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229화 (229/1,498)

229화 네 몸을 내놓거라

“스승님, 저자를 죽이세요. 저자는 화근이니 절대 살려두면 안 돼요!”

강벽난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응?”

패기 넘치는 노인은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남의 등 뒤에 서 있는 전신의 혼을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곤 이내 그의 몸에서 살의가 일었다.

“내 제자가 왜 졌는가 했더니 네 놈은 현급 십품 무혼이었구나. 이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라면 훗날 반드시 강적이 될 테니 널 살려둘 수 없다.”

패기 넘치는 노인의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섬의 사방팔방에서 파도가 치면서 엄청난 소리가 들렸다.

노인의 분노가 천지에 널리 퍼졌다.

그의 분노가 하늘의 분노를 대표하는 것 같았다.

수사들은 마음이 떨렸다.

노인의 엄청난 분노에 수사들은 심신이 무너져 내렸다.

“존자의 신념 따위가 나를 죽이려고? 정말 꿈도 야무지구나. 강벽난, 죽어!”

진남은 몸의 전투 의지가 더욱 강렬해졌다.

진남은 거리낌 없이 허공을 가리키며 손가락 끝에 엄청난 흡입력을 드러냈다.

그리고 몸에 있던 화염, 용문금단, 온몸의 의지를 전부 한데 모았다.

“최강 살초, 취천 일격!”

쿵!

손끝에서 광점이 순식간에 뿜어져 나왔다.

무인들은 강벽난이 불러난 노인의 위압감에도 진남이 일격을 날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가?’

“죽고 싶은 게로구나!”

패기 넘치는 노인은 버럭 화를 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감히!’

노인의 손은 엄청나게 큰 손으로 변하더니 허공을 덮으며 매섭게 내리쳤다.

취천 일격은 위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존자 신념의 공격 앞에서 반딧불과 별빛처럼 그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무엄하다! 내가 마음에 든 사람을 감히 공격하느냐!”

별안간 노하여 호통치는 소리가 울리더니 존자지위(尊者之威)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노인과 진남은 어리둥절해졌다.

노인은 갑자기 존자가 강림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진남도 의문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목소리는 살황 당청산의 목소리가 아니다. 살황이 온 것이 아니라면 어느 존자가 강림한 걸까?’

이때 섬이 쾅 하고 흔들리더니 땅 위에서 수많은 핏빛 무늬가 뻗어 세 개의 석상으로 들어갔다.

세 개의 석상은 밝은 빛을 내더니 하나의 거대한 석상으로 합쳐졌다.

석상은 길이가 아홉 장에 달하고 눈이 빛나고 생기가 넘치며 생명의 기운이 요동치고 있었다.

석상이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날리자 허공이 산산이 부서져 패기 넘치는 노인의 공격을 허공 속에 삼켜버렸다.

“마단 존자!”

패기 넘치는 노인은 깜짝 놀랐다.

진남도 심장이 떨렸다.

수백 년 전 양대 성지의 추격을 피해 숨은 마단 존자가 이 상황에서 되살아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진남의 취천 일격은 곧게 날아가 강벽난을 공격했다.

“살려……”

강벽난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마단 존자,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 감히 건방을 떨다니!”

노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취천 일격을 손으로 꽉 잡았다.

쿵!

광점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위압을 방출하자 패기 넘치는 노인은 손바닥이 살짝 떨렸다.

살짝 떨려서 알아채기 어려웠지만 패기 넘치는 노인은 깜짝 놀랐다.

‘무왕 경지 정상의 강자가 이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니? 절대로 살려두면 안 된다.’

“죽어라!”

노인은 고함을 질렀다.

소리가 허공에서 폭발하더니 수많은 허공의 파편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들은 허공흑동(虛空黑洞)으로 뭉쳐 진남을 눌렀다.

‘이 자는 절대 살려둘 수 없다.’

“내가 회복되지 않은들 어떠하냐? 신념뿐인데 여기서 멋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꿈 깨거라!”

마단 존자의 석상이 고함을 지르자 목구멍에서 엄청난 마광(魔光)이 뿜어 나왔다.

그러자 허공흑동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남은 힘이 무자비하게 노인을 공격했다.

노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 나오던 빛이 많이 어두워졌다.

강벽난은 노인의 보호를 받아 대부분의 충격은 피했다.

하지만 여파만으로 그녀는 온몸의 뼈가 부서져 비명을 질렀다.

노인과 마단 존자는 실력의 백 분의 일도 발휘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싸움은 여전히 엄청난 대결이었다.

강벽난은 하마터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뻔했다.

“쓸모없는 놈!”

노인이 욕설을 퍼부었다.

강벽난이 막고 있어 노인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마단 존자, 건방지게 굴지 말거라. 오늘 나는 그저 신념이 강림했을 뿐이다. 지금 내 몸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네가 세상 끝까지 도망가도 쫓아가서 죽여버릴 거다.”

노인이 외치고는 허공의 갈라진 틈으로 뛰어들어 떠나려 했다.

“전에 내가 하역을 종횡무진 누빌 때 너는 태어나지도 않았어. 한데, 지금 나한테 쫓기면서 오히려 날 위협하다니, 죽고 싶은 게로구나!”

마단 존자는 버럭 화를 냈다.

그는 시뻘건 입을 벌려 엄청난 마광을 허공의 갈라진 틈에 때려 넣었다.

쿵! 쿵! 쿵!

방원 삼십 리에서 연거푸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패기 넘치는 노인은 중상을 입었고 하마터면 형상이 무너질 뻔했다. 그는 다급하고 화가 났지만, 다시 도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둘러 떠났다.

“강벽난.”

진남의 두 눈에서 불을 뿜었다.

‘강벽난은 운이 좋구나. 당청산이 왔다면 그녀가 어찌 도망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진남은 이미 당청산에게 전음을 했다.

강벽난이 지금 도망쳤다 해도 당청산이 오면 상도맹 본부로 쳐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는 절대 강벽난을 살려둘 수 없었다.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화를 참았다. 그리고 공수하고 인사했다.

“선배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꽤 아슬아슬했다.

마단 존자가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진남은 패기 넘치는 노인의 공격을 받아 죽었을지도 몰랐다.

무인들도 점차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눈앞의 엄청난 석상을 보자 두려운 마음이 덜컥 들었다.

‘진짜 마단 존자야!’

수백 년 전에 마단 존자는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양대 성지의 추격을 받고도 죽지 않은 엄청난 존재였다.

“고맙다고? 녀석, 고마우면 네 몸을 내놓거라.”

마단 존자는 냉소를 지었다.

그의 몸에서 수많은 흑무(黑霧, 검은 안개)가 퍼져 나와 사방으로 이리저리 굴러가 온 섬을 덮어버렸다.

하늘과 땅이 캄캄해지고 으스스한 마기(魔氣)가 느껴지며 마왕들이 포효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전에 강벽난도 봉인을 건드려 마기를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의 마기와 비하면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런.”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채 회복되지 않은 마단 존자가 나서서 노인을 막아준 것은 진남의 몸이 욕심났기 때문이었다.

“진남! 도망가야 해!”

그때 묘묘 공주가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반보 무황 경지의 힘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진남의 어깨를 잡고 도망가려 했다.

“도망가려고?”

마단 존자는 더욱 차갑게 웃었다.

그의 오른발이 허공을 향해 디디자 보이지 않는 허공파문(虛空波紋)이 일렁이며 묘묘 공주의 몸에 부딪혔다.

쿵!

묘묘 공주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순식간에 날아갔다.

그녀는 기운도 한없이 약해졌다.

반보 무황 경지였던 묘묘 공주와 마단 존자는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컸다.

“하하하!”

마단 존자는 미친 듯이 웃었다. 그의 두 눈은 흥분에 들떠 있었다.

‘역시! 역시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어! 진남은 현급 십품 무혼에 엄청난 힘을 가진 용문금단도 있어. 이런 천재의 몸을 차지한다면 나도 과거의 늠름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어! 시간이 지나면 무성의 경지를 뚫고 하역의 지존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무인들은 등골이 오싹했다.

마단 존자가 진남의 몸을 얻기 위해 나타났다는 말에 무인들은 시름을 놓았다.

진남의 몸을 빼앗는다면 그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어서 가자.”

무인들은 시선 교환을 하더니 재빨리 자리를 뜨려고 했다.

“도망가려고?”

마단 존자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애송이들아, 얌전히 서서 내가 삼키기를 기다리거라. 아니면 죽지 못해 살 게 만들 거다.”

무인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마단 존자가 우리도 삼키려는 걸까?’

“진남 사형, 어서 도망가십시오.”

그때, 양개 등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진남의 앞에 막아서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진남에게 상처를 입히고 폐를 끼쳤지만, 진남은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은 지금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진남에게 생존의 기회를 주려고 했다.

진정한 천재인 진남이 살아남게 된다면 훗날 하역에서 눈부신 성과를 빛낼 수 있었다.

“이런 애송이들.”

마단 존자는 화가 났다.

그는 하역을 종횡무진 누비던 위풍당당한 존자였다.

‘고작 무왕 최고 경지의 놈들이 내 앞을 가로막아?’

“죽어라.”

그는 손가락을 뻗어 그들을 전부 죽이려고 했다.

“그만하십시오!”

진남의 호통 소리에 마단 존자는 살짝 굳어서 그를 바라봤다.

“마단 존자, 당신이 삼켜야 할 사람은 저입니다. 저자들은 무관하니 보내주십시오.”

진남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 몸을 빼앗으려고 하는 걸 압니다. 저자들을 보내주지 않으면 저는 자폭할 겁니다.”

진남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진남!”

“진남 사형!”

묘묘 공주와 양개 등은 안색이 변했다.

무인들은 기뻤다.

‘진남은 인품이 참 괜찮단 말이야. 우리도 풀어주다니.’

“그래?”

마단 존자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자폭? 자폭은 엄청난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다. 무인의 경지는 얻기 힘들어서 쉽게 망가뜨리지 않는다. 특히 진남과 같은 천재는 쉽게 자폭할 수 없지.’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바닥에서 엄청난 힘을 뿜어내며 무인들을 향해 내리치려고 했다.

웅!

진남의 용문금단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그 속의 각종 기운이 신속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로 자폭하려고 했다.

“너……”

안색이 변한 마단 존자는 얼른 손을 떼고 이를 악물었다.

“지독한 놈! 모두들 물러가거라!”

묘묘 공주와 양개 등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더러 가라고? 진남을 여기에 남겨두고? 우리가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일을 한단 말이냐.’

무인들은 서둘러 떠났다.

진남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진남은 묘묘 공주 등을 힐끔 쳐다보더니 입술을 움직여 신념을 전했다.

묘묘 공주는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양개, 너희들은 나를 따라오거라. 마단 존자는 진남을 다치게 할 수 없어.”

양개 등 다섯 명은 약간 어리둥절해졌다.

‘진남을 다치게 할 수 없다고? 무슨 농담을 하는 거야? 마단 존자는 전성기가 아니지만 무황 최고 경지의 강자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을 텐데?’

묘묘 공주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다섯 손가락을 쭉 뻗어 양개 등을 붙잡았다.

그녀는 강제로 끌고 가며 그들에게 어떠한 반응을 보일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묘묘 공주는 떠날 때 마단 존자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