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화 속임수를 들키다
"좋다!"
목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반보무조의 기세가 폭풍처럼 대전을 휩쓸었다.
다른 장로들과 제자들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진남은 죽었구나!'
"……."
진남은 목풍사를 힐끔 봤다.
'약았구나.'
"죽어라!"
목곤은 크게 소리치며 손을 뻗었다.
손은 순식간에 커다란 손바닥으로 변했다.
손바닥에서 엄청난 폭풍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손바닥으로 진남을 내리쳤다.
이 초식은 무성 정상의 강자도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진남은 안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두 눈에 엄청난 빛을 드러냈다.
"흥!"
순간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위압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바로 제위였다!
펑-! 펑-! 펑-!
의사 대전은 큰 충격을 받아 수많은 금제가 부서졌다.
조각상, 장식품, 나무 의자 등도 전부 부서졌다.
태곳적 돌로 만든 바닥에도 균열이 생겼다.
사람들은 안색이 크게 변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목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도 깜짝 놀라 공격을 멈추었다.
진남은 대전 문 앞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잠시 후 목곤은 정신을 차렸다.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제위!"
"제위라니! 진남의 몸에서 제위가 솟아오르다니!"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제위는 무제지위(武帝之威)였다.
무제 강자만이 내뿜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경지가 무제에 도달하지 못한 자들이 제위를 느끼면 심신이 흔들리고 두려움이 생겼다.
때문에, 진남의 몸에서 솟아오른 제위가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은 사람들을 향해 비범한 기세를 드러내고 차갑게 소리쳤다.
"저는 여러분과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저를 죽이려 했습니다.
긴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얻은 천기전승 중에 한가지 물건이 있는데 큰 대가를 치르면 무제의 공격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계속해서 파렴치하게 굴면 전승을 잃더라도 저는 반드시 여러분을 모두 죽일 것입니다."
마지막 죽인다고 말할 때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솟아올랐다.
목곤, 목풍사 등은 모두 몸이 떨렸다.
그들은 죽을 것 같은 위기감이 솟아올랐다.
그들은 진남의 말을 칠 할 정도 믿었다.
동주에는 천기도가 끝난 후부터 진남이 무제의 시골을 얻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지금 그가 제위를 드러낸 걸 봐서 소문이 진짜인 것 같았다.
진남이 무제의 시골이 무제의 공격을 펼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의심이 들긴 했다.
그러나 감히 도박할 수 없었다.
만약 진남의 말이 진짜라면 그들은 여기서 죽을 수 있었다.
"진…… 진남."
목곤은 침을 삼키고 가까스로 맘을 진정시키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건 우리 목부의 일이다. 너와 아무 상관 없다. 너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 우리를 상대할 필요 있느냐?
우리 이렇게 하자. 넌 이대로 떠나가거라. 우리 사이의 일은 없었던 거로 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풍사만이 주먹을 꽉 쥐고 두 눈을 부릅뜨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진남은 콧방귀를 끼며 물었다.
"왜요? 목 대장로, 방금까지 기세가 하늘을 찌르며 저를 죽이려 하시더니 이제는 자세를 낮추는 겁니까?"
"너!"
목풍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바로 마음속의 화를 가라앉혔다.
지금 같은 상황에 절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그는 진남이 속으로 웃고 있는 걸 몰랐다.
그는 처음에 능운무제의 기억에 들어갔기에 몸속에 옅은 제위가 있었다.
지금의 제위는 원래의 옅은 제위에 '방기술(仿氣術)'을 써서 제위를 부풀리고 모방한 것이었다.
속임수를 써서 진실을 은폐한 것이었다.
하나, 제위만으로 부족했다.
진남은 강한 척하고 건방지게 먼저 큰소리쳐 허점을 보이지 말아야 의심받지 않을 수 있었다.
"긴말하고 싶지 않다!"
진남은 목풍사를 바라보며 위엄 있게 호통쳤다.
"묘 장로는 나의 친구다. 그녀가 목목의 병을 치료한 후 나는 그녀를 데리고 떠날 것이다.
때문에, 닷새 동안 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닷새 후에 어떻게 하든 나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라면 우리 당장 한번 끝까지 싸워보자!"
진남은 표정이 사나워졌다.
"닷새?"
목풍사와 장로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닷새면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목부의 부주는 이미 기세가 기울었지만, 그의 인맥은 여전히 존재했다.
만약 부주가 예전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그들은 기회가 없었다.
닷새가 아니라 하루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변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아 진남이 진짜 화가 나 무제의 공격을 펼치면 우리는 바로 죽지 않을까?'
목풍사도 속으로 갈등하기 시작했다.
진남의 말이 도리에 맞았고 말하는 그의 표정과 태도가 건방져 그들은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진남, 조건을 바꿀 수 없느냐?"
목곤은 주먹을 꽉 쥐고 낮은 소리로 외쳤다.
"절대 안 됩니다."
진남은 강경한 태도로 거절했다.
"너……."
목곤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닷새로 하자. 닷새가 나의 한계다. 닷새에서 일 초라도 지나면 나는 너와 목숨 걸고 싸울 것이다."
목곤은 끝내 양보했다.
그는 진남의 말이 모두 거짓말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장로들도 표정이 어두워지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진남의 말이 거짓이란 걸 그들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칠장로 등, 부주의 편인 사람들의 눈에는 희망의 빛이 반짝거렸다.
닷새밖에 안 되었지만,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었다.
진남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벌었으니 분천황제 일행이 오면 싸움을 시작하면 된다.'
이때.
목풍사가 뛰어나와 크게 소리쳤다.
"아버지, 물러서지 마십시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닷새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아직 모르지 않습니까! 만약 이기게 된다면 우리는 목부의 부주가 되어 동주를 장악하고 미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만약 진다고 해도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그게……."
목곤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동주의 주인이십니다. 이 정도 담력도 없으십니까?"
목풍사의 목소리는 매우 날카로워 사람들의 마음을 찔렀다.
그는 기회는 한번 지나가면 다시 얻는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기면 영웅이 될 테고, 죽는다고 해도 후회하진 않는다!'
"아차!"
진남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목풍사가 이렇게 결단성 있고 기백이 비범할 줄 몰랐다.
아니나 다를까 목곤은 몸을 떨더니 두 눈을 미친 듯이 빛났다.
'맞다. 나는 동주의 주인이다. 이 정도 담력도 없단 말인가?'
"진남! 나는 너의 모든 것이 허장성세라고 장담한다. 죽어라!"
목곤의 몸에서 반보무조의 기세가 하늘로 솟아올라 가주 대전을 완전히 부쉈다.
그의 몸에 모였던 수많은 힘이 진남을 향해 뿜어졌다.
쿵-!
수많은 힘은 한데 뭉쳐 태고의 용처럼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리고 진남을 물려 했다.
"난영미신술!"
진남은 빠르게 반응하여 제술을 움직여 몇백 개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의 본존은 그림자 속에 섞여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러자 힘이 뭉쳐 만들어진 용은 뭔가 느낀 것처럼 폭발했다.
수백 개의 힘의 강기가 터졌다.
힘의 강기는 영지가 있는 것처럼 분신들을 따라다녔다.
분신이 아무리 피해도 떼어버릴 수 없었다.
펑-! 펑-! 펑-!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그림자들이 연이어 사라졌다.
진남은 온몸의 솜털이 일어서는 것만 같았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여 힘의 강기를 꿰뚫어 보고 몸을 날렸다.
그는 가까스로 힘의 강기를 피했다.
힘의 강기에서 터져 나온 남은 힘들이 그를 때렸다.
그는 튕겨 나가 벽에 부딪히며 신음을 흘렸다.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다.
반보무조라기의 공격이라기엔 힘이 많이 약했지만, 그는 감당할 수 없었다.
"하하하! 진남, 동주 제일 천재는 다르구나! 하마터면 너의 속임수에 넘어갈 뻔했다."
목곤은 크게 웃었다.
기세가 드높고 속이 후련했다.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차렸다.
'진짜 우리를 속이는 것이었나?'
그러나 그들은 바로 깨달았다.
진남이 만약 무제지술이 있다면 목곤이 공격했을 때 틀림없이 무제지술을 드러냈을 것이었다.
목풍사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도 도박한 것이고 확신이 없었다.
"진남. 지금 바로 너를 폐물로 만들겠다."
목곤은 미소를 짓던 표정이 굳었다.
방금의 공격은 시험해 본 것일 뿐이었다.
이번의 공격이 그의 진짜 수단이었다.
쿵-!
목곤은 번개처럼 공격했다.
거탑이 나타나 진남을 눌렀다.
무탑(武塔) 제술이었다.
무탑에 눌리면 누구든 경맥이나 단전이 부서지고 폐물이 되었다.
매우 악독하고 잔인하여 진남을 상대하기 알맞았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공주가 그에게 준 영패에 신념을 주입하고 왼팔을 쳐들었다.
지금의 상황은 그의 능력을 벗어났다.
그는 부주를 깨우는 수밖에 없었다.
쿵-!
무탑이 완전히 내리눌러 수많은 강기를 뿜어냈다.
강기가 사방에서 꿈틀거렸다.
사람들은 모두 뺨이 얼얼했다.
그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 모든 걸 쳐다보고 조금도 놓치려 하지 않았다.
'동주 제일 천재인 진남이 이렇게 폐물이 되는 걸까?'
"하하하, 진남, 내가 너의 전승을 얻으면 역천개명 할 것이다. 나중에 묘묘 공주도 나의……."
목풍사는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이번 싸움으로 그는 인생이 바뀌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높은 천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묘묘 공주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연기가 사라지고 무탑 아래의 광경을 본 그는 표정이 굳었다.
그뿐만 아니라 목곤과 장로들도 눈을 찌푸렸다.
검은 두루마기가 스륵스륵 소리를 내고 있었으며, 진남이 왼팔로 무탑을 막고 있었다.
진남은 몸에 상처를 조금 입은 외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아니……!"
목풍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막았다!'
'진남이 왼팔 하나로 막아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버지, 어서 공격하십시오. 저자의 왼팔은 지보입니다! 아버지께서 다른 수단으로 공격하여 저자가 왼팔을 쓰지 못하게 하십시오!"
목풍사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크게 외쳤다.
왼팔이 지보라는 것 외에 다른 가능성이 없었다.
"좋다!"
목곤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격하려 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목부의 깊은 곳 금지에서 태고의 존재가 깨어났다.
그는 두 눈을 뜨고 발을 성큼 움직여 순식간에 가주 대전에 강림했다.
"다들 멈추거라!"
사나운 외침과 함께 백발노인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