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화 이건 내 몫이다!
강벽난의 무혼은 서심 무혼이었다.
그녀의 무혼은 다른 사람의 선악 본질을 보아내 허점을 빌어 치고 들어가 상대의 마음속의 여러 가지 악념을 극대로 확대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양개 등은 안색이 사나워졌다!
'맞다! 진남은 무혼이 황급 십품인데 어떻게 우리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거지? 우리야말로 천재이고 진남은 기우를 만났을 뿐이잖아! 우리는 응당 진남보다 더 강할 거야!
진남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얕잡아보는 거지? 반드시 진남을 죽여버릴 거야!'
양개 등은 강벽난에게 매혹되어 강벽난의 명령을 들었다.
진남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틈을 타 검을 휘둘렀다.
그들이 검을 뽑아 진남의 머리를 내리치려고 할 때 공허한 눈동자에 정신이 들었다.
그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을 드러냈다.
'우리 무슨 짓을 한 거지? 사형에게 검을 휘두르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진남에게 검을 휘두르면 안 돼!'
그러나 그들의 몸이 통제를 받지 않았다.
"진남 사형!"
다섯은 격렬하게 발악하며 속으로 외쳤다.
'절대 검을 휘둘러서는 안 돼! 절대 진남 사형을 죽이면 안 돼!'
급박한 순간 진남이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은 화염이 일고 있었다.
그는 장검 다섯 자루를 모두 손에 잡았다.
펑 하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강벽난의 무혼이 양개 등을 미혹했구나!'
진남은 다섯 사람의 놀란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다.
그는 온몸의 힘을 모아 크게 외쳤다.
"청심당마결! 빨리 정신을 차리거라!"
싸우기 전에 진남은 이미 체력을 많이 소모했었다.
다섯 개의 검에 찔리니 그의 몸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온몸의 힘을 쓰자 용문금단도 빠르게 어두워졌다.
큰 종이 나타나더니 양개 등을 향해 튕겼다.
댕!
양개 등은 영혼이 종소리에 맞아 나올 것만 같았다.
서심 무혼의 여러 가지 영향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그들은 짧은 공백을 거쳐 정신을 차렸다.
"진남 사형……"
양개 등은 모두 울상이 되었다.
"괜……"
진남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대한 힘이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그를 때렸다.
장검에 찔려 생긴 상처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상처가 커지며 수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하하! 진남, 당신은 진짜 의리를 중히 여기는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사제들을 구하기 위해 피해를 감수하다니요!"
강벽난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 네게 용문금단이 있어 하늘을 거스르는 능력이 있다고 한들 결국 자신의 사제들의 칼에 찔리고 사제에게 맞아 중상을 입지 않았느냐. 이번 싸움은 내가 이겼어!'
"진남 사형!"
양개 등은 안색이 확 변했다.
눈앞의 광경에 그들은 심장이 칼에 찔린 것만 같았다!
'진남이 우리를 안중에 두지 않는다고? 진남이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에 유혹되다니? 이 세상에서 누가 진남처럼 칼에 찔리고도 아무 원망 없고 오히려 마지막 힘을 발휘해 우리를 깨울 수 있을까! 우리 때문에 진남은 벼락에 맞은 것처럼 큰 상처를 입었다!'
"진남!"
사람들 속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건 묘묘 공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바보! 왜 저렇게 어리석어!'
"강벽난, 네가 진남을 털끝이라도 다치게 하면 내가 너희 상도맹을 모두 매장해버릴 거야!"
묘묘 공주의 안색이 싸늘해졌다. 그녀의 몸에서 태고 위엄이 뿜어 나왔다.
그녀를 협공하던 열몇 명의 수사들은 모두 표정이 변했다.
큰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퍼졌다.
"그래요? 그럼 오늘 제가 저자를 죽여줄게요!"
강벽난은 왠지 모르게 분노가 더 짙어지고 눈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녀는 최강 살초를 모아 진남을 죽이려 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멈췄다.
시끄럽게 떠들던 소리도 조용해졌다.
모든 초식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숨소리, 심장박동, 혈액이 모두 멎은 듯했다.
허공에서 무형의 위압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초조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이건……"
강벽난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녀의 등 뒤의 서심 무혼이 미친 듯이 소리치기 시작하며 불안해했다.
마치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녀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쿵!
엄청난 폭발음이 섬에서 울려 퍼졌다.
열 갈래의 파란 빛이 반짝거렸다. 파란빛은 마치 별 같았다.
커다란 그림자가 땅에서 솟아올라 허공에 우뚝 섰다.
그림자는 족히 열 몇 장이나 되었다.
그것이 나타나자 하늘의 빛을 모두 가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빠졌다.
"이, 이건……"
강벽난이 경악했다.
다른 사람들도 놀라서 넋이 나갔다.
'이건……?'
'이 열 갈래의 현광은 설마…… 현급 십품 무혼인가?'
'이럴 수가!'
현급 십품 무혼이었다.
"강벽난!"
온몸에 난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 숨이 간당간당하던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의지가 폭발했다.
"죽어라!"
강벽난의 서심 무혼은 심령을 삼키고 사람들의 사악한 생각을 증폭시켜 다른 사람을 조종할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은 다른 무혼과 달리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신의 혼은 진급할 수 있는 것 외에 구체적인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래서 진남은 싸울 때 용문금단을 위주로 하고 무혼에 의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남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전신의 혼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쿵!
전신의 혼이 엄청난 위압을 뿜어냈다.
마치 태고의 거산처럼 허공을 사이에 두고 서심 무혼을 강하게 진압했다.
아!
거북이 같은 서심 무혼은 마치 무서운 존재라도 만난 듯 비명을 질렀다.
서심 무혼은 벌벌 떨었고 조금 전의 패기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너……."
강벽난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무혼이 타격을 받자 그녀의 육체도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그녀는 조금 전 상대방의 무혼이 어떤 힘을 펼쳤는지조차 느끼지 못했다.
진남의 무혼은 나타나서 제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데도 그녀의 무혼은 큰 압력을 느꼈다.
"나한테 계략을 쓴 대가다!"
피투성이 진남은 온몸에 화염을 감고 맹렬하게 날아와 강벽난의 얼굴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안 돼……"
강벽난은 안색이 변하여 호신광을 움직였다.
하지만 전신의 혼을 만나자 호신광은 위력을 평소의 십 분의 일도 발휘하지 못하고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화염에 싸인 주먹이 점점 크게 보이더니 이내 퍽 하는 큰 소리가 났다.
그녀의 눈, 코, 입, 볼은 마치 거대한 짐승에 치인 것만 같았다.
그녀는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고 격렬한 통증에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깟 계략으로 날 죽이려고 하다니!"
진남이 고함을 질렀다.
강벽난의 몸이 날아가는 순간 진남은 손을 뻗어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
화염에 휘감긴 주먹이 다시 그녀의 얼굴을 세게 내리쳤다.
퍽!
처참한 비명 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두 주먹에 강벽난의 단정하고 뽀얀 이목구비는 이미 피범벅이 됐다.
진남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동정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의 분노가 더욱더 거세졌다.
무연각 사건 이후로 강벽난은 진남에게 삼 흑인을 새겼다.
또 강황성에서도 청룡 성지에서도 그녀의 계략에 넘어갔다.
게다가 이번 무종 비경에서 강벽난은 그를 공격했다.
진남은 정정당당하게 싸워 그녀를 완벽하게 패배시키려 했다.
그런데 강벽난이 악랄하게 그의 사형제들까지 미혹하여 그를 공격하게 했다.
강벽난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비열한 초식까지 사용했다.
'나를 모해해? 오늘 널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퍽! 퍽! 퍽! 퍽! 퍽!
진남의 그림자는 빠르기 그지없었다.
그의 주먹은 마치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처럼 강벽난의 얼굴을 연거푸 때렸다.
연이은 공격이 그녀의 머리를 터뜨릴 것 같았다.
무인들은 벼락 맞은 듯 굳어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은 진남의 폭력적인 모습에 심신이 굳어버렸다.
"이건 내 몫이다!"
퍽!
"이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몫!"
퍽!
"이건 사제들의 몫이다!"
퍽!
진남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강벽난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마치 요수들에게 마구 짓밟힌 것 같았다.
"너 같은 악랄한 사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지금 당장 죽여주마!"
여러 번의 주먹질로 진남은 화가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폭노고도(暴怒古刀)를 뽑아 강벽난의 머리를 단칼에 내리쳤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강벽난의 몸에서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진남은 그 힘에 밀렸다.
"흡!"
진남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전신의 왼쪽 눈으로 강벽난의 몸속에 어떤 힘이 봉인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 힘은 빠른 속도로 각성하고 있었다.
"진, 진남…절대…절대로…제명에 죽지 못할……"
진남에게 얻어맞은 강벽난의 두 눈은 부어서 실눈이 되었다.
체내의 힘이 각성하면서 강벽난은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는지 실눈에 짙은 악랄함이 드러났다.
'밉다! 원망스럽다!'
성녀인 그녀는 신분이 존귀했다. 그런데 진남이라는 애송이가 그녀를 유린했다.
"폭발하거라!"
그녀는 왼손을 움직여 부적 하나를 꺼냈다.
부적은 소비봉이 사용했던 부적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 부적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은 소비봉의 부적보다 훨씬 대단했다.
부적을 사용하자 강한 흡입력이 작동했다.
"아!"
"어떻게 된 거지?"
"이런."
"……"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묘묘 공주를 공격하던 무인들은 모두 겁에 질렸다.
무언가가 그들의 힘을 빨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놀라고 당황했지만, 그들은 경지의 힘을 빼앗아가는 것이 강벽난이 그들에게 준 전음 영패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쿵!
전음 영패가 빨아들인 힘은 부적 안으로 들어갔고 부적은 엄청난 기운을 풍기기 시작했다.
수많은 부호(符號)들이 퍼지면서 마구 뒤엉켰다.
뒤엉킨 부호들이 천천히 허공을 찢어 틈을 만들었다.
틈 사이로 끝없는 어둠이 펼쳐졌다.
"소비봉처럼 강자를 불러내려는 거야?"
진남은 냉소를 지었다.
'강자를 불러내려고? 강벽난, 너만 강자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진남은 말없이 의념을 움직여서 당청산이 준 영패에 신념을 불어넣었다.
공평한 싸움이었다면 진남은 결코 당청산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벽난이 외부의 도움을 받으려 한다면 그도 살황을 불러 상도맹의 강자들을 다 죽일 작정이었다.
"스승님, 도와주세요."
강벽난이 처량하게 외쳤다.
삽시간에 하늘이 변하더니 우람한 그림자가 허공을 뚫고 나왔다.
나타난 사람은 날카로운 눈썹에 매부리코를 가진 노인이었다.
그가 풍기는 기운은 시혈성 성주의 기운과 달랐다.
마치 대국의 황제가 강림한 것 같은 패기가 느껴졌다.
그가 나타나자 만물이 허리를 숙여 그에게 복종했다.
펑! 펑! 펑!
거대한 섬 곳곳에서 토지가 폭발하고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
무인들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엄청난 기운에 눌린 그들은 숨도 쉬기 힘들었다.
심지어 어떤 수사들은 무릎을 꿇었다.
패기 넘치는 노인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비참한 모습의 강벽난을 보고는 손을 뻗어 강벽난을 데려가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