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화 배신
교십일과 소비봉을 쓸어버리고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왼쪽 눈에서 금빛이 뿜어 나와 사마파멸진을 겨누었다.
그는 진법의 약점을 읽어내려 했다.
그러나 이때, 진남의 왼쪽 눈은 허공에 파동이 일어나고 이상한 단약이 자신의 몸을 향해 급속히 달려오는 것을 봤다.
“응?”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주위를 훑어본 그는 괴상한 웃음을 짓고 있는 조방을 보았다.
조방의 웃는 얼굴을 본 진남은 온몸의 솜털이 거꾸로 서는 것 같았다.
“조방이 계략을 썼구나!”
진남의 눈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적과 싸우고 있는데 나를 습격하다니? 진짜 파렴치하구나!’
“나쁜 단약이 분명하다. 저 둘에게 주자!”
진남은 재빨리 결정을 내리고 오른손을 저었다.
화염이 일더니 단약을 휘감았다.
그의 왼손의 고도가 순식간에 단약을 두 개로 나누어 소비봉과 교십일을 향해 튕겼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강벽난마저 짐작하지 못했다.
“안 돼!”
아름다운 미래를 환상하던 조방이 이 광경을 보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처량하고 날카롭게 소리쳤다.
두 개로 나뉜 단약은 두 사람 몸에 닿자 전부 녹아 들어갔다. 삼킬 필요도 없었다.
쿵!
소비봉과 교십일 둘의 몸에서 빛이 반짝이고 엄청난 현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세 번 호흡하는 시간 동안 지속되더니 신속히 사라졌다.
숨이 간당간당하던 둘은 마치 다시 활력을 찾은 것처럼 눈을 뜨고 기운이 솟구쳤다.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진남이 이 둘을 구한 건가?’
“상공…… 보고 싶었어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
“부군……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소비봉과 교십일 일제히 일어섰다.
그들 둘은 동시에 조방을 바라보았다.
두 눈에 화염이 활활 타오르고 사랑 가득한 눈길로 조방을 향해 달려갔다.
사람들이 전부 당황했다.
강벽난도 어안이 벙벙했다.
‘어떻게 된 거지? 멀쩡하던 양대 천재가 왜 저러는 거지?’
“악! 누가 배치한 진법이야, 빨리 풀어! 나와 상공이 만나는 것을 막다니!”
“죽으려고! 누가 감히 내가 부군을 만나는 것을 막는다면 그를 죽여버리겠다!”
소비봉과 교십일은 크게 화를 냈다.
그들 둘의 무혼이 동시에 솟아올라 단약을 토해내며 사마파멸진을 공격했다.
그 모습은 마치 미친 것 같았다.
사람들이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특히 조방은 얼굴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미칠 것만 같았다.
‘진남이 어떻게 나의 일생일세치광단을 발견한 거지? 진남이 왜 이 두 바보에게 단약을 먹인 거야?’
이 광경을 보자 진남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떨었다.
그는 강벽난의 여러 가지 계략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그는 간담이 서늘했다.
‘만약 이 단약이 나의 몸에 들어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진남, 당신이 무슨 사악한 방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사마파멸진이 당신의 금단을 부숴버리지 못할 줄은 나도 예상치 못했어요!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저는 당신과 정정당당하게 싸우겠어요!”
강벽난이 소리쳤다.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최후의 살초를 쓰겠다고 결심했다.
지금껏 그녀는 진남을 무연각의 비밀에 의해 성장한 천재로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가 틀렸다.
진남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무서웠다.
그녀가 온갖 수단을 썼지만, 진남을 넘어뜨릴 수 없었다.
상도맹 성녀로서 그녀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반드시 진남을 죽여야 했다.
말을 마치자 강벽난은 손을 저었다.
사마파멸진이 사라졌다.
진남은 몸을 돌리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강벽난을 보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이때 교십일과 소비봉이 기뻐하며 크게 소리쳤다.
“상공! 보고 싶었어요!”
“부군! 사랑해요!”
교십일과 소비봉의 몸이 번개처럼 일제히 조방에게 달려들어 양쪽에서 조방을 꼭 껴안았다.
얼굴이 상기되어 머리를 조방의 품에 파묻고 부끄러워했다.
“악!”
조방이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원래 살기가 가득하고 천부가 남다르던 칠 척의 사내들이 지금 여자처럼 된 것을 보자 마음속에 한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교십일, 뭐 하는 게냐!”
교철이 큰소리로 외치며 몸을 날려 왼손을 뻗었다.
“아!”
조방은 더는 견딜 수 없어 멀리 도망쳤다.
그는 남자를 좋아하지만, 진남과 같은 그런 남자를 좋아하지 이 두 자식에겐 전혀 관심 없었다.
“상공 도망가지 말아요……”
“부군 저를 버리지 말아요……”
소비봉과 교섭일은 그가 도망가는 것을 보자 신속히 뒤쫓아갔다.
네 명의 추격전이 펼쳐졌다.
살기등등하던 현장이 이상하게 변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공중에 난처한 기운이 떠다니는 것 같았다.
“수심수(囚心手)!”
강벽난이 손을 썼다.
그녀의 손가락에서 깨끗한 흰색 빛이 뿜어 나오더니 허공을 꿰뚫고 진남의 심장을 향해 날아왔다.
"강벽난, 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자!"
진남의 두 눈에서 전의가 불타올랐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용문금단을 움직여 신위를 발휘하여 강벽난을 진압하려 했다.
그는 무도 경지에서 그녀와 우열을 가르고 싶었다.
쿵!
강벽난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용문금단에 눌려 부서질 것만 같았다.
"진남 당신이 전성기라면 당신을 두려워하겠지만, 지금의 당신은 이미 힘이 다 빠졌어요! 그러니 어찌 내 상대가 되겠어요!"
강벽난의 몸에서 호신의 빛이 반짝거렸다.
그리고 세 개의 왕도지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현묘삼재여산진(玄妙三才如山陣)을 이루었다.
그녀는 강대한 방어력으로 용문금단의 위력을 이겨냈다.
그녀의 말대로 용문금단의 위력은 예전과 전혀 비교되지 않았다.
“수심수!”
그녀는 다시 한번 손을 움켜쥐려 했지만, 진남이 한 방에 터뜨렸다.
수심수가 터지는 순간 강벽난이 콧방귀를 뀌며 입술을 벌렸다.
입안에 은침이 있었다.
그녀가 입을 벌려 뱉자 은침이 발사되어 나왔다.
"흡!"
진남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는 온몸에 화염을 살려 은침을 막았다.
그런데 은침의 끝에서 이상한 녹색 빛이 일더니 화염을 꺼버렸다.
평범한 은침이 아니라 왕도 암기였다.
엄청난 독성이 있어 화염이라도 중독될 수 있었다.
"강벽난! 파렴치하구나. 암기를 쓰다니!"
양개 등이 이때 큰소리로 외쳤다.
몸을 날려 주위를 봉쇄하고 강벽난에게 살초를 펼치려 했다.
"너희들이 연합하여 나를 상대하겠다고? 오늘 나의 무혼을 똑똑히 보여주마!"
강벽난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입을 오므리고 웃었다.
이 모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있은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쿵 하고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여덟 갈래의 파란빛이 그녀의 등 뒤에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여덟 갈래의 파란색 빛 속에서 거북이 몸에 머리에 뾰족한 뿌리가 난 이상한 괴물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끝없는 엄청난 위압을 뿜고 있었다.
양개 등과 모든 수사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급 팔품 무혼이다! 강벽난이 현급 팔품 무혼이라니!’
창람 대륙에서 무혼 등급은 매우 중요했다.
진남이 청룡 성지 제자 선발대회에서 당청산의 기록을 깨고 군웅을 진압했지만, 그의 무혼 등급이 강벽난을 이길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양개 물러가거라. 나와 강벽난의 원한은 우리 둘이 해결하겠어!"
진남이 평온하게 말했다.
‘현급 팔품 무혼이라고? 그게 뭐 대수냐?’
"어……"
양개 등은 살짝 당황했지만, 진남의 단호한 표정을 보고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물러섰다.
“너희는 이번 대전에서 작은 역할도 못 한다. 나와 진남의 싸움에 너희들이 끼어들 자격은 없다!”
강벽난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양개 등은 몸을 살짝 떨었다.
왜냐하면 강벽난의 말이 그들의 마음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지금이다!’
강벽난이 그들의 모습을 보고 무혼을 드러냈다.
그녀의 눈에서 현광이 스쳤다.
이어 허공에 무형의 파문이 일더니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능력은 조방이 펼친 허공탄지와 달리 동술이 아무리 고명해도 느낄 수 없었다.
“강벽난, 허튼소리 그만해라!”
진남이 크게 소리치더니 온몸의 화염을 폭발시켜 강벽난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벽난은 무혼을 드러냈지만, 전력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무혼은 장식품처럼 진남의 난폭한 육신 앞에서 연거푸 격퇴되었다.
쿵!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강벽난의 체구가 부단히 떨리고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동안의 진남의 공격은 폭풍우와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많은 법보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마 일찍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수사들은 모두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현급 팔품 무혼을 드러낸 강벽난이 이렇게 연약하다니?’
도리대로라면 현급 팔품의 무혼은 능력이 엄청나 정상적인 도리로 가늠할 수 없었다.
진남도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용문금단이 엄청나지만 이제 더 버티지 못하겠어. 빨리 싸움을 끝내야겠어.’
진남의 눈이 차가워졌다.
강벽난이 어떠한 음모가 있던 그는 필살 일격을 준비하여 그녀를 죽여야 했다.
이때, 양개 등이 소리쳤다.
“진남 사형, 강벽난에겐 음모가 있습니다. 우리가 사형을 도와 강벽난을 죽이겠습니다.”
다섯 명의 기운이 일제히 솟아올라 진남의 등 뒤에서 달려왔다.
“응?”
진남은 살짝 당황했다.
‘이번 싸움을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진남, 조심하거라!”
이때, 묘묘 공주가 무언가 발견하고 사납게 소리쳤다.
진남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왼쪽 눈의 금빛으로 강벽난의 무혼을 훑어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왠지 예전에 용호산맥에서 사대 가문 중 북유의 무혼이 떠올랐다.
그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휙! 휙! 휙! 휙! 휙!
그러나 진남의 반응이 살짝 늦었다.
그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섯 자루의 예리한 검이 방대한 위력을 가지고 검기를 발사하며 무섭게 진남의 체내로 찌르고 들어갔다.
“허억……”
진남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창백해졌다.
몸이 살짝 흔들리더니 입가에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한차례 대전을 겪어 용문금단이 가지고 있는 힘이 많이 모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양개 등의 습격을 받으니 설령 그일지라도 큰 중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당신의 사형제들이 당신을 배신할 줄 생각지 못했죠?”
강벽난이 이상하게 웃으며 외쳤다.
“죽이거라!”
휙휙!
다섯 자루의 장검이 일제히 나오더니 핏줄기가 뿜어 나왔다.
장검이 높게 올라가더니 진남의 머리를 향해 내려왔다.
강벽난은 무혼을 드러낼 때 무혼의 능력을 진남에게 집중하지 않고 양개 등에게 집중시켰다.
강벽난은 일부러 비웃는 말을 해 양개 등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리고 자신의 무혼을 이용해 그들을 꾀어냈다.
‘너희들은 모두 천재가 아니냐? 진남이 어떻게 너희들 위에 있을 수 있어? 너희들 모르나 본데 진남이 이렇게 강한 건 그가 무연각의 비밀을 얻었기 때문이야! 만약 너희들이 얻었다면 너희들은 그보다 능력이 더 강대할 거야!
또 진남의 무혼은 겨우 황급 십품이야! 고작 황급 십품의 존재가 너희들의 사형이라니? 너희들은 진짜 인정하느냐? 진남이 너희를 안중에 둔 적 있는 것 같아?
너희들은 매번 싸울 때마다 진남이 너희들을 무시하는 걸 느끼지 못했어? 그 같은 폐물이 너희들을 얕잡아보다니!’
강벽난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러 다섯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와 그들을 미혹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