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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27화 (27/1,498)

27화 비밀을 깨우치다

소경설은 그 모습에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진남이 단호하게 결정한 일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사실 선천단 백 알이 그렇게 큰 게 아니기도 했다.

"좋아요, 그럼 지금부터 내기 시작입니다.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바로 수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진남은 두 사람에게 공수한 후 백현팔보를 펼치고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조금 전처럼 진남은 이내 망아의 경지, 심신합일의 상태에 들어섰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와 상관이 없었다.

그의 눈에는 백현팔보밖에 없었다.

백횡은 그 모습을 보고도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무척 기뻤다.

'황급 십품의 천재도 한 달 동안에 중급 무예를 대성 경지까지 수련할 수 없다. 진남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해도 고작 아홉 날에 다 깨우칠 수 있을까?'

백횡도 사실 의심이 들었다. 진남이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건 아닐지 말이다.

하지만 백횡의 의심은 이내 없어졌다.

'진남이 아무리 대단해도 하늘을 거스르는 정도겠어?'

백횡은 속으로 이번 내기는 자신이 이겼다고 확신했다.

아홉 날 후 진남이 자신에게 선천단 백 알을 빚질 것을 생각하자 백횡은 더 이상 진남이 부럽고 질투 나지 않았다.

그 뒤로도 세 사람은 길을 재촉하는 한편 진남의 수행은 계속되었다.

진남이 수행할 때 소경설과 백횡은 다시 한번 놀랐다.

진남은 마치 목각인형처럼 똑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했다.

조금도 쉬지 않았다.

소경설과 백횡은 진남의 몸이 피곤함에 떨리는 것을 보았지만 진남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진남은 미친 사람 같았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야 말았다.

하루라는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밤이 되었다.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하고 이 평원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진남의 백현팔보는 이날 구십 보까지 수련했다.

하지만 백 보를 완성하기까지는 여전히 까마득했다.

갑자기 쉬지 않고 무예를 익히던 진남이 멈췄다.

백횡은 그 모습에 기쁨이 활짝 펴서 웃으며 말했다.

"진남 사제, 그렇게 목숨 걸고 할 게 있나. 아무리 나라도 하루를 꼬박 쉬지 않고 수련할 수 없다. 네 지금의 수행은 쉬체 경지 오 단계이니 저녁이 되면 가부좌를 틀고 휴식을 해줘야 한다. 네 수행이 무왕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으니 말이야."

소경설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백횡의 말이 맞아. 진남아, 와서 휴식하거라."

소경설은 귀신이 들린 듯 무예를 연마하는 진남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진남이 무절제하게 수련하고 하룻밤 동안 휴식하지 않는다면 그의 몸에 큰 상처를 주어 이후의 성장에 불리할 것이다.

그녀는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았다.

진남은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두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백횡은 안색이 변해서 얼른 달려갔다.

진남이 무예를 연마하는 중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벌을 받게 될 사람은 그와 내기를 한 자신이었다.

소경설도 몸을 움직여 다가갔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진남의 앞에 도착했을 때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진남은 두 눈을 꼭 감고 고른 호흡을 했는데 온몸이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

잠에 빠져든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충격받은 것은 진남이 꿈꾸듯이 하는 말 때문이었다.

"백현팔보, 보보고심, 매걸음마다 독특한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장악하고 걸음마다 융합하면, 관통……"

진남이 중얼거리자 그의 몸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백현팔보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소경설과 백횡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진남이 꿈속에서도 수련하다니?'

두 사람이 충격받은 사이 진남은 행동이 점점 빨라지고 걸음마다 바람이 일었다.

그의 몸은 어두운 잔디밭 위에서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마치 연기처럼 날아다녔다. 그리고 기세는 부단히 변화하고 있었다.

소경설은 충격에서 벗어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알겠어. 진남이 무예를 깨우치는 게 어떻게 그렇게 빠른지 말이다. 듣자 하니 무예를 연습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그들은 무예를 연습할 때면 밥을 먹지 않아도 되고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 하늘이 무너져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지. 이런 사람들은 천생 무치라고 불린다.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현령종의 어떤 선배가 천생 무치였다고. 하지만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여기서 천생 무치를 직접 보게 되다니……."

말을 마친 그녀는 진남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두 눈이 반짝거렸다.

진남의 몸이 계속 움직이더니 초원의 어둠과 밤하늘의 별들과 하나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여덟 날이 지났다.

여덟 날 동안 진남은 여전히 푹 빠져서 밥 먹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중간에 진남은 딱 한 번 멈춘 적이 있었다.

진남의 육체가 거의 계속되는 수련을 버티지 못하고 피곤이 극치에 달했기에 멈춘 것이었다.

하지만 멈춘 것도 고작 잠시뿐이었다.

때문에 진남의 백현팔보는 이미 삼십 보를 완전히 장악한 경지에 도달했다.

무예를 펼치면 진남은 마치 바람 같았는데 스치고 지나가면 종적이 없었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진남은 천성적인 무예 바보인 탓에 여덟 날 동안 백횡은 계속 걱정했다.

혹시 진남이 '부주의'로 백현팔보의 대성 경지를 돌파할까 봐 걱정되었다.

여덟 날이 지나자 백횡은 드디어 시름을 놓았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하루 동안에 다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최종 무예는 뒤로 갈수록 어렵고 시간을 많이 필요로 했다.

그래서 백횡은 속으로 진남이 이번에는 반드시 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경설은 진남이 이기고 지고 상관없었다.

이 여덟 날 동안 소경설은 진남이 무예를 연습하는 것을 주시했다.

그녀는 '미친 듯'한 상태에 있는 진남이 왜인지 모르겠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느껴졌다.

앞에서 무예를 연습하면서 이동하던 진남이 갑자기 멈추더니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온몸이 흠뻑 젖어있었는데 피곤이 극에 달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오히려 생기가 돌았다.

그가 물었다.

"오늘이 며칠째에요? 우리 어디까지 왔어요?"

백횡은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여덟 날째다. 드디어 현령종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왔어. 내일 아침이면 현령종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여덟 날째군요."

진남은 문득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저는 하루도 안 지난 줄 알았거든요."

소경설이 웃음을 터뜨리며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너는 참, 무예를 연마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빠져들어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지?"

"어……."

진남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소경설이 이렇게 여성스럽게 말할 때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백횡이 이때 무언가 생각난 듯 웃으며 말했다.

"진남 사제, 아니면 오늘은 연습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라. 내일이면 현령종에 도착할 것이다. 내기에 건 선천단 백 알은, 나중에 오십 알만 주면 된다."

이 말을 마친 백횡은 득의양양했다.

'한꺼번에 선천단 오십 알을 감해줬으니 진남이 나를 계속 미워하지 않겠지?'

진남은 그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횡 사형, 그 말을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형의 말 대로라면 제가 지는 게 확실하다는 거잖아요?"

백횡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해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너 자신이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백횡은 진남을 조심스러워하고 있지만, 이 순간에는 속이 불편했다.

그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진남 사제가 아직 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계속 연습하거라. 나도 아직 어느 누가 아홉 날 동안에 최종 무예를 대성 경지까지 연마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의 말투에는 조롱이 섞였다.

진남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 백횡 사형이 견식을 넓힐 수 있겠네요."

말을 마친 진남은 두 눈을 감더니 다섯 호흡을 할 시간에 다시 망아의 지경, 심신합일의 경지에 빠져들었다. 그는 몸으로 백현팔보를 펼치며 날아다녔다.

백횡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입가에 냉소가 걸렸다.

'체면을 세워줬더니 스스로 던지는구나. 대체 진남이 어떻게 내 견식을 넓혀줄지 한번 보자.‘

백횡의 냉소는 이내 굳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소경설도 두 눈을 크게 떴다.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진 진남의 뒤로 거대한 무혼이 우뚝 서 있었다.

허공에 서 있는 무혼은 마치 절세의 왕인 것 마냥 오만하게 천지를 굽어봤다.

'진남이 무혼을 방출했어? 무혼을 방출해서 뭘 하려는 거지?'

백횡과 소경설의 마음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전신의 혼이 떠오른 후 진남이 풍기는 기운은 현묘하게 달라졌다. 그의 속도도 짧은 시간에 배로 늘어났다.

백횡과 소경설은 오감이 무척 예민했기에 이내 발견했다.

진남의 백현팔보가 성장했다. 이제 오십 보 정도가 남았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백횡은 머리가 띵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소경설도 미간을 찌푸리고 완전히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전신의 혼을 방출한 후 진남은 깨우치는 능력이 배로 늘어난 것 같았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그 순간 명확해졌다.

뿐만 아니라 백현팔보의 오묘함을 다 뚫어본 듯했다. 드디어 한순간에 진남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마음속에 기쁨이 넘쳤다.

"그래, 그렇구나. 이제 알겠어. 백현팔보라는 것은 백 가지 보법을 결합해서 여덟 가지 보법이 된 거였어. 여덟 가지 보법은 여덟 개 방향이고 방향마다 모두……"

진남은 이제 드디어 백현팔보의 비밀을 모두 깨우쳤다.

진남이 움직이자 번개처럼 빠르고 신출귀몰하여 예측하기 어렵고 잡기도 어려웠다. 백현팔보를 드디어 철저히 장악했다.

"하하하!"

진남은 크게 웃으며 몸을 거두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백횡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백횡 사형 오늘 견식을 넓혔지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백횡은 그 말에 충격 속에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는 진남을 여전히 귀신을 보듯 쳐다봤다.

'진남이 해냈다고?'

아홉 날에 황급 십품의 절세 천재도 깨우치지 못한 최종 무예 대성 경지를 진남이 해낸 것이다.

진남은 괴물이었다.

소경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진남아,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왜 무혼을 석방한 후에 깨우치는 능력이 더 높아진 거야?"

"그건 제 무혼이 저를 도와 무예를 깨우쳤기 때문이죠."

진남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처음에는 진남도 의심했다. 그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철삼의 수련 필기를 보고 인도합일의 대성 경지를 성취하고 나서야 진남은 확신이 생겼다.

만약 전신의 혼이 없다면 그가 깨우치는 능력이 이렇게 빠를 수가 있을까?

"그랬구나."

소경설은 심호흡을 하곤 말했다.

"네 무혼의 능력은 보통이 아니다. 반드시 무예에 좀 더 시간을 들이거라. 네 재능에 무예를 충분히 배운다면 스스로 무예를 만들어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다."

진남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소경설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도 알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무예를 좋아했던 그는 무혼을 각성하기 전에 이미 검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진남의 무혼이 각성하기 전이었다. 수행이 부족해서 만들어 낸 검법도 위력이 약했다.

진남은 여전히 충격에 빠진 백횡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백횡 사형, 제 무혼의 성격에 대해해 미리 말씀드리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그러니 선천단 백 알 말고 오십 알만 주시면 돼요."

이번에 백횡은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었다.

상황 파악이 된 그는 뜻밖의 행동을 했다.

"그러면 안 돼, 안 되지. 반드시 너에게 선천단 백 알을 줘야지. 아니다. 이백 알을 주마. 이백 알!"

진남과 소경설은 깜짝 놀랐다.

'백횡이 왜 저러지? 왜 선천단을 더 주겠다는 거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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