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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441화 (441/1,498)

441화 요광무조

진남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일성 전승에는 진남밖에 없었다.

그러니 천천히 해도 상관없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진남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산골짜기에서 기이한 바람이 불어왔다.

진남은 온몸에 닭살이 돋고 한기가 느껴졌다.

'전신의 몸도 한기를 느끼다니……. 대체 얼마나 추운 거야?'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추운데 바닥에는 얼음이 끼지 않았다.

이 한기는 보통 힘이 아니었다.

천기서는 재채기하더니 작은 발을 쳐들고 방어 태세를 취했다.

표정도 엄숙해졌다.

웅-.

진남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위기감이 들었다.

슉-!

산골짜기의 깊은 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시커멓고 큰 뱀이었다.

큰 뱀 머리에는 초록색 왕관이 있었다.

큰 뱀의 두 눈은 흰색을 띠고 있었고, 이빨은 붉은색이었다.

경지는 무성 일 단계였다.

큰 뱀은 빠른 속도로 진남의 앞에 나타나 시뻘건 입을 쩍 벌렸다.

입에서 독액이 뿜어져 나왔다.

독액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물어뜯는 척하고 독액을 뿜다니 영악한 놈이었다.

진남의 눈에 보라색 빛이 번쩍거렸다.

푸슉-!

진남이 손을 쓰기도 전에 찬란한 검광이 스치고 큰 뱀은 두 동강이 났다.

수많은 독액이 흩날리더니 진남의 몸으로 날아왔다.

피부에서 삼 촌 정도까지 가까이 왔을 때 전신의 몸이 위엄을 풍겨 순식간에 독액을 증발시켰다.

독액은 진남의 육체에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했다.

진남은 놀라지도 않고 앞을 주시했다.

위기감은 큰 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검을 날린 자에게서 온 것이었다.

머리를 풀어 헤친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그가 입은 흰옷은 무척 더럽고 머리카락은 산발이었다.

분명 더럽기 그지없었지만, 불편한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있었다.

나뭇가지를 검 삼아 무성 경지 일 단계를 단칼에 두 동강을 내었다.

"누구십니까?"

진남의 혈액은 무언가 느꼈는지 천천히 움직였다.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무성 경지 이 단계였다.

하지만 그의 몸 안에는 무성 이 단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중년 사내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눈으로 진남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 본명은 기억이 안 난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를 요광무조라고 하더구나."

진남은 살짝 놀랐다.

'요광무조? 그럼 이자가 무조 강자란 말인가?'

"어? 요광무조? 내가 알아. 염라대왕과 같은 세대 사람이야. 그는 동주의 강자야!

한데, 어찌 된 일이지? 왜 아직도 여기 살아있는 거지?"

양대 무조는 놀라서 두 눈을 부릅떴다.

"진남아, 조심하거라. 요광무조는 네 육체를 빼앗으려고 할 거다."

양대 무조는 미간을 찌푸리고 경고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탈사를 처음 겪는 건 아니었지만 조심해야 했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저는 진남입니다. 선배님께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이곳은 어딥니까?"

진남은 공수하고 물었다.

"이곳은, 천……."

요광무조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뒤쪽에서 두 개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응?"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두 여인이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왔다.

옥나찰과 모용설이었다.

두 사람은 심사를 통과하고 일성 전승에 왔다.

요광무조는 그 모습을 보자 두 눈에 빛이 스쳤다.

'한 사람밖에 없다고 했잖아?'

"천기도에 변화가 생겼나 보구나."

요광무조는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나 한 명이나 둘이나 셋이나 상관없었다.

"진남? 진짜 여기 있었구나!"

옥나찰은 기뻐하며 외쳤다.

모용설은 질투했다.

진남이 아무것도 안 하고 쉽게 얻은 일성 전승을 그녀는 갖은 수단을 모두 사용해서 겨우 얻었기 때문이었다.

"응……?"

두 여인은 요광무조의 존재를 발견하고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이유 모를 추위에 공법을 돌려 추위를 막았다.

"이분은 요광무조다."

진남은 움직이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소개했다.

이상한 전승지에 신비한 요광무조까지 더해졌기에,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됐다.

옥나찰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반면에 모용설은 놀란 표정으로 요광무조를 한참이나 훑어봤다.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다들 봤지? 이곳은 보물이 많지만, 위기가 가득하다."

요광무조가 말했다.

"나는 혼자서 금제를 이겨낼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 넷이 손을 잡는다면 이곳을 벗어나 전승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연합을 하자는 말입니까?"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냉소를 지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조 경지이신 분이 이런 처지가 되었는데 우리 넷이 연합을 한다고 해서 난관을 넘길 수 있겠습니까?

하니, 연합하고 싶다면 먼저 성의를 보여주십시오!"

"너희들이 모르는 게 있다."

요광무조는 진남의 말을 듣고도 오히려 차분하게 말했다.

"이곳은 천절산곡(千絶山谷)이다. 이 안을 깊이 들어가면 문혼로라는 길이 있다. 그 길은 이상해서 살아있는 사람 넷이 동시에 걸어야 금제에 먹히지 않는다."

"문혼로?"

셋은 깜짝 놀랐다.

진남은 이내 알아차렸다.

요광무조가 한 말은 거짓이었다.

문혼로는 살아있는 사람이 넷이 동시에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옥나찰과 모용설까지 마침 넷이었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까?

"믿지 못하겠으면 구경시켜 주마."

요광무조는 세 사람을 마주 보며 말했다.

"……그렇게 합시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고 대답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전신의 왼쪽 눈이나 다른 수단으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었다.

"너는 내 옛 벗과 닮았구나. 내 옆에서 동행해 줄 수 있겠느냐?"

요광무조는 모용설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뜻밖에 모용설은 머리카락을 넘기며 큰 눈을 깜박거렸다.

"저는 선배님과 같이 가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셋이 나란히 가겠습니다."

말을 하며 그녀는 진남 쪽으로 다가갔다.

순간 진남은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진 것처럼 휘청거렸다.

"나한테서 반 장 이상은 떨어지거라. 아니면 죽인다!"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곤, 차가운 눈빛으로 모용설을 바라보았다.

그의 왼쪽 눈은 모용설이 가까이 다가오며 마음을 홀리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느꼈다.

반응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마음을 홀리는 기술은 틀림없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을 것이었다.

"너……."

모용설은 몸이 굳었다.

그녀는 자신이 마음을 나쁘게 쓴 것은 전혀 모르는 듯 원망스럽게 말했다.

"너는 동주의 절세 전설이잖아. 너를 사모하고 가까이하고자 하는 마음뿐이야. 네가 지금 거절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내가 다가갈 기회조차 안 주는 거야?"

그녀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모용설을 보는 진남의 두 눈에 엄청난 살기가 드러났다.

그때, 요광무조가 몸을 날려 모용설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원한이 있으면 문혼로를 건너고 해결하거라. 문혼로를 건너는 게 우선이다."

진남은 살기를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가자."

요광무조는 앞장서서 걸었다.

모용설은 가볍게 탄식했다.

그녀는 원망과 허탈함을 동시에 느끼며 요광무조의 뒤를 따라갔다.

"이들은 이미 연맹을 맺었습니다. 조심합시다."

진남은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둘을 따라가며 옥나찰에게 전음했다.

그는 좀 전에 일부러 살기를 드러내고 떠본 것이었다.

옥나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넷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조용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쿵-!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요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극독을 품은 요수들이 연이어 뛰쳐나와 공격했다.

요광무조는 가장 앞에 서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는 나뭇가지를 휘둘러 요수들을 전부 죽여버렸다.

깊이 들어갈수록 요수들의 경지가 점점 강해졌다.

무성 경지 이 단계까지 되었다.

일 주 향이 탈 때까지 요수들을 죽이며 나아가던 요광무조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도착했다. 이곳이 문혼로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앞에 산 굴이 나타났다.

산 굴은 캄캄했다.

그 속에서는 방대하고 기묘한 힘이 일렁거렸다.

산 굴 앞에 비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위에 문혼로라는 세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문혼로는 좀 이상하구나……."

진남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문혼로의 금제를 살폈다.

금제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들이었는데, 핵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다.

보통 금제를 진남은 바로 뚫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혼로의 금제는 읽어내긴 했지만 한 방에 뚫을 수 없었다.

금제는 동시에 뚫어야 할 곳이 분포되어 있어서 약점이 없는 것과 같았다.

"도우, 네가 와서 해 보거라!"

요광무조는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슉-.

진남은 몸을 날려 문혼로에 올랐다.

쿵-!

엄청난 힘이 순식간에 산 굴 내부에서 깨어났다.

힘은 흉악한 요수처럼 달려들었다.

진남조차 안색이 변했다.

이 힘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났다.

슉-

옥나찰도 문혼로에 들어섰다.

엄청난 힘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문혼로는 이상하기 그지없다. 반드시 살아있는 사람 넷이 올라가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요광무조는 말하면서 모용설을 쳐다봤다.

둘이 날아서 동시에 문혼로에 올랐다.

모든 힘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문혼로의 금제가 멈추었다.

"요광무조가 한 말이 사실이구나!"

진남은 깜짝 놀랐다.

'나, 옥나찰, 모용설 그리고 요광무조까지 마침 넷이 모인 것이 천기도의 뜻인가?

재미있어……. 무척 재미있구나!'

진남은 입꼬리를 추켜올렸다.

그는 요광무조를 힐끗 보았다.

오른팔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문혼로에 올랐어! 하하!"

요광무조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요광무조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지금 문혼로에 있다. 당장 전승의 보물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어! 가자꾸나!"

진남은 앞으로 향했다.

모용설도 보물이 있는 곳이라는 말에 진남을 향한 원망의 시선을 거뒀다.

"허허, 진남. 모든 것이 너무 이상하지 않느냐? 내가 보기에 요광무조는 분명 꿍꿍이속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심하거라!"

양대 무조가 경고했다.

그들은 진남과 보물을 반으로 나누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요광무조를 경계했다.

천기서가 찍찍 소리를 냈다.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저도 생각이 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를 따라갔다.

문혼로는 어두컴컴하고 깊었다.

네 사람은 경지를 전부 드러내고 속도를 높였지만, 일 주 향이 탈 시간이 지나도록 끝에 도착하지 못했다.

"거의 도착했다!"

두 주의 향이 다 탈 때쯤 요광무조가 큰소리로 외쳤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왼쪽 눈에 보라색 빛을 반짝이며 살폈다.

앞쪽 이십 장 밖에 빛이 보였다.

마치 산 굴의 출구인 것 같았다.

"응……?"

진남은 깜짝 놀랐다.

문혼로의 끝에는 제단이 있었다.

제단은 길이가 삼 리로, 무척 넓었다.

제단 위에는 갈라진 틈이 여럿 있었다.

주변에는 돌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었다.

마치 큰 싸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엄청난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제단의 정중앙에는 주춧돌이 있었고, 그 위에 과일들이 있었다.

과일은 주먹 크기였고,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과일 주변에 검은 기운이 맴돌았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특이한 점이 없었다.

그러나 진남은 그 속에서 엄청난 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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