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화 성진각에 모이는 사람들
"뭐라고? 네가 소일백호 분신의 공격을 막았다고?"
진국현무는 놀란 표정으로 진남을 보았다.
'근원의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진남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전신의 왼팔의 도움으로 소일백호의 공격을 막았을 뿐이었다.
또 그날은 용연수가 손을 썼기에 공격이 많이 약해진 것이었다.
만약 소일백호의 분신이 전력으로 그를 공격한다면 막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진국현무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는 두 눈에서 차가운 살기를 반짝이며 말했다.
"적풍운이 봉황영을 배신하고 백호영에 들어갔다고? 소일백호가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우리 삼대 신수 중에서 그놈만 마음이 바르지 않다. 그놈은 십중팔구 선제 영정에 있는 물건을 눈독 들였을 것이다!
하나, 그놈이 감히 용연비경에서 손을 썼다는 것은 이미 자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니 그들은 분명 이번 제천대전에서 손을 쓸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벽화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선제의 영정은 무엇입니까? 왜 소일백호 등이 제천대전에서 손을 쓰려는 겁니까?"
진남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선제의 영정은 바로 선제가 죽은 후 자신의 육신으로 만든 조각상이다. 지금 황궁 깊은 곳에 세워져 있다."
진국현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선제의 영정 안에는 선제가 남긴 신비한 지보(至寶)가 있다. 지보를 얻으면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 소일백호는 지보에 눈독 들여 몇백 년 동안 줄곧 온갖 방법을 다하여 지보를 얻으려 했다."
진국현무의 말에 진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선제는 분천고국의 개국대제다. 나는 선제의 과거에 대해 모르지만, 그는 삼대 신수를 모이게 할 수 있고 삼대 신수들이 분천고국을 위해 힘쓰게 하고 또 커다란 동역에 천고 왕조를 건설했다. 그것만으로도 선제가 얼마나 대단하고 강한지 알 수 있다.'
그런 선제가 죽은 후 자신의 육신으로 조각상을 만들고 또 조각상 안에 지보를 남겼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때 주벽화가 말했다.
"제천대전은 먼저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다음은 선제의 영정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몇백 년 전부터 소일백호는 적풍운을 끌어들여 준비했다."
그의 눈에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슬픔이 스쳤다.
적풍운은 그의 후계자였다.
"적풍운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진남이 의심스레 물었다.
'선제의 영정 속에 숨겨진 지보는 나라가 설립되어서부터 설사 소일백호도 가지지 못했다. 그럼 설사 적풍운이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 텐데…….'
"적풍운이 지급 팔품 무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국현무가 말했다.
"오직 지급 팔품 무혼 이상이어야만 선제의 영정을 움직일 수 있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소일백호는 적풍운의 도움으로 선제의 영정을 움직이려는 걸 거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우리도 아직 알 수 없다."
주벽화도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단청이 강하여 연거푸 기적을 만들어냈지만, 그는 무혼이 지급 육품밖에 안 되었다.
턱없이 부족했다.
전체 분천고국에서 오직 적풍운의 무혼만이 지급 팔품에 달했다.
하여 그들이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었다.
오직 혈익봉황, 진국현무를 부활시켜야만 두 영의 위엄을 한데 뭉쳐 절대적인 실력으로 소일백호와 백호영을 진압할 수 있었다.
"지급 팔품 무혼이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선제의 영정을 움직이는 것에 이런 요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전신의 혼은 이미 지급 팔품으로 진급했었다.
'아니. 나의 무혼 등급은 아직 알려줄 필요가 없다. 제천대전이 시작되고 적풍운과 소일백호가 만약 진짜 선제의 영정에 손을 쓰려고 할 때 드러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결심했다.
비장의 수는 깊게 숨길수록 더 좋았다.
왜냐하면 제천대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임풍소가 삼백만 개의 원석을 갖고 와 진남에게 주었다.
저장 주머니를 받을 때 진남은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진남의 손이 떠는 걸 본 임풍소와 진국현무는 살짝 의문스러워했다.
'고작 원석 때문에 긴장하다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나와 봉황은 잠시 폐관해야 한다. 제천대전이 열릴 때까지 경지를 정상급이었을 때의 상태로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 명심하거라, 나와 봉황이 부활한 소식은 절대 밖에 알려서는 안 된다."
진국현무는 웅장하고 힘찬 목소리로 당부했다.
혈익봉황이 패기가 넘친다면 진국현무는 심오하고 현명했다.
"단청, 이 영패를 가져가거라."
임풍소가 손가락을 튕기자 청색 영패가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영패는 봉황 성령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비슷한 오묘함이 있었다.
현무 성령(玄武聖令)이었다.
영패를 쓰면 현무영에서 나온 강자들은 모두 반드시 도와줘야 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두 개의 영패를 가지고 있는 건 봉황영과 현무영을 잡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신분이나 배경을 겨룬다면 아마 전체 분천고국에서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진남과 주벽화는 임풍소와 몇 마디 이야기 나눈 후 떠났다.
"스승님……."
임풍소는 진국현무를 바라봤다.
"소야, 잘했다."
진국현무의 눈에 정광이 드러났다.
"이자는 혼돈지기를 가지고 있고 근원의 힘을 장악하고 있어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 이자가 상역 서주에 들어가면 아마 단번에 거물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단청이 도움을 청하면 그의 신분이 어떻든지 현무영은 반드시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임풍소의 두 눈이 단호하게 빛났다.
"네."
* * *
백호성, 백호영, 대전 안.
적풍운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 성광이 스치더니 말했다.
"이번에 실패하였기에 우리는 봉황영을 소멸할 수 없다. 그러니 제천대전이 열리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소일백호의 분신이 직접 강림했지만, 단청을 죽이지 못했다.
그들은 태자의 지위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단청과 봉황영에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백호, 그 물건을 얻었습니까?"
적풍운은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안심하거라."
소일백호의 커다란 형상이 대전의 깊은 곳에서 나타났다.
백호는 목소리가 낭랑했다.
"그 물건은 곧 얻을 수 있다. 그 물건만 얻으면 넌 선제의 영정 속의 지보를 꺼낼 수 있다. 지보를 얻으면 기다릴 필요 없이 봉황영, 현무영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다."
적풍운의 눈에서 예리한 빛이 반짝거렸다.
그는 지금 당장 단청을 죽이고 주벽화를 망가뜨리고 싶었지만, 지금의 형세로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잠깐 나갔다 오겠습니다."
적풍운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어섰다.
* * *
진남과 주벽화는 봉황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조금도 쉬지 않고 수행전으로 들어갔다.
"지금 나에게는 두 개의 지도가 있다."
진남은 중얼거리며 두 개의 지도를 전부 꺼냈다.
첫 번째 지도는 강벽난이 그와 거래한 것이었다.
유실약원에 대한 거라 공주에게 줘야 했다.
두 번째 고권은 강벽난이 이황자를 죽인 후 그가 이황자의 몸에서 얻은 것이었다.
'공주의 지도는 그녀가 나에게 연락이 와야만 이 일을 알려줄 수 있다. 시혈난해가 열리려면 아직 한 달 남았으니 한 달 후에 가면 된다. 시간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계획을 정리했다.
지금 당장 급한 일은 제천대전뿐이었다.
"제천대전이 열릴 때까지 아직 아홉 날이 남았다. 아홉 날에 존자의 경지를 돌파해봐야겠다."
진남은 손을 흔들어 서른 개의 용연과를 꺼냈다.
용연비경이 끝난 후 진남은 모든 용연과를 나누었다.
사마공에게도 열 개를 주었다.
또 사마공에게 한 개를 더 줘 강벽난에게 주라고 했다.
강벽난이 나타나면 상도맹으로 가서 용연과를 가질 수 있었다.
진남과 강벽난은 관계가 엄청 복잡했지만, 진남은 절대 빚을 떼먹지 않았다.
'서른 개의 용연과와 백 개의 용연잎이 남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 두 가지로 틀림없이 무존 경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 역천무황이라 원신이 대단하다.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
진남은 속으로 계산했다.
용연과와 용연잎은 사람의 경지와 오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는 이보를 더 찾아 계속 오성을 높여야 했다.
충분히 높은 오성이 있어야만 존자의 오묘함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역천원신을 진급시키고 탈바꿈할 수 있었다.
"성진각으로 가보자!"
진남은 눈이 밝아졌다.
성진석은 효능이 많아 사람의 오성을 높일 수 있었다.
만약 성진석을 충분하게 얻은 후에 용연과, 용연잎을 복용하면 아마 무존으로 진급하는 건 더 말할 것이 없었다.
"가자!"
진남은 머뭇거리지 않고 주벽화 등에게 인사한 후 바로 백호성으로 움직였다.
주벽화가 그의 몸에 신념을 남겨 살수나 강자가 진남을 습격하려 하면 주벽화는 언제든지 허공을 가르고 강림할 수 있었다.
* * *
진남이 백호성에 왔을 때 성은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백호성은 아주 번화하여 시끌벅적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은 모두 무인들이었다.
거리에는 진법이 반짝이고 있었다.
진법의 빛은 환상처럼 성지를 빛냈다.
제천대전은 큰일이었다. 분천황제가 직접 주관했다.
때문에 분천고국의 신하들과 아래의 몇백 개 성의 성주들은 모두 백호성으로 와서 함께 제천대전에 참가해야 했다. 늦으면 안 되었다.
"제천대전이 열릴 때면 매우 웅장하겠구나."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하고는 성진각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진남은 예전의 지인을 만났다. 지난날 제구성의 범씨 가문의 범심여였다.
범심여는 전보다 노련해졌다.
경지도 더 강해져 은근하게 강한 기질이 느껴졌다.
진남은 원래 아는 체하려 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단념했다.
제구성에서 누가 옳고 누가 틀렸든 범심여의 아버지는 그의 손에 죽었다.
"지난 일은 연기처럼 덧없다. 강자가 되는 길은 갈 길이 멀고 험난하구나. 길은 그대로지만 동행하는 사람은 자꾸 바뀌는구나."
진남은 뭔가 깨달았다.
진남은 깨달음이 자신의 심신을 더 강하고 확고하게 만든 걸 알지 못했다.
진남은 성진각에 도착하자 큰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단청은 이미 동주에 명성이 자자했다.
진남은 시녀에게서 좌성 최상품 방의 영패를 가진 후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기 위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가 성진각으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밖에서 바로 한차례 소동이 일어났다.
대전 안의 많은 강자들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적풍운이었다.
"적풍운이 어떻게 왔지?"
"쉿, 조용히 말하거라. 저번에 단청을 공격했다가 실패하여 적풍운은 엄청 화가 났다."
"휴……. 재수 없군. 그가 왔으니 내가 잡게 될 성진석도 적어졌잖아?"
많은 강자들은 투덜거렸다.
적풍운은 무덤덤하게 영패를 가지러 갔다.
단청이라는 이름을 듣자 그의 눈빛은 싸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