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전부 빼앗아라
제삼 정원을 나선 진남은 곧장 공로전으로 향했다.
그는 우선 이 요수 요핵들을 전부 무왕단으로 바꿀 예정이었다.
"임무를 완수했소."
진남이 공로전의 제자에게 말했다.
"좋소, 임무를 내놓은 사람과 연결해 드리겠소. 이 층 삼백사 호 실에서 기다리시오."
제자는 진남의 비범한 기운을 느끼고 공손하게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구르더니 가볍게 이 층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삼백사 호 방에서 얌전히 결과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그림자가 뚜벅뚜벅 들어왔다.
스물대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외모는 평범했지만, 온몸의 기세가 방대하고 몸속에서 은연중에 요수가 포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무를 완수했느냐?"
청년이 들어오자 초록색 눈동자로 진남을 훑어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후……. 선천 경지인 네가 요수를 죽여봤자 얼마나 죽였겠느냐. 얼른 말하거라. 내 시간은 귀하다."
청년의 이름은 마전(馬前)인데 황급 십품의 무혼을 가지고 있었고 내문 제자 서열에서 사 위였다.
최근 그는 종문 내 정세가 크게 변한 것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많은 제자들이 밖으로 나가 화를 피하느라 아무도 그를 도와 요수를 사냥하지 않았다. 때문에 그는 경지가 정체되었다.
그래서 오늘 그의 임무를 완성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자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런데 들어와 보니 상대가 선천 경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우울해졌다.
'선천 경지의 존재가 요수를 사냥해봤자 얼마나 될까.'
진남이 마전의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형, 외모만 보고 판단해서야 되겠습니까? 사형은 두 눈에는 문제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계산해줄 무왕단은 충분히 가지고 오셨습니까?"
"너!"
마전은 화가 났다. 고작 외문 제자가 감히 그에게 비아냥거렸다.
'눈에 문제가 있다고? 계산해줄 무왕단을 충분히 가져왔냐니?'
"좋다! 그럼 한번 보자꾸나! 내놓아봐라!"
마전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요핵을 꺼내 보거라."
"그럼 사형, 두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보십시오"
진남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한마디 쏘아붙였다. 현령종을 떠나려고 마음을 먹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진남은 사물 가방에서 초급 요수의 요핵 사십 개를 꺼냈다.
"허허, 겨우 초급 요수 마흔 개구나……"
마전이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 정도 요핵은 단숨에 삼킬 정도로 적은 양이었다.
그러나 미처 화를 내기 전에 진남이 요핵을 한 무더기 더 꺼냈다. 족히 오십 개는 되었다. 게다가 요핵마다 왕자의 기운을 풍겨 가슴이 떨렸다.
"이건!"
마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이 꺼낸 건 오십 개의 요왕 요핵이었다. 그것도 고급 요왕 요핵이었다.
"좋다!"
선천 경지인 진남이 요왕 요핵을 가져온 것을 보자 마전의 표정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네가 건방진 건 다 이유가 있었구나. 이 요핵들을 봐서 조금 전 일은 따지지 않으마!"
"급히 결론을 내리지 마세요. 더 있습니다."
진남은 저장 주머니를 뒤지더니 요핵 오십 개를 더 꺼냈다.
"오십 개가 더 있었어?"
마전은 안색이 변했다. 그는 눈앞에 있는 청년의 내력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백 개의 고급 요수의 요핵은 일반인이 죽일 수 있는 것도 꺼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죄송하지만 좀 더 있습니다. "
진남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단숨에 남은 요핵 이백육십 개를 전부 꺼냈다.
삽시간에 무려 삼백육십 개의 고급 요왕 요핵이 무더기로 쌓였다. 그것들이 풍기는 짙은 요왕의 위압이 대전 이 층에 꽉 차서 이야기를 나누던 제자들을 놀라게 했다.
갑자기 대전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이건……"
마전은 경악했다.
삼백육십 개의 고급 요왕의 요핵이었다. 무왕 경지의 강자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고급 요왕을 사냥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전은 방금 방안에 들어왔을 때 진남을 대했던 태도가 생각나 얼굴이 새빨개졌다. 눈앞의 청년은 이유 없이 건방진 것이 아니었다.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다.
"그게……"
마전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다. 너그럽게 용서해주거라."
진남은 그가 잘못을 인정하자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닙니다. 삼백육십 개의 고급 요왕 요핵이면 충분합니까?"
"응, 그만하면 충분해."
마전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흥분한 것 같았다.
"사제, 너무 고맙다. 덕분에 급한 불을 끄게 됐어. 이 요핵들은 하나당 이만 알의 무왕단으로 쳐줄게. 어때?"
"어? 좋죠."
진남은 요핵들이 이렇게 값비싼 줄 몰랐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구자진언 기영과 상의해 요수의 시체들을 모두 남길걸.'
"그게…, 내가 가진 돈이 부족해서 그래. 아니면 이 요핵들은 그 정도 값으론 어림도 없지……"
마전은 저장 주머니를 건네며 미안해했다.
"사제, 내 이름은 마전이다.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이번에는 내가 네 덕을 많이 봤구나. 무슨 일이 있으면 나를 찾거라. 내가 해결해주마."
마전이 호기롭게 말했다.
진남은 저장 주머니를 받았다. 그 안에 무려 칠백이십만 개의 무왕단이 들어있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마전은 시원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일 처리가 대범해 품격이 있다.'
"소인 진남입니다. 약간의 유명세를 치르고 있어서 사형께서 들어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진남? 이름이 좀 귀에 익구나."
마전은 얼굴에 약간의 의혹이 나타났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수했다.
"마전 사형,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진남은 그와 더 깊이 대화를 나눴을 테지만 삼백육십 알의 무왕단을 바꾼 그는 당장 이보전으로 가 다른 보물을 모두 단약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얼마나 많은 단약을 바꿀 수 있을까?'
"그래, 어서 가보거라."
마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이 떠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이상해. 이름이 아주 귀에 익네……"
마전이 중얼중얼하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나서 안색이 변했다.
"아! 누군지 기억났어! 이런……, 왜 하필 지금 종문으로 돌아온 거야."
마전은 표정이 끊임없이 변하더니 한참 후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
"진남, 이 사형이 의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이번에 너무 크게 얽혀서 내가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일이다. 부디 잘 이겨내길……."
* * *
내원봉 제일 정원.
"제보에 의하면 방금 진남이 공로전에 갔다고 해요."
려홍은 아무런 감정 없이 말했다.
"진남이 공로전에 간 것은 임무를 완성했기 때문이에요. 서열 사 위인 제자와 마전과 접촉했다고 해요. 사람을 보내 물어보자 마전이 대답을 거부했답니다."
"거부하면 거부하라지."
구양군은 피식 웃었다.
"이제 진남이 임무를 통해 단약을 얻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가 보군."
옆에 있는 소경설은 두 어깨를 약간 떨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진남은 이보전으로 가고 있어요. 십중팔구 보물을 팔러 가는 걸 거예요."
려홍이 말했다.
"그래?"
구양군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두 눈에 음침한 빛이 번뜩였다.
"진남이 단약을 원한다면 나는 못 얻게 할 거야. 이보전에 내 뜻을 전하고 사람을 보내 진남을 공격하게 하거라. 그의 몸에 있는 보물을 전부 빼앗고."
"구양군!"
소경은 그 말에 벌떡 일어서며 날카롭게 소리 질렀다.
"진남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요? 왜 약속을 안 지키는 거예요!"
"내가 언제 진남을 공격했느냐?"
구양군은 냉소를 지었다.
"소경설, 나한테 그런 말투로 말하지 말거라. 나는 단지 그의 단약을 빼앗으라고만 했지, 그의 목숨을 거두라고 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인심을 베푼 것이다. 더는 나를 화나게 하지 말거라."
"당신!"
소경설은 눈에서 불을 뿜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결국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녀의 표정이 암담했다.
* * *
진남은 공로전을 떠나 신속하게 이보전 이 층에 도착했다.
진남은 자신의 기운을 가다듬고 '수보당(售寶堂)'이라는 곳에 이르렀다. 이름 그대로 제자들이 각종 보물을 파는 곳이었다.
수보당 안에는 열 명의 노인이 있었다. 노인들은 비록 선천 경지였지만 예리한 두 눈으로 제자들이 건네준 보물을 낱낱이 분석하고 모두 꿰뚫어 보며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
진남은 노인 한 명에게 다가가서 바로 공수했다.
"선배님, 제가 무예와 영기를 좀 팔겠습니다."
"무예와 영기?"
노인은 멈칫하더니 위아래로 진남을 훑어봤다. 그는 이 청년이 낯이 익은 듯해서 물었다.
"네 이름과 제자 서열을 대거라!"
진남의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그는 수보당에 이런 규정이 있을 줄 몰랐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자 진남, 내원봉 제삼 정원에 거주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수보당의 제자들과 노인들 모두 똑똑히 들었다.
소란스러웠던 수보당이 정적에 빠졌다.
모든 제자와 노인들이 일제히 진남을 살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진남이 종문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일찍이 들었다.
노인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남이구나, 네 소문은 진작에 들었다. 무예와 영기를 모두 내놓아라."
진남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저장주머니에서 사대 가문의 비전무예를 모두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일월환, 명해법주, 동룡총, 시왕검 등의 영기도 하나하나 꺼내서 내놓았다.
주변의 제자들이 그 모습에 냉기를 들이켰다.
"여덟 개의 영기와 네 개의 최고 영기다!"
"저 무예들도 범상치 않을 것이다."
"대단하구나!"
"……"
보물을 전문적으로 심사하는 열 명의 노인들 눈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음, 좋다. 다 아주 높은 무예들이다."
그 노인은 재빨리 살펴보더니 말했다
"영기들도 훌륭하구나. 특히 이 네 개는 위력이 대단하다. 다만……"
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네 가지 영기는 모두 강한 타격을 받아서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 다른 영기도 어느 정도 손상됐다. 그리고 이 비전무예들은 강하지만 현령종의 공법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진남은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영기들은 싸울 때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선배님 가격을 제시해 주십시오."
진남이 말했다.
주위의 제자들이 모두 모여서 눈을 반짝거리며 지켜봤다.
그들은 이상한 점을 예리하게 눈치챘기 때문에 큰 소리로 떠들지 않았다.
진남은 규칙을 모르나 그들은 잘 알았다. 수보당은 출처도, 이름도 묻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게다가 여덟 개의 영기는 손상이 있다고 해도 비전무예까지 더하면 큰 거래라서 반드시 장로가 나서야 했다.
장로가 나서지도 않았는데 고작 집사들이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