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진남이 돌아왔어요
"나는……"
용호요종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는 좀 겁먹었다. 진남의 변화와 무서운 신물을 생각하니 그의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네가 불쌍하니 봐주겠다!"
용호요종은 고개를 휙휙 흔들며 말했다.
"넌 나한테 신세 진 거다. 그러니 내가 필요로 할 때 당장 나타나야 해! 알았지? 그럼 난 간다? 안녕!"
용호요종은 빠르게 말하고는 거대한 몸집을 움직이며 떠나려고 했다.
용호산맥에서 패자(覇者)의 위치에 올랐다는 건 눈치껏 불리한 건 피하고 후안무치하게 구는 것도 한몫했다.
"잠깐만."
두 개의 목소리가 함께 울렸다. 진남 외에 묘묘 공주도 방금 깨어났다.
"나와 헤어지려니 아쉬운 거냐? 너와 함께라면 하늘 끝까지 떠돌아다닐 수 있다. 걱정 말거라. 난 창람대륙의 강자이니……"
용호요종은 묘묘 공주의 부름에 흥분해 진남의 말은 무시해버렸다.
"허튼 꿈 꾸지 말거라."
묘묘 공주가 사정없이 말했다.
"내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너를 보내줄 수 없다. 내 하인이 되어서 내 하인인 진남을 태우고 다니겠다면 살려는 주겠다."
"뭐라?"
용호요종의 어조가 높아졌다.
"천룡뇌호 혈통인 나에게 저놈을 태우고 다니라고 했느냐?"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묘묘 공주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 그도 용호요종을 곁에 두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왜? 내 하인아. 내가 네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거냐?"
묘묘 공주가 당당히 말했다.
"이건 너의 영광이다!"
"너!"
용호요종은 기분이 상했다. 묘묘 공주의 하인이 되는 일이라면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을 태우고 다니라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
'묘묘 공주가 나를 하찮게 보는 거겠지?'
"나를 태우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용호요종, 넌 많은 걸 알고 있어. 그래서 우리 둘 다 너를 곁에 두고 싶은 거야. 그리고 네 됨됨이도 좋아 보여서 그래. 그러니 우리와 함께 다니지 않을래?"
진남이 말했다.
"그리고 내 생각에 넌 용호산맥에 계속 있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건……"
용호요종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용호산맥에 계속 남고 싶지 않았다. 대륙을 떠돌며 실력을 키우고 싶고 수많은 소녀들을 만나고 싶었다. 게다가 묘묘 공주도 진남도 하나같이 비범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진남은 대륙에 큰 돌풍을 일으킬 것 같았다.
"그럼 어려운 선택이지만 그렇게 하도록 할게."
용호요종이 마치 이 결정 때문에 큰 손해를 보는 것처럼 얼굴을 구겼다.
"아, 공주. 이건 네 물건이야."
진남은 나무 상자를 묘묘 공주에게 건넸다.
"으흥."
묘묘 공주가 턱을 쳐들고 거만하게 말했다.
"그래, 참 잘했다. 십만 알의 무왕단은 이제 갚지 않아도 된다."
말을 마친 후 그녀는 몸을 날려 산속으로 들어가 연화를 준비했다.
"에이, 나 좀 기다려…"
용호요종은 그녀를 쫄래쫄래 쫓아갔다.
진남은 시선을 거두고 사방을 둘러봤다. 인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진남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현급 칠품 무혼은 수련 속도가 얼마나 강한지 보자."
진남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전신의 혼을 방출했다. 전신의 혼은 허공에 걸려 천지와 소통하고 영기를 흡수했다.
쾅!
천지가 흔들렸다.
진남을 중심으로 방원 오 리에 무한한 영기가 흘러와 광풍과 번개를 일으켰다. 멀리서 보니 마치 폭풍과 천둥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풍뢰이상(風雷異象)! 현급 칠품 무혼은 역시 강해!"
지금 그가 흡수한 영기는 최소한 예전의 열다섯 배는 되었다.
"이제 반보 무왕이 되었으니 더 많은 영기를 흡입하고 진기를 응집시켜야 체단(體丹)을 만들어 왕겁(王怯)을 일으킬 수 있어. 체단이 세례를 받으면 진정한 무왕이 될 테고!"
진남의 눈에서 빛이 번득였다.
방금 영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그는 생각이 탁 트였다. 지금 진남의 깨우치는 능력은 무척이나 빨랐다.
전신의 혼이 현급 칠품까지 승급했기에 수련 속도나 감오하는 능력 등이 전부 제고됐다.
"그리고 이 강대한 몸을 낭비하면 안 되니 최고의 쉬체비술을 찾아야겠어."
진남은 자신의 육신을 살폈다.
지금 그의 육신은 구령전선삼의 선기와 용호주의 정기를 담고 있었다. 이 두 가지 강대한 힘은 매우 현묘했다. 아직 완전히 흡수되지 않았으나 완전히 연화한다면 그의 육신은 엄청나게 강해질 것이다.
"신식도 있어."
그의 머릿속 한가운데에는 맑은 연못이 있었다. 크기가 한 장 정도 되고 바닥까지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그의 신식이었다.
'신식을 잘 수련하면 신식도 매우 강해질 것이다. 만약 신식 법칙을 제대로 수련한다면 전투력도 많이 증가하겠지?'
여러 가지 수단을 신식 공격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진남의 수련 계획이 완전히 정리됐다.
"많은 재산도 있어."
진남은 약간 흥분했다. 그가 이번에 용호산맥에 와서 얻은 재산은 엄청났다.
그는 사대 가문에서 무왕단 삼십육만 알을 얻었고 또 영기와 상처 치료성약, 비전무예 등을 얻었는데 가치로 따지면 오십칠만 칠천 알의 무왕단과 맞먹었다.
그리고 다섯 개 선천지기를 얻었고 또 삼백육십여 개의 요핵, 오백사십 개 입미지석들도 얻었다. 이것들을 무왕단으로 바꾸면 어마어마했다.
"이것들을 전부 단약으로 바꾸면 현급 구품까지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아!"
진남의 눈에 빛이 번득였다.
"현령종으로 돌아가면 제일 먼저 이것들부터 무왕단으로 바꿔야겠어!"
사실 수련보다는 전신의 혼을 승급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전신의 혼은 등급이 향상될수록 더 많은 능력을 각성시킬 수 있었다. 전신의 혼의 등급이 높을수록 진남의 미래도 더 커질 것이었다.
"묘묘 공주는 회복 중인가?"
진남은 먼 곳을 한 번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거대한 기운이 끊임없이 출렁였다.
"그럼 나도 일단 수련하자."
진남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실력을 단단히 다지기 시작했다.
그사이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용호요종은 용호산맥을 떠나게 되자 거침없이 밤낮으로 용음호소를 했다. 그는 한 무리 요왕들을 이끌고 사방팔방 돌아다녔다. 덕분에 주변 몇몇 성지의 무도 가문들이 적지 않게 놀랐다.
팔 일 후, 묘묘 공주가 회복을 마쳤다.
그녀의 실력은 처음과 같이 회복되었다. 몸 안의 근원적인 힘도 크게 회복되었다.
진남은 곧바로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과 함께 출발해 임수성으로 돌아갔다.
임수성에 도착한 진남은 북열혈이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는 말을 듣고 냉소하였다.
성에 돌아와서는 아버지와 삼숙을 모시고 대화를 나누며 겸사겸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제자들의 수련을 지도해주기도 했다.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런 진남의 모습에 감동했다. 많은 제자들이 진남에게 몰려들었다.
닷새 후 진남 등은 진천과 작별을 하고 조용히 현령종으로 떠났다.
* * *
천봉산, 현령종.
외문 제자들이나 여러 장로들은 최근 종문의 괴이한 분위기를 느꼈다.
우선 군맹이 대대적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서른아홉 명의 천재 제자들을 끌어들였다.
그중에서도 군맹 내의 여덟 제자들은 모두 현령종에서 사람을 죽이고도 벌을 받지 않고 거들먹거렸다.
구양군은 왕겁을 성공적으로 넘기고 무왕 경지의 강자가 되었다. 사대 전주가 방문하여 이를 축하해줬는데 매우 성대했었다.
또 현령종 공로전 전주와 공법전 전주 사이에 갈등이 생겨 대전을 하게 됐는데 결국 마지막에 태상 장로가 직접 나서서야 갈등이 풀렸다.
이런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사람들은 현령종 내에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바로 이날 천봉산 자락에 세 개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게 네 종문이냐? 너무 보잘것없다. 무종 경지 강자가 하나뿐이냐? 이런 곳에 계속 있을 거면 나는 너를 따라다니지 않을 거다!"
용호요종은 경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휙 흔들더니 준수한 청년으로 변했다. 그의 이마에는 볼록하게 두 개 튀어나온 것이 마치 맞아서 부은 것처럼 보였다.
"진남, 이제 현령종도 재미없구나."
고개를 쳐든 묘묘 공주는 무척 고귀해 보였다.
"너도 이제는 반보 무왕이고 현급 칠품의 무혼을 가진 천재다. 하역에 있는 양대 성지(聖地)로 가서 성지의 제자가 되지 그러느냐? 그 두 성지는 진짜 부유한 곳인데."
묘묘 공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능글능글한 기색이 역력했다. 또 무슨 이상한 꿍꿍이를 꾸미는지 알 수 없었다.
"양대 성지라……"
진남의 눈빛이 번쩍이다.
창람대륙은 상역과 하역으로 나뉘는데 하역에 있는 두 성지가 최고의 세력이었다. 그곳에 하역의 모든 천재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이것들을 다 무왕단으로 바꾸고 일들을 잘 처리한 다음에 선노에게 찾아가 그 일에 대해 의논해볼게."
계속 현령종에 머물러 있으면 큰 의미가 없었다. 양대 성지에 가야 더 많은 강자와 싸울 수 있었다.
진남은 묘묘 공주, 용호요종과 함께 종문에 들어섰다.
* * *
같은 시각 내원봉, 제일 정원.
구양군은 얼굴이 상기되었다.
최근 아버지의 큰 계획이 곧 성공하려고 하는 데다가 그도 무왕 경지를 돌파했다. 좋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 그는 무척이나 기뻤다.
"경설아, 이제 내가 무왕이 되었으니 약속대로 나에게 시집을 와야 한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는 구양군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소경설은 몸을 흠칫 떨고 입술을 깨물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녀의 모습을 본 구양군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진남을 생각하고 있는 거냐? 기분 더럽구나. 네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진남이 패배를 인정했어도 죽였을 거다."
"……."
소경설이 한숨을 쉬며 나지막이 말했다.
"알아요. 사형에게 시집을 갈 테니 걱정 말아요."
"알면 됐다."
구양군은 냉소하며 말했다.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다. 이젠 상황이 예전 같지 않다. 며칠 후면 현령종은 구양 가문의 천하가 될 것이다."
말을 마친 후 구양군은 소경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절망하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바로 이때 사람의 그림자가 빠르게 날아왔다.
려홍이었다.
려홍은 소경설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진남이 돌아왔어요."
"응?"
구양군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소경설의 생기 없던 눈동자가 반짝 빛났다가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 * *
진남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날개를 단 듯 사방팔방으로 전해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기괴한 분위기의 현령종에서 암류가 소용돌이쳤다.
"너희 둘은 여기 있거라. 나는 가서 일을 처리하고 올게."
진남은 용호요종과 묘묘 공주를 데리고 제삼 정원에 왔다. 그리고 묘묘 공주에게 용호요종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게 잘 지키라고 눈짓을 했다.
묘묘 공주가 눈을 흘기기 전에 진남이 몸을 움직여 사라졌다.
화가 난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고 용호요종을 붙잡아 한바탕 꾸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