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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3화 (53/1,498)

53화 지도를 합치다

소냉과 초운의 말에 들끓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신입 제자들은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십 대 천재 중 십 위인 소냉과 오 위인 초운이 진남의 편에 서서 진남을 도울 줄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소냉과 초운은 임자소의 미움을 사는 것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

이때 쉬체 경지 칠 단계의 한 수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권고하는데 다들 입조심 해라. 너희들은 모른다. 진남은 비록 쉬체 경지 칠 단계지만 이미 신검합일 원만 경지에 도달했어. 심지어 십 대 천재 중 사 위인 음살 공자를 죽였어."

"맞아, 내가 직접 보았어."

"나도 그 자리에 있었어. 진남 혼자 음살 공자를 이겼지."

지난번에 삼판 금련 쟁탈의 자리에 있던 제자들이 하나둘씩 나서서 제자들에게 권고했다.

그 말에 제자들의 안색이 조금씩 변했다. 진남을 보는 눈빛에는 다시 한번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은 진남이 신검합일 원만 경지에 도달해서 쉬체 경지 칠 단계의 경지로 십 대 천재 중에서 사 위인 음살 공자를 죽였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이러한 전력이면 진남은 십 대 천재 중의 삼 위와도 비길 수 있지 않나?

게다가 지금 소냉, 초운이 진남의 곁에서 이미 강대한 세력을 형성했다.

이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그래? 재미있군."

임자소였다. 그는 웃으면서 진남을 보며 말했다.

"폐물이 신검합일 원만 경지를 장악하고 또 음살 공자를 죽이다니. 생각 밖으로 제법 쓸만한 한 수가 있구나."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 마치 진남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임자소의 마음속엔 진남이 나타난 걸 발견하는 순간 한 줄기 광희(狂喜)가 스쳤다. 단지 바로 마음을 가라앉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뿐이었다.

'지금의 나의 경지와 세력으로 진남을 진압하는 건 충분하지 않나?'

때문에 그는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진남을 바라봤다. 이 폐물이 도대체 뭘 하려고 여기 왔는지 알고 싶었다.

임자소가 입을 열자 침묵했던 장내의 제자들이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진남이 음살 공자를 죽였다는 게 뭐 어떻다고. 임자소 사형도 그를 죽일 수 있어."

"허허, 설사 진남이 천재라고 해도 상관없어. 임자소 사형의 미움을 사는 건 분수를 모르는 거지."

"임자소 사형이 폐물을 죽이는 데 동참하겠어."

"나도 동참하겠어!"

"……"

임자소에게 아첨하는 제자들은 모두 임자소가 백옥도장에서 끌어모은 그 이백이십 명의 제자들이었다. 하여 큰 소리로 떠들어대며 진남을 조롱하고 임자소의 호감을 얻으려 했다.

진남은 담담한 눈길로 임자소를 보면서 말했다.

"내 실력을 아직도 몰라?"

이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굳어졌다.

특히 임자소 뒤에 있던 수많은 천재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라움 가득한 얼굴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말뜻은 매우 명확했다. 임자소가 공법전의 투무에서 진남에게 패하여 한평생 공법전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일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무슨 자신감으로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진남은 임자소가 격노하는 게 두렵지 않단 말인가?'

임자소는 얼굴이 파들거렸다. 그의 눈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임자소 뒤에 서 있던 소운하가 콧방귀를 뀌었다.

소운하는 한 걸음 성큼 나서더니 쉬체 경지 십 단계의 기세를 뿜으며 멸시하듯 말했다.

"너 같은 폐물이 무슨 자격으로 임자소 사형한테 덤비는 거지? 덤벼라, 내가 네놈을 죽여주마."

소운하는 포악함을 드러내며 진남을 죽이겠다고 했다.

장내의 제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흥분하기 시작했다.

소운하가 누구인가?

십 대 천재 중에서 일 위이고 수행이 쉬체 경지 십 단계에 달했다. 이번에 요수를 다루는 신비한 수단으로 모든 제자들을 모이게 한 최고의 천재이다.

설령 진남이 음살 공자를 이겼다 해도 소운하의 상대는 아닐 것이었다.

제자들의 표정에 조롱이 가득했다. 그들은 진남이 소운하와 겨룰지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속에서 진남이 갑자기 담담하게 웃더니 천천히 품에서 지도를 하나 꺼내며 말했다.

"미안하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나머지 스무 개의 청룡 영패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기에 너와 겨룰 수 없어."

말을 마친 진남은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

"물론 난 널 두려워하는 게 아니야. 넌 나와 싸울 자격이 없어."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남이 소운하까지도 안중에 두지 않을 줄이야.'

소운하는 진남의 말에 잠깐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

그는 십 대 천재 중에서 일 위로 임자소, 황용 다음이었다.

이러한 그가 언제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조롱받고 멸시를 받아 봤을까?

"진남! 너 이 폐물! 내 너를 죽여버리겠다!"

소운하는 일갈하며 체내의 기세를 폭발시켰다. 마치 한 마리 맹수로 변한 것 같았다.

"소운하, 멈추거라."

임자소가 소운하를 멈추었다.

소운하는 머리를 돌려 임자소를 보았다.

"이 폐물은 오늘 죽음을 면치 못할 거다. 잠시 참거라."

임자소가 소운하를 달랬다. 그리고는 앞으로 걸어 나와 진남의 손에 있는 지도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폐물이 지도를 한 장 얻었구나. 지금 네가 지도를 내놓으면 불구로만 만들고 목숨은 살려주겠다."

소운하를 포함한 모든 제자들이 정신을 차렸다.

임자소가 소운하를 멈춘 건 진남의 손에 다섯 번째 지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임자소를 보면서 말했다.

"입을 열자마자 폐물이라고 부르더니, 이젠 나를 불구로 만들고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하다니. 내가 이 지도를 줄 것 같아? 임자소, 꿈도 꾸지 말거라."

임자소는 입가가 살짝 떨렸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분노를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의 손엔 지도가 네 장뿐이라 만약 진남의 지도가 없다면 나머지 스무 개의 영패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임자소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최대한 자신의 말투를 평온하게 하고 말했다.

"방금 한 말은 사과하마. 만약 네가 지도를 나에게 준다면 여기서 맹세하겠다. 절대 너에게 손을 쓰지 않으마, 어떠냐?"

그 말에 진남은 바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난 너를 믿지 않는다. 그리고 네가 살려줄 필요도 없다."

진남은 조금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임자소, 만약 그 스무 개의 청룡 영패를 갖고 싶다면 네 손에 있는 네 장의 지도를 나에게 줘. 아니면 이 지도를 없앨지언정 너에게 주지 않겠다."

진남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볼이 파들거렸다.

신입 제자 중에 누가 감히 이렇게 임자소에게 도전할 수 있겠는가?

임자소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그가 호통쳤다.

"진남아, 너무 욕심을 부리는구나."

진남이 이에 반응하기 전에 어디선가 강대한 기운이 갑자기 솟구치더니 비웃는 소리가 울렸다.

"임자소, 이 위선적인 놈아, 입을 열자마자 사람을 폐물이라 하고 불구로 만들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욕심을 부린다고 뭐라 하는 거냐?"

이 소리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봤다.

사람들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임자소도 예외가 아니었다.

임자소를 비난한 사람은 바로 이 대 초월급 천재 중의 한 명인 황용이었다.

진남도 시선을 돌렸다. 그는 황용을 보곤 눈빛이 가라앉았다.

진남은 황용의 몸에서 악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악기는 쉬체 경지 십 단계의 임자소도 비할 수 없었다.

"선천 경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그러나 쉬체 경지 십 단계의 경지를 초월했구나. 황용은 아마 반보선천(半步先天) 정도에 도달했을 거야. 거기다가 인기합일 원만 경지까지 장악했어."

진남은 중얼거리더니 안색이 굳었다.

임자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만약 그가 제일로 싫어하는 사람을 손꼽으라고 하면 진남과 황용은 예외 없이 일이 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황용은 위협적이었다. 임자소가 소운하, 단목양 등 많은 천재를 모이게 한 것은 바로 세력으로 황용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황용, 무슨 뜻이냐?"

임자소가 화난 목소리로 호통쳤다.

"무슨 뜻이냐고?"

황용이 히죽 웃었다. 임자소의 노기를 무시하고 느긋하게 말했다.

"내가 한 가지 방안을 알려주마. 진남 동생이 지도를 너에게 주면 넌 나머지 스무 개의 청룡 영패를 찾거라.

다만 청룡 영패를 얻기 전까지 진남 동생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만약 손을 댄다면 바로 나하고 맞서는 거지. 그러면 너희는 진남과 나를 함께 상대해야 할 거다."

말을 마친 황용이 진남을 보더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

"진남 동생, 걱정하지 마. 나 황용은 한번 한 말은 무조건 지켜. 만약 임자소가 너에게 손을 대면 난 너와 함께 저들에게 맞서겠다."

임자소와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곤 안색이 흉흉해졌다. 황용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대놓고 자신들을 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도 대꾸하지 못했다. 황용이 제시한 방법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룡 영패를 얻은 후라야만 진남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에 찝찝했다. 즉 폐물을 며칠 더 살려둬야 했다.

"황용 사형은 당연히 믿을 수 있죠."

진남은 황용에게 대답하곤 망설임 없이 지도를 꺼내 임자소에게 던져주었다.

그는 비록 지도를 임자소에게 주는 것이 그다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계속 이렇게 대치하고 있는 것도 답이 없었다.

임자소 등은 진남이 이렇게 나오자 얼굴이 굳어졌다.

"하하! 진남 동생, 참으로 시원하구나."

황용이 진남을 향해 엄지를 세우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임자소, 꾸물대지 말고 빨리 다섯 장의 지도를 맞추거라."

임자소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반박하지 않고 품에서 나머지 네 장의 지도를 꺼내 천천히 맞추기 시작했다.

장내의 제자들은 이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임자소와 진남이 싸우지 않아 약간 실망했다. 하지만 스무 개의 청룡 영패가 걸려있고, 또 황용까지 상황에 포함되자 그들은 자연히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조용히 기다렸다.

임자소가 다섯 장의 지도를 모두 맞추자 놀랄 만한 광경이 펼쳐졌다.

다섯 장의 지도가 불타기 시작하더니 활활 타오르는 화염으로 변했다.

이어 화염 속에서 여러 갈래의 빛이 뿜어 나왔다. 서로 뒤엉키더니 점점 간단명료한 한 장의 지도로 변하기 시작했다.

빛이 모인 지도의 가운데에는 청룡이 도사리고 있는 도안이 새겨져 있었다. 청룡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이 광경을 보곤 사람들은 빨리 지도를 머릿속에 기억하려 했다.

지도는 잠깐 동안만 존재하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져 잿가루만 가득 남겼다.

진남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낮은 소리로 외쳤다.

"갑시다!"

진남은 백현팔보를 펼쳐 초운, 소냉과 함께 급히 몸을 움직여 앞으로 달려갔다.

황용이 큰 소리로 웃더니 한 갈래 붉은빛으로 변해 바로 뒤쫓아갔다.

이어 임자소 등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많은 천재 제자들을 거느리고 신법무예를 펼쳐 일제히 움직였다.

기타 신입 제자들은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 지도를 기억했든 말든 상관없이 그 뒤를 쫓았다.

지도가 가리키는 위치가 그리 멀지 않았기에 삼 주 향이 타는 시간 후 사람들이 모두 목적지에 도달했다.

도착한 제자들은 눈앞의 광경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의 앞에 거대한 대나무 숲이 나타났다. 끝이 없는 것이 마치 하나의 죽해(竹海) 같았다.

대나무 숲의 대나무들은 온통 새파랗고 죽통이 실하여 마치 한 그루 한 그루가 하늘을 찌르는 큰 나무 같았다. 대나무에 자란 대나무 잎은 마치 세월에 씻긴 것처럼 고난의 흔적이 가득하여 고즈넉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앞에 있는 대나무 숲의 내력이 절대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남은 빠르게 전신의 눈동자를 움직여 대나무 숲을 살피려 했다.

그러나 대나무 숲에는 일종의 현묘한 힘이 떠 있었다. 그 힘이 진남의 시선을 막아버려 살펴볼 수 없었다.

진남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펼친 전신의 눈동자의 시선이 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때, 임자소가 눈앞의 대나무 숲을 조심스레 살피더니 놀라서 말했다.

"이건 난심고죽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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