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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71화 (471/1,498)

471화 진천의 생일잔치

낙하왕국, 현령종.

지금의 현령종은 매우 컸다.

현령종은 서른여 개의 영기가 가득한 산봉우리를 차지했다.

산기슭에는 성들이 있었다.

낙하왕국의 예전의 황실과 무인들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현령종 주봉 위는 무척 시끄러웠다.

수많은 무인들이 허공을 가르고 왔다.

그들은 손에 초대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봉의 장교대전에는 몇천 개의 옥탁이 놓여있었다.

상마다 하역에서 명성이 자자한 강자들과 천재들이 앉아 있었다.

현령종의 제자들은 그사이를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다.

맨 앞에 놓인 상의 상석에는 진천이 앉아 있었다.

몇 년 사이에 진천은 수염을 길렀다.

지위가 높은 그는 위엄이 가득했다.

그의 아래에는 진씨 가문의 철삼, 그리고 선노, 소경설, 소냉, 초운, 황용, 서유, 묵자삼, 양일명, 조범, 이청우, 백횡이 앉아 있었다.

예전의 낙하왕국의 천재들은 이제 다들 무종이 되었다.

현령종엔 무황 강자나 무존 강자가 적지 않았지만, 진천은 옛정을 중히 여겼다.

그는 이들이 진남의 형제들이란 걸 알고 그들을 현령종의 장로로 임명하여 자신의 가족처럼 대했다.

"연회가 끝났다. 다음은 천재들의 무예 자랑이 있겠다."

이때 한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

수많은 제자들이 뛰어나와 옥탁을 전부 치웠다.

현령종의 천재들이 하나둘 나와 무예를 겨루기 시작했다.

진남이 풍운을 일으킨 후로 하역의 무도는 새로운 생기가 일고 있었다.

현령종만 해도 서른여 명의 현급 무혼의 존재, 네 명의 지급 무혼의 존재가 있었다.

"좋다. 좋아!"

멋진 무예 겨루기가 끝날 때마다 진천은 박수를 치며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많은 천재들에게서 예전의 진남의 모습을 발견했다.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다음은 선물을 올리거라!"

장로가 계속 크게 외쳤다.

"현령종 대장로 소경설, 종주께 천년 된 영지를 올립니다. 종주 만수무강하시고 대대로 복을 누리십시오."

"현령종 이장로 소냉, 종주께……."

현령종의 장로들 다음은 제자들, 그다음은 명성이 자자한 무인들이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선물을 올렸다.

이때.

먼 곳에서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하하, 진 동생, 자네의 마흔 살 생일 연회에 내가 어찌 오지 않을 수 있겠소? 오늘 나는 우리 비효왕국의 왕들과 대신들을 데리고 자네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왔소!"

엄청난 기운이 연거푸 강림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전 안에 오십여 명의 강자가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무존 강자가 여덟 명 있고, 무황 강자가 서른두 명이나 되었다.

무종 정상의 강자는 열 명이었다.

마치 비효왕국의 모든 강자들이 전부 온 것만 같았다.

맨 앞에 선 노인은 머리카락이 붉은색이고 두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무존 정상의 강자였다.

그가 바로 비효왕국의 국왕, 비효왕(飛曉王)이었다.

"무엄하오!"

"계 서시오!"

"뭐 하려는 거요?"

순식간에 예전의 청룡 성지의 존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현령종의 강자들도 눈길이 사나워졌다.

대전 안이 순식간에 살기등등해졌다.

좀 전의 뜨겁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하역에는 현령종과 비효왕국 양대 세력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비효왕국의 세력이 현령종보다 조금 더 강했다.

다만, 현령종에서 하역 제일 천재 진남이 나왔기에 비효왕국이 대놓고 현령종과 싸움을 벌이지 못했다.

"왜? 설마 현령종 종주의 마흔 살 생일에 우리가 선물을 드리려는 것도 안 되오? 그렇다면 오늘 몇 명 죽이지 않으면 나는 이대로 물러갈 수 없소!"

비효왕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에게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됐소. 다들 조용하시오!"

진천은 상석에 앉아 안색이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비효왕이 선물을 주겠다는데 어찌 거절할 수 있겠소? 여봐라, 술을 올려라."

이 광경을 본 주위의 현령종 강자들은 서로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다들 긴장을 풀지 않았다.

"선물을 올리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소."

비효왕은 자리에 앉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꼬리를 추켜올리고 말했다.

"다들 하역의 진남은 이길 자가 없는 절세의 천재이고 또 상역 동주의 세력의 마음에 들어 앞날을 가늠할 수 없다고 하오.

나는 오늘 생신을 축하해주러 온 김에 진남을 만나보고 싶었소! 그런데 진남이 아버지인 진천 종주의 마흔 살 생일에 오지 않은 거요?"

진천은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던 소냉이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효왕, 그게 무슨 뜻이오?"

"무슨 뜻이냐고? 모르겠소?"

비효왕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 세계는 위험이 엄청 많소. 천재는 어디까지나 천재일 뿐이고, 강자가 아니지. 때문에, 그는 이미 죽었을 수도 있소.

내가 생각하기론, 진남이 아버지의 마흔 살 생일에 참가하지 않은 건 진남의 천성이 무정하거나, 그는 죽었기 때문일 거요!

한데, 다들 진남이 정과 의리를 중히 여긴다고 하니 그럼 두 번째일 가능성이 크겠소! 내 생각엔 진남은 분명 죽었을 것이요!"

비효왕의 말이 쩌렁쩌렁 울렸다.

그의 말이 마치 천둥처럼 연거푸 사람들의 마음을 때렸다.

현령종의 제자들이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진짜 죽었을까?'

'비효왕의 말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몇 년 동안 진천의 생일에 진남은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다…….'

"비효왕!"

소냉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소 장로, 내 말이 틀렸으면 어디가 틀렸소? 내 오늘 자네 말을 들어보고 싶소."

비효왕이 기세를 높여 무섭게 몰아붙였다.

소냉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비효왕은 표정이 흔들리는 제자들을 보자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그가 이런 말을 한 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려는 것이었다.

지금의 비효왕국의 실력은 현령종을 멸망시키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걱정되는 건 진남이었다.

하지만 진남은 아버지의 마흔 살 생일과 같은 중요한 날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불 보듯 뻔했다.

때문에, 그는 손을 쓸 수 있었다.

"진남이 없으면 현령종이 뭐가 대단하오? 게다가 내 아들은 서주의 제이 천재요. 진남이 죽지 않았다 해도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소!"

비효왕은 콧방귀를 뀌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봐라, 우리 비효왕국의 선물을 진 종주께 올리거라!"

이런 상황이 된 것은 분천고국 때문이었다.

동주에서 하역으로 돌아온 무인들은 절대 진남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지 않으면 하역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때문에, 아무도 진남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하역의 사람들은 진남의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어떤 사람들이 비효왕에게 귀띔하기도 했지만, 비효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자 비효왕의 등 뒤에 서 있던 무존 정상의 강자가 손에 커다란 목판을 들고 천천히 걸어왔다.

목판 위에는 신식을 가리는 붉은색 천이 덮여 있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진천은 눈빛이 반짝거렸다.

그의 짐작이 맞는다면 이 붉은색 천에는 공격이 담겨 있을 게 분명했다.

붉은색 천을 들면 공격이 시작될 것이었다.

"여러분……."

진천은 매우 노련했다.

그는 모든 걸 꿰뚫어 보고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현령종의 강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격에 대비했다.

진천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진천 종주 백 세까지 오래오래 사십시오.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고 복이 끝없길 바라겠습니다!"

무존 정상 경지의 강자는 문득 섬뜩한 웃음을 짓더니 붉은색 천을 들어 올렸다.

성도지기의 검이 엄청난 검기를 뿜으며 날아왔다.

"막아라!"

순식간에 현령종의 강자들이 기세를 뿜었다.

비효왕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그는 진천이 경지가 높진 않지만, 수단이 비범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오늘 진천을 반드시 죽이려고 많은 준비를 했다.

지금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선물은 꽤 괜찮군요. 제가 아버지를 대신해 받겠습니다."

무존 정상경지의 강자는 어리둥절했다.

엄청난 힘이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큰 검을 꽉 잡았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청년에게 쏠렸다.

"진남!"

진천의 침착하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그의 두 눈에 희색이 드러났다.

나타난 청년은 그의 아들이었다.

진남이었다!

"진남!"

"남 형!"

"소주,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선노, 소경설, 소냉, 황용, 철삼 등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남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현령종의 다른 강자들과 비효왕국의 거물들 그리고 무인들은 모두 경악했다.

'진남이 돌아왔다고?'

살기등등하던 대전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진남은 코끝이 찡하여 미안한 눈길로 진천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짜 늦게 왔다.

하마터면 생일잔치에 참가하지도 못할 뻔했다.

"하하하, 늦지 않았다. 늦지 않았어! 돌아왔으면 됐다. 돌아왔으면 됐어!"

진천은 크게 웃었다.

두 눈에 속상함이 드러났다.

'또 살이 빠졌구나! 드넓은 상역에서 고생을 꽤 했겠지? 대신 더 성숙했구나!'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복잡한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예전의 하역 제일 천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었다.

한데, 오늘 드디어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흥!"

이때 비효왕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비효왕은 진남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물었다.

"진남이라고? 나는 비효왕국 국왕 비효왕이다! 너의 이름을 오래전부터 들었다. 다들 너를 하역에서 제일이고 아무도 이길 자가 없다고 하더구나.

몇 년이 지났으니 다들 우리 하역의 제일 천재 진남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거다."

그의 말에 사람들의 눈에 관심 어린 빛이 반짝거렸다.

그들은 진남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오늘 내가 너와 한번 겨뤄보면 어떻겠느냐?"

비효왕이 나섰다.

그의 몸에서 무존 경지 정상의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됐습니다."

진남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오늘은 저의 아버지의 생일잔치입니다. 싸우지 맙시다."

그는 정말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성자의 힘을 쓰지 않아도 한 방이면 비효왕을 죽일 수 있었다.

비효왕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진남이 자신과의 대결을 거절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혹시 두려우냐?"

비효왕이 조롱하듯 말했다.

"너는 우리 하역의 제일이었다. 한데, 나 같은 영감탱이도 두려워하느냐? 혹시 이 몇 년간 무예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느냐?"

그의 말을 듣고 많은 강자들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진남은 설마 두려운 건가?'

'아니면 진남의 경지가 이 몇 년 동안 전혀 높아지지 않은 건가?'

그때, 하늘 위에서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늘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대전이 흔들렸다.

강자들도 안색이 크게 변했다.

"당황할 필요 없습니다. 아버지의 생신이라 동주에서 저의 친구들이 특별히 생신을 축하해드리러 왔습니다."

진남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동주의 친구들이라고?'

'특별히 생신을 축하해주러 왔다고?'

비효왕 등은 얼떨떨했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용포를 걸친 키가 큰 사내가 걸어왔다.

그는 일부러 경지를 낮추었지만, 그런데도 엄청난 위압이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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