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화 요광무조의 계략
찍찍- 찍찍-!
천기서가 펄쩍 뛰었다.
천기서는 두 눈에 빛을 번쩍이며 진남에게 저 과일이 보물이라고 알려 주는 것만 같았다.
"어? 마찰적독과?"
양대 무조는 과일을 보더니 놀라서 저도 몰래 소리를 질렀다.
"마찰적독과가 진짜 존재하는 것이었구나!"
"진남, 저건 반드시 가져야 해! 저 과일을 먹으면 마찰지신(魔刹之身)을 가질 수 있고 사악한 기운이 침범하지 못한다.
역천개명할 수도 있고 지급 십품 무혼으로 변할 수 있다! 만약 이미 지급 십품 무혼이라면 과일을 먹으면 적독이라고 하는 능력이 생긴다.
적독을 펼치면 독이 하늘에 가득 퍼지고 해독할 수 없다!"
양대 무조의 말에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찰지신이 될 수 있다고? 역천개명할 수도 있고? 또, 지급 십품 무혼이라고 해도 엄청난 새 능력을 얻을 수 있다니! 너무 대단하잖아?'
"마찰적독과구나……."
요광무조는 그 과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욕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드디어 과일을 가져올 수 있구나! 지급 십품의 무혼이 있으면 천기도를 떠난 후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옥나찰! 저와 연합하여 저 과일을 가져옵시다!"
진남은 순식간에 전음했다.
보물이 눈앞에 있는데 어찌 그냥 둔단 말인가!
슉-.
진남과 요광무조가 동시에 움직였다.
둘은 번개처럼 빠르게 마살적독과를 향해 날아갔다.
둘은 상대방의 행동을 예견한 듯이 허공에서 시선을 마주 보며 강기를 터뜨렸다.
"놈! 너 따위가 나와 과일을 쟁탈하겠느냐? 썩 꺼져라!"
요광무조는 원형을 드러냈다.
아까의 좋은 말로 구슬리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살기를 드러내며 위압을 가했다.
동시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로 엄청난 검기를 풍기며 진남을 힘껏 후려쳤다.
진남은 그에 오른팔을 들었다.
쿵-!
폭발음이 들렸다.
진남은 뒤로 몇십 보 밀려나고 팔이 저릿했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아무렇지 않아?"
요광무조는 살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실력이 비범한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도 준비한 게 있다! 모용설 약속대로 이 녀석은 네가 잡아두거라!"
"약속을 잊지 마십시오!"
모용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는 진남과 달려오는 옥나찰을 번갈아 보았다.
"나를 잡아둔다고?"
진남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예상대로 모용설과 요광무조는 한패가 되었다.
'설마 요광무조는 모용설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무혼은 모습을 드러내라! 중생지경(衆生之境)!"
모용설이 외쳤다.
그녀의 몸속에 있는 열여덟 개의 마음을 홀리는 기술이 동시에 운행되었다.
열 개의 금빛이 그녀의 등 뒤에서 펼쳐지더니 금색의 주전자가 떠올랐다.
주전자는 분홍색 빛을 천지에 뿌렸다.
"진남! 안 돼! 그녀의 무혼은 환상 능력이 강해서 우리를 잡아둘 수 있어!"
옥나찰은 표정이 변했다.
전 같으면 무서워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발목이 잡히면 안 되는 순간이었다.
화르륵-!
분홍색 빛이 흘러내리며 진남의 눈앞에 변화가 생겼다.
그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수많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묘묘 공주, 강벽난, 난풍, 설몽 등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두 눈에 정을 가득 담고 얼굴은 상기된 채로 요염하게 걸어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마치 천당에 온 것 같았다.
매혹이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결계를 만들어 육체를 가뒀다!
"진남, 너 같은 절세 천재도 미인은 어쩔 수 없나 봐. 제대로 즐겨……."
모용설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녀는 흥분했다.
약속대로 요광무조가 마찰적독과를 뜯으면 그는 그녀를 도와 진남을 굴복시킬 것이었다.
그렇다면 진남은 그녀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었다.
이런 절세 천재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녀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베라!"
그때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환상의 경지에서 진남의 보라색 머리카락이 흩날리더니, 만 개의 존자의 힘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오른팔이 칼로 변하더니 환상을 베었다.
쿵-!
엄청난 도기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환상의 경지는 순식간에 찢어졌고, 남은 힘이 모용설을 덮쳤다.
전신의 칼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었다!
"헉……."
모용설은 경악했다.
'이, 이럴 순 없어! 내 환상의 경지가 찢어졌다고?'
"아, 안 돼! 요광무조…… 살려주……!"
모용설이 다급하게 외쳤다.
엄청난 공포가 그녀를 휘감았다.
말이 끝나기 전에 엄청난 도기가 그녀를 삼켰다.
칼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녀는 저항할 수 없었다.
모용설은 칼을 맞고 한 방에 목숨을 잃었다.
"요광!"
진남은 엄청난 기세로 왼쪽 눈으로 요광무조를 살폈다.
쿵-!
요광무조는 손을 내밀어 모용설의 몸을 잡았다.
그는 이를 드러내고 기이하게 웃었다.
"진남이라고 했지? 고맙다!"
"응?"
진남과 옥나찰은 모두 순간 당황했다.
'동맹이었던 모용설이 죽었는데 왜 고맙다고 하지?'
"궁금하지? 눈을 크게 뜨고 보거라. 하하하!"
요광무조는 통쾌하게 웃었다.
그는 모용설의 육체를 힘껏 잡더니 산산조각을 내 수많은 핏방울로 만들었다.
그리고 핏방울들을 하늘에 뿌렸다.
핏방울은 혈진(血陣)으로 변했다.
"혈살비영(血煞非靈). 진압하라!"
요광무조가 법인을 만들자 대진은 마찰적독과를 향해 우르르 떨어졌다.
우르릉-!
마찰적독과는 무언가를 감지한 것 같았다.
마찰적독과가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기운은 하늘로 솟아올라 혈진을 부수려고 했다.
요광무조의 입가에는 냉소가 번졌다.
펑-!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찰적독과의 기운은 혈진에 부딪혀 튕겨 나왔다.
혈진이 파열되면서 시커먼 피로 변해 아래로 뿌려졌다.
시커먼 피가 마찰적독과 위에 떨어지면서 지글지글 소름 돋는 소리를 냈다.
진남은 그제야 발견했다.
마찰적독과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설마 이건……."
그 순간, 진남은 바로 알아차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요광무조! 이런 계획이었구나!'
"하하, 이제야 알았느냐?"
요광무조는 고개를 돌려 진남을 바라봤다.
이 모든 것은 요광무조의 계략이었다.
모용설과 연합을 한 것도, 맹세를 한 것도 모두 사실이었다.
진남이 일성 전승에 나타나자 그는 진남의 경지를 바로 알아차렸다.
모용설은 절대 진남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모용설에게 진남을 상대하라고 한 것은 그녀를 죽게 하려는 것이었다.
모용설이 죽으면 그는 정혈을 가지고 혈진을 만들어 마찰적독과에 중상을 입힐 수 있었다.
그래야만 그가 마찰적독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선배님의 계략은 제가 간파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진남은 표정이 평소대로 돌아왔고 두 눈에서 엄청난 전의가 분출됐다,
"흥! 계략이 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느냐? 돌아오너라."
요광무조는 손을 흔들었다.
우르릉-!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문혼로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문혼로가 하늘을 찌를 듯한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문혼로가 법보였다니!"
옥나찰이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다. 이것은 법보가 아니다. 문혼로는 나의 경지다."
요광무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문혼로는 바로 그의 경지였다.
그는 생전에 무조 경지였다.
그런데 왜 경지가 이렇게 떨어졌을까?
천기도에 몰래 들어온 그는 강한 법보로 몸을 보호해도 천기도의 배척을 받고 무조 경지를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예 비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경지로 문혼로를 만든 것이었다.
때문에, 문혼로를 지나가려면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세 사람이든 그의 통제를 받아야만 했다.
그가 네 사람을 말하는 것은 진남 등 세 사람을 일부러 끌어오려는 목적이었다.
쾅- 쾅-!
마찰적독과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발버둥치며 엄청난 힘을 방출했다.
그것은 사방의 어둠을 붉게 물들였다.
"하하, 혈진이 별로 강하지 않은가 보구나. 하나, 일성 전승에 한 사람만 오는 줄 알았는데 두 명이나 더 왔으니 상관없다.
그럼 너희 둘로 내 혈진의 위력을 키워야겠다."
요광무조의 눈빛이 흉악해졌다.
그는 성큼성큼 발을 내디디고 내려왔다.
그의 뒤에 있는 문혼로도 따라 움직였다.
문혼로가 천지를 뒤덮었다.
동시에, 천둥소리를 내듯이 우르릉거리더니 위압이 더 강해졌다.
진남과 옥나찰은 문혼로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존재였다.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보였다.
문혼로는 요광무조의 경지로 만든 것이라 제기보다는 부족했지만, 반보제기보다는 더 강했다.
"이런 계략이 있었군요……. 대단하시네요.
한데, 왜 우리들을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선배님의 경지면 우리를 만났을 때 바로 죽여버리고 혈진을 형성해도 똑같지 않았습니까. 이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었습니까?"
진남은 그를 높여주며 진의를 물었다.
"나는 몰래 들어왔으니까. 바깥에서 경지를 전부 드러내면 천기도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일성 전승지에 도착했으니 전승을 열 수 있다. 아무리 강한 힘을 드러내도 천기도가 나서지 않을 것이다.
진남, 그럼 이만 죽어라!"
요광무조는 죽기 전에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는 듯이 진남의 질문에 답해줬다.
요광무조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자 문호로는 위압을 전부 가하면서 그들을 진압했다.
"그랬군."
의혹이 풀린 진남이 두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마찰적독과를 바라봤다.
"너한테 영이 있는 걸 알고 있다. 이런 것들마저 너를 차지하려고 하니 마음이 내키지 않을 거다. 나를 위해 문혼로를 잠깐 막아준다면 내가 저자를 죽여주마!"
진남은 신념을 불어넣었다.
마찰적독과는 깜짝 놀랐다.
진남의 말에 그것은 정곡을 찔렸다.
마찰적독과가 요광무조를 인정했다면 이미 그에게 갔을 것이다.
우르릉-!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찰적독과에서는 붉은빛이 폭발하면서 두 개의 큰 손으로 변했다.
그것은 문혼로를 강경하게 잡고 못 움직이게 했다.
우-!
마찰적독과가 포효했다.
진남에게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알려 주는 것만 같았다.
"응?"
요광무조는 순간 움찔했다.
그는 마찰적독과가 근본을 사용하여 문혼로를 막을 줄 몰랐다.
"혹시 네가……?"
요광무조는 무언가 깨달은 듯 내려다보았다.
"요광무조의 계략에 감탄했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사람 중에 오직 한 명과 비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힘으로 만법을 깨드린다는 말 들어본 적 있습니까?
아무리 많은 계략이나 음모도 실력 앞에서 덧없는 것입니다!"
진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전신무존을 돌파한 후 처음으로 모든 전의를 폭발시켰다.
그의 왼팔이 오른팔을 잡았다.
그는 칼을 뽑으려고 했다.
'단천도를 뽑아 하늘을 피로 물들이겠다!'
"하하하! 네놈에게 그만한 실력이 있다고 자신하는 거냐? 문혼로가 막는다고 해도 나를 죽일 수는 없다!"
요광무조는 잠시 당황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눈에는 진남이 죽기 직전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문혼로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날 죽이겠다고? 어이가 없군.'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