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뛰어들다
뜨겁던 장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황용과 임자소는 난심고죽림에 들어간 후 난폭한 야수처럼 난심고죽림 속에서 좌충우돌하며 빠른 속도로 전진했다.
백 보!
이백 보!
삼백 보!
두 사람이 난심고죽림에 들어선 지 열 번 호흡할 시간이 되기도 전에 황용과 임자소는 오백 보에 들어섰다.
소운하의 성적을 초월하고 계속 전진했는데 속도는 조금도 늦춰지지 않았다.
제자들은 긴장감에 심장이 목구멍에 걸린 것 같았다. 두 주먹을 꽉 쥐고 두 사람의 경쟁을 지켜봤다.
또 열 번 호흡할 시간이 흘렀다. 황용과 임자소는 팔백 보나 전진했다.
이때 두 사람의 속도가 급속히 느려졌다.
두 사람이 동시에 팔백오십 보까지 전진했을 때, 그들은 동시에 멈춰서더니 일제히 울부짖었다. 두 사람의 등 뒤에 아홉 갈래의 노란 빛이 순식간에 펼쳐지더니 살기 등등한 혈검(血劍)이 떠오르고, 화염이 휘감긴 옥퉁소 하나가 솟아올랐다.
두 사람은 동시에 무혼을 펼쳤다.
다만 난심고죽림의 위력도 폭발했다.
황용, 임자소가 황급 구품 무혼을 펼쳤는데도 두 사람의 전진 속도는 평범한 사람보다도 느려졌다. 곱사등노인의 발걸음처럼 느려지고, 큰 돌을 짊어진 것처럼 걸을 때마다 힘에 부쳤다.
두 사람이 동시에 팔백아흔아홉 보까지 걸어갔을 때 난심고죽림 속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울렸다. 이어 하나의 그림자가 난심고죽림에서 튕겨 나왔다.
그림자는 바로 황용이었다.
황용은 안색이 창백하고 기운이 약해졌다. 초월급 천재로서의 패기가 다 사라진 형색이 중상을 입은 것 같았다.
이때 난심고죽림 속에서 갑자기 수없이 많은 퉁소 소리가 들려왔다. 듣기 좋은 퉁소 소리가 심신에 흘러들어왔다. 임자소의 그림자도 드디어 마지막 걸음을 내디뎌 구백 보까지 전진했다.
이 순간 장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구백 보!
임자소가 구백 보를 전진했다.
이번의 두 초월급 천재의 겨룸은 임자소가 승리한 건가?
"하하하!"
임자소의 그림자가 난심고죽림 속에서 떠올랐다. 오만한 표정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황용을 내려다보며 멸시하듯 말했다.
"황용, 보았느냐? 넌 나를 이기지 못한다. 너의 무도심은 나보다 확고하지 못해. 오늘 이후로 넌 나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황용은 이 말을 듣고는 안색이 어두워지고 기세가 더욱 사그라들었다.
임자소의 말은 하나의 뾰족한 칼처럼 황용의 마음에 꽂혔다.
제자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임자소 사형이 이겼어!"
"임자소 사형이야말로 일 위야. 그야말로 신입 제자 중 일 위!"
"황용 사형도 그의 상대가 아니다니!"
"……"
제자들은 모두 흥분해서 떠들었다. 임자소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길엔 경외감이 가득했다.
임자소를 따르던 소운하 등 많은 천재들도 이 순간 흥분하여 미친 듯이 웃었다.
임자소가 황용을 이겼다. 그럼 이후 임자소 사형을 따르는 그들은 필연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더욱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이제 누가 그와 겨룰 수 있겠는가?'
서천도 마음속으로 경탄했다. 임자소에게 호의가 생겨 바로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현령종을 대표해 선포한다. 이번 시험은 임자소 사제가 구백 보를 전진하였기에 일 위를 차지했다. 이견이 있느냐?"
제자들은 서로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어찌 이견이 있겠는가?
임자소가 구백 보나 전진해 황용 사형마저 패배시켰는데 어찌 이견이 있을 수 있겠는가?
임자소는 오만한 표정으로 입가에 웃음을 띠고 극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의 경외하는 시선을 즐겼다.
"감사해요. 서천 사……"
임자소가 오만하게 웃으며 서천을 향해 공수했다.
다만 그가 '형'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잠깐."
목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모든 사람들의 안색이 일제히 변하더니 분노를 담고 고개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도대체 누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판을 어지럽히는지 확인하려 했다.
소리를 낸 사람을 확인한 사람들은 모두 황당해했다.
그는 바로 줄곧 침묵하던 진남이었기 때문이었다.
서천은 반대할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에게서 살기가 쏟아졌다. 다만 그는 함부로 손을 쓸 수 없어 꾹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
"고작 쉬체 경지 칠 단계의 폐물 주제에 설마 이견이 있는 거냐?"
"그렇습니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색이 고요한 것이 마치 서천의 분노를 의식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형에게 묻죠, 전 아직 난심고죽림에 들어가는 시험을 진행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임자소가 일 위죠?"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진남의 말을 듣고는 황당해했다.
제자들은 모두 진남이 매우 건방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이 이 정도로 건방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
'설마 내문 제자인 서천 사형을 책문하는 건가? 거기다가 임자소 사형을 이길 수 있다는 건가?'
'임자소 사형이 나타낸 무도심은 황용도 상대가 안 되었다. 고작 황급 팔품 무혼에 쉬체 경지 칠 단계밖에 안 되는 진남이 무슨 자신감으로 자신의 무도심이 임자소 사형보다 더 확고하고 더 강인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서천은 진남의 말을 듣고는 비웃으며 말했다.
"너 같은 폐물이 임자소 사제와 견줄 수 있다고 망상을 하는 거냐?"
서천의 말에 임자소가 거느리던 천재들이 정신을 차렸다. 특히 소운하는 분노로 살기가 가득했다.
"진남, 너 같은 폐물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날뛰는 거냐? 너 같은 폐물은 사백 보도 걷지 못할 거다."
황당해하던 제자들이 모두 정신을 차렸다. 얼굴에 비웃음이 짙게 떠올랐다.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 진남 이 폐물이 임자소 사형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진남이 줄곧 날뛰긴 했지만, 감히 지금도 임자소 사형을 도발하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
"말투가 자신만만하군. 마치 자신이 이길 것처럼 말이야. 설마 음살 공자를 죽였다고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황용마저 임자소 사형에게 졌는데 무슨 배짱으로 감히 저딴 말을 하는 거지?"
"......"
제자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임자소의 요청을 받지 않은 제자들까지 모두 진남에게 살기를 품었다.
고작 황급 팔품 무혼, 쉬체 경지 칠 단계가 감히 지금 신입 제자 중 일인자인 임자소 사형한테 큰소리쳤기 때문이다.
만약 진남, 초운, 소냉의 실력이 두렵지 않았다면 그들은 벌써 달려들어 진남을 갈기갈기 찢었을 거다.
초운과 소냉이 얼굴에 쓴 웃음을 지었다.
초운과 소냉은 진남의 강대함과 불가사의한 힘을 겪어보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진남이 너무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임자소가 황용마저 이겼는데 진남이 어떻게 임자소와 겨룬단 말인가?
진남의 안색은 여전히 평온했다.
그가 천천히 말했다.
"서천 사형, 저를 폐물로 생각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건 종문에서 정한 시험이고 시험 규칙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승복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저는 승복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에 장내의 사람들은 다시 한번 황당해했다.
그들은 진남이 사람들의 비난과 분노 앞에서 여전히 서천에게 대들 줄은 생각지 못했다.
'이 자식은 죽는 게 조금도 두렵지 않단 말인가?'
지남의 말을 들은 서천의 온몸에서 기세가 폭발했다.
그때 서천이 화를 내기 전에 임자소가 말했다. 그는 높은 곳에서 진남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폐물 주제에 배짱이 있구나. 시험 규칙에 따라 너에게 기회를 한번 주겠다. 마찬가지로 나는 다른 이들에게도 기회를 한번 주겠다. 누구든지 승복하지 못하겠으면 얼마든지 나와서 시험에 참가하거라."
임자소는 매우 화가 났다. 다만 그는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오히려 진남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
그가 황용을 이기는 순간 그의 신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그는 신입 제자 중에서 제일이었고 왕이었다. 왕이면 왕답게 기개가 있어야 했다.
만약 오늘 일이 현령종에 전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그가 횡포를 부려 싸우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건 그의 명성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이유는 바로 진남이 무예 재능으로 그를 이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정정당당하게 이겨야 했다.
그는 진남을 죽이고 싶을수록 더욱 손을 대지 않았다. 그는 진남을 격파하고 조금씩 모욕하여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하게 만들려 했다.
이렇게 해야만 자신의 속에 있는 분노를 풀 수 있었다.
만약 이대로 진남을 죽이면 그건 그를 너무 쉽게 보내주는 것이었다.
"좋다, 임자소 사제도 그렇게 말하니 그럼 네게 기회를 한번 주겠다."
서천은 분노를 억누르고 차가운 눈길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보겠다. 네가 도대체 몇 걸음이나 전진하는지."
서천이 말하자 소운하, 단목양, 왕초, 나검호 등이 바로 비웃기 시작했다.
"만약 임자소 사형의 도량이 크지 않았다면 오늘 나는 네 목숨을 거두었을 거다."
"흥, 너같은 폐물은 아마 삼백 보도 걷지 못할 거다."
"하하하, 왕초 형제의 말이 맞소. 난 천 알의 선천단을 걸겠소. 저놈은 많아야 삼백 보까지 갈 거요."
"......"
제자들은 모두 진남을 헐뜯었다.
'임자소 사형과 맞서다니?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다.'
진남은 담담하게 정원을 거닐듯 천천히 난심고죽림을 향해 걸어갔다.
제자들은 그를 보고는 조롱했다.
"진짜로 가네. 대체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군."
"하하하, 내기하자. 난 백 알의 선천단을 걸겠어. 저놈은 왕호도 초과하지 못할 거야. 많아야 백아흔아홉 보까지 갈 걸!"
"백아흔아홉 보? 당신도 저놈을 너무 높이 평가하는군. 이렇게 날뛰는 걸 보아 무도심은 분명 조금도 확고하지 못할 거야. 난 저놈이 백오십 보 간 후 난심고죽림에서 죽을 거라고 걸겠어."
"하하하! 백오십 보? 난 백 보에 걸겠어.
"……"
제자들의 비웃음이 거대한 파도처럼 진남을 향해 덮쳐왔다.
초운과 소냉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이 보기에 진남이 이번에는 기적을 창조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멀지 않은 곳에서 기력이 부진한 황용만이 진남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 진남은 천천히 난심고죽림으로 들어섰다.
비웃는 소리가 사라졌다. 이 순간 모두가 조용하게 진남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진남의 발걸음은 더는 느리지 않았다. 황용, 임자소 등 사람들과 똑같이 난심고죽림 속에서 마치 한 마리의 짐승이 된 것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백 보!
이백 보!
삼백 보!
짧은 시간 내에 진남이 삼백 보에 들어섰다.
이 광경을 보고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이 추세라면 그가 매우 멀리 갈 수도 있었다.
진남은 삼백아흔아홉 보까지 갔을 때 멈춰 섰다.
소운하, 단목양, 왕초, 나검호 등 천재들은 진남이 멈춰선 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한시름 놓았다.
그들은 방금 진남이 나는 듯이 걷는 걸 보고 진짜로 진남이 사백 보를 넘어 자신들을 초월할까 봐 걱정했었다.
정신을 차린 소운하 등은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전에 이 폐물을 너무 하찮게 봤구나. 그래도 황급 팔품 무혼을 가지고 있으니 삼백아흔아홉 보까지 가는 건 당연하다. 다만 삼백아흔아홉 보까지가 그의 한계인 것 같구나."
소운하 등이 이렇게 대놓고 조롱하자 제자들이 정신을 차렸다.
제자들도 일제히 한시름 놓았다. 이어 얼굴에 하찮음과 경멸이 드러났다.
삼백아흔아홉 보의 수준이면서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임자소 사형을 도발한 거지?
그러나 다음 순간 제자리에 우뚝 서 있던 진남의 몸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