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화 일생일세치광단(一生一世癡狂丹)
“하하하, 진남, 건방지고 잘난체하며 벽난을 무시하더니! 이제 보았느냐? 이게 너의 말로다!”
몸에 중상을 입은 교십일이 참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표현할 수 없는 통쾌함이 나타났다.
교십일은 강벽난에게 푹 빠졌다.
전에 청룡 성지에서 여러 번 진남의 도발을 받은 그는 진남이 패하자 통쾌한 표정을 지은 것이었다.
“고작 이따위 화염으로 나를 다치게 하려 하다니!”
이때, 진남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의 용문금단에서 화염이 용솟음쳐 주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건 용문금단 내에서 열양금갑체결의 의지에 속했다.
웃고 있던 교십일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사마파멸진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마선창(萬魔禪唱)!”
강벽난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용문금단이 대단하다는 것을 그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대진을 움직였다.
대진 위의 네 개의 마왕 형상이 입술을 살짝 움직이고 많은 음절을 내뱉었다.
마왕이 음절을 내뱉자, 허공에 악마들이 줄지어 선 것처럼 진남을 향해 호통쳤다.
호통 소리에는 엄청난 현묘함이 담겨 있었다.
주위의 수사들은 대진에 갇히지 않았지만 모두 머리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
그들의 표정이 살짝 변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만마선창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만마선창은 무슨, 꺼지거라!”
진남이 무섭게 소리쳤다.
용문금단이 윙윙 소리를 내며 흔들리더니 커다란 종으로 변해 허공에 우뚝 섰다.
종을 힘껏 치니 윙 하는 커다란 소리가 났다.
만마선창의 소리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진남은 청심당마결을 수련했었다.
거기에 용문금단의 위력이 가해지니 모든 악마들이 두렵지 않았다.
“허?”
교십일과 소비봉의 표정이 모두 살짝 어두워졌다.
용문금단의 위력이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었다.
“사마파멸수(四魔破滅手)!”
강벽난의 표정이 엄숙해지더니 다시 한번 진을 움직였다.
대진 위의 네 마왕의 기염이 하늘을 찔렀다.
용문금단을 향해 일제히 손을 내밀어 권법으로 눌렀다.
사마파멸진의 마지막 수였다.
네 악마의 주먹 끝에서 엄청난 파멸의 힘이 흘러 나와 용문금단을 감쌌다.
윙 윙 윙 윙……
용문금단은 위력이 엄청났지만, 파멸의 손에 공격당하자 격렬하게 흔들렸다.
진남의 몸에서도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그의 몸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잠깐 사이에 진남의 기운이 급속히 떨어지고, 안색이 창백해지고 입가에 피가 흘렀다.
“사마파멸수라고 했지? 나의 용문금단을 부수려고? 어림도 없다!”
중상을 입은 진남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표정이 더 굳건해지고 전의가 넘쳤다.
“용문금단, 태고 금룡, 나를 따라 싸우거라!”
진남의 외침 소리와 함께 용문금단에 도사리고 있던 금룡이 고개를 들더니 두 발을 내밀어 엄청난 위압으로 사마파멸수를 내리쳤다.
그의 의지와 금단이 함께 울려 퍼지니 금룡이 전룡으로 변했다.
쿵!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이 신속히 흩어졌다.
용문금단이 신위를 펼치고 싸우자 사마파멸수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이건……”
강벽난은 속으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마파멸진 같은 태고 흉진(太古凶陣)이 용문금단을 제한할 수 없단 말인가? 용문금단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지?’
“교십일, 소비봉 살초를 펼쳐 금단을 없애세요!”
강벽난이 사납게 소리쳤다.
그녀는 많은 준비를 했기에 아직 공격할 수단을 남겨두고 있었다.
“좋습니다!”
교섭일과 소비봉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벽난이 손가락을 튕기자 마광이 그들의 몸에서 형성되었다.
그들 둘은 망설이지 않고 대진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내단묘법(內丹妙法), 무혼진압(武魂鎮壓)!”
둘이 동시에 외치자 무혼과 내단이 일제히 연화되어 용문금단을 세게 진압했다.
펑 펑 펑……
용문금단은 버티지 못하고 연거푸 밀렸다.
진남의 몸에서도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연거푸 밀리며 입에서 피를 점점 더 많이 토했다.
“진남! 영패를 써!”
묘묘 공주가 호통쳤다.
지금 이 사태는 이미 상상을 초월했다.
영패를 쓰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었다.
강벽난의 표정이 변했다.
‘영패를 쓰라고? 설마 진남이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단 말인가?’
“저자들을 상대하는 데 영패를 쓰라고? 저들 셋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격한다 해도 난 혼자서 이길 수 있다!”
진남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온몸에서 화염이 다시 한번 불타올랐다.
화염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솟아올랐다.
용문금단이 빛을 뿜었다.
마치 금룡이 노한 것처럼 신위를 폭발해 양대 무혼, 양대 내단, 사마파멸수의 위력을 전부 받아들였다.
“……!”
강벽난과 십교일. 소비봉은 표정이 흔들렸다.
‘천하의 영웅들 중에서 어느 무왕의 내단 위력이 이토록 강한 자가 있을까!’
교철을 비롯한 여러 수사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강벽난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굴렸다.
‘용문금단의 위력이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마지막 살초를 써야 하나?’
“진남, 오늘 너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소비봉이 크게 외쳤다.
그는 강벽난을 좋아하는 큰형님의 명령을 받아 진남과 겨뤄야 했다.
그러나 만약 이대로 진남이 발전하게 내버려 뒀다가는 아마 자신은 물론이고 큰형님도 진남의 상대가 안 될 것이었다.
하여 비장의 무기를 써서라도 오늘 반드시 진남을 죽여야 했다.
“본명고부(本命古符)!”
소비봉이 고부를 꺼냈다.
부적이 신속히 불타더니 순식간에 엄청난 위압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럴 수가……”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그들은 모두 위압을 느꼈다.
무왕 위압이 아니라 존자 위압이었다.
쿵!
흐릿한 그림자가 땅에서 우뚝 솟아올라 허공에 섰다.
방원 십 리가 어둠 속에 빠지고 오직 그림자만 남았다.
“시혈성 주인!”
강벽난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
주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혈성 주인이라고? 이분이 최근 무존으로 진급한 시혈성의 주인란 말인가?’
정확히 말해 이건 시혈성 주인 본인이 아니라 그의 신념이었다.
소비봉은 시혈성 주인의 아들이었다.
그가 적에게 암살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혈성 주인은 존자의 힘으로 부적을 만들어 소비봉더러 몸에 지니고 다니며 비장의 무기로 쓰게 했다.
쿵!
이때, 이변이 생겼다.
세 석상이 신광을 뿜더니 어둠을 뚫고 시혈성 주인의 신념을 공격했다.
“아차! 마단 존자의 금제를 촉발했어!”
소비봉과 강벽난은 모두 표정이 살짝 변했다.
“응?”
하늘에 떠 있던 커다란 그림자는 마단 존자의 공격에 기운이 흩어져 원래의 백 분의 일도 안 되었다.
커다란 그림자는 충격을 받고 탄식했다.
“죽어라!”
커다란 그림자는 재빨리 형세를 관찰하더니 세 석상이 두 번째로 공격해 올 때 진남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무존의 의지가 진남에게 돌격해 왔다.
위력은 원래의 백 분의 일도 안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무종 경지 일 단계의 강자라고 해도 이 의지에 맞는다면 죽을 것이었다.
“무존 의지? 이렇게 약한 의지로 나를 공격하겠다고? 너무 큰 꿈을 꾸는구나!”
진남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허공을 넘어 마주 봤다.
“전신의 왼쪽 눈! 모든 걸 관찰해라! 용문금단은 전부를 격살하거라!”
진남 왼쪽 눈에서 금빛이 하늘을 찔렀다.
용문금단도 전에 없던 위력을 폭발시켜 금빛을 뿜어냈다.
쿵!
커다란 그림자의 공격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응?”
커다란 그림자는 살짝 당황해서 진남을 힐끔 보았다.
그러나 그림자가 움직이기 전에 세 석상이 뿜어낸 금제가 공격해 와 그림자는 사라져버렸다.
강벽난, 소비봉, 교십일, 교철 등등 천재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존자 의지의 공격도 모두 막았단 말인가? 금제 때문에 겨우 백 분의 일의 힘밖에 쓰지 못했지만 그래도 존자의 의지인데? 용문금단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지?’
풉!
이때, 진남이 하늘을 향해 피를 토하더니 기운이 다시 떨어졌다.
좀 전의 한방은 용문금단의 최강 살초였다.
전신의 왼쪽 눈이 의지와 배합하여 폭발시킨 한 방이었다.
이 한 방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힘은 무척 컸다.
게다가 진남이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과하게 공격했으니 당연히 부상 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빨리 손을 쓰세요!”
강벽난이 큰소리로 외쳤다.
“죽거라!”
교십일과 소비봉이 정신을 차리고 사나운 기세로 다시 공격했다.
절대로 진남을 살아서 떠나게 할 수 없었다!
이때, 놀란 표정의 수사들 중에서 교철의 앞에 있던 조방의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멋있다! 너무 멋있어! 역시 내가 마음에 들어 한 남자야! 아무도 그를 이길 사람이 없어!’
“진남, 너 같은 한마(悍馬)는 내가 가져야겠어. 파렴치한 자들이 너를 협공하니 이 사형이 너를 구해줄게!”
조방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만 구해주기 전에 우선 단약을 복용해야지……”
그의 손바닥에 이상한 단약이 나타났다.
이 단약은 그가 얻은 금단인데 이름은 일생일세치광단(一生一世癡狂丹)이었다.
단약을 복용하면 깊이 빠져 구할 방법이 없이 평생 단약의 주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조방은 이미 단약을 연화했다.
진남이 허약한 기회를 빌어 진남에게 먹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진남의 용문금단이 대단하다고 해도 금약의 힘에 반항할 수 없을 것이었다.
“진남, 허허……”
조방은 어둠 속에 숨어 두 눈으로 대진을 주시했다.
“청심당마결!”
진남은 용문금단을 움직여 큰 종을 만들어 교십일과 소비봉을 겨누어 힘껏 두드렸다.
땅 하는 커다란 소리가 그들 둘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교십일과 소비봉은 행동을 멈추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윙윙 소리만 남았다.
진남은 둘이 정신을 잃은 틈을 빌어 몸을 날렸다.
전신이 강림한 것처럼 화염대권이 폭우로 변해 둘의 몸에 떨어졌다.
쿵! 쿵! 쿵! 쿵!
연이은 폭발음에 사람들은 모두 숨을 들이마셨다.
‘진남이 상처를 입지 않았나? 이게 상처를 입고도 할 수 있는 공격인가?’
주먹들이 만약 전부 자신들의 몸에 떨어진다고 생각만 해도 처참했다.
“꺼지거라!”
진남이 다시 주먹을 두 번 날렸다.
교십일과 소비봉이 비명을 지르며 땅에 쓰러졌다.
숨이 간당간당하여 싸울 힘이 전혀 없었다.
“지금이다!”
대진 밖에 있던 조방은 더없이 흥분하더니 손가락을 접어 일생일세치광단을 튕겼다.
그는 진남이 이미 힘이 다 빠져 용문금단의 힘으로 겨우 지탱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냈다.
지금 단약을 진남의 몸에 넣으면 틀림없이 반항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는 허공탄지(虛空彈指)를 썼다.
이 무예는 펼칠 때 소리가 없었으며, 손가락 힘은 허공에서 펼쳐졌다.
무황 강자 아래는 아마 강대한 동술이 있어도 느끼기 힘들 것이었다.
그가 이 무예를 이용하여 단약을 튕기면 진남은 분명 알아낼 수 없을 것이었다.
“진남아, 곧 사형을 따라 즐겁고 아름답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자. 흐흐흐.”
조방은 저도 모르게 장면을 상상하고 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