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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7화 (137/1,498)

137화 전신의 위압

묘묘 공주와 용호요종은 둘 다 숨을 멈추고 지켜봤다.

'탈사가 성공한 걸까?'

쿵!

진남의 몸속에서 또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의 몸에 남아있던 용호주와 구령전선삼 근본의 힘이 동시에 솟아오르면서 그의 몸을 감쌌다. 진남의 육신을 감싼 광채가 끊임없이 단단해지더니 선삼과 용호의 기운이 떠올랐다.

"아니다!"

용호요종은 대뜸 두 눈이 커지며 외쳤다.

"진남은 탈사 당하지 않았다! 이건 진남이 그 신물과 하나로 융합되면서 생긴 이변이다!"

묘묘 공주는 용호요종의 말에 두 눈에 희색이 돌았다.

'진남이 살았다. 진남이 버텨냈다! 진남이 살아났어!'

쿵! 쿵! 쿵!

허공에 떠 있던 진남의 몸에서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렸다. 심장 뛰는 소리가 큰 산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사방팔방을 진동했다.

"대단한 육신이구나! 저 육신이라면 무왕 아래의 존재들은 다 이길 수 있겠어!"

용호요종이 흥분했다.

진남의 몸이 빛의 세례를 받은 후 철썩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신비로운 힘이 그의 체내에서 끊임없이 깨어났다.

피가 들끓는 소리였다.

"허!"

용호요종은 너무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혈맥을 만들어내다니!"

철썩! 철썩! 철썩!

진남의 혈액이 철썩거리더니 이내 완전히 멈추었다. 그의 온몸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가득했고 단전의 진기가 하늘을 뒤흔들 만한 소리를 냈다.

선천 경지 칠 단계!

선천 경지 팔 단계!

선천 경지 구 단계!

선천 경지 십 단계!

진남이 반보 무왕 경지가 되었을 때 놀라울 정도로 강한 파동이 용솟음치더니 사방팔방을 뒤덮었다.

"이건 신식(神識, 신의 의식)……?"

용호요종이 경악했다.

신식이라는 것은 무왕 경지의 강자에게만 생기는 것이었다. 의념으로 주변의 상황을 손바닥처럼 잘 알 수 있게 만들어줬다.

진남은 조금 전까지 선천 경지 육 단계였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는 동안 반보 무왕 경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신식이 열리기까지 했다.

용호요종은 진남이 대체 어떤 신물과 융합되었기에 천지개벽할 만한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했다.

충격적인 건 아직 끝이 아니었다. 진남의 육신, 기운이 모두 안정되자 그의 등 뒤로 청색의 현광이 솟아올랐다.

거대한 전신의 혼이 우뚝 솟았다. 전신의 혼은 높이가 열 장에 달하고 발은 허공에 붕 떠 있는 것이 마치 거대한 산 같았다.

전신의 혼의 왼쪽 눈은 또렷하게 모양을 갖추어서 흐릿한 전신의 형상이 생동하게 보였다. 마치 더 이상 무혼이 아닌 진짜 전신 같아 보였다.

쾅! 쾅! 쾅! 쾅! 쾅!

전신의 혼이 나타난 순간 경뢰가 연속으로 터졌다. 그의 뒤에 있는 현광이 갑자기 커졌다.

두 갈래의 현광!

세 갈래의 현광!

네 갈래의 현광!

다섯 갈래의 현광!

일곱 갈래의 현광이 솟아오르더니 그제야 멈추었다.

"세상에나! 이럴 수가!"

용호요종은 너무 놀라서 오줌을 지릴뻔했다. 그는 사는 동안 처음으로 무혼의 등급이 현급 일품에서 현급 칠품까지 승급하는 것을 보았다.

얌전히 서서 지켜보던 묘묘 공주도 충격받은 표정이었다.

'이게 진남의 비밀인가?'

절반쯤 떠 있던 진남이 오른쪽 눈을 천천히 뜨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전신의 왼쪽 눈이 융합되는 것을 선택한 것 덕분에 전신의 혼의 경지가 연속으로 여섯 단계나 올라갔고 육체와 경지가 모두 반보 무왕 경지에 이르렀고 신식도 각성했다.

"이렇게 큰 변화가 발생할 줄이야……"

진남은 몸속에서 강대한 혈맥이 응집되는 것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아직은 응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타낼 수는 없었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묘묘 공주."

진남이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향해 웃었다.

"공주,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흥!"

묘묘 공주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네가 나에게 단약을 빚지고 있었으니 살렸다. 그게 아니라면 나는 아는 체도 하지 않았을……"

그녀는 말하는 도중에 기우뚱하더니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진남은 달려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그녀의 엉성한 핑계를 무시하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한 말이 다 맞다. 너도 힘들 테니 좀 쉬는 게 어때? 네가 욕심내던 그 물건은 걱정 말아. 내가 반드시 가져다줄게."

"진남……"

묘묘 공주는 감동해서 울컥했다. 진남을 구해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물론, 나한테 빚을 진 거로 해야지."

"……"

공주는 너무 화가 나서 진남의 뺨을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힘들어서 눈썹을 파르르 떨더니 깊은 잠에 빠졌다.

"진남! 내 여신을 놓거라. 나와 결투하자!"

용호요종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화를 냈다.

"그 신물과 융합이 되었다고 기고만장하지 말아라! 너는 고작 반보 무왕의 경지에 올랐을 뿐이다. 내가 널 죽이는 건 개미를 죽이는 것과……"

"그래?"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리고 꼭 감고 있던 왼쪽 눈을 번쩍 떴다.

진남의 왼쪽 눈동자는 청색으로 변해 있었다. 수많은 현묘한 부적들이 눈동자 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었다.

짧은 순간에 전신의 위압이 미친 듯이 밀려왔다.

악!

용호요종은 꼬리를 밟힌 것처럼 놀란 비명을 질렀다. 거대한 몸으로 미친 듯이 뛰어다니더니 수십 척까지 도망가서야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두려움에 여전히 바들바들 떨렸다.

"너, 너 이건 동술(瞳術) 아니더냐……."

용호요종은 이를 덜덜 떨었다. 그는 진남이 두려웠다.

"하하하."

진남이 웃었다.

전신의 눈은 전신의 왼쪽 눈과 융합된 후 다른 사람을 정탐할 수 있는 능력에 다른 능력도 추가됐다. 전신의 위압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위압을 방출해서 적의 기세를 누르고 두려워하게 만들어서 싸울 의지가 없어지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전신의 위압에 용호요종이 저토록 겁을 먹은 것은 원인이 있었다. 그의 경지가 봉인되었고 용호주까지 내어주었으며 중상을 입어서 의지가 박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전신의 위압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 것이었다. 용호요종은 실제론 요종이기 때문이었다.

'전신의 왼쪽 눈은 위력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경지가 낮아서 한 개 능력밖에 깨우지 못했어. 이후에 경지가 제고되면 다른 능력들도 각성시킬 수 있을 거야.'

진남이 속으로 생각하며 왼쪽 눈을 감고 위압을 거둬들였다.

용호요종도 진남을 구하기 위해 용호주를 꺼내 주었다.

"괴물, 괴물이다…. 괴물이야……."

용호요종은 주춤주춤 다가왔는데, 감히 진남을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오기와 혈맥으로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자신보다 더 대단했다.

"저……, 이제는 여기에서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번 심사는 한 사람만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천 년의 수명을 사용해서 너를 구했다. 그러니 배은망덕하게 나를 공격하면 안 돼."

용호요종이 뭔가 생각난 듯 얼른 말했다.

"나도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진남은 고개를 들고 하늘에 대고 호통을 쳤다.

"구자진언, 얼른 나타나시오!"

진남은 이제 십자비장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전설 속의 열 번째 글자 전(戰)자가 바로 전신의 왼쪽 눈이고, 또한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모두 전신의 왼쪽 눈이 꾸민 일이었다.

쾅! 쾅! 쾅!

폭발음이 여러 번 들리더니 흐릿한 아홉 개의 그림자가 허공을 넘어 곧장 내려왔다.

"진남, 축하한다. 신물의 인정을 받았구나"

임자 기영이 먼저 말했다.

"너는 이번 심사를 통과했다. 이제 이곳을 떠날 수 있다."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단천속명고를 주십시오."

진남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임자 기영과 기타 기영은 눈을 마주치며 담담하게 웃었다.

"네가 신물의 후계자이니 우리는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규칙에 따르면 우리의 후계자가 되어야만 그곳의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어린 벗이여, 우리 구자진언의 후계자가 되거라. 구자진언도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한쪽에 있던 용호요종이 경악했다.

'이게 웬일이냐? 구자진언이 먼저 진남에게 그들의 주인이 되어달라고 하다니?'

"당신들의 후계자가 되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겁니까?"

진남은 급히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를 도와 하나의 소명을 완수하기만 하면 된다."

임자 기영이 웃으며 말했다.

"이 소명은 너에게 무척 쉬운 것이다."

진남은 그리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말했다.

"아뇨, 저는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 없습니다. 오직 단천속명고만 가지고 싶습니다."

용호요종은 황당했다.

'구자진언을 거절하다니…….'

용호요종이 잘 모르는 것이 있었다.

진남은 전신의 혼이 있었고 또 전신의 왼쪽 눈을 얻었으니 다른 기우가 필요 없었다. 그리고 진남은 왼쪽 눈이 그를 천 년이나 기다렸다고 하니 창람대륙의 어딘가에 전신의 오른쪽 눈과 다른 몸의 일부가 그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구자진언의 소명보다는 전신의 몸을 모으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역시……"

임자 기영과 다른 기영은 진남의 결연한 모습에 속으로 탄식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단천속명고를 줄 수 있다. 다만 우리에게 빚을 진 셈으로 하자. 이후에 네 도움이 필요한 때가 있을 것 같다."

진남이 그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됐다."

임자 기영 등은 진남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다. 임자 기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묘묘 공주가 그토록 탐내던 나무 상자가 진남의 손 위에 떨어졌다.

"어이, 구자진언. 나를 후계자로 택할 수 있잖느냐?"

용호용종의 말에 임자 기영 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경멸의 눈빛을 던질 뿐이었다.

"흠! 흠!"

이들의 눈빛에 용호요종은 헛기침을 몇 번 하며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남아, 너를 살리기 위해 나는 천 년의 수명을 소모했다. 그러니 지금 갚아야 하지 않느냐? 나는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구자진언 기영더러 다른 나무 상자를 나에게 주라고 하면 된다."

"아니, 걱정 말아. 네가 손해 보게 하지는 않을 거다."

진남은 구자진언에게 공수했다.

"아홉 선배님 고맙습니다. 수고스럽겠지만 저희 세 사람을 밖으로 전송시켜주십시오."

"그래."

임자 기영 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동시에 나서서 손가락을 튕겼다. 삽시간에 광채가 쏟아져 내려와 진남 등 세 사람을 감쌌다.

* * *

한 줄기 빛이 반짝이더니 진남 등은 용호산맥의 깊은 산속에 내려왔다.

구자진언 기영들이 다시 후계자를 찾기 시작해 구층지부탑이 사라졌다.

"하하하! 드디어 돌아왔다!"

용호요종은 크게 웃었다. 그는 무종 경지로 회복되었다.

"진남, 이제 내가 무섭지? 난 이제 무종 경지 강자다! 네가 가진 보물들 그리고 그 신물까지 다 내놓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진남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짜 나를 공격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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