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뜻밖의 동침
2018.07.13.
회식이 있고 난 다음 날 아침.
예원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어우…….”
오늘따라 머리가 왜 이렇게 아프냐.
고통이 너무도 심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내가 어제 뭘 했었지?’
집엔 또 언제 들어왔대.
눈살을 찌푸린 채 머리를 벅벅 긁어대던 예원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옆에 있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런데 액정이 환해지자마자, 어마무시하게 축적된 메시지들이 그녀를 반겨왔다.
“……뭐야, 이거?”
상황파악이 안 된 예원은 우선 맨 처음 도착해 있는 하연의 톡방을 열었다.
어젯밤부터 시간차를 두고 받은 톡들이 쌓여 있었다.
[언니 별 탈 없이 잘 들어갔지? 아침에 인나면 바로 톡해! 알았지?]
[언니 나 방금 출근해썽!]
[사장님이랑은 별 일 없었나 모르겠넹ㅠㅠ 어제 사장님 표정 장난 아니시던데…….]
[아직 자는 중?]
[암튼 덕분에 또 좋은 구경 했읍니다^^]
좋은…… 구경?
‘이게 뭔 소리…….’
별 생각 없이 입술을 내밀던 예원의 눈이 번뜩 커졌다.
어…… 어……!
“민혁아…… 흑흑, 민혁아……. 왜 이제 왔어…… 흑흑,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히히…… 민혁아…….”
─쪽! 쪽!
“흐어어억?!”
소스라치게 놀란 예원은 곧장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동시다발적으로 치고 일어나는 기억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기함하게 했다.
내,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거야?
완전 미친 거 아냐, 홍예원?
“으어억!”
새된 괴성을 내지르던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폰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라 저장된 이름으로 온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먼저 나갑니다. 밥 해놨으니까 꼭 먹고 출근해요.]
무척 이른 시간에 남겨진 메시지.
그걸 보고서야 살짝 안심이 되었다.
“……휴.”
다행이다. 그래도 집에 있진 않나 보네.
가슴을 쓸어내린 예원은 조심조심 깨금발을 디뎌가며 1층으로 내려갔다.
정말로 아침을 해놓고 가긴 했는지, 주방 가까이로 가자마자 갓 지은 밥 특유의 고소한 향기가 진동을 했다.
한편 가스레인지 위에는 냄비 하나가 올려져있었다.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간 예원은 냄비의 뚜껑을 슬쩍 열어보았다.
“……우와.”
냄비에 한가득 들어있는, 꽤나 구수한 내음의 맑은 콩나물국.
잠시 동안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던 그녀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쪽지를 떼어냈다.
남자를 닮은 깔끔한 글씨가 눈에 바로 박혀들었다.
[해장하고 가요. 밥값은 나중에 받기로 하죠.]
하아, 참 계산 한 번 철저하시네.
“……이럴 때까지 돈 타령이냐?”
짜증스럽게 입술을 깨물던 그녀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아오 쪽팔려. 아오 쪽팔려!”
.
.
.
그날부터였다.
예원이 일주일간 꼭두새벽 출근을 시작하게 된 것은.
* * *
어느덧 크리스마스의 자정이 어김없이 밝았다.
누가 크리스마스 아니랄까봐, 집 밖엔 어느 새 사방으로 눈발이 나리고 있었다.
제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남자를 붙들고 바깥으로 나온 예원은 황급히 따져 묻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나한텐 말도 없이?!”
“…….”
“이모한테 연락처는 언제 줬어요? 아, 아니 그보다! 민혁 씨가 대체 여길 왜……?”
잠시 딴청을 피우던 민혁은 괜히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
“방금까지 보고도 묻습니까? 절도 하고 다 했잖아요.”
“……그러니까 민혁 씨가 왜 우리 엄마아빠한테 절을 하냐고요!”
현 서방은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온다고 기껏 선의의 거짓말까지 했건만.
이런 식으로 일이 그르쳐질 줄은 몰랐다.
‘아니, 이 남잔 일을 안 가나? 무슨 연예인이 만날 이렇게 한가해?’
하지만, 예원의 맹렬한 기세에도 남자는 마냥 태연하기만 했다.
“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
“사위잖아요, 공식적으로는.”
“……네?”
어깨에 내려앉은 눈을 가볍게 털어낸 남자가 예원에게로 돌아섰다.
“왜 얘기 안 했습니까. 부모님 기일인 거.”
“…….”
“나 미안하게 만들려고 했어요?”
생각도 못한 질문.
그를 올려다보던 예원은 순간 멈칫했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저는…….”
그런 복잡한 생각까진 없었는데.
단지 난…….
“뭐 좋은 날이라고. 그런 걸 왜 말해요.”
것도 당신한테.
그냥 일이 있다 하고 둘러대면 그뿐이지.
“다른 건 잘도 말하면서 이런 일에만 과묵한 척 하지 말죠. 안 어울리니까.”
“…….”
“그것도 모르고 난 까딱 오해할 뻔 했잖아요. 계약 불이행으로.”
아무래도 남자는 그놈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무시당한 것 같아 기분이 상했던 모양이었다.
쳇, 남자가 쪼잔해가지고는.
“그래서, 사실 확인이라도 하러 오신 거예요?”
“뭐, 그것도 있고.”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벽 쪽으로 터벅터벅 다가선 그가 집을 둘러보며 지나가듯 말했다.
“제삿밥도 좀 얻어먹을 겸. 겸사겸사.”
“…….”
“집에 밥이 없더라고요.”
……저건 또 무슨 개소리?
추위로 붉어진 예원의 얼굴에 일순 황당한 빛이 띠었다.
“아니, 잠깐만요. 그러니까…….”
“…….”
“고작 집에 밥이 없어서, 여기까지 오셨다고요. 이 먼 길을?”
“네.”
“…….”
“왜요. 그럼 안 되나?”
황당해진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뭐 안 될 것까진 없지만…… 무슨 밥 때문에…….”
그런데 그때, 그가 불쑥 물었다.
“근데, 집에 숨겨놓은 애라도 있어요?”
“……‘애’요?”
벽 한편에 붙박이처럼 세워져 있는 자전거가 그의 시선을 잡아 끈 모양이었다.
“이거, 저번에 본 건데 아직도 있네. 이거 완전 애기들용 아닌가?”
애기들용이라니! 엄연히 초딩들도 타는 거라고!
저도 모르게 발끈하고 만 그녀는 즉시 소리쳤다.
“……아니 무슨!”
[예원아! 뭐하니, 안 들어오고!]
하지만 집안에서 들려온 이모의 목소리가 그녀를 막아섰고, 민혁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까 이만 들어가죠. 기다리실 텐데.”
“…….”
너무나 자연스럽게 앞장서는 남자의 모습.
예원은 딱 어이가 없었다.
‘이젠 아주 제 집이지, 그냥?’
그래도 어쨌든, 손님은 손님이다.
친척조차 오지 않는 제사까지 와주었는데, 보답은 못 해도 대접은 해줘야 함이 마땅했다.
못마땅하게 신음하던 그녀는 하는 수 없이 그를 뒤따라 들어갔다.
“밖에 눈 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분주히 상을 새로 차리고 있는 이모의 모습이었다.
“……어. 이번엔 화이트 크리스마슨가 봐.”
“너희 엄마가 좋아하겠네. 안 그래도 잘생긴 사위 와서 기분이 째질 텐데.”
마지막 밥그릇을 상에 올려놓은 은아는 하나뿐인 언니의 사진을 뿌듯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예원을 흘겼다.
“근데 넌 밥도 안 먹인 사람을 왜 밖에 데리고 나가니? 신랑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얘가 아빠 엄마 제삿날에 꼭…….”
“그런 거 아니거든!”
이모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좋긴 뭐가 좋다고!
옆에 선 민혁의 눈길이 씩씩대는 예원을 일견했다.
그는 재빨리 선수를 쳤다.
“저희끼리 잠시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눈치 없이 나갔다 와서 죄송합니다.”
그 순간, 은아의 시선은 일순 한없이 너그럽게 변했다.
“아휴, 아냐, 아냐. 딱 보니까 몰래 왔다고 또 뭐라고 한 것 같은데. 그치? 하여튼 쟤가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우리 ‘현 서방’한테 특별히! 연락한 거 아니야.”
“…….”
“현 서방, 얼른 이리 와서 앉아. 예원이 너도 이리 앉고. 지원아! 얼른 나와!”
‘하아. 미쳐서 팔짝 뛰겠고만.’
결국, 얼굴을 일그러뜨린 예원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상에 합석했다.
겉으로 보기엔 무척이나 단란한 네 식구의 식사였다.
“많이 먹어. 여기, 나물이랑도 비벼먹고. 응?”
“네, 감사합니다.”
그런 그를 한참동안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던 은아가 문득 은근하게 물었다.
“근데 오늘 크리스마슨데, 우리 현 서방은 혹시 바쁜 일 없나? 오늘 따로 약속 있어?”
“……예?”
밥을 한 술 뜨던 그가 곧바로 답했다.
“아, 예. 바쁜 일은 어제 다 마쳤고요. 오늘은 한가합니다.”
“아~ 그래?”
그의 대답에 은아는 활짝 웃었다.
예원의 관점에선 줄곧 사악해 보인다고 표현하는, 바로 그 표정으로.
“현 서방. 그러면 우리, 기분도 꿀꿀하고 눈도 오고 하니까…… 반주나 한 잔 할까? 같이.”
막걸리가 가득 담긴 주전자가 은아의 손놀림에 의해 살랑살랑 흔들렸다.
“이런 날 한 잔 해줘야지, 또.”
“……아.”
예원은 순간, 이상하리만큼 불길한 예감을 직감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막아야 해.
“안 돼! 이 사람 술 못 마신단 말이야. 술은 무슨 술…….”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의 앞으로 기나긴 남자의 팔이 쭉 뻗어나갔다.
“예, 주십시오. 받겠습니다.”
……뭐야, 이 사람은 또 왜 이래?
예원은 한순간 얼이 빠졌다.
“호호호, 그럼 어디 한 번…….”
제 말엔 아랑곳도 않은 채 버젓하게 오가고 있는 술잔들을 바라보며, 예원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 *
“……그때 준영이가 너~무 불쌍해서, 내가 진짜 펑펑 울었다니까. 아니, 사람이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해? 매번 완전히 딴 사람이드만. 내가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래.”
“하하, 칭찬이시죠?”
“아유, 그럼! 칭찬이지! 현 서방이면 내가 믿고 본다니까. 믿고 보는 배우, 알지?”
거짓말. 만날 기생오라비 같다고 욕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홀딱 빠진 거면서.
홀로 술을 홀짝이며 그들을 관망하고 있던 예원은 이 자리를 최대한 빨리 파투내기로 마음먹었다.
이쯤 했으면 됐어. 눈꼴 시려서 더 이상은 못 봐주겠다, 정말.
“이제 그만해, 이모. 너무 늦었어. 이제 이 사람도 가야지.”
“응? 지금 몇 시길래…….”
술김에 시계를 찾던 은아는 시침이 가리키고 있는 숫자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어머. 시간이 벌써 저렇게나 됐어? 현 서방이랑 얘기하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 호호. 현 서방, 올 때 뭐 타고 왔어?”
“아, 예. 제 차 타고 왔습니다.”
“허, 정말? 그런데도 술을 먹은 거야? 이를 어째!”
자칫 실수한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은아에게, 살짝 취기가 오른 듯한 그는 안심하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대리 부르면 되죠. 뭣하면 매니저 형한테 부탁해도 되고요.”
“그래도 지금쯤이면 자고 있지 않을까? 미안해서 어쩌나. 이럴 줄 알았음 일찍 보내는 건데…….”
말을 흐리던 그녀는 웬일인지 입술을 다물고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뭐야, 왜 저래? 그냥 보내면 되지.’
의아해진 예원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을 무렵, 나름의 결론을 낸 듯한 은아는 마침내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저기, 그러면은 말이야.”
“…….”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저~기 예원이 방에서.”
그녀가 빙그레 웃자,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의 눈은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뭐?!”
“네?”
잔뜩 커진 네 개의 눈을 본 은아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구, 쌍으로 뭘 그렇게 놀래. 사위가 자고 갈 수도 있지, 뭘. 그게 뭐 큰 대수라고.”
대수야. 아주 대수야.
억지미소를 지은 예원은 다급히 속삭였다.
“아니, 이모. 안 돼. 이 사람 내일 일도 가야 되고, 바빠서…….”
“참내, 그러니까 자고 가라 그러는 거 아니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의 사랑스런 이모는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맨 정신도 아니잖아. 맨 정신이었으면 내가 당연히 돌려보내지.”
“……."
“내가 먹자고 해서 이렇게 됐는데, 그냥 보내면 내가 맘이 불편할 것 같아서 그래. 아침에 내가 해장국 끓여줄 테니까 자고 일어나서 먹고 가. 응?”
“……아, 해장국은 무슨 해장국이야!”
결국, 참다못한 예원은 폭발했다.
“어후, 깜짝이야!”
하지만 그녀가 뭣 때문에 그러는지 까맣게 모르는 은아는 뜨끔 놀라 소리쳤다.
“너 왜 그래! 뭐 안 좋은 일 있어? 아까부터 얘가 정말 유난스럽게 왜 이래?”
“…….”
예원은 그제야 깨달았다. 방금 전, 제가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했음을.
남자와의 계약결혼을 시작한 이후, 남들 앞에선 뻔뻔스럽게 연기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으면서도 이상하게 이모 앞에서만큼은 그것이 잘 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있는 유일한 내 편들이 진짜 사실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스스로를 예민하게 만드는 모양이라고, 예원은 어렴풋이 짐작했다.
‘자꾸 이럼 안 되는데.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이러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예원은 얼른 변명했다.
“아, 아니~ 그냥, 굳이 자고 갈 필요까지 있나 싶어서 그러지……. 아무 일도 없어.”
“……정말?”
그러면서도 은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때였다.
“그렇잖아도 피곤했는데 잘됐네요.”
“…….”
“실례지만, 잠시만 자고 가도 되겠습니까 이모님?”
조용히 있던 남자가 선뜻 나선 것은.
“괜찮지, 예원아?”
그것은 엄밀히 말해 허락을 구하는 말이라기보다는 통보에 가까웠다.
생각지 못한 남자의 등판에, 예원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 네. 뭐…….”
은아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얼마든지 되지! 되고말고.”
* * *
창밖엔 여전히 눈보라가 치고 있었다.
그와 대비되는 어둑어둑한 방안에는 어슴푸레한 달빛이 조금씩 새어들었다.
“진짜 무슨 생각이세요?”
“내가 뭘요.”
침대에 누운 예원이 바닥 쪽을 휙 째려보았다.
“아니, 멀쩡한 집 놔두고 사장님이 여기서 왜 주무시냐고요.”
바닥에 자리를 깔고 누운 그는 스스로 팔베개를 하며 피식 웃었다.
“내 이름이 ‘사장’입니까? 말끝마다 계속 사장님, 사장님.”
새벽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술 때문일까.
남자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었다.
살짝 달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장님 맞으시잖아요.”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문득 든 생각에 살짝 민망해진 예원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웃음기가 섞인 남자의 느릿한 대답이 침대를 타고 그녀에게 전해져왔다.
“그래요. 사장은 맞는데, 그래도 남들 앞에선 사장이 아니고 남편이에요. 그거, 잊지 마요.”
“…….”
“이 상황이 많이 불편하다는 건 아는데. 그냥 이모님 맘 편하게 해드린다 생각하고 조금만 참읍시다. 이모님 자리에 드시고 나면, 이따가 형 불러서 몰래 갈 테니까.”
또 된통 욕먹겠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예원은 마음이 어딘가 싱숭생숭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설명해보세요.”
“뭘요?”
그쪽을 힐끔거린 그녀가 새침한 말투로 물었다.
“오늘, 우리 집에 왜 온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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