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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31화 (231/1,498)

231화 궤단대전(詭丹大典)

당청산은 하역의 전설이었다.

마단 존자는 전성기 시절에도 당청산을 두려워하고 그를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당청산이 아직 살아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여기에 나타났다.

'무엇 때문일까? 설마 진남을 위해서일까? 그렇다면 진남은 대체 어떤 능력이 있기에 당청산이 모습을 드러내게 한 거지?'

"아, 기억났다. 전에 나에게 술을 사줬던 사람이지? 이름이… 마단…? 이었던 거 같은데, 맞느냐?"

당청산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안면이 있는 사이이니 길게 말을 하지 않겠다. 둘 중에 선택하거라. 첫째, 평생 노예가 된다. 둘째 죽는다."

퍽!

마단 존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평생 노예로 살라고? 존자인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죽는 건 더욱더 싫어.'

마단 존자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청산은 뱉은 말을 반드시 지켰다.

마단 존자는 문득 진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남이 진지하게 충고했었는데 새겨듣지 않은 그의 잘못이었다.

마단 존자는 크게 후회했다.

당청산이 올 줄 알았더라면 진남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

"저… 혹시 협상할……"

마단 존자는 물밀듯이 올라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한 세대를 풍미했던 존자의 위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당청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마단 존자는 당청산의 작은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마단 존자는 마음속에서 경종이 울리는 것 같았다.

'큰일 났다! 당청산이 공격하려고 해!'

이때 변화가 생겼다.

섬의 허공이 찢어지더니 세 개의 형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단목 봉주, 장 봉주, 나 봉주였다.

셋은 당청산의 전음을 듣고 분신을 보냈기에 마침 딱 맞춰 도착했다

마단 존자는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그는 그들을 잘 알았다.

그들은 하역을 종횡무진 휩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예전의 그 일 때문에 당청산은 양대 성지의 공격을 받았고, 셋도 서로 흩어져서 얼굴을 드러내는 일이 적었다.

그런데 오늘 그런 네 사람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었다.

'진남을 구하기 위해서 나타난 거야?'

"마단?"

단목 봉주 셋은 한눈에 마단 존자를 알아보았다.

'아직 살아 있었군.'

"죽어라!"

당청산이 한마디를 뱉자 천지가 살기로 가득 찼다.

"멈추시오!"

마단 존자는 죽음의 변두리에서 계속 영혼마화로 진남의 영혼을 활활 태웠다.

진남의 영혼은 이제 거의 투명해졌다.

그는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하며 고함을 질렀다.

"당장 멈추시오! 당신들이 공격한다면 나는 이놈의 영혼을 죽여버리겠소! 함께 죽기밖에 더 하겠소?"

"응?"

당청산은 걸음을 멈추었다.

단목 봉주 등도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살, 살황… 그리고 세 분……"

마단 존자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나는 이 녀석이 여러분과 이토록 깊은 관계일 줄은 몰랐소. 내가 잘못했소. 부디, 부디 한 번만 봐주시오."

"한 번만 봐달라고?"

당청산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꿈 깨거라!"

슉!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당청산의 그림자가 허공을 가로질러 마단 존자의 머리 위로 다가왔다.

마단 존자는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는 당장 고함을 질렀다.

"당청산, 나를 죽이면 나는 이놈과 같이 죽겠소!"

말하면서 그는 진남을 향해 영혼마화를 더욱 활활 불태웠다.

"진남을 먼저 구합시다!"

단목 봉주 등은 이미 신력을 모으고 있었기에 이동술로 진남을 옮기려고 했다.

마단 존자는 아직 경지가 다 회복되지 않았기에 네 명 앞에서 한 방에 진남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당청산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손에 든 흑도를 사정없이 마단 존자를 향해 휘둘렀다.

그 찰나, 영혼 마화에 의해 불타던 진남의 영혼은 무너지기 직전에 깊숙한 곳에 숨겨진 태고의 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동시에 섬의 허공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풍뢰전화(風雷電火)의 힘들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당청산은 안색이 변했다. 단목 봉주 등도 안색이 변했다.

마단 존자의 표정도 그대로 굳었다.

그들은 엄청난 힘을 느꼈다. 그 힘은 존자보다 강했고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금기를 건드렸으니 죽어 마땅하다!"

차가운 태고의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커다란 형상이 천천히 나타났다.

그는 온몸이 보이지 않는 힘에 싸여져 있어서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이게……"

당청산과 단목 봉주 등은 모두 표정이 변했다.

마단 존자도 당황했다.

'금기를 건드리다니? 눈앞의 진남이 금기란 말인가?'

넷이 반응하기 전에 방원 백 리의 허공이 부서지고 오래되고 위엄 있는 형상이 나타났다.

우뚝 서 있는 모습은 엄청난 위엄을 풍겼다.

"무엄하다!"

호통 소리에 천지가 무너질 것 같았다.

나타난 사람은 청룡 성주였다.

"스승님!"

"성주!"

단목 봉주 등도 안색이 변했다.

당청산도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이게 무슨 일일까? 스승님이 직접 나서다니?'

그들은 청룡 성주와 알고 오래 알고 지냈기에 그를 잘 알았다.

청룡 성주가 직접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양대 성지의 제자 선발 대회에서도 비양 성주가 나타났기에 청룡 성주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니 진남이 위험에 빠진 일로 모습을 드러낸 건 희귀한 일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저 거대한 물건은 뭐란 말인가? 왜 나타난 걸까? 금기라는 건 또 뭘까?'

많은 의문이 빠르게 네 사람의 머리를 스치고 지났다.

마지막에 그들은 같은 결론을 얻었다.

진남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신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단 존자는 당황했다.

몇백 년 동안 하역을 휩쓸고 다니면서 생긴 식견도 부족한 것 같았다.

진남은 절세 인재가 틀림없었다.

살황 등이 나타난 것도 마단 존자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신비한 존재에 청룡 성주까지 나타났다.

'청룡 성주까지 불러올 수 있다니! 게다가 신비한 존재도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진남이 위협을 받았다고 거물급 인사들이 전부 나타났단 말인가?'

"죽거라!"

청룡 성주는 마단 존자를 바라보며 호통쳤다.

말이 떨어지자 성자의 위력을 뿜었다.

마단 존자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의 석상은 빠른 속도로 부숴지기 시작했다.

"성주 어르신! 살려주십시오! 하인이 되겠습니다!"

마단 존자는 비명을 질렀다.

그는 양대 성지의 추격에 백 년 동안 스스로 봉인하고 무종비경이 되었다.

이제 겨우 육체를 다시 얻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없었다.

존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백 년 동안 쌓인 삶에 대한 갈망은 하인이 되더라도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너는 누군가의 하인이 될 자격이 아직 없다. 그러나 기회를 한번 주마. 스스로 궤단대전이 되어 진남을 돕거라!"

청룡 성주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마단 존자의 몸에서 뿜어 나오던 멸망의 기운도 멈추었다.

"네? 궤단대전이 되어 진남을 도우라고요?"

마단 존자는 표정이 급변했다.

궤단대전은 마단 존자가 어린 시절에 만난 기우였다.

그것은 단도경서(丹道經書)였는데 매우 대단했다.

마단 존자는 그 경서 덕분에 많은 단약을 만들었는데, 만드는 방법이 무척 괴이하여 마단이라고 불렸다.

지금 마단 존자는 육체가 없고 존자의 힘만 남아 있으니 궤단대전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면 궤단대전은 단순한 경서가 아니라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진귀한 보물이 될 수 있었다.

청룡 성지의 하인이 되면 그는 언젠가 무성 경지가 되고 하인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궤단대전과 하나가 되면 마단 존자는 삶에 희망이 거의 없었다.

단목 봉주 등도 청룡 성주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마단 존자는 존자 경지까지 올랐고 하역의 거물급 인사였다.

하인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자신을 희생하여 진남을 돕는 건 불가능했다.

"진남을 도울 수 있는 건 너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고민을 해? 네가 오늘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내가 창생을 대표해서 너를 진압하겠다."

이때 하늘에서 거대한 물건의 차가운 목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쿵!

태고의 힘이 떨어져 유성처럼 마단 존자의 몸에 떨어졌다.

"헉……"

마단 존자는 대뜸 안색이 변했다.

그는 몸이 저절로 오그라들었다.

마치 거대한 손이 양쪽에서 가운데로 누르는 것처럼 반 개의 호흡을 채 하기 전에 눌려서 경서로 변했다.

경서는 전체가 고석으로 되어 있고 위에 무늬가 가득 새겨져 있었으며 은은하게 존자지력이 느껴졌다.

"이게……"

당청산과 단목 봉주 등도 놀라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마단 존자는 더 이상 존자의 신분이 아니지만, 경지가 여전히 엄청났다.

그런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억지로 궤단대전과 하나가 되었다.

"합하라!"

청룡 성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궤단대전은 날아가서 진남의 몸에 들어갔다.

쿵!

진남의 영혼이 순식간에 제 자리로 돌아왔다.

그의 식해와 육체의 봉인도 서서히 풀렸다.

그리고 궤단대전이 그의 몸에 들어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상처를 회복시켰다.

그러나 진남은 의식불명이라 벌어진 일들을 알지 못했다.

청룡 성주는 한참 동안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떠나려고 했다.

이때 하늘의 신비한 거물이 입을 열었다.

"고작 무성 경지가 내 존재를 알아보다니."

당청산, 단목 봉주 등은 몸과 마음을 흠칫 떨었다.

그의 말은 다른 깊은 뜻이 있었다.

청룡 성주는 탄식하더니 말했다.

"세상에 나타나지 마오. 자네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사람들이 지켜볼 테니까."

말을 마친 청룡 성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공의 틈으로 들어갔다.

허공의 틈이 거의 닫힐 때쯤 그의 목소리가 또 들렸다.

"청산, 노력하거라. 나는 너를 탓하지 않는다."

당청산은 몸을 흠칫 떨었다.

* * *

하늘에 떠 있는 신비한 거물은 사실 무연각이었다.

무연각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각 관문의 심사관과 신비한 청년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이 나선 것은 진남의 비밀이 폭로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그런데 고작 무성의 존재가 그들의 신분을 알아볼 줄은 몰랐다.

무성이 대륙의 비밀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고작 무성 경지가 어떻게 우릴 아는 거지?'

"저자가 누구지?"

청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하역에서 그들의 신분을 발견한 건 청룡 성주가 처음이었다.

* * *

하늘 위의 신비한 거물은 청룡 성주가 사라진 후 얼마 머물지 않고 사라졌다.

섬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이번 일은 내 상상을 훨씬 벗어났소."

단목 봉주가 적막을 깼다.

"스승님의 생각을 우리가 추측할 필요는 없소."

장 봉주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우린 그저 죽음의 바다가 다시 열리는 날 진남이 우리의 희망이라는 것만 알면 되오."

"셋째 형님의 말이 맞소."

나 봉주도 끼어들었다.

당청산은 침묵했다.

단목 봉주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셋째 동생의 말이 맞다. 죽음의 바다가 열리면 동주의 두 종문들도 오겠지? 진남이 죽음의 바다를 조용히 넘고 청룡 성지를 대표해서 그 두 종문에 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

"맞소."

장 봉주와 나 봉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당청산을 바라보았다.

당청산이 여전히 침묵하자 그들도 말을 건네지 않고 함께 침묵했다.

그리고 동시에 시선을 진남에게 돌렸다.

'궤단대전을 얻은 진남의 경지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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