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화 폐물로 만들어주세요!
요 며칠 목부에는 많은 말들이 있었다.
그들은 목곤이 목부 부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바로 반역을 일으킬 줄 몰랐다.
"방금 전임부주는 경지가 반보무조로 떨어졌소."
목곤은 화를 내는 사람들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열흘도 안 돼, 그는 경지가 무성 정상으로 떨어질 것이오. 게다가 앞으로도 그의 경지는 계속 떨어져 결국 아무도 그를 구하지 못할 것이오."
그의 말이 청천벽력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때렸다.
그들은 마음속의 분노가 말끔히 사라졌다.
그들은 모두 부주가 기이한 상처를 입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주의 경지가 반보무조로 떨어졌다는 건 몰랐다.
"목곤, 설사 무성 경지로 떨어졌다 해도 부주는 부주요. 자네는 대장로일뿐이오.
부주께서 자리를 물려주지 않은 이상 자네는 영원히 대장로요. 자네가 지금 이러는 건 반역이요!
여러분, 가문의 규칙대로 우리 이 자를 잡……."
칠장로가 버럭 화를 내며 무성 정상의 경지를 전부 드러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이장로, 삼장로, 사장로, 오장로가 경지를 드러냈다.
그들은 순식간에 칠장로를 진압했다.
"자네들……."
칠장로는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온몸의 성력을 움직여 방어술을 펼쳤다.
그러나 아무 소용 없었다.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눌려 바닥에 엎드리고 얼굴이 시뻘게졌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강해도 네 명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여러분, 칠장로가 대놓고 부주를 욕했소. 가문의 규정대로 나중에 경지를 없애고 사지를 잘라 목부 대문에 사흘 밤낮을 걸어놓겠소! 가문 회의가 끝나면 바로 집행하겠소!"
목곤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사람들을 훑어보더니 반보무조의 위압을 드러냈다.
"……또다른 이견 있소?"
"저는 불복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불복합니다!"
이때 젊은 제자 두 명이 앞으로 나서며 두려운 기색 없이 큰소리로 외쳤다.
쿵-!
목곤의 옆에 서 있던 목풍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현공을 써 두 개의 검광을 뿜어 청년 제자들의 두 팔을 잘랐다.
피 비가 흩날렸다.
"아악!"
처참한 비명이 대전에 울려 퍼졌다.
다른 장로들과 무성 강자들,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자 몸서리를 쳤다.
'진짜 악독한 부자구나!'
'한마디에 목부 두 제자의 두 팔을 잘라버리다니!'
"아, 잊고 알려 주지 못했는데 다들 알다시피 우리 목부는 중주의 무량종(無量宗)과 관계가 깊습니다.
어제 저는 무량산(無量山)의 진전 제자가 되어 무량산의 태상 장로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목풍사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여러분도 무량산의 태상 장로를 잘 아실 겁니다. 어르신께선 얼마 전에 무조로 진급하셨습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목부가 무량산과 관계가 좋다는 걸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태상 장로도 알고 있었다.
다만 태상 장로가 무조로 진급하고 목풍사를 제자로 받아들인 건 몰랐다.
이게 무슨 뜻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묻겠소."
이때 목곤이 독수리처럼 예리한 눈으로 사람들을 훑어보며 물었다.
"또 불복하는 이가 있소?"
제자들과 강자들은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속으로는 불복했다.
그러나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
그들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러나 누가 목을 조른 것처럼 아무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 광경을 본 목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제 대계가 이루어진 것 같구나! 이제 정원의 금제를 깨고 목목과 묘묘 공주를 죽이자.'
목부에서 천급 일품 무혼이 있는 목목만이 진정한 제일 천재였다.
천유만절의 체질 때문이 아니라면 그녀는 미래를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만약 묘묘 공주가 계속 그녀의 명을 연장해준다면 삼 년이라도 대세에 영향이 클 것이었다.
"아버님, 이따 진남은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목풍사는 목곤에게 전음했다.
그도 대세가 이미 기울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알았다!"
목곤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목천성이 죽었지만, 그는 별로 가슴 아프지 않았다.
그는 목풍사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목풍사는 사람 됨됨이나 일 처리가 깔끔했다.
목풍사가 진남을 상대하려는 것이 진남의 전승을 노리는 거라는 걸 목곤이 어찌 모를까.
목곤은 생각을 멈추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아무 말 없자 천천히 말했다.
"다들 의견이 없으니 이제부터 내가 목부의 부……."
"잠깐만요! 이견이 있습니다!"
큰 외침이 울려 퍼졌다.
휙-!
검은 두루마기를 걸침 진남이 두려움 하나 없이 목부 가주 대전의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진남을 발견한 이들이 모두 어리둥절했다.
'진남이 어떻게 왔지?'
* * *
그 시각, 분천고국.
"진남이 소식을 전해왔소. 목부에 일이 생겼다오.
대장로가 부주의 자리에 오르려 한다오! 그는 곧 목부와 싸움을 일으킬 거라고 우리보고 빠른 속도로 오라 하오!"
혈익봉황이 분천황제의 식해에 신념을 주입했다.
분천황제는 잠시 얼떨떨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목부와 싸움을 벌이려고 하다니!'
"명령을 전하거라. 분천고국의 존자 정상 이상의 강자들은 총출동하거라!"
분천황제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다음 순간, 요수의 두 개의 엄청난 외침이 백호성 상공에 울려 퍼졌다.
혈익봉황과 진국현무의 커다란 몸집이 일제히 떠올라 하늘을 가렸다.
수많은 분천고국의 강자들은 놀라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천기도가 끝난 후 두 신수가 동시에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무슨 일이 생겼나?'
"모든 존자 정상 이상의 무인들은 공연도로 가서 진남을 지원하여 목부와 싸우거라!"
두 신수의 큰 외침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순간 백호성이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어 성에서 엄청난 박수갈채가 터졌다.
"하하하, 역시 진남이다! 목부와 싸움을 일으키다니!"
"이번 싸움에는 무조건 가야 해!"
"맞아. 진남 영장을 지지해야지!"
수많은 강한 기운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순식간에 대군이 만들어졌다.
진남이 도움을 요청한다니 모두들 적극적으로 나섰다.
* * *
같은 시각, 공연도, 목부, 가주 대전.
진남은 사람들을 훑어보고 상황을 파악했다.
그는 예전에 진씨 가문에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거리가 머니 분천황제 등은 좀 지나야 도착할 것이다. 지금 당장 급한 건 이들을 잡아두는 것이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결심을 내렸다.
그가 분천황제 등에게 전음한 건 대장로 등의 실력이 기껏해야 반보무조밖에 안 되어 진짜 싸움이 일어난다고 해도 무성 정상급 강자 몇과 함께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전 안의 다른 장로들은 이 상황에 진남이 찾아올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장로가 반역을 일으켜 부주가 되었으니 바로 진남과 묘 장로를 공격할 것이다.'
'그런데 진남이 스스로 찾아오다니. 죽음을 자초하잖아?'
대전은 잠깐 조용해졌다.
목곤이 정신을 차리고 엄청난 살기를 뿜으며 호통쳤다.
"진남! 감히 내 아들을 죽이고도 여기로 오다니? 내 바로 너를 폐물로 만들어 사는 게……."
아들을 죽인 원수가 앞에 있는데 목곤이 어찌 참을 수 있을까?
"아버지, 잠시만요!"
목곤이 손을 쓰기 전에 목풍사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응?"
목곤은 행동을 멈췄다.
"진남 이 자식은 저의 동생들을 죽였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부주시니 손수 공격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모두 저에게 맡기시기만 하면 됩니다!"
목풍사가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제가 직접 동생들의 복수를 갚겠습니다!"
목곤은 잠깐 생각하더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화를 가라앉혔다.
진남은 그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
진남이 동주의 제일이라고 불리지만 경지는 아직 존자 정상일뿐이었다.
아무리 강하고 비장의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무성 사 단계의 경지인 목풍사라면 진남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
"진남, 오늘 동주의 제일 천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목풍사는 콧방귀를 뀌며 성큼 나섰다.
주위의 장로들과 제자들은 모두 당황했다.
'왜 두 천재의 대결로 변했지?'
그들은 몰랐다.
목곤도 몰랐다.
목풍사가 진남과 대결하려는 건 동생들을 위해 복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속에 쌓인 게 있기 때문이었다.
묘묘 공주가 처음 목부에 왔을 때 목풍사는 선녀를 본 것처럼 놀랐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호의를 베풀어도 공주는 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나중에 목풍사는 공주가 진남을 몹시 아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유가 뭐지? 나는 재능도 있고 잘 생기고 천부도 낮지 않으며 또 무량산 태상 장로의 제자이다.
기연을 얻어 이름을 알린 진남 따위와 태생부터 다르건만 어찌 내가 아닌 그를 택한단 말인가?'
때문에, 그는 진남을 처참하게 패배시키고 괴롭히고 싶었다.
"그래? 얼마든지 덤벼."
목풍사의 말에 진남은 표정도 변하지 않고 말했다.
목풍사가 그에게 도전하면 그는 마침 이 기회를 빌어서 시간을 끌 수 있었다.
"이매망량(魑魅魍魎), 지옥 십 단계!"
목풍사가 크게 소리치며 두 손을 받쳐 들자 수많은 흑기가 뿜어져 나왔다.
흑기 속에서 태고의 문이 천천히 떠올랐다.
이 문은 지옥의 문이었다.
문을 열면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히 다시 환생할 수 없었다.
목풍사는 제술 살초를 써 진남을 매장하려 했다.
"능운시신(淩雲弑神)!"
목풍사의 공격에도 진남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펼쳤다.
두 눈에 엄청난 기세가 드러났다.
그는 문득 주먹을 쥐더니 수많은 영령(英靈)이 뿜어 나왔다.
이 술법은 능운무제의 최강 제술이었다.
제술을 펼치면 세상의 영웅호걸이 의지를 모두 모아 자신을 지지하게 된다.
제술로 펼친 진남의 주먹의 힘 하늘과 신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부숴라!"
진남은 두 주먹을 날렸다.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왔다.
우르릉-!
방금 나타난 지옥의 문도 주먹의 힘에 깨끗이 사라졌다.
"어……"
목곤과 목풍사를 비롯하여 모든 장로들과 제자들은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한 방에 목풍사의 살초를 부수다니?'
'역천무존이 네 경지를 넘어 무성 사 단계와 싸울 수 있다고?'
"목풍사, 목천성의 형님이지? 너도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뜻밖이다.
이렇게 하자, 내가 백 초식 양보할게. 그럼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는지 보자."
진남은 기고만장하여 비아냥거렸다.
물론 그는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목풍사가 속임수에 걸려들면 그와 몇백 합은 겨룰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이었다.
"너……."
목풍사는 순식간에 안색이 변하여 붉으락푸르락했다.
'나는 목부의 제이 천재이다. 한데, 백 초식이나 양보하겠다고? 너무 건방지구나!'
그는 화를 가라앉히고 목곤을 보며 소리쳤다.
"아버지! 이 자식을 폐물로 만들어 주십시오!"
진남의 강한 실력에 그는 깜짝 놀랐다.
때문에,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났지만 절대 진남과 싸우지 않을 거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버지더러 공격하여 진남을 폐물로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었다.
어찌 됐건, 진남이 폐물이 된다면 그는 진남의 천기전승을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존엄, 도의, 굴욕 등이 무슨 소용이야. 모든 수단을 쓰더라도 원수를 죽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