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하룻밤을 보낸 여자는 처음이야
2018.05.22.
“수고하셨습니다!”
“응, 근태 찍었어?”
“네. 옷 갈아입기 전에 찍었어요.”
“그래. 오늘도 고생했어. 얼른 가봐.”
“……네, 점장님두요.”
늘상 그랬듯, 인사를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뛰쳐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즐겨보는 드라마의 본방사수를 위해 늘 칼퇴근을 고집하던 채린이었기에.
한데 오늘은 어쩐지 달랐다.
뭔가 할 말이 있기라도 한 듯이, 좀처럼 나갈 생각은 않고 머신 마감 중인 그녀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네?”
“나한테 무슨 할 말 있냐고.”
“어…… 네에.”
“그럼 빨리 하구 가지 뭘 그렇게 섰어. 얼른 말해. 왜 그러는데?”
잠시 뒤, 마침내 채린이 작게 입을 열었다.
“저기, 점장님. 저…… 뭐 하나만 여쭤 봐도 돼요?”
어라. 웬 질문?
“응, 뭔데?”
채린은 어쩐지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어…… 이건 그냥 제 추측일 뿐이니까,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아셨죠?”
유달리 서론이 긴 것이, 확실히 수상해보이기는 하는데.
다시 머신 쪽을 돌아본 그녀는 고개를 한껏 꺾은 채, 전용 드라이버로 샤워스크린의 나사를 돌려 넣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뭐가 궁금한데.”
“……점장님이요…….”
“응.”
“사장님이랑 사귀시는 거 맞죠?”
탁!
미처 다 끼우지 못한 포터필터가 받침대에 툭 떨어졌다.
순식간에 기함한 얼굴이 된 예원은 채린을 득달같이 쳐다보았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잠시의 정적.
그 몇 초간의 사이, 예원의 눈치를 재빠르게 살핀 채린은 곧 만면에 미소를 띠더니 손뼉을 짝 쳤다.
“우와! 진짜시구나……!”
“……어?”
삐뽀삐뽀. 머릿속에서 빨간 경광등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예원은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장님이 진짜 사장님 여자친구였다니! 이게 웬일이에요!”
‘잠깐만. 내가 지금 설마, 얘한테 확인사살을 시켜준 건가? 내가 직접?’
이건 도저히 수습도 불가능한 크나큰 실수다.
떠보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한 질문에 이렇게 순진한 대답을 하다니!
일순 당황스러워진 예원의 얼굴이 홍옥처럼 붉게 물들었다.
“아니 저기, 채린아. 그, 그게 아니고…….”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그녀가 서둘러 변명해보려 했지만, 그래봐야 이미 확신을 마친 채린에겐 아무 소용도 없었다.
“저 진짜 설마 설마 했거든요? 설마 그게 사실일까 했는데……. 와,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대박이다.”
“…….”
“어떻게 사장님이랑……. 진짜 부러워요, 점장님!”
큰일 났다.
그녀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하하하……. 부럽긴…….”
예원은 밀려드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겨우 머신 정리를 끝냈다.
그런데, 퍼뜩 의문이 들었다.
‘아니 근데…… 얘가 그걸 어떻게 안 거야? 하연이한테는 비밀로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해놨었는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예원은 채린에게 넌지시 물었다.
“근데…… 어떻게 알았어?”
실실 웃고 있던 채린이 금세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요?”
“…….”
“아…… 두 분 사귀시는 거요?”
……사귀는 거 아니야. 아니라고!
그녀가 처절한 내적 비명을 내질렀다.
“……흐음.”
음흉한 미소를 지은 채린은 천천히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실은 그 열애설 나던 날 있잖아요. 그때는 너무 흥분해 있어서 몰랐는데, 집에 가서 돌이켜 보니까 점장님 반응이 엄청 이상했던 것 같은 거예요. 꼭, 자기 얘기를 들킨 사람 같았다고 해야 하나? 사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었잖아요.”
“…….”
“그래서 그 사진들을 좀 더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그러고 나니까 보이더라고요! 거긴 딱 봐도 우리 카페 앞이고, 사진 속 여자는 점장님이고. 그걸 왜 진작 못 알아챘는지 신기할 정도더라니까요.”
……뭐야. 얘 코난이야?
채린의 추리과정을 들은 예원은 일순 황당해졌다.
“……아니, 그럼 그게 난지는 어떻게 알았는데?”
기껏 물은 말에도 채린은 풉 웃기만 했다.
“사진에 찍힌 옷이요. 그거, 점장님이 만날 입고 다니시는 그 체크무늬 셔츠잖아요. 우리가 만날 유니폼이라고 놀리던 건데, 어떻게 그걸 못 알아봐요?”
“……아.”
‘그랬구나. 그날 내가 그 셔츠를 입었었구나……. 타이밍 진짜 뭐 같네. 아오!’
예원은 그제야 자신의 결정적인 패착을 깨닫고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암튼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점장님이 맞는 것 같아가지구…… 며칠 전에 하연 매니저님하고 그거에 대해서 잠깐 얘기했었거든요? 근데 그때 하연 매니저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두 분, 확실히 뭔가가 있는 것 같다구…….”
“……!”
예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려는 순간, 채린이 잽싸게 선수를 쳤다.
“아, 근데 이건 하연 매니저님이랑 저만 알고 있는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얘기 안 해준다는 걸 제가 조르고 졸라서 들은 거거든요. 그니까 매니저님한테는 뭐라 하지 마세요. 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예원은 저보다 한 살 어린 매니저 하연을 떠올리며 이를 빠득 갈았다.
그렇게 비밀로 해달라고 애원했는데. 이 기집애가 그걸 고새 다 까발렸단 말야?
‘유하연! 내 이것을 그냥!’
그러거나 말거나, 채린은 여전히 발랄한 몸짓으로 예원에게 엉겨 붙었다.
“암튼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두 분 너무너무 잘 어울리시는 거 있죠. 이참에 그분이랑 이상한 마귀할멈은 잊어버리시구, 깨끗하게 새 출발하시는 거예요!”
마치 돌아온 싱글을 격려하기라도 하는 듯한 뉘앙스.
그런데, ‘그분’은 그렇다 치고…….
“마귀……할멈?”
이건 누구를 지칭하는 거지?
잠시 생각하던 예원은 어쩐지 못마땅해진 듯한 채린의 표정을 목격하고 단숨에 직감할 수 있었다.
……아, 그 여자.
“예빈이한테서 들었어요. 저번 주에 점장님 시어머…… 아니, 아니. 전 남자친구분 어머니 오셨었다면서요. 혼자서 별 이상한 짓은 다 하구 갔다고 하던데.”
딴 건 모르겠고, 두피는 좀 아팠지.
그날을 상기하자마자 그 무지막지한 고통이 또다시 떠오르려 했다.
“……응.”
“쳇, 남녀가 헤어졌음 헤어진 거지, 구질구질하게 그게 무슨 짓이래요? 그렇게 안 봤는데 그 남자분도 진짜 이상해요. 무슨 마마보이도 아니고, 그런 거 하나 중간에서 컷을 못하나? 제가 다 어이가 없어서, 진짜.”
한때 전민혁을 무진장 찬양했었던 채린임에도, 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이번 일로 인해 엄청난 실망을 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녀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일부러 하는 말일 수도 있었지만, 어느 쪽이든 예원에겐 살짝 힘이 되었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내 파란만장한 연애사가 이렇게 다 탄로 났다는 거네. 젠장.’
예원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암튼, 그 분이랑은 잘 끝내신 거 맞죠……?”
“……그럼. 좋게 헤어졌어. 어머님이 아무것도 모르시고 그러신 거야.”
“그렇구나…….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요.”
낮게 중얼거리는 채린의 표정이 어느 새 과하게 진지해져 있었다.
예원은 불현 듯 이유 없이 불안해졌다.
“아. 근데요, 점장님. 저 진짜 너무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하나만 더 여쭤 봐도 돼요?”
“……뭔데, 또.”
이상한 예감이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오던 순간, 마침내 채린이 입을 열었다.
“혹시 사장님이랑요…… 혹시…….”
“혹시 뭐.”
꿀꺽. 채린이 애꿎은 침을 삼켰다.
“키스도 해보셨어요?”
……쩜쩜쩜.
“……야!”
* * *
‘하여튼 걘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탈이라니까. 어떻게 벌써부터 그런 질문을!’
아까 전 채린의 말을 다시금 주워섬기던 예원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으드득 씹었다.
그렇잖아도 지난 번 지영 때문에 아주 몹쓸 상상을 했던 이후, ‘키스’라면 학을 떼게 된 그녀였다.
어쩌다 내가 이런 신세가 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다 그 남자 때문이야.”
오늘도 그녀는 제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사장의 탓으로 돌리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나저나 이 인간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벌써 며칠 째 튕기더니.’
사장은 요 며칠 스케줄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그녀와의 만남을 피했고, 결국 난처해진 건 에덴에 상주하는 예원뿐이었다.
아오, 생각하니까 또 확 스팀 오르네.
한껏 열이 받은 그녀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컵 째 신경질적으로 들이켜던 순간,
“……!”
아무래도 양반은 못 되는 듯한 사장이 슬금슬금 홀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오셨어요.”
“네,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별 말씀을. 여기까지 행차해주신 게 다행이지요.
예원은 아니꼬운 마음을 숨기며 제 앞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앉으세요. 그리고 이것도 드셔보시고요.”
“이게…… 뭐죠?”
방금 도착한 사람에게 다짜고짜 뭔가를 먹으라고 주는 것이 약간 이상할 법도 했지만, 제조자인 예원은 태연했다.
“지난번에 커피 잘 드시길래, 이번엔 마끼아또 말고 다른 걸로 만들어봤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
“이건…… 이름이 뭔데요?”
“모카요.”
아, 카페모카.
평소 그다지 즐기지는 않지만 그도 익히 알고는 있는 음료였다.
졸지에 오자마자 커피를 받아들게 된 민혁은 비로소 자리에 앉아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와.”
그에게서 자연스레 탄성이 터져나왔다.
“맛있어요?”
“……네.”
사실 그는 속으로 약간 놀라있었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너무 맛있었기 때문에.
지난번 마신 커피와는 약간 다른 종류의 맛이지만, 달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여운이 남는 맛.
이제껏 먹어본 커피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였다.
그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을 또 한 번 느껴야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홍예원은 참 유능한 바리스타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삼촌인 정한 또한 그런 점에서 그녀를 하나뿐인 조카의 든든한 조력자로 점찍었을 터였다.
그렇게 잠시 동안 조용히 커피를 들이키던 민혁은 마침내 잔을 내려놓은 뒤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홍예원 씨. 며칠 전 일은…….”
그런데, 그런 그를 뜻밖에도 예원이 먼저 잘라냈다.
“잠시만요. 제가 먼저 얘기할게요.”
웬일인가 하는 표정을 짓던 그는 이내 순순히 입술을 다물었다.
후, 숨을 한 번 내쉰 예원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우리, 어쭙잖은 사과 같은 건 피차 하지 말기로 하죠. 어차피 아무 일도 없었고…… 그건 그냥 단순 해프닝이었을 뿐이니까요.”
그녀의 말엔 틀린 점이 없었다.
정말로 단순한 사고였으니까, 그 날의 일은.
에덴의 사무실엔 윤정한 교수가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 놓은 회심의 역작이 하나 존재했는데, 그것은 바로 돌침대로 된 쉼터였다.
잠깐 앉아서 쉴 수도 있고, 간혹 있는 야근 시에는 교대로 쪽잠도 청할 수 있는 에덴 최고의 명당자리.
예원은 잠에 빠져 인사불성이 돼 있던 사장을 그곳으로 옮겨놓으려 했었다.
‘어차피 여기도 이 남자 건데, 하룻밤 여기서 재운다고 뭔 큰일이야 나겠어.’
그런 단순한 생각과 함께.
그 자세 그대로 놔두었다간 대번 허리디스크에 걸릴 태세였기에, 대충 봐도 180이 넘는 것 같은 거구의 남자를 낑낑대며 옮겨놓았다.
돌침대의 온도를 따끈하게 올려놓고, 그곳에 남자를 뉘이고 나서야 예원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순간, 늦게야 피로함이 휘몰아쳤다는 것이었다.
‘아, 갑자기 왜 이렇게 졸리지?’
그 후엔 매장을 말끔히 치운 뒤 집으로 향하려 했는데.
그런데…… 뭔가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졸음이 무섭게 몰려왔다.
아마도 술기운 때문인 것 같기는 했지만, 전민혁과 그 어머니의 일로 며칠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으니 그 여파도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듯했다.
뺨을 때리고 별 짓을 다 해봐도 소용이 없었던 데다가, 돌침대는 또 왜 그리 아늑했는지.
그녀는 결국, 졸음 앞에서 맥없이 굴복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
.
.
제발 잊어버리고만 싶은 그날 아침.
예원은 한 쌍의 뱀처럼 엉켜있는 남자와 자신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엄마!’
살다 살다 외간남자의 얼굴을 그리 가까이 해보긴 처음이었다. 하기사, 남자란 생물과 몸을 그렇게 포개본 일이 있었어야지.
게다가 무심결에 고개를 틀자, 정면엔 하연의 화들짝 놀란 얼굴이 떡하니!
‘……하아.’
예원은 다시금 재생되려 하는 그 기억에 눈을 질끈 감았다.
가능만 하다면 그날 밤으로 시간을 되돌리고픈 마음이었다.
그럼 괜히 팔자에도 없는 술친구 따위를 두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그건 다 없었던 일로 하자고요, 깔끔하게. 됐죠, 그럼?”
어쨌든 예원은 지난 며칠간 내내 생각했었던 멘트를 호기롭게 내뱉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그녀를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을 따름이었다.
“왜…… 대답이 없으세요?”
그녀가 의아한 눈초리를 할 무렵, 남자의 입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아뇨. 그럴 순 없죠.”
그의 한쪽 입꼬리가 설핏, 위로 말려 올라갔다.
“그래도 엄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인데. 어떻게 그게 하루아침에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습니까.”
……으응?
묘하게 핀트가 엇나간 듯한 말에, 방심하고 있던 예원은 급격히 당황했다.
“하, 하룻밤이라뇨?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세요?”
“맞잖아요, 하룻밤. 내 옆에서 아주 잘 자고 있던데.”
“…….”
“다 알고 그런 거 아니었어요?”
“……뭐, 뭐라고요?”
술 취해서 뻗은 거 기껏 치워줬더니, 이제 와 뭐가 어쩌고 저째?
“허, 참! 기가 막혀서. 아니, 제,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버퍼링이 걸려 나온다.
살벌한 눈초리로 물어오는 예원에게, 예의 미소를 지은 그는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야 모르죠, 왜 그랬는지.”
“…….”
“정 그렇게 억울하면, 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설명이라도 해보든가요.”
“그건……!”
아휴, 됐다. 길게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이건 어떻게든 저와의 ‘계약결혼’을 성사시켜보려는 남자의 개수작임이 분명했다.
예원은 그저 분한 얼굴로 남자를 째려보았다.
“설명 안 할 겁니까?”
“네.”
“왜요?”
“귀찮아서요.”
흐음.
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허심탄회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할 수 없네.”
“…….”
“책임져요.”
순간, 그녀는 제가 잘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뭐요?”
“책임지라구요.”
“…….”
“믿어질지 모르겠지만, 나와 하룻밤을 보낸 여자는 엄연히 홍예원 씨가 처음이거든.”
“…….”
“그러니까, 책임져요.”
#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