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화 저는 단청입니다
"단청……."
적풍운은 차가운 눈길을 거두고 대전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른 강자들은 불만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영패를 만들고 원석을 바친 후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광막을 지나 사람들은 커다란 누각 안으로 들어갔다.
누각은 아래부터 위까지 하품 방, 중품 방, 상품 방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사람이 입방했다는 뜻이었다.
이때, 최상품 방에서 빛이 뿜어 나왔다.
빛이 밝아지는 순간, 천둥이 강자들의 마음속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강자들은 안색이 순식간에 크게 변했다.
'좌성 최상품 방이다!'
적풍운이 온 것 때문에 강자들은 마음이 조금 우울했다.
그러나 좌성 최상품 방의 신비한 강자가 왔다니 강자들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
좌성 최상품 방의 신비한 강자는 전설이었다.
그가 성진각으로 오면 대부분 강자들은 성진석을 한 개도 만질 수 없었다.
적풍운도 안색이 굳었다.
그는 오늘 성진석을 건지려고 성진각으로 왔다. 그런데 신비한 강자가 백호성을 떠나지 않고 또 성진각에 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때, 쿵 하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머나먼 곳의 깊은 곳에서 하나의 찬란한 성진하가 용솟음쳐 올라왔다.
반짝이는 별들은 모두 성진석이었다.
휙!
좌성 최상품 방 안의 진남은 과감하게 손을 뻗어 성진하의 변두리를 잡았다.
그가 큰 손으로 삼백 개의 성진석을 잡았다. 그중 백삼십 개의 성진석이 눈부신 빛을 반짝거렸다.
이 광경을 본 강자들은 표정이 굳었다.
'고작 세 번에 백삼십 개를 잡았다!'
'좌성 최상품 방 안의 신비한 강자는 진짜 대단하구나!'
"빨리 손을 쓰거라!"
"손을 쓰지 않으면 없다!"
"에휴!"
강자들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모두 미친 듯이 손을 뻗어 성진석을 잡았다.
첫 번째 성진하는 이렇게 다 나눠 가졌다.
가장 많이 잡은 강자도 겨우 열 개뿐이었다. 진남이 잡은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 시진 후, 두 번째 성진하.
진남은 또 첫 번째로 손을 써 팔십 개를 잡았다.
이번 성진하의 성진석은 모두 흩어져있고 한데 모여있지 않아 많이 잡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세 번째 성진하가 왔다.
쿵!
진남은 손을 써 큰 손으로 삼백 개의 성진석을 잡았다. 이번에는 이백삼십 개의 성진석을 잡아 강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 * *
우성 최상품 방 안.
적풍운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성진석을 오십 개밖에 잡지 못했다. 평소에 비하면 매우 적었다.
'맞다, 계속 이 신비한 강자에게 만남을 요청해볼까? 지난번에 나를 거절했지만, 이번에는 응할지도 모르잖아?'
적풍운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좌성 최상품 방 안의 신비한 강자는 적어도 문도 노조 등급은 될 거다. 만약 강자와 사이가 좋아지면 이익이 클 것이다.'
적풍운은 빠르게 움직여 시녀를 불러 서신 한 통을 써서 그녀더러 좌성 최상품 방에 전하라고 했다.
* * *
좌성 최상품 방 안.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진석을 걷어쥐더니 돌아가려 했다. 그는 무존 경지에 진급해야 했다.
다만 그가 방문을 열자 시녀가 걸어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단청 대인, 이건 적풍운 대인이 보내온 서신입니다……."
성진각은 제 일 제후의 것이고 제 일 제후는 봉황영에서 나왔다.
때문에 성진각의 높고 낮은 시위, 시녀들은 당연히 봉황영의 편에 서고 단청과 적풍운 사이의 갈등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단청의 진짜 신분을 적풍운에게 알려줄 리 없었다.
"적풍운?"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적풍운이 옆 방에 있을 줄 몰랐다.
진남을 서신을 받자 바로 열어보았다.
선배님, 후배 적풍운입니다. 지난번에 선배님이 성진각에서 신위를 펼칠 때 전 바로 선배님의 옆 방에 있었습니다. 이번에 성진각에 와서 또 선배님을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인연인 것 같습니다. 선배님의 풍채가 존경스러워 시녀에게 부탁하여 이 서신을 보냅니다. 선배님께서 제 체면을 보시고 백호영으로 가서 얘기를 나눌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서신은 지난번보다 더 성의 있었다. 한 글자 한마디 모두 고민한 흔적이 가득했다.
진남은 눈길이 매우 이상해졌다.
'적풍운은 아직도 나를 신비한 강자로 생각하나? 서신에 후배, 풍채, 이런 말까지 쓰다니?'
"네가 나를 신비한 강자로 여기니 그럼 내가 무정하다고 나무라지 말거라."
진남은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지난번에 그와 적풍운은 아무런 갈등이 없었기에 적풍운을 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들은 이제 생사를 다투는 적이었다.
진남은 두말하지 않고 서신을 써 시녀더러 전해주라고 했다.
우성 방 안 적풍운은 시녀가 온 것을 보자 불안한 표정으로 서신을 받아 펼쳐봤다.
서신을 펼쳐본 그는 바로 매우 기뻐했다.
나에게는 규칙이 있다. 누구든 나를 만나려면 반드시 세 가지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도 영감탱이가 와도 만나지 않는다!
말에는 패기가 넘쳤다. 문도 노조를 문도 영감탱이라고 불렀다.
적풍운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일부 정상급 강자들은 성격이 좀 이상한 건 매우 정상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이런 패기가 넘치는 말은 보통 사람은 모방할 수 없었다.
"그럼 몇 가지 물건을 내놓자."
적풍운의 눈에 아까워하는 표정이 스쳤다.
그는 세 가지 물건을 꺼내어 저장 주머니 속에 넣고 또 서신을 써 시녀더러 전하게 했다.
* * *
좌성 최상품 방 안.
진남은 시녀가 가져온 저장 주머니와 서신을 보고 살짝 당황했다.
'적풍운이 진짜로 세 가지 선물을 보내다니?'
진남은 의문을 가지고 저장 주머니를 열어 전신의 왼쪽 눈으로 훑어봤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세 가지 물건은 각각 자모뇌액(子母雷液), 화영(火靈), 왕자주(王者珠)였다.
세 가지 모두 이보이고 방대한 힘을 갖고 있었다. 가치가 용연과 못지 않았다.
"대단하다, 대단해. 역시 백호영 영장이구나.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구나."
진남은 진심으로 감탄하고는 사양하지 않고 물건들을 전부 받았다.
"서신을 보자."
진남은 빠르게 서신을 펼쳤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선배님, 이 세 가지 작은 선물은 어떻습니까? 아, 아직 선배님의 존함을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이름이 뭐냐고?"
진남은 이 말을 보자 눈에 웃음이 스쳤다.
'이름을 알고 싶다고 하니 세 가지 이보를 봐서 알려주자.'
물론 진남이 세 가지 이보를 사기친 것은 이미 매우 쉽지 않았다. 만약 계속 사기 친다면 적풍운은 분명 의심하여 더는 보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었다.
진남은 바로 붓을 날려 몇 글자 적어 시녀에게 건네주고 훌쩍 떠나갔다.
시녀는 서신을 들고 우성 방 대문을 두드렸다.
적풍운은 다급히 금제를 풀었다.
그러나 시녀가 혼자 있는 걸 보자 의문이 들었다.
'설마 선배께선 세 가지 이보에 별로 관심이 없으신가?'
의문을 가지고 적풍운은 서신을 받아 열었다.
적풍운은 마음이 불안했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기에 선배의 성격이 어떤지 그는 전혀 몰랐다.
게다가 이보를 세 개나 썼다.
만약 상대방이 이보를 받고도 그를 만나지 않으면 그는 크게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적풍운은 서신을 펼쳤다. 서신에는 용이 날아오르고 봉황이 춤을 추는 것 같은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저는 단청입니다.
성진각을 떠나는 진남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이번에 그는 많은 양의 성진석과 세 가지 이보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또 적풍운을 골탕을 먹였다.
그는 적풍운이 서신을 본 후 어떠한 표정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아마 볼 만했을 것이다.
* * *
봉황영에 돌아온 진남은 수행대전으로 갔다.
"취영진(聚靈陣)!"
진남이 손가락을 튕겨 성진석으로 대진을 만들어 성진석의 효능이 최대로 발휘되게 했다.
그는 진법 가운데 앉았다.
몸이 살짝 떨리고 식해는 맑은 샘물을 주입한 것처럼 매우 깨끗해졌다.
"우선 용연잎을 삼키자!"
진남은 손을 저어 몇백 개의 용연잎을 전부 꺼내고 입에서 봉황시혼화를 뿜었다. 봉황시혼화는 활활 타올라 순식간에 용연잎들을 태워 새파란 액체로 만들었다.
액체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액체는 불꽃이 아무리 세도 수증기로 변하지 않았다.
진남은 바로 입을 벌려 액체를 전부 삼켰다.
화라락!
액체는 입에 들어오자 큰 파도처럼 크고 순수한 힘을 뿜었다.
힘은 경맥을 따라 빠르게 움직여 보이지 않는 원신 속으로 융합되어 들어갔다.
보이지 않던 원신이 심하게 흔들렸다.
"효과가 있구나."
진남의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용연과를 집어삼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의 피부에 기이한 보라색 빛이 가득 퍼졌다.
역천원신이 큰 세례를 받았다.
진남의 심신은 무존 경지로 가는 대문이 열린 것 같았다.
진남의 오성은 성진석, 용연잎, 용연과의 도움으로 엄청난 경지에 도달했다.
머리를 조금만 굴려도 무황, 무존 사이의 오묘함을 보아낼 수 있고 진리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하다!"
진남은 큰소리로 외치더니 나머지 스물아홉 개의 용연과를 한꺼번에 꺼내 전부 삼켰다.
순식간에 이변이 일어났다.
눈부신 보라색 빛이 반짝거리며 뿜어 나왔다.
진남의 원신은 방대한 힘의 세례를 받고 천천히 사람 형상을 이루었다.
사람 형상은 키 등등 여러 가지가 진남과 판에 박은 듯했다.
분신과도 같았다.
역천원신이 변한 것이었다.
"아직도 부족하다!"
진남은 이를 악물고 화영 등 세 가지 이보를 전부 꺼내 입에 넣고 연화했다.
세 개의 방대하고 짙은 힘이 순식간에 역천원신 속으로 들어가 원신의 오관이 전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진남과 똑같았다.
"……."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많은 지보를 삼켜 역천원신은 분명 진급했잖아. 그런데 왜 아직도 원신이지?'
그때, 진남의 형상으로 변한 원신이 입을 쩍 벌리더니 기운을 뿜어냈다.
기운들은 보라색인 것 같기도 하고 금색 같기도 했다.
기운들은 천지와 하나가 된 듯 엄청난 천지의 힘을 갖고 있고 무척이나 오묘했다.
하나, 둘, 셋…… 서른 개가 되어서야 멈췄다.
신비한 기운은 진남의 체내로 날아들어 갔다.
영지가 있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진남의 경맥에서 떠돌기 시작했다.
모든 경맥을 한번 돌자 진남의 몸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팍.
진남의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더니 진남의 무황 정상의 기세가 변하여 존자로 되었다.
서른세 개의 기운도 진남과 너나없이 하나로 융합되었다.
진남의 형상으로 변한 역천원신은 다시 원 상태를 회복하고 조용해졌다.
"이 서른세 개의 기운이 설마 존자의 힘이란 말인가?"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무의식 간에 신비한 기운으로 봉황시혼화를 움직였다.
봉황시혼화는 어떤 지지를 얻은 듯 기세가 미친 듯이 증가하여 온도가 폭등했다.
존자의 힘은 법보를 방어할 수 있고 무예를 움직일 수 있었다.
서른세 개의 신비한 기운은 존자의 힘이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