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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16화 (116/1,498)

116화 공로전

소운하, 나검호, 왕초 등 만상 대회에 참가했던 제자들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그들 머릿속에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달려들던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런 사내가 오늘 왜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걸까?’

그들뿐만 아니라 내원 제자 중 황용, 묵자삼, 서유, 대호 등도 그 소식을 듣자 아연실색했다.

‘진남이 패배를 인정했다고? 장난해?’

황용, 묵자삼, 서유, 대호 등은 이 소식을 듣자 침묵에 빠졌다. 그들은 의기양양하고 전의가 충만했던 청년이 어쩔 수 없이 패배를 인정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황용 등은 가슴이 아프고 코끝이 찡해졌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진남을 그들의 꿈이자 목표로 생각하고 있었다. 진남은 그들이 갈망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꿈이 깨지고, 목표가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형벌전.

소냉과 초운은 눈앞의 제자가 가져온 소식에 화가 나서 살기를 풍기며 포효했다.

“그딴 헛소리 하지 말거라. 진남 사형은 너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 고개를 숙이지 않을 사람이다!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란 말이다!”

소냉과 초운은 동시에 화를 냈다.

두 사람은 일찍부터 진남을 따랐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진남을 잘 알았고 그의 성격도 잘 알았다.

진남은 누가 됐든지 그를 공격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상대방이 그보다 강하다고 해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들은 진남을 존경했다.

소냉과 초운은 진남이 패배를 인정했다는 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더 많은 소식이 소냉과 초운의 귀에 전해지자 두 사람의 얼굴이 분노로 얼어붙었다.

진남은 정말로 패배를 인정했다.

꿋꿋하고 두려움도 없던 진남이 정말 패배를 선택했다.

“아니야,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소냉은 이마에 핏대를 올리고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외쳤다.

"진남 사형은 설령 두 다리 두 팔이 모두 뜯겨 나간다고 해도! 아니! 죽는다고 해도 결코 패배를 인정할 사람이 아니야!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거야! 절대!”

소냉은 광분해서 울부짖었다.

“사람은 변하겠지…….”

이때 초운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눈에 실망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 * *

공법전 옆 누각.

선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무섭게 다그쳤다.

“뭐라고? 그 아이가 정말로 패배를 인정했느냐? 패배를 선택했다고?”

선노 앞에 앉은 사람은 궁양이었다.

이것은 궁양이 처음으로 선노를 만나는 자리였다. 예의 바르게 대답하는 게 맞았지만 궁양은 침묵을 택했다.

“우스워, 우습다!”

선노는 화가 나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사내가 자기가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할 줄이야! 내가 눈이 멀었어. 정말 눈이 멀었다."

선노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궁양은 마음속으로 한 번 탄식하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선노,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은 일입니다. 진남의 성격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패배를 쉽게 인정하는 그런 사람일 수 없습니다. 분명 고충이 있을 겁니다.”

“고충?”

선노는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고충이 있든 그가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핑계가 아니다. 애당초 그가 냉봉과 대결을 한다고 했을 때도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는 그를 믿었다. 그리고 설령 냉봉과의 대결에서 지더라도 당당한 사내라고 생각했다.”

궁양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도 의문스러웠다. 진남이 패배를 인정한 것은 그에게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궁양은 본질적으로 진남을 믿었다.

“우리, 조금만 더 시간을 줍시다.”

궁양이 말했다.

"일이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진남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사람들도 다시 알게 될 겁니다.”

선노는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았다.

궁양이 간 후에야 비로소 안색이 풀린 그는 텅 빈 마당을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 진남이 패배를 인정할 줄은……”

마당에 한 노인이 나타났다.

만약 진남이 여기 있었다면 이 노인이 만상도에서 만난 그 노인 즉 선노의 선배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를 믿어 보거라. 그 녀석은 쉽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내 짐작이 맞으면, 그는 곧 사대 종문을 흔들고 낙하왕국을 충격에 빠뜨릴 폭풍이 될 거다.”

선노는 순간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진남이 패배를 인정했다는 소식이 현령종 전체에 퍼졌다.

제삼 정원에서 진남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앞에 서 있는 백횡을 쳐다보고 있었다.

백횡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남 공자, 지금 현령종 전체가 당신 얘기를 하고 있어요.”

"괜찮습니다.”

백횡의 말에 진남이 대답했다. 그는 시종일관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현령종 모두의 반응에 대해 그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 점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은 소경설에게 빚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먼저 부탁을 하자 그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스스로의 원칙을 위배하면서도 그 빚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오늘 당신을 부른 것은 어떻게 단약을 많이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요. 알다시피 저는 지금 무일푼에 거대한 빚을 지고 있어요. 그래서 매우……”

진남은 중점만 말했다.

진남이 패배를 인정했기에 냉봉과 대결이 당연히 취소됐다.

진남은 냉봉을 상대하기 위해 묘묘 공주의 계책대로 현령종 모든 사람에게서 오십만 알의 무왕단을 빌렸다. 게다가 묘묘 공주에게도 십만 알이나 되는 무왕단을 빚졌다. 대결이 취소되었으니 바로 갚아줘야 했다.

백횡은 놀라서 저도 몰래 물었다.

"단약을 갚아주려고요?”

누구든 백횡과 같은 의혹을 품었을 것이다.

진남이 현령종 모든 사람들에게 단약을 빌릴 때 제자들이나 장로들은 모두 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다만 태상 장로와 명예 장로 그리고 진남의 재능을 보고 진남에게 인정을 베푼 것이었다.

“저는 빚을 모른 척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단약을 빌려주고 도움을 줬으니 당연히 갚아줘야 합니다.”

진남은 미소를 지었는데 시선은 단호했다.

‘육십만 개의 무왕단이면 또 어떠한가?’

그는 반드시 갚아야 했다.

백횡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마음속에 짙은 존경심이 생겼다. 세상 사람들이 진남을 어떻게 보든 그는 진남을 한없이 존경했다. 그는 줄곧 진남을 신처럼 받들었다. 그는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단약을 얻으려면 공로전에 가서 임무를 받는 방법밖에 없어요.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요수를 죽이는 일 같은 것들이에요."

“임무를 받는다고요?”

진남은 깨달았다.

현령종에서 제자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원이 있어야 했다.

자원을 얻으려면 종문의 지원 외에 각종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황급 십품 무혼을 가진 천재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남은 현령종에 합류한 이후로 사건이 끊이질 않아 공로전에서 임무를 받을 겨를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공로전에 가서 임무를 받겠습니다."

진남은 백횡에게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문밖은 지난번과 달랐다. 내원봉의 적지 않은 제자들이 진남을 보자마자 얼굴에 경멸의 기색을 띠며 손가락질했다.

"봤어? 진남이야. 냉봉과 대결을 약속했다가 죽을까 봐 패배를 인정했다지?"

"그러니까. 겁쟁이가 따로 없구나.”

"안 그래도 이상했어. 대체 무슨 용기로 냉봉에게 도전을 한 걸까?”

“……”

내원 제자들은 예전과 달리 진남에게 빈정댔다.

다만 그들은 크게 떠들지는 못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별다른 반응 없이 공로전으로 향했다.

공로전은 천봉산 서쪽에 있는 산봉우리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체 높이는 사 층이었고 부지 면적은 방원 천 리에 달했다. 궁전 전체가 벽돌로 쌓아져 있어서 마치 산과 같았다.

공로전 앞에는 수많은 제자들이 오가고 북적거렸다.

진남은 온몸의 기운을 거두고 외진 구석을 통해 공로전에 들어갔다.

그는 이번에 임무를 받고 단약을 갚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래서 큰 관심을 끌기를 바라지 않았다.

공로전의 첫 번째 층 중앙에는 길이가 삼십삼 척에 달하는 수정 거석(巨石)이 걸려 있었다. 돌 위에는 화염으로 응집된 수많은 문자들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문자들이 길거나 짧은 임무를 이루었는데 빠른 속도로 굴러가면서 선택하게 했다.

이 수정 거석은 '신정석(信定石)'이었다. 정보를 모아 놓은 것이라 매우 희귀하고 가치가 있었다.

진남은 대청의 인파 뒤에 몇십 척 떨어진 곳에 있는 수정 거석에서 굴러가는 임무 정보를 살피고 있었다.

‘북하(北河)로 가서 인어족의 이동 원인을 조사해 보라. 조사 후 종문에 보고하고 선천단 천 개를 수령하라.’

‘백엽 찬란화 급구, 있는 사람이 있으면 무왕단 천 알과 바꿀 의향이 있다.’

‘마염산 이동을 조사하라. 마염산에서 요괴 대란의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하면 임무 완수다. 반드시 내문 제자여야 한다. 임무를 완수하면 무왕단 오천 개를 보상으로 내린다.’

열심히 훑어보던 진남은 실망했다.

단약 보상이 넉넉한 임무는 각종 진기한 이보를 구매하겠다거나 무왕 경지가 돼야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다른 임무들은 보상이 선천단 오천 알을 넘지 않았다.

만약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여 선천단 오천 알을 얻는다면 오십만 알을 채우려면 어느 세월에 다 모으겠는가.

"엄청난 보수를 준다면 아무리 험난해도 괜찮은데……”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임무를 살폈다.

한 시진.

두 시진.

두 시진 반이 지나서야 진남은 신정석 위에 굴러다니는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자세히 살피지 않고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응?"

진남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임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백왕산(百王山) 요수 사냥에 함께할 사람 구함. 마지막 수사 한 명 부족, 어떠한 요구도 없이 합류하여 임무를 완성하면 됨. 임무 완성 후에는 오만 알의 무왕단을 보상함.

‘오만 알의 무왕단? 그냥 합류하기만 하면 된다고? 다른 어떤 요구도 없어?’

진남은 임무에 너무나 많은 의문점이 있다고 느꼈다.

임무에 도대체 몇 명이 가는지, 사람들의 경지는 어떠한지 아무것도 알리지 않았다.

그다음의 임무에 요구사항이 없고 구체적인 사냥요구도 없이 무려 오만 알의 무왕단을 포상으로 걸었다.

그러니 임무에 무언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었지만 진남은 설렜다.

무려 오만 알의 무왕단이었다. 진남의 빚을 십 할이나 갚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놀란 목소리가 울렸다.

“진남? 진남이야?”

고개를 돌린 진남은 의아한 표정을 한 청년을 발견했다.

청년은 몸집이 우람했다. 몸속에는 들끓는 힘이 솟구는 것 같았다.

“황급 십품 무혼, 선천 경지 팔 단계, 소성 입미지경……”

진남은 전신의 눈을 움직여 청년의 힘을 샅샅이 관찰했다.

우람한 청년은 무혼, 천부적인 재능, 힘이 냉봉보다 더 강했다.

진남은 마음속에 있는 각종 의문들을 누르며 공수했다.

“소인 진남입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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