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9화 무량산에 남는 게 어때?
쿵-!
묘묘 공주의 말을 들은 소요검조와 우마요조가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고 나타났다.
그들은 휙 하고 진법의 양편에 자리 잡고 방대한 무조의 힘을 주입했다.
진법에서 뿜어져 나오던 엄청난 빛의 위력이 몇십 배나 커져 아래를 비췄다.
"아악!"
목목은 몸을 떨더니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 등 뒤의 수많은 독사의 그림자도 비명을 지르며 허공을 찢었다.
그녀의 시커먼 눈동자는 여전히 하늘 위의 진남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살기를 띤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 남, 너……."
"진남! 비악무조와 목곤 일행은 목목을 속이고 그녀에게 독을 썼다. 그녀는 우리가 부주를 죽인 줄 안다. 그녀는 지금 우리를 원망하고 있다. 조심하거라!"
묘묘 공주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목목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대단해졌을 줄이야.
그녀는 바로 진남에게 전음했다.
"비악무조가 속였다고? 독을 썼다고?"
진남은 목목의 체내를 훑어보고는 매우 강한 독을 발견했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악무조! 매우 염치없구나! 목목의 아버지를 죽인 것도 모자라 목목에게 독을 쓰고 속이다니!'
"목목 어서 공격하거라! 저놈이 너의 아버지를 죽였다! 너의 가족들이 모두 진남의 손에 죽었다. 참지 말아라!"
이 광경을 본 비악무조는 두 눈을 반짝이더니 심신을 유혹하는 고술을 펼치며 빠르게 소리쳤다.
그는 목목 체내의 사악한 힘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그러면 그는 멀리 도망치고 살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목목의 두 눈이 세게 떨렸다.
수많은 동년의 추억이 그녀의 눈앞에 떠올랐다.
짙은 원망이 순식간에 솟아올랐다.
'진남이 아버지를 죽였다. 가족도 죽였다!'
그녀의 등 뒤에 있던 끝없는 독사의 그림자는 그녀의 분노를 느낀 듯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늘로 솟아올라 묘묘 공주, 소요검조 일행의 진압을 물리치고 시커먼 큰 뱀으로 변하여 진남의 머리 위를 덮쳤다.
"하하, 됐다!"
비악무조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진남, 조심해!"
묘묘 공주, 소요검조, 우마요조는 모두 안색이 변했다.
사악한 힘은 엄청 방대했다.
설사 무조라도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너희같이 사악한 것들이 감히 내 몸을 침범하겠다고?"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손을 뒤집었다.
신비한 금인이 손바닥에 나타났다.
지난번 도겁할 때 그는 이 신비한 금인이 사악한 것들을 억제하는 신위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웅-.
금인은 뭔가 느낀 듯 가볍게 떨렸다.
꿈틀거리며 다가오던 사악한 큰 뱀은 몸이 굳었다.
매우 대단한 존재를 마주한 것처럼 비명을 지르더니 몸이 마디마디 폭발하고 산산조각 났다.
"진압하거라!"
진남이 손뼉을 치자 금인이 천천히 목목의 머리 위를 누르기 시작했다.
목목 체내의 사악한 힘은 커다란 산에 눌린 것처럼 체내로 움츠러들었다.
사악한 독사들도 놀란 표정을 하고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며 작아졌다.
위기가 바로 해결되었다.
"억, 진남이 저런 지보를 갖고 있다니. 빨리 도망가자!"
기뻐하던 비악무조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진남에게 저렇게 대단한 지보가 있을 줄 몰랐다.
그는 이를 악물고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려 미친 듯이 도망쳤다.
"비악무조! 당신은 죄가 하늘을 찌르오. 한데, 어디로 도망가려는 거요!"
이때 쟁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임묘가였다.
그녀는 진남을 향해 눈을 깜빡이더니 손을 저었다.
무량산에서 쇠사슬이 큰 뱀처럼 날아 나와 비악무조를 꽁꽁 묶었다.
"임묘가! 감히 나를 공격하시오? 외부인을 도와주다니, 이 무슨 몰상식한 짓이오!"
비악무조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화가 나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임묘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윙!
이때 떨리는 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엄청난 도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마치 허공과 하늘을 두 동강 낼 것 같았다.
"저건……."
삼십 리 밖의 무인들과 거물들은 엄청난 도기를 보자 심신이 떨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런 엄청난 살초를 펼쳤다고?'
"비악무조!"
진남은 허공에 날아올라 오른손으로 단천도를 들고 정신과 의지를 최대로 집중하였다.
두 눈의 차가운 살기가 허공을 물들일 것 같았다.
"진남! 너 따위가 나를 죽이겠다고? 무조의 나무! 막아라!"
이 광경을 본 비악무조가 크게 소리쳤다.
그의 등 뒤에서 무조의 나무가 솟아올라 수많은 무도의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
'무조 이 단계인 내가 역천무성의 손에 죽는단 말인가?'
"죽어라!"
진남이 사납게 소리쳤다.
그의 체내 전의와 한 달 전부터 쌓인 분노가 홍수처럼 폭발했다.
그는 손에 쥔 단천도에 엄청난 힘을 실어 내리쳤다.
삼십 리 밖의 무인, 거물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역천무성이 칼 한 자루로 무조 이 단계의 무조의 나무를 벴다.
"어떻게……."
비악무조는 눈을 찌푸리고 피를 토했다.
'무조의 나무다. 나의 평생의 무도 경험이 한데 모여있다. 칼이 아니라 제기라도 이것을 부수는 건 불가능할 텐데…….'
위급한 상황에 진남이 쥐고 있는 칼을 본 그의 머릿속에 몇백 년 전에 중주를 뒤흔든 큰일이 생각났다.
'단천도구나!'
"단천도! 천기전승! 신비한 왼쪽 눈! 신비한 왼팔! 신비한 금인! 네놈이 어떻게……."
비악무조는 중얼거렸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단천도가 내리쳐 그의 몸을 부쉈다.
비악무조가 죽었다.
삼십 리 밖의 강자들과 무인들은 인지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비악무조가 무성 강자에게 맞아 죽다니.'
마지막에 임묘가가 개입했다지만 그 칼의 위력은 진짜였다.
그들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 전력이면 진남도 제방에 이름이 올랐겠지?'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비악무조가 죽었다.
중주 행은 끝났다.
"그녀 체내의 독소를 풀 수 있을까?"
진남은 멀리 있는 임묘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긴말하지 않고 몸을 날려 땅으로 내려와 기절한 목목을 바라봤다.
"목목이 중독된 독소는 간단한 혼령독이다. 그러나 그녀는 천유만절의 체질이라 독소의 효능이 몇십 배 커진 것이다. 때문에, 해독이 어렵다."
묘묘 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남, 너의 금인이 목목의 독을 해독할 수 있다. 목목은 당분간 너와 함께 다녀야겠다."
진남은 부주가 자살하던 장면이 생각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부주에게 목목을 잘 보살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공주, 그럼 너는 이제……."
진남은 고개를 들고 뭔가 말하려 했다.
"중주에 왔으니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묘묘 공주는 진남을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화르륵-.
그녀가 몸을 날리자 알록달록한 꽃잎이 어디선가 한 잎 한 잎 날아와 그녀의 몸에 붙어 영화(靈花)로 된 긴 치마를 이루었다.
그녀에게 위엄이 보태져 대국공주의 위엄을 뿜었다.
"진남, 중주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묘묘 공주는 손을 뻗어 진남의 머리를 만졌다.
그녀는 은방울 굴리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빛처럼 조금씩 사라졌다.
"진남, 나도 가겠다. 앞으로 다시 만나지 말자. 다시는 나를 찾지 말거라."
소요검조는 화를 내며 자신의 제자를 잡고 허공을 찢고 떠나갔다.
그가 화를 내는 건 진남이 큰일이 있는 것처럼 그를 불러왔는데 한 명도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진남, 나도 그만 가겠다! 안녕!"
우마요조는 진남을 따라가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고 눈을 크게 뜨고 발을 굴러 떠나갔다.
그는 자신이 진남을 따라다니면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문득 진남이 무성 구 단계로 산 굴에 뛰어든 것이 생각났다.
자신도 대담하게 도전하여 인생을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진남은 우마요조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우마요조의 머리 위에 서서 무량산 산문을 부수고, 도장에 강림하던 모습을 생각하니 그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나중에 반드시 기회를 봐 대요를 탈것으로 만들어야겠다! 태고자금전룡 정도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진남, 며칠 안 본 사이에 엄청 대단해졌구나."
임묘가가 다가오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감탄과 부러움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질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남은 혼자 동굴에 쳐들어갔지만, 그녀는 그럴 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용기가 없으니 기연을 만날 수 없었다.
"맞다, 진남. 우리 무량산에 남아 태상 장로가 되면 어떠냐?"
임묘가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의 태상 장로가 되어도 아무런 구속받지 않는다. 때문에, 적당한 기회가 생겨 이성 세력에 들어가도 우리는 너를 말리지 않을 것이다."
중주의 세력들은 동주 등 다른 곳들과 달랐다.
진남이 아니라 이름 없는 무인이 무량산에 들어왔다 해도 무량산을 떠나든 말든 무량산에서는 절대 막지 않았다.
왜냐하면 중주는 이름 없는 천재들이 강한 전승을 얻어 역천개명하고 천급 무혼을 갖게 되고 앞날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주의 세력들은 제자들을 구속하지 않았다.
그들은 제자들에게 나중에 강해지면 중요한 순간에 무량산을 도와주겠다고 맹세하게 하기만 했다.
"아닙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아직 어느 문파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진남에게 지금 급한 건 돌아가는 것이었다.
돌아갔다 다시 중주에 온다 해도 그는 성급히 문파에 들어가지 않고 전신의 오른팔이 주었던 옥간을 살펴볼 것이었다.
전신의 다른 부위가 아직 중주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알겠어."
임묘가의 눈에 실망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영패를 꺼내 진남에게 주며 말했다.
"진남. 이건 우리 무량산의 영패다. 나중에 너와 관계가 있는 천재들이 이 영패를 갖고 온다면 무량산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마."
"네? 고맙습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영패를 받았다.
이 영패는 분천고국 사람들에게 필요할 것이었다.
"가겠습니다!"
진남은 몸을 날려 기절한 목목을 안고 하늘로 올라가 사라졌다.
임묘가를 비롯한 천재들과 강자들은 한참을 바라보았다.
* * *
창람대륙, 동주.
끝없는 바다 위에서 진남이 목부와 중주 무량산의 무조 강자들에게 쫓기던 일이 폭풍처럼 빠르게 동주에 퍼졌다.
때문에, 동주의 모든 무인도 진남이 한 달이란 약속을 지키러 혼자 무량산으로 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한 달이라는 시간은 중주로 가기에도 빠듯한 것을 알았다.
하여, 무조에게 도전하면 진남이라도 틀림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 * *
분천고국의 황실.
안색이 어두운 분천황제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는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주벽화, 혈익봉황 등 강자들도 안색이 싸늘했다.
아래의 상도맹 맹주, 만향루 루주 등 거물들은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입가에 옅게 조롱 섞인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