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화 저를 믿으십시오!
"부, 부주!"
목곤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에 팔이 굳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로들과 제자들도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겨났다.
이 두려움은 오랫동안 길러진 것이었다.
설사 부주가 이전 같지 않아도 오랫동안 새겨진 본능을 쉽사리 이겨낼 수는 없었다.
"부, 부주! 자네 이제는 반보무조일 뿐이오. 하, 하하하!"
목곤은 백발노인을 힐끔 봤다.
그는 상대방의 기운이 약해진 걸 느끼고 두려움을 이겨내고는 큰소리로 웃었다.
"어서 항복하고 모든 걸 내놓으시오. 그러면 옛정을 봐서 살려는 주겠소."
진남은 고개를 들어 백발노인을 쳐다봤다.
그는 표정이 굳었다.
'부주의 경지가 무성 경지로 떨어졌구나.'
"목곤, 자네 진짜 반란을 일으킬 건가?"
백발노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자네들도 함께 반란을 일으킬 거요? 나는 자네들에게 여태껏 무척이나 잘해줬소만."
장로들은 부주의 시선을 피했다.
그들은 마음이 복잡했지만, 결국 아무도 한마디조차 않았다.
'부주……. 시대가 바뀌었소.'
"자네가 잘 대해줬든 못 대해줬든 상관없소. 다만, 협조하지 않으니 더는 긴말하지 않겠소."
목곤의 두 눈에 엄청난 살기가 반짝거렸다.
정이고 뭐고 그는 동주의 주인 자리에 앉고 싶었다.
그러나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순간 백발노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 하하하!"
그의 웃음소리에는 경멸과 기쁨과 슬픔이 섞여 있었다.
"무슨……."
목곤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 영감탱이가 죽을 때가 되니 완전히 미쳤나?'
"우습소. 정말 우습소."
백발노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표정이 싸늘해져 말했다.
"자네들……. 정말로 내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오? 자네들은 진짜 나의 경지가 약해졌다고 생각하오?"
그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흠칫했다.
'무슨 뜻이지?'
목곤과 목풍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부주는 경지가 약해졌는데……? 설마…… 이 모든 것은 그가 꾸민 음모인가?'
"다들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보시오!"
백발노인이 크게 소리쳤다.
우르릉-!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왔다.
그 기세는 누구도 그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의 기세를 마주하자 모두들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목곤, 목풍사와 다른 장로들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조의 기운!'
'진짜 무조의 기운이다!'
'이 모든 건 부주가 꾸민 음모였구나!'
'우리는 이제 끝났다!'
그때.
"진남!"
백발노인이 진남을 불렀다.
큰소리에 진남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도망가자!"
백발노인의 몸에서 사람만큼 큰 금색 나뭇잎이 용솟음쳤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나뭇잎으로 배를 만들었다.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성큼 뛰어 배에 올라탔다.
백발노인은 정혈을 뿜어 배에 주입했다.
커다란 배는 큰 위엄을 뿜어내며 대전을 뒤흔들었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광경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미련하지 않았다.
부주가 진남을 데리고 도망쳤다는 건 방금 전의 무조 기세가 그들을 속인 것이었다는 걸 뜻했다.
목곤은 진남과 부주에게 연거푸 두 번이나 속아 매우 화가 났다.
그는 머리를 빨리 굴렸다.
백발노인이 도망친다 해도 멀리 도망가지 못하고 목목의 정원에 갈 게 뻔했다.
"다들 목목이 머무르는 정원으로 가자. 그들이 도망가게 해서는 안 된다!"
쿵-! 쿵-! 쿵-!
목곤의 인솔하에 장로들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 * *
같은 시각, 목목의 정원에 금배가 나타났다.
"컥, 컥……!"
백발노인은 기침했다.
기운이 미약해졌다.
"진짜 위험했다. 하마터면 도망치지 못할 뻔했다."
옆에 서 있던 진남은 모든 것이 부주의 계략이란 걸 진작에 알아차렸다.
부주의 경지는 여전히 무성 정상 정도였다.
그가 목곤 등을 속여 그들이 잠시라도 멈칫하지 않았다면, 설사 금배 제기를 펼쳤더라도 그들에게 막혀 도망칠 수 없었을 것이었다.
그때.
그들은 문득 뭔가를 느낀 듯 고개를 쳐들었다.
먼 곳의 하늘에 목곤 등이 엄청난 기세를 뿜으며 허공을 날아왔다.
얼마 안 돼 정원에 도착할 것 같았다.
"제기는 명령을 듣거라. 누르고 봉쇄하거라."
백발노인은 망설이지 않고 다시 정혈을 뿜어 제기를 움직였다.
커다란 배가 부서져 금색 나뭇잎으로 변하여 정원의 주위에 떨어졌다.
나뭇잎들은 법진을 이루어 정원을 보호했다.
진남은 정원을 훑어보았다.
정원은 원래도 무조의 금제가 있어 깨기 어려웠는데, 지금 제기가 봉쇄하니 철옹성처럼 견고해졌다.
"목곤 일행은 많은 수단을 준비했다. 정원은 기껏해야 일 주 향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어서 들어가자. 한시가 급하다."
말을 마친 백발노인은 돌아서 나무집으로 들어갔다.
진남은 왼쪽 눈을 움직여 먼 곳을 바라봤다.
목곤이 저장 주머니에서 제기를 꺼냈다.
여러 장로와 연합하여 제기룰 이용해 정원을 공격했다.
정원이 끊임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주의 말대로 일 주 향밖에 버틸 수 없어 보였다.
'그 정도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고 나무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무집은 별로 크지 않았다.
고작 방원 세 장 정도밖에 안 됐다.
집에는 책장과 나무 침대가 하나 있었다.
책장에는 고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무 침대 위에는 목목이 누워있었다.
목목의 기운은 평온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사악한 기운이 모두 사라진 채로 곤히 자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좋은 꿈을 꿨는지 활짝 미소를 지었다.
묘묘 공주는 한쪽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경지를 회복하고 있었다.
"부주……."
눈을 뜬 공주는 그들을 보고, 또 밖에서 일어난 일들을 느끼고 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공주, 이번에는 도움을 많이 받았소."
백발노인은 진심 어린 눈빛으로 옥간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내가 약속한 물건이요."
묘묘 공주는 옥간을 받더니 침묵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옥간 때문에 목목을 도와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녀는 이곳에 정이 들었다.
진남은 손을 뻗어 공주의 어깨를 툭툭 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휴……."
백발노인은 목목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미안하다. 내가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적어도 삼 년이라도 무도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인데……."
부주의 목소리에는 후회와 괴로움이 가득했다.
정원 밖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목부에 울려 퍼지고 공연도에 울려 퍼졌다.
정원 안은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백발노인이 돌아서며 말했다.
"두 분께 큰 은혜를 입었소. 다만, 이번 풍파에 두 분을 끌어들이지 말았어야 했소. 하지만 나에게 방법이 남았소. 이따가 싸움이 일어나면 두 분을 내보내겠소."
"영감탱이 무슨 뜻이야? 목목은?"
묘묘 공주는 긴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나는 지금 경지가 무성 정상밖에 안 되오. 때문에, 경지가 부족하여 두 분밖에 보낼 수 없소.
목목은 인생이 순탄하지 못하고 운명이 험난하니 살아있는 의미가 별로 없소. 내가 이 아이와 함께 윤회에 떨어지겠소."
백발노인이 평온하게 말했다.
하지만 진남은 그의 눈에서 비통함과 아쉬움을 봤다.
목목은 삼 년 더 살 수 있었다.
어쩌면 삼 년 후에 또 희망이 생길 수도 있었다.
부주는 아버지였다.
아비가 어찌 딸이 죽는 걸 보고 싶을까?
하나, 그는 경지가 부족하여 두 명밖에 내보낼 수 없었다.
그리고 진남과 묘묘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그들을 보내야 했다.
그는 남에게 빚을 지지 않았다.
"딸아, 너도 아버지를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부디 이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거라."
백발노인이 중얼거렸다.
묘묘 공주는 침묵했다.
그녀는 곤히 잠든 목목의 예쁜 얼굴을 보며 결심했다.
'이따 근원을 드러내더라도 목목을 데리고 나가 같이 살 것이다.'
"부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일 주 향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진남은 침착하게 말했다.
"밖에 있는 자들을 조금만 붙잡고 있을 수 있습니까? 조금만이라도 붙잡고 있으면 제가 최선을 다해 대세를 만회하겠습니다."
진남은 협객이 아니었다.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목은 천성이 선량했고 부주는 인정과 의리를 중시했다.
그는 이런 사람들을 필사적으로 도와주고 싶었다.
또한, 이건 공주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저들을 붙잡으라고?"
백발노인은 어안이 벙벙하여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 너에게 어떤 수단이 있는지 모르지만, 밖에 있는 저 잡놈들이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는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기이한 상처를 입어 경지가 약해졌지만, 현묘한 공법을 써 무조의 기운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수단을 펼치기도 전에 목곤 등은 그의 경지가 떨어진 걸 알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었다.
백발노인은 그들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진남은 당황했다.
'일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건가?'
그러나 그가 묻기도 전에 백발노인은 안색이 크게 변하여 시뻘게졌다.
쿵-!
그의 등 뒤에 엄청 기묘한, 길이가 이 장에 달하는 작은 나무가 떠올랐다.
나무는 짙은 무도의 기운을 뿜었다.
그러나 나무에는 시커멓고 사악한 쇠사슬이 독사처럼 꽁꽁 감고 있었다.
작은 나무는 얼마 안 돼 완전히 옥죄어 죽을 것만 같았다.
"이건……."
진남은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공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건 무조의 나무야. 무성이 무조 경지를 돌파할 때 무도의 씨앗이 만들어진다. 경지가 강해지면서 무도의 씨앗도 점점 자라 무도의 나무가 된다. 부주의 무도의 나무는 야라 족쇄(耶羅足鎖)에 갇혀 경지가 계속 떨어진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진남은 깨달았다.
부주는 무인의 단전이 부서지는 것 같은 상처를 입었다.
"소요검조(逍遙劍祖)와 싸울 때 그의 야라 족쇄에 갇혔다. 야라 족쇄는 형태는 없지만 매우 견고해서 부수기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 만약 야라 족쇄를 부순다면 내 경지도 좀 회복이 되고 너희를 전송할 수 있을 텐데……."
백발노인은 깊은 잠이 든 목목을 바라보았다.
목목이 이렇게 고통을 받게 된 건 결국 그의 잘못이었다.
그가 오만하게 우기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야라 족쇄를 부수면 우리를 전송할 수 있습니까?"
진남은 문득 단천도가 생각나 물었다.
단천도는 전신의 오른팔이 변한 것이고 단천대제의 목숨으로 연화한 것이라 위력이 대단했다.
야라 족쇄는 일반적인 수단으로 어떻게 할 수 없고 제기로도 부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천도로 부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위험이 코앞에 닥쳤다. 어찌 됐건 한번 해 봐야겠어. 분명 단천도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진남의 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의 몸속에서 만 개 존자의 힘과 한 개 전신의 힘이 동시에 폭발했다.
그는 정신을 고도로 집중했다.
"응?"
백발노인과 묘묘 공주는 일제히 그를 바라보았다.
"진남, 헛수고하지 말거라. 야라 족쇄는 네가 부술 수 있는 게 아니다!"
백발노인은 진남의 의도를 눈치채고 크게 호통쳤다.
그는 이미 경지가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
야라 족쇄가 자극을 받으면 그의 경지도 더 빨리 떨어지게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한 사람밖에 전송할 수 없을 것이었다.
"부주, 저를 믿으십시오!"
진남이 외치자 오른팔이 폭발하며 수많은 광점이 생기더니 다시 모여 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