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천재들이 모이다
백횡은 다소 아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영원히 진남과 맞서지 말아야겠다. 진남의 동생이 되고 하인이 되는 한이 있어도 그의 적이 되어서는 안 돼.'
백횡에게 진남은 무척 두려운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진남이 손을 흔들며 딱 잘랐다.
"오십 알이라고 했으면 오십 알이에요. 그것만 해도 저는 큰 이득을 본 겁니다."
백횡은 닭이 모이를 쫓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른 단약을 넘겨주며 말했다.
"응, 응, 응. 진남 공자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처음에는 진남을 '폐물, 쓰레기'라고 부르던 백횡은 '진남 사제'에서 이제는 '진남 공자'라고 불렀다.
'선천단'을 손에 넣고 그것이 풍기는 짙은 영기를 느낀 진남은 약간 흥분되었다.
이때 소경설이 말했다.
"진남,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이번 만상 대회에서 너는 반드시 좋은 순위에 오를 수 있을 거다."
"만상 대회?"
진남은 의문스러웠다.
백횡이 이때 끼어들었다.
"진남 공자, 만상 대회는 현령종에서 신입 제자들을 뽑은 후에 하는 시합이다. 그 시합은 주로 제자들의 심성과 재능을 살피기 위해서 열리지. 원래는 삼 년에 한 번 진행했는데 지금은 이 년에 한 번 제자를 뽑아서 이 년에 한 번씩 진행한다."
"그렇군요……."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한 번 봐야겠어요. 이번에 현령종에서 뽑은 새 제자들이 어떤 천재들인지."
진남의 두 눈에 약간의 기대와 약간의 전의가 떠올랐다.
현령종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천재의 자질을 인정 받은 것이었다.
그 많은 천재들 중에 누가 강하고 누가 약할까?
* * *
다음 날 아침.
그들은 드디어 현령종에 도착했다.
현령종은 낙하 왕국의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천봉산(天峰山)을 기반으로 하고 산문을 만든 것이다.
진남은 천봉산 자락에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백 장은 족히 넘어보이는 거대한 궁형 문이 있었다.
그 문을 통해 푸른 돌판 길이 산봉우리까지 이어진 게 보였다.
우뚝 솟은 산꼭대기에는 운무가 걸쳐져 있었다. 웅장한 주홍빛 궁전이 보일 듯 말 듯해서 미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여기가 바로 현령종이었다.
낙하 왕국의 사대 종문 중 하나인 현령종.
수많은 청년 제자들이 꿈을 키워나가는 무도 성지였다.
진남도 현령종의 산자락에 서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무도에 대한 강한 열망에 샘솟았다.
현령종에 들어가면 그는 이 세계를 이해하고 더 넓은 무대에 들어서게 된다.
또한, 그는 각양각색의 천재들을 만나 싸울 수 있게 될 것이었다.
"들어가자. 지금쯤 현령종에는 온 곳에서 온 제자들이 모여 있을 거야."
소경설이 입을 오므리고 웃었다. 두 눈이 반짝거렸다.
'종문 제일 미녀'라고 불리는 그녀도 최고 천재가 무척 기대되었다.
'진남이 현령종에 들어온 후 어떤 폭풍이 몰아칠까?'
진남은 고개를 살짝 쳐들고 소경설과 함께 대문에 들어섰다.
그들은 석판 길을 따라 올라갔다.
가는 길에 백횡이 설명을 시작했다.
"진남 공자, 현령종은 외문, 내문 그리고 진전(真傳) 제자가 있어. 제자들이 처음에 문패에 가입했을 때에는 무혼의 등급을 막론하고 외문 제자에 속한다. 수행이 높아진 다음에 진급할 수 있지. 무왕 경지 아래는 다 외문 제자야. 무왕 경지 위로는 내문 제자이고. 진전 제자는 현령종의 최고 경지에 있는 존재로서 신분과 지위가 장로 다음이다. 나와 소 사저는 외문 제자 장로고."
진남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감탄했다.
역시 낙하 왕국의 사대 종문다웠다.
내문 제자가 되려고 해도 수행이 무왕 경지 이상이 되어야 했다.
그럼 문파 중의 진전 제자는 어떤 존재일까?
백횡이 계속 말했다.
"외문 제자는 보통 밖에 있는 정원에 산다. 내문 제자는 자신의 동부(洞府)를 만들 수 있어. 현령종은 몇 개의 대전이 있는데 장교전(掌教殿), 공로전(功勞殿), 형벌전(刑罰殿), 공법전(功法殿), 이보전(異寶殿) 그리고 생사전(生死殿)이야. 다섯 개 대전 중에 생사전이라는 곳이 좀 특이하다고 볼 수 있지."
"네? 뭐가 다른 거죠?"
진남은 흥미가 생겼다.
"현령종은 내부에서 싸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만약 어기는 자가 있으면 밖으로 쫓아내지. 무척 엄격해. 그래서 생사전은 제자들끼리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생사전의 특징은 들어가면 상대방이 완전히 죽어야 싸움이 끝난 걸로 해. 아니면 종문 규칙을 위반한 게 된다."
"반드시 상대를 죽여야 한다고요?"
진남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생사전이라는 곳이 그렇게 잔혹한 곳일 줄은 몰랐다.
들어가기만 하면 죽이거나 죽어야 한다니.
"그리고 현령종에는 십 대 규칙이 있어. 첫 번째가 방금 말한 내부에서 싸움하면 안 된다는 것이고 둘째 규칙은 배신하면 안 된다. 셋째 규칙은……"
백횡은 진남에게 현령종의 규칙에 대해서 하나둘씩 설명을 해주었다.
* * *
그들은 산봉우리에 도착했다.
거대한 도장이 진남의 눈앞에 펼쳐졌다.
도장은 백옥으로 만들어졌는데 겉보기에는 거대한 얼음 같았다.
도장 아래에는 거대한 진법이 운행되어 도장의 영기를 수십 배나 더 짙게 만들었다.
백옥도장에는 사람이 꽉 들어차 있었다. 대충 보아도 수백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진남은 그 사람들을 살폈다.
수백 명의 사람 중에는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고 소박한 사람도 있었다. 또한 이상한 품격을 풍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얼굴을 보니 다들 무척 어렸다.
그럼에도 그들이 풍기는 기운은 대단히 강하고 횡포했다.
진남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진남은 수백 명 중 수행이 가장 약한 자가 쉬체 경지 사 단계이고 강한 사람은 쉬체 경지 십 단계라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들이 모두 올해 새로 뽑은 제자들이다."
백횡이 설명을 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오만방자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남도 속으로 놀라서 혀를 둘렀다.
사대 종문의 하나인 현령종은 역시나 평범하지 않았다.
이 새로운 제자들 하나같이 모두 천재들이었다.
"백횡, 됐다. 너는 여기까지만 데려다주면 된다."
소경설이 말했다.
백횡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불쾌한 기색이 없이 진남에게 크게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는 백옥도장을 지나 기세가 드높은 궁전에 들어갔다.
소경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내가 너와 함께 가겠다. 잠시 후에 장로가 직접 와서 만상 대회를 열거야. 다른 사람과 먼저 충돌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은 나한테 맡기거라."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경설을 따라 수백 명의 젊은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수백 명의 젊은 제자들이 그들을 느끼고 동시에 돌아보았다.
물론 그들은 모두 소경설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하나같이 경이로운 눈빛이었다.
그들은 소경설 옆에 있는 진남을 발견하고 놀라움, 못마땅함, 조롱, 호기심, 오만 등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젊은이는 누구지?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하다니."
"너는 견문이 짧구나. 저분은 우리 사저다. 이름은 소경설, 지금은 외문 장로이자 내문 제자이고 현령종 제일 미녀야. 그녀는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졌어."
"뭐? 황급 팔품의 무혼을 가졌다고?"
"세상에, 아름다운데다 그런 무혼까지 가지고 있으니 현령종의 제일 미녀로 손색이 없구나."
"헤헤, 오늘부터 소 사저는 내 이상형이야."
"……"
수백 명의 새 제자들 대부분은 소경설에게 푹 빠졌다.
강대한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인인데 그들이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백 명의 제자들을 한참 동안 살펴보던 진남은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관찰한 데 의하면 마흔세 명이 요주의 인물이었다.
진남은 그들에게서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 그들은 오랫동안 살육을 해온 것 같았다.
마흔세 명은 모두 쉬체 경지 육 단계 이상이었다. 하지만 마흔세 명의 제자들의 경지가 높긴 해도 무혼 등급이 진남보다 높지 않을 수도 있었다.
원래 현령종은 삼 년에 한 번 제자를 뽑았는데 이번에는 이 년 만에 뽑았다.
제자 선발이 자주 있지 않다 보니 재차 제자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준비 기간이 길다 보니 경지가 높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이때, 어디선가 갑자기 음침한 목소리가 울렸다.
"오, 누가 장내 제자들의 시선을 끌었나 했더니 소 미인이었네. 쯧쯧, 우리 소 미인이 오늘은 왜 구양(歐陽) 공자를 모시지 않고 허접한 놈을 끼고 여기로 왔어?"
목소리는 바로 장내 제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담이 커 감히 그들의 마음속 여신을 조롱한단 말인가?
줄곧 새 제자들을 관찰하던 진남은 그 말에 섬뜩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려 오는 사람을 바라봤다.
소경설의 앞에 온화하게 생긴 청년 사내 한 명이 서 있었다.
청년 사내는 검은 옷을 입어 워낙 마른 체구가 더욱 날씬해 보였다.
마치 앙상한 뼈대만 남은 것 같아서 보는 사람이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진남을 포함한 모든 제자들은 이 온화한 청년 사내의 몸에서 성대하고 흉포한 힘을 느꼈다.
그는 소경설과 비슷한 수준의 무왕의 경지였다.
장내의 제자들은 이 온화한 사내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불쾌함을 걷고 옆에 서서 묵묵히 관찰했다.
이때, 소경설이 이마를 찌푸리더니 미간에 비낀 혐오감을 전혀 감추지 않고 말했다.
"막려(莫厲), 이 변태 같은 자식, 헛소리 말고 저리 꺼져라."
"변태 같다고?"
막려가 허허 웃더니 사악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누가 애당초 나를 거절하라고 했어? 만약 내가 구양(歐陽)왕자 같은 재능과 배경이 있다면 네가 나를 거절했겠어? 소경설아, 잘 들어라. 네가 만약 나를 따르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막려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설치고 대담하게 말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소경설의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살기등등해졌다.
"꺼져."
"꺼지라고?"
막려는 그녀의 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탐욕스러움을 드러내며 제멋대로 소경설의 연약한 체구를 훑어보며 말했다.
"나를 꺼지게 하려면 간단하다.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네가……"
그러나 막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려라고 했소? 난 여태껏 당신처럼 이렇게 얼굴이 두꺼운 사내를 본 적이 없소. 오늘 당신을 보고 나도 견식이 늘었소."
이 목소리의 주인은 진남이었다.
진남은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그는 비록 막려가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섰다.
진남의 소경설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여러 번이나 그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소경설이 사람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는 걸 손 놓고 구경할 수 없었다.
비록 지금 그가 겨우 쉬체 경지 오 단계일지라도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막려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온몸의 살기가 마치 미친 용처럼 날뛰었다.
그는 진남을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배짱이 있구나. 새 제자인 주제에 나에게 도전하다니.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