독우수 일족의 소주였다.
다만,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가 일부러 기운을 숨겼기 때문이었다.
모습을 숨기고 밖에 있어야 정세를 잘 살필 수 있었다.
'하지만 기회가 오면 나는 절대 마음이 약해지지 않아!'
화지진은 진남의 실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를 놓아줄 생각은 없었다.
'내 개들은 나만 때릴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은 안 돼!'
조용할 수 없는 날이었다.
진남이 도원정석을 옮긴 일이나 인족봉의 봉주가 된 일, 그리고 칠촌자룡의 말까지 용제원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다른 이성 세력들도 이번 사건을 주목했다.
진남의 이름은 진남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멀리 퍼졌다.
용제원의 많은 산 중에서 칙칙하기 그지없던 인족봉이 이제는 옅은 보라색을 뿜으며 눈에 띄었다.
그러자 용제원 전체의 분위기가 생기발랄하고 새로운 기운이 넘쳤다.
마치 천 년 전의 휘황찬란한 나날들이 오늘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았다.
* * *
용제원의 깊숙한 곳.
"원장님."
암흑요제(暗黑妖帝)가 담담하게 웃었다.
"진남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다고 하더니 왜 이번에 그렇게 좋은 점을 많이 주셨습니까?"
"깔깔, 진남이 잘생긴 걸 이제야 아셨나 봐요."
구미요제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
"큼큼, 구미 허튼소리 말거라."
중년 사내는 마른기침을 하더니 눈에서 빛을 뿜었다.
"너희들은 도원정석의 내력을 모른다. 예전에 내가 백산에서 두 무제와 싸워서 얻은 것이다. 원래 정석엔 영이 있었다. 그러나 녀석은 반보 무제 경지에 이른 후 고집을 부리고 융통성이 없기에 그것의 영혼을 폐하고 인족봉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예?"
구미요제와 암흑요제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도원정석이 이런 내력을 가지고 있는 줄 몰랐다.
"이제는 영혼이 없지만, 영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도원정석이 굴복하고 스스로 날아가게 한 것이라며 얼마나 대단한 보물이나 수단이었겠느냐? 그러니 진남을 선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중년 사내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면 내가 본 모습으로 인족봉에 가서 진남을 잘 살펴볼 것이다. 그때가 되면 확신이 생기겠지."
"본 모습으로요?"
구미요제와 암흑요제는 깜짝 놀랐다.
그들도 그의 본 모습을 본 지 오래되었다.
* * *
진남은 왼쪽 눈으로 인족봉을 훑어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나무와 화초들이 영성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일정한 경지를 가지게 되었다.
강 속의 물고기나 새우 등도 강한 영성을 가지고 영기를 뿜기 시작했다.
"진남, 나는 인족봉이 다시 휘황찬란해질 기회가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육령용맥은 그에게 다가와서 감탄했다.
모든 것들이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선배님, 인족봉은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입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께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도원정석을 중심으로 수련대전을 만들어 등급을 나누고 진법으로 도원지기의 양을 조절해주십시오."
수련대전을 만들고 도원지기를 인도하는 일은 진남이 할 수 없었다.
"그래!"
육령용맥은 호탕하게 웃더니 사람 모습으로 변했다.
그가 두 손을 휘둘러 엄청난 힘을 드러내자 수많은 돌이 날아와 대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묘법을 부려 대전을 만들고 도원정석과 이어 놓았다.
진남은 곁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그는 폐관 수련을 하러 갔다.
지금 중요한 일은 경지를 수련하여 무조 일 단계를 돌파하는 일이었다.
"누구냐?"
갑자기 진남이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나, 나야……."
현월은 숨을 몰아쉬며 산 아래에서 달려왔다.
다행히 전에 인족봉에 온 적이 있어서 영패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산을 지키는 대진도 못 넘어올 뻔했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소?"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 감히 무슨 낯짝으로 온 거야?'
"큼큼, 그게 말이다."
현월은 마른기침을 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진남, 네가 이제 인족봉 봉주가 되었잖아. 인족봉은 힘이 약하니 내가 인족봉 일원이 되어 힘을 보태려고 한다. 나중에……."
그는 말을 하면서 도원정석을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었다.
현월이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것은 요조 경지를 돌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도원지기의 도움이 있어야 경지를 빨리 돌파할 수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