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돌아왔구나!
진남과 묘묘 공주는 현령종에서 나와 임수성으로 향했다.
“일심이용.”
진남은 백현팔보를 펼치며 태고 영액을 꺼내 계속 입에 넣었다.
진남은 냉봉과의 일이 있은 뒤 자신의 실력이 너무 보잘것없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진남의 실력이 부족하지 않았더라면 구양군이 그렇게 날뛰며 소경설을 통해 패배를 인정하라고 하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태고 영액이 몸에 들어가자 곧 웅장한 태고 진기가 진남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진남의 몸에서 끓어오르는 진기가 우우우 하는 소리를 냈다. 마치 바람 소리 같기도 했고 유령이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했다.
묘묘 공주도 공중에 둥둥 떠서 수련했다.
묘묘 공주의 수련은 기묘했다. 무혼도 방출되지 않은 채 천지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진남은 전신의 눈으로 엿보았다. 하지만 그는 묘묘 공주가 치료 중이라는 것을 느낀 외에 수련의 오묘함은 간파하지 못했다. 그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하자 관찰을 거두었다.
두 사람은 수련하면서 사흘 만에 임수성에 도착했다.
진남은 처음 임수성에서 현령종으로 향할 때 열흘의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선천 경지 오 단계를 돌파하고 진기 방출과 대성 입미지경을 장악했다. 그래서 예전과 달리 사흘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임수성의 십 리 밖에서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몸집을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가 주입되어서 세 배나 불어난 작은 거인 같았다.
“진기귀일(真氣歸一), 선천 경지 육 단계.”
진남이 입에서 웅장한 진기가 뿜어져 나왔다. 진기는 마치 세찬 바람이 된 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바닥에는 계곡이 남았고 나무들은 바람에 모두 잘려 나갔다.
이전에는 진기가 쌓이면서 얼룩지고 불순하여 흐린 물과 같았다.
진남은 이제 몸을 씻어 진기가 더 응집되고 맑아져야 더 강한 진기를 폭발할 수 있었다.
“이번에 선천 경지 육 단계를 돌파하는데 무려 서른 방울의 태고 영액이 들어갔어. 경지를 돌파할수록 필요한 태고 영액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속 전진하여 임수성에 도착했다.
* * *
임수성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성지는 더 공고히 하고 확장했고, 그 성벽 아래에는 사방팔방에서 상인들이 끊임없이 성 안으로 들락날락하며 북적거렸다.
진남이 현령종의 제자가 되면서 임수성이 유명해졌고 현령종의 비호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임수성 주변의 크고 작은 가문들과 성지들이 감히 임수성을 건들일 생각을 하지 못해서 크게 발전했다.
“우리 집에 같이 가자.”
진남은 묘묘 공주를 쳐다봤다. 그는 성으로 들어가 주변의 모든 것을 보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초가삼간이라도 내 집이 가장 좋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밖에서 어떤 좋은 일을 겪었든지 아니면, 힘든 상황에 처했든지 모두 상관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은 집이었다.
“진씨 가문.”
진남은 발걸음을 멈추고 성 안에 있는 거대한 저택을 바라봤다.
지금의 진씨 가문은 방씨 가문을 병합한 뒤에 달라졌다. 집은 두 배로 넓어지고 부지가 백 리에 달했다. 많은 산수들이 진씨 가문을 진성(秦城)이라고 불렀다.
“이게 너희 집이야?”
묘묘 공주는 얼굴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묘묘 공주가 살펴본 바로 진씨 가문에서 경지가 가장 높은 사람은 선천 경지였다. 진남과 비교도 안 되었다.
‘이런 집에서 어떻게 진남과 같은 천재를 낳아 길렀을까?’
“응. 이게 바로 우리 집이야.”
진남은 감개무량하여 진씨 저택으로 향했다.
진남이 대문에 도착했을 때, 쉬체 경지 팔 단계인 두 사내가 사납게 말했다.
“누구야? 여기는 진씨 가문이다. 초대장이 없으면 썩 꺼지거라.”
두 사내는 진남과 묘묘 공주가 범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곳은 진씨 가문이라 누구든 초대장을 내밀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진남은 웃으면서 말했다.
“가주께 진남이 왔다고 알려줘.”
“진남이라고?”
두 사내는 그제야 진남을 알아본 듯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공자! 설마 진짜 진남 공자입니까?”
“그럼! 그러면 지나갈게?”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는 묘묘 공주를 향해 눈짓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들은 잔영이 되어 두 사내 앞에서 사라졌다.
‘어디 갔지?’
두 사내는 선천 경지 팔 단계였다. 웬만한 선천 경지 고수들도 이들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는 없었다.
* * *
진씨 가문 의사대전에는 진천이 제일 윗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아래에는 철삼과 진씨 가문의 새로운 장로들도 많이 있었다.
진천은 대청의 사람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용호산맥의 이변에 대해 우리 진씨 가문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번 일은 낙하왕국 사대 가문의 관심이 모두 집중되고 있다. 믿을 만한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이미 출동해 산맥으로 들어갔다고 하……”
진천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안색이 변했다.
진천뿐만 아니라 다른 집사들의 안색도 크게 변했다.
왜냐하면 의사대전에 두 사람이 더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진천, 철삼 그리고 몇몇 장로들은 모두 선천 경지의 고수들이었다. 특히 진천은 이미 선천 경지 오 단계에 도달했다.
두 사람이 나타났는데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그들의 경지가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
“삼숙.”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름 아닌 진남이었다.
진천과 철삼은 익숙한 목소리에 순간 넋을 잃고 중얼거렸다.
“남아?”
“공자?”
진천과 철삼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진남이 이런 방식으로 그들 앞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남아, 남아, 정말 너구나. 하하하! 이 녀석! 드디어 돌아왔어!”
진천은 빠르게 반응했고 얼굴에는 놀람과 기쁨이 드러났다. 그는 가주의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힘껏 발을 구르더니 진남을 꼭 끌어안았다.
진남이 떠난 뒤, 진천은 아버지로서 그를 몹시 그리워했고 늘 걱정했다.
‘진남이 현령종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혹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진남은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기개와 도량이 비범했다. 진천은 그런 아들을 보자 기쁠 겨를도 없이 코끝이 시큰했다. 그는 아들이 무사하면 그만이었다.
진남의 소식이 진씨 가문과 임수성에 전해지자 성이 들썩했다.
진씨 가문이든 임수성이든 모두 진남을 알았다.
진남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진씨 가문으로 향했다. 진씨 가문의 대문 앞에는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였다.
* * *
같은 시각 진씨 가문 의사대전.
짧은 충격 끝에 장로들과 집사들이 모두 대전에서 나갔다.
대전에는 이제 진천과 칠삼만 남아 있었다.
“진남 공자, 말해주십시오. 지금은 어느 경지에 이르렀습니까?”
철삼이 진남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는 진남이 매우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선천 경지 육 단계요.”
진남이 숨기지 않고 말했다.
“네?”
진천과 철삼의 눈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선천 경지 육 단계라고? 진남이 정말로 선천 경지 육 단계에 이른 건가?’
‘진씨 가문을 떠날 때 쉬체 경지 육 단계였는데, 삼 개월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선천 경지 육 단계에 도달했다니?’
진천과 철삼은 진남의 무혼이 현급 무혼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뿐만 아니라 진남은 사대 종문에서 이름을 날린 사실도 몰랐다. 알고 있었다면 그들은 더욱 깜짝 놀랐을 것이었다.
“하하하! 그래, 그래! 역시 내 아들이구나!”
진천이 큰 소리로 웃었다.
모든 아버지는 아들이 잘되기를 바란다. 진천은 진남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을 보고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 진남아, 이분은……”
진천은 진남 곁에 있는 묘묘 공주를 보고 놀랐다. 그녀는 어린 소녀였지만 고귀한 풍모를 갖추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앳되어도 오밀조밀하게 예뻐서 미래에 경국지색이 될 것만 같았다.
‘이 소녀는 진남의 무도 벗인가?’
“아!”
진남은 이마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이분은 현령종의 명예 장로인 묘묘 공주라고 해요. 이분의 경지는 현령종 종주와 태상 장로와 막상막하예요.”
“뭐라고?”
이번에 진천과 철삼이 멍해졌다.
‘이 작은 소녀가 현령종 종주와 태상 장로와 막상막하의 실력이라니?’
진천과 철삼은 식견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현령종 종주, 태상 장로가 낙하왕국의 최고 수준의 강자인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배님이시군요.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진남과 철삼이 정신을 차리고 공수했다.
“안녕?”
묘묘 공주는 무시당해서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그녀는 턱을 쳐들고 냉담하게 말했다.
“나는 그냥 지나갈 뿐이니 신경 쓸 필요 없어.”
“그게…… 네.”
진천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소 조심스러웠지만 비굴하지 않았고 품위를 유지했다.
옆에 있던 진남은 묘묘 공주를 흘겨보며 웃었다.
“아버지, 삼숙, 저는 이번에 임무를 수행하러 왔어요. 용호산맥에 가서 요수를 사냥할 거예요. 요수를 사냥한 뒤에 다시 올게요.”
진남은 큰 빚을 지고 있었다. 진남은 다시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지만 빚을 빨리 갚고 싶었다. 빚만 없다면 홀가분할 것이다.
“용호산맥에 간다고?”
진천이 깜짝 놀랐다. 그는 고개를 힘껏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건 안돼. 용호산맥에 갈 수 없어. 지금 용호산맥은 사대 가문에 의해 봉쇄됐어. 그들에게 들키면 반드시 죽을 거야.”
“사대 가문이요?”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낙하왕국에 언제 사대 가문이 또 생긴 걸까?’
옆에 있던 철삼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네. 사대 가문은 낙하왕국이 건립된 이래 쭉 존재했어요. 사대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동서남북을 지켜왔다는 이유로 황실의 책봉을 받아 동서남북이라고 이름을 바꿨어요. 사방 가문이라고도 불러요.
사대 가문은 세력으로는 사대 종문과 비교가 안 돼요. 하지만 가문마다 무왕 경지의 강자들을 데리고 있어 보통 사람들이 건드릴 수 없어요.”
“그렇군요…….”
진남은 깨달았다.
낙하왕국에는 사대 종문 외에도 크고 작은 무도 가문들이 있었다. 사대 가문은 그들 무도 가문에서 최고의 존재였다.
“아버지, 삼숙,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현령종의 제자라 사대 가문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할 거예요.”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 말을 들은 진천과 철삼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진천이 직접 말했다.
“남아, 이번엔 네가 틀렸어. 평소 같으면 사대 가문이 널 괴롭히지 못하겠지만 이번엔 달라. 얼마 전 용호산맥에서 용과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났어. 그 사실을 안 사대 가문이 직접 출동해 산맥에 들어갔지. 사대 종문의 외문 제자라도 용호산맥에 무리하게 진입하면 죽지는 않더라도 크게 다칠 거야.”
“용과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요?”
진남은 다른 말들보다 그 한마디만이 귀에 들어왔다. 그의 눈에는 한 줄기 빛이 번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