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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348화 (348/1,498)

348화 터져라!

쿵!

반보 무성 경지의 위압이 예고도 없이 그들을 눌렀다.

진남 등은 모두 안색이 변했다.

특히 이황자, 삼황자, 용호는 용연수의 힘에 밀려 뒤로 물러났다.

오직 진남과 강벽난만이 다시 담담한 표정을 회복했다.

용연수의 묵직한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아흔아홉 개의 용연과가 달렸다. 능력껏 가져가 봐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대한 용연수에서 여러 개의 기운이 솟구쳤다.

기운들은 전부 요존 일 단계였다.

기운은 무려 구백아흔 개였다.

"저게 뭐지?"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폈다.

그 기운들은 모두 커다란 벌레들이 내뿜는 것이었다.

벌레들은 길이가 삼 척이 넘었는데, 보라색 몸에 털이 빼곡했다.

입가에는 송곳니 두 개가 있었는데, 송곳니에는 부적이 감겨 있었다.

그것들은 계속 용연수를 물어뜯고 있었다.

삼황자도 얼굴빛이 달라졌다.

'저 벌레들은 뭐야?'

"이 벌레들은 탄선충(呑仙蟲)이다. 나는 이것들을 다치게 할 수 없다. 그러니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용연수가 말했다.

"이것들을 열 마리 없애면 용연과 한 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백 마리 이상 없앤다면 내 따로 상을 내리겠다."

진남은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다.

"탄선충에 비밀이 있는 거 아닐까?"

용호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교훈을 얻은 그는 이제 건방지게 굴지 않았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탄선충의 약점을 찾아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탄선충은 약점이 없는 것 같았다.

"조심하십시오."

용연수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면 탄선충들도 그렇게 쉬운 상대는 아닐 것 같았다.

"시작하거라!"

용연수가 입을 열었다.

"가자!"

삼황자가 앞장섰다. 그의 몸에서 금빛이 뿜어 나와 탄선충들에게 날아갔다.

그러나 충격적인 장면이 나타났다.

딱!

단단한 것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탄선충의 몸에 불꽃이 튕길 뿐 삼황자의 공격은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그것들은 용연수를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엄청난 방어력이구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동시에 몸을 날려 용연수에 뛰어오르더니 살초를 사용하며 탄선충을 죽이기 시작했다.

공격하다 보니 진남 일행은 깨달았다.

탄선충은 방어력이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

진남이 최강일격을 휘둘러도 겨우 탄선충 한 마리만 중상을 입힐 수 있었다.

거기에 다른 초식까지 사용해야 중상을 입은 탄선충을 죽일 수 있었다.

"이대로 계속하는 건 안 돼……."

진남은 강벽난을 힐끗 쳐다봤다.

강벽난은 죽음의 탄식으로 근원을 공격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탄선충을 죽이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그러나 구백아흔 마리의 탄선충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한 사람이 열 마리의 탄선충을 죽이려면 적어도 열 시진이 필요할 것이었다.

"송입은 일행이 둘 뿐이니 탄선충을 죽이는 속도가 우리보다 훨씬 늦을 거야. 그렇다면 그는 어떤 다른 수단이 있을지도 몰라."

진남은 문득 생각이 떠올라 이황자 송입을 돌아봤다.

송입과 요극은 살초로 탄선충을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겨우 한 마리를 죽였다.

진남의 눈빛을 눈치챈 듯 송입은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우습다는 듯 진남을 쳐다봤다.

마치 용연과 쟁탈전에서 자신들이 반드시 이긴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응?"

진남은 눈썹을 움찔했다.

"하하, 다들 미안해. 나에게 마침 탄선충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있구나……."

송입은 크게 웃으며 옥병을 꺼냈다. 옥병에는 파란색 액체가 담겨 있었다.

진남과 삼황자는 옥병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송입이 진짜 탄선충을 상대할 방법이 있는 걸까?'

꿀꺽.

송입은 고개를 쳐들고 옥병의 약을 삼켰다.

그의 몸에서 눈부신 푸른빛이 뿜어 나오고 보이지 않는 기세가 퍼졌다.

송입의 경지가 올라간 건 아니었지만 약을 삼키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죽어라!"

송입은 고함을 지르며 탄선충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졌다. 방어력이 강한 탄선충들은 별거 아닌 초식을 맞고 껍질이 터지며 피를 흘렸다.

고작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에 이황자는 탄선충 한 마리를 죽였다.

진남 일행은 그 모습을 보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이 탄선충 한 마리를 죽이는데 적어도 한 시진이 걸렸다.

그런데 송입은 고작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에 한 마리를 죽였다.

'방금 송입이 삼킨 약이 대체 뭐지?'

"용연수는 이미 반보 무성 경지이다. 그가 무성 경지를 돌파하려고 하니 천지에서 첫 번째 대겁을 내린 것이다. 탄선충은 대겁의 힘이 변한 것이다. 요수 같지만, 요수가 아니고 영지도 없다. 오직 용연수 몸 안에 있는 근원의 힘을 갉아먹겠다는 신념밖에 없다."

깅벽난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송입이 삼킨 것은 도액인데 무척 진귀해서 상도맹 본부에도 세 병 이상 없을 거다. 도액을 복용하면 도력을 가질 수 있고 탄선충을 억제할 수 있다."

진남 일행은 드디어 깨달았다.

이황자 송입은 이미 탄선충의 존재에 대해 알고 상도맹에서 도액을 가진 게 분명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송입이 탄선충을 죽이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나?'

"하하하! 단청, 셋째야, 봤느냐? 나는 일 주 향이 탈 시간이면 탄선충을 죽일 수 있다. 한번 발버둥 쳐보거라! 그래봤자 내가 이기겠지만."

송입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비경전에서 요극이 졌던 치욕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설욕할 수 있게 되었다.

진남은 그의 비웃음을 무시하고 다시 움직였다.

그는 불꽃, 얼음, 뇌정 등 여러 가지 힘으로 탄선충을 공격하며 약점을 찾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다.

탄선충들은 약점이 없는 것 같았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고 송입은 도액을 삼킨 뒤 엄청난 속도로 탄선충들을 죽였다. 한 시진이 지나자 그는 열 마리의 탄선충을 죽였다.

"용연과 하나를 상으로 주겠다."

용연수는 평온한 목소리로 빛이 반짝거리는 금빛 열매를 송입의 손에 떨어뜨렸다.

"좋다! 용연과를 한 개 얻었어!"

송입은 힘이 나서 용연과를 요극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건 너에게 상으로 주겠다!"

송입은 또 한마디 덧붙였다.

"어차피 용연과는 다 우리 거야!"

"이황자, 영명하십니다."

요극은 용연과를 들고 기뻐서 이황자에게 맞장구를 쳤다.

멀리 서 있던 용호는 둘이 맞장구를 치는 소리에 화가 버럭 나서 욕을 퍼부었다.

"용연과 한 개 가지고 난리를 떨기는! 너희들을 공격할 수만 있다면 흠씬 패줬을 거다!"

진남과 강벽난 그리고 삼황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표정이 더 무거워졌다.

다른 방법을 찾지 않으면 이황자에게 질 게 뻔했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반드시 있을 거다! 침착하자.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이런 때일수록 마음이 차분해야 한다!'

그는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강벽난의 말대로 탄선충들은 천지의 조화다. 영지는 없고 용연수 몸속의 근원의 힘만 먹는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전신의 왼쪽 눈을 움직이며 탄선충들을 관찰했다.

탄선충들은 꼭두각시처럼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입을 벌려 물고 용연수에서 근원의 힘을 뜯어갔다.

탄선충들에게는 근원의 힘만 보이는 것 같았다.

'잠깐……. 탄선충이 용연수의 근원의 힘을 먹는다면 혼돈지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지 않을까?'

하역 청룡 산맥에서 십육봉 대비에 참가했을 때 진남은 화익조, 성공뇌수가 혼돈지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귀한 보물로 혼돈지기를 바꾸기도 했다.

그렇다면 요수들에게 혼돈지기가 근원지기와 같다는 뜻이었다.

"탄선충이 혼돈지기에 흥미를 가진다면 그것들에게 혼돈지기를 삼키게 하고 내가 조종해서 그것들의 몸을 파괴하면 되겠어."

진남은 생각할수록 눈이 밝게 빛났다.

진남은 예전에 혼돈지기로 십여 개의 법보를 조종해서 폭발시켰다.

탄선충도 혼돈지기를 삼킨다면 진남은 그것들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한번 해보자!"

진남은 입을 벌리고 혼돈지기를 하나 뱉어 탄선충 옆에 떨어뜨렸다.

"응?"

용연수가 무언가 느꼈는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무줄기에 생긴 커다란 눈으로 내려다본 그것은 충격을 받았다.

'이 기운은 근원의 힘 아닌가?'

* * *

백호성 황궁의 금령전.

대신들은 수막에 펼쳐지는 광경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이황자가 일 주 향이 타는 시간에 탄선충을 죽였소."

"이황자가 도액을 준비했구먼. 용연비경에서 이황자가 용연과를 더 많이 가질 게 분명하오."

대신들은 감탄했다.

적풍운은 흐뭇하게 그들을 지켜봤다.

왕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황자가 이토록 철저하게 준비했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바로 그때 변화가 생겼다.

"어? 저건 뭐지?"

한 대신이 놀란 소리로 말했다.

다른 대신들도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괴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구백여 마리의 탄선충들이 용연수를 갉아 먹기를 중지하고 다른 곳으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적풍운도 미간을 찌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게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

* * *

용연비경 단장산 꼭대기 용연수.

이황자 송입은 탄선충을 죽이는데 푹 빠졌다.

'이 속도라면 하루 밤낮을 죽인다면 구백아흔 마리의 탄선충 중 적어도 칠백 마리는 죽일 수 있겠어. 단청 일행은 아무리 죽을힘을 다해도 기껏해야 이백 마리 정도 죽이겠지. 그럼 대부분의 용연과는 내 거야!'

송입의 두 눈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단청은 자기가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모르겠지?'

그때, 변화가 발생했다.

송입의 발아래에 있던 탄선충들이 고개를 돌리더니 뛰어갔다.

공격하려던 송입은 저도 몰래 탄선충들이 달려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구백여 마리의 탄선충들이 빠른 속도로 진남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이황자 송입 뿐만 아니라 삼황자, 용호, 강벽난 그리고 요극도 전부 어안이 벙벙했다.

'탄선충들이 용연수를 먹지 않고 단청에게 달려가다니? 이건 무슨 상황이지?'

"단청, 뭐 하는 거냐! 우린 탄선충을 죽여야 한다. 넌 지금……."

송입이 정신을 차리고 호통을 쳤다.

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진남이 그의 말을 끊었다.

"조용!"

진남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혼돈지기가 탄선충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구백여 개의 혼돈지기를 꺼내 주변에 뿌렸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탄선충들은 다급하게 혼돈지기로 달려들어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

"구백 개의 혼돈지기다. 제발 나를 실망시키지 마……."

진남은 이를 악물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심신으로 혼돈지기를 느꼈다.

탄선충이 혼돈지기를 전부 삼켰지만, 진남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혼돈지기가 그것들 몸속에서 아직 소화되지 않은 것을 느꼈다.

잠시 후 눈을 뜬 진남이 외쳤다.

"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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