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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4화 (54/1,498)

54화 난심고죽림

임자소의 말에 모두가 그를 돌아봤다.

'난심고죽림? 이건 뭐지?'

바로 이때, 숲속에서 목소리 하나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 식견이 넓은 사제구나. 난심고죽림이라는 걸 알고 있다니."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사람들의 안색이 변했다. 황용과 임자소도 예외가 아니었다.

난심고죽림 속에서 한 청년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청년은 몸에 흰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하얗고 섬세했다. 두 가닥의 검과 같은 눈썹과 어울려 멋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였다. 기세의 깊이가 헤아려지지 않았다.

"무왕 경지의 강자?"

진남은 눈을 좁히며 그를 살폈다.

청년은 비록 수행이 소경설보다는 부족했지만, 그 역시 무왕 경지였다.

청년은 걸어 나와 제자들을 보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서천(徐千)이다. 너희들의 사형이지. 나는 다섯 장로의 명을 받고 사제들을 시험하기 위해 여기 만상도에 왔다. 이번 시험에 통과한 사람은 성적에 따라 청룡 영패를 얻을 것이다."

그 말에 장내의 제자들은 모두 깨달았다.

종문에서는 일찍이 만상도에 마지막 시험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형, 이번 시험은 무엇인가요?"

임자소가 이때 나서서 공손히 물었다.

서천은 그를 힐끔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네가 바로 임자소지? 장로한테서 너에 대해 들은 적 있다. 황급 구품 무혼의 초월급 천재라서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고 하더군. 이번 시험이 끝난 후 수련할 때 무슨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오거라."

그 말을 들은 제자들의 눈길에 부러움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들은 감히 입을 열 엄두를 못 내고 조용히 마지막 시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임자소가 그 말을 듣고 공손히 말했다.

"그럼 사형을 귀찮게 해도 부디 이해해주세요."

서천은 임자소의 교만하지 않고 공손한 태도를 보고는 속으로 매우 만족해했다. 이어 고개를 돌려 장내의 제자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우선 설명해주도록 하지. 난심고죽림은 천지보물의 하나이다. 이곳의 한 그루의 대나무에는 사람의 마음을 미혹시키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오직 무왕 경지 이하의 수사들에게만 작용하지. 간단히 말하면 이 관문은 여러분의 무도 의지, 무도심을 시험하는 것이다."

서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졌다.

"시험은 바로 난심고죽림에 들어가는 것이다. 난심고죽림을 모두 걷기 위해선 천 보가 필요하지. 규칙은 두 개로 매우 간단하다. 첫 번째 규칙은 난심고죽림에서는 무예를 사용할 수는 없고 무혼만을 발휘할 수 있다. 두 번째 규칙은 전진하는 발걸음 수에 따라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서천은 말을 마치고는 사람들이 규칙을 이해할 시간을 줬다.

서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상품에 대해서도 설명하도록 하지. 이번 시험에서 삼 위는 한 개의 청룡 영패를 얻을 수 있고 이 위는 네 개의 청룡 영패를 얻을 수 있고 일 위는 열다섯 개의 청룡 영패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누가 천 보를 다 걸으면 청룡 영패를 모두 얻을 수 있다. 현령종 역사 이래 천 보에 도달한 사람이 없는데, 만약 누구든지 해내기만 하면 종문에서 큰 포상을 내릴 것이다."

장내 제자들의 눈길이 모두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들은 서천의 말을 통해 이번 시험은 경지와 상관없이 무도심을 비기는 거라서 매우 공평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설령 쉬체 경지 오 단계의 제자라도 무도심이 굳건하여 천 보를 모두 걸으면 스무 개의 청룡 영패를 얻을 수 있었다.

설령 천 보를 다 걷지 못하더라도 일 위를 하면 열다섯 개의 청룡 영패를 얻을 수 있어 만상 대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진남, 황용, 임자소 등은 서천이 아직 말을 다 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서천이 제자들의 열기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 한마디 충고하겠다. 만약 무도심이 굳건하지 못하면 주화입마에 빠져 신체가 폭발하여 죽을 거다. 앞선 만상 대회에서 적지 않은 쉬체 경지 팔 단계, 심지어는 구 단계의 제자들이 이 안에서 죽었다."

말을 마친 서천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먼저 하겠느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서천의 말에 찬물을 머리에 부은 것처럼 제자들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제자들은 일제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쉬체 경지 팔 단계, 심지어는 구 단계의 천재도 죽었다니, 난심고죽림이 그렇게나 무서운 곳이었단 말인가?'

그때 침묵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온몸에서 악기를 풍기는 청년이 큰 걸음으로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오더니 쉬체 경지 팔 단계의 기세를 남김없이 드러냈다.

청년은 눈앞의 난심고죽림을 보고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곧장 신법 무예를 써 난심고죽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침묵하고 있던 장내의 제자들이 그 광경을 보고 떠들기 시작했다.

"그는 왕호(王虎)야. 극히 악독하고 황급 칠품 무혼을 가지고 있는데 역시 천재에 속하지."

"왕호라고? 그가 왕호였구나. 들은 바로는 많은 제자들이 그의 손에 죽었다고 했어."

"……"

사람들이 일제히 왕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왕호는 난심고죽림에 뛰어 들어가더니 사나운 기세로 한 걸음 한 걸음,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전진했다.

이백 보 정도 걸었을 때 왕호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더니 커다란 힘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튕겨 나왔다.

"난심고죽림은 실로 무섭구나."

왕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서천이 왕호를 보며 말했다.

"용기가 갸륵하구나. 마음에 들었다. 이 백 알의 선천단을 받거라."

말을 마친 서천이 소맷자락을 흔드니 옥병 한 개가 날아와 왕호의 앞에 떨어졌다.

왕호는 옥병을 보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사형!"

장내의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경악했다. 그들은 서천이 왕호에게 백 알의 선천단을 상으로 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저도 하겠습니다!"

이를 보고 사람들 속에 있던 쉬체 경지 칠 단계의 한 제자가 몸을 날려 난심고죽림 속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적지 않은 제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몸을 날려 난심고죽림 속으로 뛰어들었다.

분위기가 과열됐다.

진남, 황용, 임자소 등은 움직이지 않고 담담하게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한 시진이 지나갔다.

한 시진 동안 쉰여덟 명의 제자가 난심고죽림에 들어갔다. 전진한 발걸음 수가 제일 많은 사람은 여전히 이백 보를 전진한 왕호였다.

그리고 여덟 명의 제자가 죽림에서 죽었다. 그중 경지가 제일 높은 제자는 쉬체 경지 팔 단계에 달했다.

연달아 여덟 명이 죽었기에 과열됐던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제자들은 더는 함부로 충동해서 나서지 않았다.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이 폐물아. 무엇이 진정한 천재인지 똑똑히 보거라."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소운하였다.

소운하가 나서자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제자들의 눈에 기대가 드러났다.

'십 대 천재 중에서 서열 일 위인 소운하가 난심고죽림 속에서 얼마나 멀리 전진할 수 있을까?'

소운하는 빠르게 난심고죽림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쉬체 경지 십 단계의 기세를 모두 폭발시켰다.

그는 왕호처럼 급히 전진하지 않고 마치 정원을 산책하듯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전진했다.

한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자 제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운하는 이미 사백 보나 전진했다. 이는 왕호의 두 배였다.

바로 이때 난심고죽림 속에서 소운하의 비명이 들려왔다. 여덟 갈래의 노란 빛이 펼쳐지더니 하나의 오래된 주전자 모양의 무혼이 떠올랐다.

무혼을 발사한 후 소운하는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마치 현을 떠난 화살처럼 한꺼번에 아흔아홉 발걸음을 전진하고는 뚝 멈추더니 신속히 후퇴하여 난심고죽림에서 물러 나왔다.

장내의 제자들은 모두 경악했다.

소운하가 걸어 나간 사백아흔아홉 보는 전체 길이의 절반에 달했다.

서천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만족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좋다. 삼백 알의 선천단을 상으로 주마."

수많은 부러움의 눈길 속에서 소운하는 공손히 삼백 알의 선천단을 받더니 진남 등 사람을 멸시하듯 보았다.

또 세 개의 건장한 그림자가 임자소의 무리에서 걸어 나왔다.

그림자는 바로 십 대 천재 중의 단목양, 왕초, 나검호였다.

단목양 일행은 난심고죽림 속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진남 일행 세 사람의 앞으로 걸어왔다. 단목양은 초운과 소냉을 훑어보더니 실망한 듯 말했다.

"초운 사저, 소냉 사제, 이 폐물을 따르기로 선택한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이제 곧 후회할 거예요."

왕초와 나검호는 경멸의 눈길로 초운과 냉소를 바라봤다. 마치 초운과 냉소의 선택을 비웃는 것 같았다.

말을 마친 단목양 일행은 바로 몸을 돌려 난심고죽림으로 사라졌다.

세 사람의 성적은 금세 나왔다.

단목양은 사백오십 보 전진했다.

왕초는 사백사십 보 전진했다.

나검호는 사백 보 전진했다.

단목양 일행은 서천의 상을 받고 다시 진남 등을 향해 걸어가더니 경멸스러운 시선을 보내고는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

이건 소리 없는 조롱과 멸시였다.

초운과 소냉, 두 사람의 안색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진남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지만, 연속으로 다른 사람에게 조롱을 당하면 누구라도 분노가 일었을 거다.

이때 갑자기 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 폐물들이 작은 성과에 이렇게 설치다니. 이 황용이 저 네 폐물에게 무도심이 무엇인지 알려주마."

큰 소리로 웃으며 말하는 사람은 바로 황용이었다.

교만하던 소운하, 단목양, 왕초, 나검호 네 사람은 그 말을 듣고 일제히 안색을 굳혔다.

그들 네 사람은 원래 진남 일행을 비웃고 멸시하여 그들의 무도심을 방해하려 했다.

그런데 황용이 직접 나서서 자신들을 폐물 취급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황용, 너무 날뛰지 말거라. 난심고죽림에서는 경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무도심을 겨룬다."

줄곧 침묵하던 임자소가 말했다. 그는 크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몸에서 전의를 뿜으며 말했다.

"너와 나, 누구의 무도심이 더 확고하고 강인한지 확인해보자."

순간 모든 제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초월급 천재가 드디어 우열을 가리려는 건가?'

장내의 분위기가 매우 긴박해졌다.

이는 황급 구품 무혼을 가졌고, 다섯 장로의 마음에 든 초월급 제자 황용과 임자소가 드디어 우열을 가리기 때문이었다.

비록 두 사람이 경지로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장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제자들 눈이 흥분으로 시뻘게졌다.

"황용과 임자소가 끝내 우열을 가리는구나. 나는 이 순간을 한 달이나 기다렸어!"

"하하하, 황용 사형이 분명히 이길 거야."

"허허, 황용 사형은 너무 포악하여 무도심이 틀림없이 경박할 거야. 반대로 임자소 사형은 품위가 있고 예의가 바르니 무도심이 확고할 거야."

"당신들 논리는 우습군. 여기서 떠들게 뭐 있어? 두 사람은 모두 초월급 천재인데 감히 평가할 자격이 있어?"

"……"

내문 제자이고 무왕의 경지에 도달한 서천도 기대를 품었다. 황급 구품 무혼을 가진 이런 초월급 천재들의 결전은 그도 보기 드물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두 영웅의 싸움은 보기 힘든 것이다. 선천단 천 알을 상으로 내놓겠다. 너희 둘 중 누가 이기든 이 선천단 천 알을 가져갈 수 있다."

서천의 말은 장내의 분위기를 다시 폭발시켰다.

천 알의 선천단, 이건 측정하기 어려운 거대한 재산이었다.

"고맙습니다, 사형!"

황용과 임자소 두 사람은 일제히 서천을 향해 인사를 하고 바로 서로를 마주 봤다. 두 사람에게서 전의가 솟아올랐다.

두 사람은 동시에 강한 기세를 폭발시켜 일제히 난심고죽림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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