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화 선한 일을 하면 보답을 받는다
사람들은 인족봉의 풀, 흙, 돌, 강 등등이 엄청난 영기를 뿜는 것을 지켜보았다.
심지어 어떤 영초와 영목들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쑥쑥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더니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인족봉의 하늘에 보라색 기운이 감돌았다.
바로, 도원지기였다.
인족봉의 산령인 육령용맥은 가장 많은 득을 보았다.
보라색으로 변한 그의 비늘은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리고 있었고, 기운은 요조 사 단계를 바로 돌파해 있었다.
도원정석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것의 안에는 육령지기도 있고 인족봉의 기운도 있었다.
웅-
사람들은 분명하게 느꼈다.
도원정석은 인족봉의 기운과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됐다!"
진남은 기뻐했다.
이번 일이 성공했으니 앞으로 그가 경지를 수련하는 데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저 녀석의 계획이 이거였구나. 인족봉 전체를 수련성지로 만든 걸 보니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였어."
구미요제는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그녀는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인족봉의 휘황찬란한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천 년이 지난 후, 인족봉은 다시 활기찬 생기를 띨 것이다.
"수련성지!"
"수련성지다!"
"진남의 계획이 이거였구나!"
"……."
여기저기서 놀람에 가득 찬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들은 도원정석이 인족봉에 스며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도원정석은 커다란 지보였다.
도원정석이 품은 도원지기는 몇천 년 동안 용제원의 수많은 제자가 힘을 빌어 무조 경지를 돌파했음에도 끝이 없었다.
그렇기에 도원정석의 힘이 오 분의 일이나 소모되자 오능 등이 품위를 잃고 노발대발한 것이었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나를 못 봤느냐? 다들 입 닥치거라!"
이때, 불만 섞인 호통이 들렸다.
구미요제였다.
그녀에게서 제위가 바닷물처럼 쏟아져 나오더니 사방에서 모여든 장로와 제자들을 덮쳤다.
그녀의 제위에 사람들은 타격을 입은 것인 양 뒤로 물러나며 경악했다.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요제의 말을 어길 자는 없었다.
"구미요제 누님, 우리 둘의 내기를 많은 사람이 지켜봤습니다. 설마 누님께서 태도를 바꾸지는 않으시겠지요?"
진남은 조심스레 먼저 입을 열었다.
"하!"
구미요제는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고작 도원정석 하나를 가져간 거로 따지지 않아. 나는 뱉은 말은 지킨다! 그러나 나를 상대로 꿍꿍이를 꾸민 건 결판을 내야지……."
말을 마친 그녀의 차가운 표정엔 위엄이 가득했다.
오능, 화 장로 등 수련봉에 있었던 사람들은 이미 알아차렸다.
진남은 충분한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구미요제와 내기를 했다.
이는 구미요제를 계략에 빠뜨린 것이었다.
하지만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구미요제 뒤에 있는 몇백 명의 장로와 제자들을 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제 누님, 제가 무슨 꿍꿍이를 꾸몄습니까? 제가 도원정석을 옮길 수 있다고 하니 다들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여주느라고 옮긴 겁니다. 이게 다 제 실력 덕분 아니겠습니까? 용제원은 실력으로 승부하는 곳 아닙니까?"
진남의 말엔 꼬투리 하나 잡을 곳이 없었다.
그는 용제원에 의지할 곳 하나 없었다.
위에서 이끌어줄 사람도 없고 아래에 밀어줄 사람도 없었다.
진남은 수련 자원을 얻으려면 스스로 쟁취해야 했다.
그러니 속임수를 좀 쓴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물론 경지가 높아지면 속임수로 수련 자원을 얻는 일은 하지 않겠다. 그때는 주먹으로 대화를 해야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구미요제는 잠시 침묵하고는 말을 이었다.
"진남, 도원정석은 문파의 지보다. 네가 개인 소유로 만들어버리면 용제원의 발전에도 영향이 있어."
구미요제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면, 몇 달 후에 네가 수련을 마치면 그때 다시 돌려오는 건 어떠냐? 그럼 너도 손해 볼 게 없고 이득을 다 누릴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내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구미요제는 뒤에 있는 장로와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질투가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남이 쉽게 이득을 얻었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특히 화 장로와 화간은 그녀의 말에 눈을 반짝거리더니 두 팔 들어 찬성했다.
그 둘은 흥분해서 말했다.
"태장 장로 말이 맞습니다! 진남, 한두 달 수련하고 도원정석을 용제원에 돌려줘야 한다."
"맞습니다. 너는 용제원의 제자이니 용제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두 달은 좀 깁니다. 진남에게 보름만 수련할 시간을 줍시다."
"……."
진남을 질책하는 듯한 말들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진남은 화 장로와 화간 등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구미요제는 때마침 적절한 시점에 말을 꺼냈다.
수련하는 일이 해결되자 이제 옛 감정을 해결할 때가 된 것이다.
"요제 누님, 장로님들 그리고 제자들 다들 오셨으니 제 말 조금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제 말이 끝나면 그때 요조 누님과 여러분이 다시 결정하십시오."
진남은 하늘을 가득 채운 목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크게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를 전부 눌렀다.
"그래, 말해 보거라."
구미요제는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진남이 도원정석을 가져갔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선 그녀도 일정한 책임을 져야 했기에 진남이 한 걸음 물러서기를 바랬다.
화 장로와 화간 등은 계속 소란을 떨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요제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장로와 제자들은 진남이 커다란 이익을 얻자 마음이 불편했을 뿐이었다.
주변이 고요해졌다.
모든 시선은 진남에게 쏠렸다.
"요제 누님, 오 장로와 다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도원정석을 여기로 옮겨온 것은 불합리함 때문이었습니다!"
진남은 안색이 변하더니 외쳤다.
"저는 도원동천에서 상등동부의 영패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화장로와 화간은 서로 결탁하여 저에게 정석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절하자 화 장로는 상등동부의 자격을 취소하고 하등동부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의 말에 화 장로와 화간은 동시에 안색이 변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둘에게 쏠렸다.
구미요제도 눈을 가늘게 떴다.
화 장로는 평소에 직권을 이용해서 제자들을 괴롭혀도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구미요제가 있는 자리에서 일이 들추어진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느냐?"
구미요제는 말투가 가벼웠다.
그러나 장로들은 목소리에서 한기를 느꼈다.
"사람을 모함하지 말거라, 진남! 너 지금 우리를 모함하는 거다!"
화 장로는 화들짝 놀라서 얼른 말했다.
"태상 장로, 이번 일은 진남이 말한 것처럼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맞습니다. 태상 장로, 우린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화간도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진남을 노려보며 말했다.
"진남, 우리가 결탁해서 네 상등동부를 뺏고 하등동부를 줬다는 증거를 내놓거라!"
"증거 말입니까?"
진남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저들은 죽기 직전까지 억지를 부리는군!'
진남은 현월 등 제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이 증인이었다.
바로 그때.
"제가 증언을 하겠습니다. 화 장로는 권력을 이용해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진남의 상등동부 자격을 하등동부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진남에게 썩 꺼지라고도 했습니다."
먼 곳에서 백흥앙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게서 무조 경지 일 단계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도겁에 성공한 게 분명했다.
"백흥앙, 진남과 결탁해서 나를 모함하는 게냐?"
화장로와 화간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백흥앙, 멍청한 놈! 진남을 도와 우리와 맞서면 아무런 이득도 못 얻을 줄 알아라!'
진남은 놀라서 백흥앙을 바라봤다.
백흥앙은 미소를 짓기만 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에게 공수했다.
도원동천에서 벌어진 일은 진남이 한 것이었다.
그러니 백흥앙은 진남에게 신세를 진 셈이나 다름없었다.
진남 덕분에 그는 경지를 돌파하는 데 적어도 스무날은 절약했다.
"저도 진남 사형을 위해 증언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화 장로의 문제입니다."
"태상 장로, 저는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
이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자들이 먼 곳에서 날아왔다.
모두 무조 경지 일 단계의 기운을 풍겼다.
그들은 도원동천에서 모두 진남의 덕을 본 자들이었다.
그러자 화 장로와 화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스승님, 이들의 말이 맞습니다. 화간과 화 장로는 용제원의 규칙을 무시하고 공적인 일에 사적인 이익을 도모했기에 죄질이 무겁습니다. 제가 진남이었다면 저도 이런 모욕을 참을 수 없었을 겁니다."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목은 흰색 옷을 입고 검을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사뿐사뿐 걸어왔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목목의 스승이 구미요제였다니!'
"오, 우리 목이 돌파했느냐?"
구미요제는 제자의 성취에 기뻐했다.
그러나 이내 차가운 시선으로 화 장로와 화간을 보며 말했다.
"너희 둘, 더 할 말이 더 있느냐?"
화 장로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이 굳어서 입만 벙긋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 있던 장로와 제자들은 연민의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그 둘과 사이가 좋거나 혹은 청광독유수 혈통의 장로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상 장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일은 저와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화 장로와 결탁해서 진남을 공격한 적이 없습니다……."
화간은 쭈뼛쭈뼛 나서며 말했다.
"화간, 허튼소리 작작 하거라! 나를 이용해서 진남을 공격한 일에 대해 아직 따지지도 않았다! 태상 장로, 화간은 제방의 인재이긴 하지만 마음이 악하니 특별히 엄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그때 힘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공 장로였다.
지난번 교역대전에서의 일 때문에 그는 진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는 진남을 도우려고 나섰다.
화간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얻어맞은 것처럼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이제 상황은 명확해졌다.
진남은 일이 지금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이 딱 맞았다.
꼬리가 길면 밟히고, 선한 일을 하면 보답을 받는다.
"요제 누님, 이제 모든 상황을 다 파악했을 겁니다. 저는 보잘것없는 인간족이어도 분명한 용제원 제자입니다. 그런데 커다란 용제원에서 이런 불공평한 대우를 받으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진남은 힘든 안색으로 말했다.
"비록 저 둘에게 벌을 내리겠지만 저는 이미 마음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도원정석을 인족봉에 일 년 동안만 두었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내년에 새로 들어온 제자들이 무조 경지를 돌파할 때 도원정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남은 도원정석을 절대 혼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는 이 일을 통해 화간과 화 장로가 벌을 받길 원했다.
그리고 도원정석을 일 년 동안 이곳에 두고 싶었다.
그 시간이면 진남은 충분히 새로운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터였다.
새로운 경지를 돌파하면 진남은 도원지기가 더는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