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대 좋아질 수 없는 남자-13화 (13/102)

13화. 또라이와의 하룻밤

2018.05.18.

AM 01:32, 카페 에덴.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던 테이블 위는 어느 새 빈 술병들과 캔으로 인해 중구난방이 되어 있었다.

민혁과 예원 또한, 나른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덧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각자의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그래서, 제 친구가 사장님더러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

“사기꾼 아니면 꽃뱀일 거래요. 웃기죠.”

“……꽃뱀?”

“네.”

맘에 들지 않는 단어인지 미끈한 얼굴을 찡그리는 남자를 보며, 볼이 붉게 달아오른 예원은 피식 웃었다.

“아니 그러게,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을 하자고 하래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 입장에선 그런 식으로 생각할 법도 하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꽃뱀이라니.

‘하긴, 별 이상한 일을 벌이긴 했지. 내가.’

자조적인 웃음을 짓던 민혁은 또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평소엔 줘도 안 마시던 술이 오늘은 왜 이리 쭉쭉 들어가는지 모를 일이었다.

물론, 잘 들어가는 것과 취하지 않는 것은 항상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근데 사장님, 취하셨어요?”

“……네?”

“취하신 것 같은데. 얼굴이 빨개요.”

그는 살짝 쑥스러워졌다.

“……조금요.”

아니, 사실은 조금이 아니라 많이.

민혁의 평소 주량은 끽해봐야 맥주 몇 캔이었다.

한데 그 많았던 술과 안주들을 눈앞의 여자와 단둘이, 단 몇 시간 동안 거의 초토화시켜버렸으니.

그로선 이미 한참 전에 한계치를 넘어선 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음.”

그런 민혁의 눈치를 단박에 간파한 예원은 괜스레 놀리듯 말했다.

“사장님 술 진짜 약하시네요. 뭐, 대충 그럴 것 같긴 했는데.”

윽.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무참히 깎이는 소리가 그의 귓가로 들려왔다.

“……홍예원 씨는, 보기보다 꽤 잘 마시네요.”

겉보기엔 소주 몇 잔에 쓰러질 것 같이 생겨서는.

저를 낯설어하는 듯한 남자의 눈빛이 와 닿았지만, 예원은 의기양양하게 몸을 꼿꼿이 폈다.

“그럼요. 저 이래봬도 대학 때부터 말술로 유명했어요. 남자들이랑 술 배틀 했을 때도 진 적이 없었다구요. 단 한 번도.”

흠, 혼자서 이 많은 술을 다 마시려고 했을 정도라면, 저 말에 어느 정도 믿음이 가기는 했다.

“……그런 사람이 왜 술을 혼자서 마셔요. 누구라도 부르지.”

곧장 이어진 남자의 예리하고도 뼈아픈 지적.

예원은 궁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창피하잖아요. 실연당했다고 처량 맞게 혼자서 이러는 게……. 누구 불러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에 들어가긴 또 싫고…… 그러니까.”

“…….”

“뭐, 어쨌거나 오늘은…… 덕분에 고마웠습니다.”

여자에게서 고맙단 말을 듣는 것은 지난 번 그 일 이후로 처음이었다.

저런 새삼스런 인사는 적응이 안 되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던 그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뭐가요.”

“술친구 해주셨잖아요. 물론 사장님도 나름대로의 꿍꿍이가 있으니까 그러신 거였겠지만……. 그래도, 혼자 마셨으면 조금 서운할 뻔 했어요.”

예원은 살풋 웃은 뒤 이내 말을 이었다.

“사장님이 저번부터 그 말도 안 되는 계약결혼을 왜 자꾸 저한테 하자고 하시는 건지, 솔직히 말해서 아직까지도 이해는 잘 안 가지만요…….”

“…….”

“그래도, 인정은 해보려고요.”

내가 그 사기행각의 파트너로 딱 안성맞춤이라는 걸.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민혁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럼…… 허락하는 겁니까?”

으쓱. 예원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글쎄요. 생각 좀 더 해보고요.”

“……그놈의 생각은.”

그놈의 생각을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냐는 듯한 말투였다.

‘뭐야, 이 남자. 나한텐 이게 얼마나 중요한 문젠데!’

그녀가 살짝 어눌해진 발음으로 억울한 듯 항변을 시작했다.

“아니, 고작 1년일 뿐이라지만…… 그래도 남들 눈에는 진짜 결혼한 사이로 보여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럼 당연히 같이 살아야 되고, 사장님이랑 이러쿵저러쿵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건데…… 저로선 당연히 고민될 수밖에 없죠. 안 그래요?”

“…….”

“전 평생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그런 덴 익숙하지가 않다고요. 그리고…….”

‘당신이 정말 그 새끼처럼 남자를 좋아한다면, 그리고 만약 그 사실이 어딘가에라도 알려진다면…… 또 다시 우스워질 제 꼴은 어쩌냐고요.’

미처 바깥으론 내뱉을 수 없는 말을 그녀는 속으로 꾹꾹 욱여넣었다.

“뭐 그래두, 그 조건이라는 것만 대충 맞는다면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요. 특히 제 동생하구 관련된 거.”

“……동생?”

“네.”

하나뿐인 동생을 떠올리는 예원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이것도 교수님한테서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요, 저랑 제 동생은 나이차가 아홉 살이나 나요. 아빠 엄마가 느지막에 정말 큰맘 먹고 낳은 애거든요. 물론,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릴 줄 알았으면 굳이 둘째까지 낳진 않았겠지만.”

“…….”

“전요, 고등학교 때부터 안 해본 알바가 없어요. 꼴이야 어떻든 대학에는 꼭 가고 싶었거든요.”

알바뿐인가. 부업 또한 이모를 도와주느라 안 해본 것이 없었다.

그녀의 끝장나는 생활력은 다 거기서 비롯된 것이었다.

“물론 이모가 다 마련해주겠다고 하긴 했지만, 내내 미안했어요. 괜히 우리 때문에 좋은 세월 다 낭비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성인이 되고난 후부터는 웬만하면 제 힘으로 해결하자고 다짐했어요.”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있는 남자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제 얘기를 잘 듣고 있단 신호로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넋두리를 이어나갔다.

“근데요. 막상 돈은 생겼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뭘 할까, 뭘 할까…….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답이 이거였어요. 커피요.”

“…….”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자판기 커피를 되게 좋아했거든요. 엄마랑 은행이라두 가면, 꼭 옆에 있는 동전 통에서 10원짜리 꺼내서, 율무차랑, 커피랑, 우유랑…… 그런 거 다 빼 먹고 그랬는데.”

술김이라 그런 걸까.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까지 줄줄 늘어놓게 되는 것이, 그녀는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게 여겨졌다.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는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그때 그게 딱 생각이 나더라고요. 뭐, 별다방 커피 같은 건 너무 비싸서 먹어보지도 못 했지만…… 믹스커피도 좋아하고, 쓴 커피도 쭉쭉 잘 먹었고. 뭣보다 커피에서 나는 향기가 너무너무 좋았었으니까. 그러니까 난 분명히 커피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일이라면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렇게 어영부영 시작한 일이 이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천직이 되었다.

이제 예원은 아마도 평생 이렇게, 커피 없인 살 수 없는 삶밖엔 누릴 수 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었다. 누구보다 더.

“그렇게 전문대에 들어가서 윤 교수님을 처음 만났어요. 제가 이쪽에 대해선 하나도 모른다고 하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가르쳐주셨고, 전 그게 재미있었어요. 학과 출신이라고 괜한 무시도 안 받고 이렇게 5년 동안이나 한 카페에서 일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교수님 덕분이었어요. 그래서 이 카페가 저한텐 무척 소중해요.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이런저런 힘든 일도 많이 있었지만, 그게 다 나름의 공부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대신 제 동생은, 저처럼 고생 많이 안 하고 최대한 공부만 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래야 되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애니까요.”

예원의 긴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그는 별안간 툭 던지듯 웅얼거렸다.

“……대단하네.”

쳇. 콧방귀를 낀 예원이 괜스레 으스댔다.

“당연하죠. 사장님처럼 귀하게만 자라신 분이 저 같은 일반인의 설움을 어떻게 아시겠…….”

어?

그런데 그때. 말을 하던 예원의 얼굴이 한순간 당황으로 물들었다.

─툭.

그야말로 순식간이었기 때문이다.

제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 같던 사장이, 어느 샌가 스르르 힘을 잃고 테이블 위로 엎어져버린 것은.

‘뭐, 뭐야. 설마 이 정도 갖고 뻗어버린 거야?’

예원은 실로 황당해졌다.

“사장님. 사장님!”

당황한 예원이 무작정 그를 불렀지만, 그에게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술에 취해 단단히 곯아떨어진 모양이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게 마치 의식을 잃은 사람 같기도 했다.

그녀는 몹시 조급해졌다.

“사장님, 일어나보세요. 정신 차려요. 네?”

그의 곁으로 얼른 다가간 예원이 남자의 팔뚝께를 잡고 흔들었다.

워낙 낭창낭창한 남자라 안 그렇게 보였는데, 알차게 박혀있는 근육의 감촉이 무척이나 단단하게 느껴졌다.

약간, 매끈한 바위를 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와. 운동 열심히 하나 보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퍼뜩 정신을 차린 그녀가 머리를 흔들고는 다시 그를 불렀다.

“사장님. 사장니임.”

“…….”

“이런 데서 주무시면 안 돼요! 네?”

“…….”

하지만 아무리 하염없이 불러보아도, 깊은 잠에 빠진 남자는 여전히 딴 세상인 것 같았다.

당혹감에 그녀의 입술이 아프게 깨물렸다.

“……아나, 어떡하지.”

뭔 놈의 남자가 이렇게 술을 못 마셔?

이럴 줄 알았음 그냥 먼저 가라고 할 것을. 괜한 술친구를 둔 덕에 불필요한 혹만 붙이게 된 꼴이었다.

한숨과 함께 허리에 손을 척 짚고 일어난 예원은 입술을 감쳐물곤 고민에 빠졌다.

이제,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 * *

다음 날 아침.

오픈을 준비하기 위해 문을 따고 들어오던 ‘카페 에덴’의 매니저 유하연은, 매장 한 쪽에 펼쳐져 있는 광경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게 다 뭐야?”

여기저기 나뒹구는 과자봉지들이며, 지독한 냄새가 풍기는 소주병과 맥주 캔 무더기, 거기다 군데군데 의자에 이상하게 걸쳐져 있는 옷가지들까지.

꼭 누가 일부러 어질러놓고 가기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지난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매장이 이 지경일까.

“……마감을 한 거야, 만 거야?”

어제 마감은 여느 때처럼 점장인 예원이 하고 갔을 터였다.

깨진 커피케이크나 몇 방울 떨어진 우유에도 몹시 민감하게 반응하며 깔끔을 떠는 그녀가, 이런 꼬라지를 가만히 두고 갔을 리는 없는데.

“이게 뭔 일이래……. 나참.”

뭐 어쨌건. 오늘 장사 공칠 건 아니니까 치워야지. 별 수 있나.

한숨을 내뱉은 하연은 일단 입고 온 사복을 유니폼으로 갈아입기 위해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잠시 뒤, 그녀의 시야에 펼쳐진 광경은 방금 전의 것보다 더욱더 가관인 것이었다.

“……저, 점장님?!”

그녀의 휘둥그레진 눈동자가 수평을 그리며 이동했다.

“사, 사, 사장ㄴ…….”

하연은 그 상태 그대로 굳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 * *

“자. 빨리 처먹고 속 차려.”

“……고마워, 형.”

“알긴 아냐?”

골골대던 민혁에게 꿀물을 건넨 성환이 픽 웃었다.

이런 상전 대접을 해주기는 또 오랜만이었다.

적어도 술 문제로는 말썽 안 피우던 녀석인데, 어제는 당최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건지.

“대체 뭔 생각으로 이랬냐? 술도 더럽게 못 마시는 게.”

꿀의 단맛에 잠시 인상을 쓰던 민혁은 성환을 장난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 간만의 일탈?”

“……놀고 있다, 또.”

말은 타박처럼 했으나 사실은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연예인씩이나 돼서, 혹시나 사람들에게 못 보일 꼴을 보이고 온 건 아닌지.

“그건 그렇고, 어디서 마신 건데. 설마 밖에서 마신 건 아니지?”

“아냐. 카페에서 마셨어.”

“……요즘은 카페에서 술도 다 파냐?”

별 희한한 데가 다 있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말에 낮게 키득거리던 민혁은 미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말고. 내 카페. 에덴.”

“아. 술 사가서?”

“응.”

“누구랑 마셨는데.”

“……누구겠어.”

아, 곧바로 떠오르는 이름.

“……그, 예원 씨?”

민혁은 대번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형이 그 여잘 어떻게 알아?”

혹시 자기 뒤에서 몰래 만나기라도 했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참내, 이 자식이 나를 뭘로 보고.

“이 정도 기억력도 없으면 이 바닥에서 어떻게 매니저 하냐. 당연히 네가 말하던 거 들었지.”

“……아아.”

그럼 그렇지. 설마 형이 그 여자랑 접촉했을 리가.

민혁은 그제야 안심하고는 반쯤 남은 꿀물을 마저 들이켰다.

그런 그를, 성환은 왠지 모르게 탐색하듯 훑었다.

“근데 넌 결혼까지 할 여친한테 그 여자가 뭐냐. 그렇게 안 봤는데 너도 딴 놈들이랑 별다를 거 없고만?”

아차. 평소의 버릇이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온 것이다.

제 실수를 깨달은 민혁은 재빨리 정정에 나섰다.

“……아직 만난 지가 얼마 안 돼서. 남들 앞에선 아직 습관이 안 돼서 그래.”

꽤 그럴듯한 변명.

하지만 성환은 진지하게 얼굴을 굳혔다.

“야,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지. 이제 별별 인간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볼 텐데. 자칫하다 말실수 하나라도 하면 끝장이라고. 알지?”

“그럼.”

평소처럼 훈계하던 성환은 거기에다 당부하듯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리고 혹시나 앞에서 그러진 마라. 제수씨 서운해 할라.”

……하여튼 그놈의 제수씨 소리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민혁에게, 성환은 은근슬쩍 운을 띄웠다.

“근데, 뭔 일 없었지?”

“……일은 무슨 일.”

“아니, 남녀가 야밤에 단둘이서 술 먹고 하면…… 뭐, 좀…….”

“…….”

“아, 왜~ 그런 거 있잖아.”

“……아.”

이야기를 듣던 민혁의 눈빛이 일순 묘하게 변했다. 그 말뜻을 그제야 이해한 모양이었다.

왠지 모르게 살짝 굳은 듯한 민혁을 보며 성환은 짓궂게 웃었다.

‘하여튼 순진해가지고는. 놀리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단 말이야.’

민혁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하나가 되었지만, 성환의 눈에 그는 처음 봤을 때 이십대 초반이었던 그 소년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장난삼아 남녀니 뭐니 했지만, 그런 일은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안 봐도 빤한 사실.

성환은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야, 야. 정색하지 마, 인마. 그냥 장난…….”

“있었지.”

그런데, 심드렁하게 튀어나온 민혁의 답변은 그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뭐?”

“있었다고. 일.”

“…….”

“아주 중대한 일 하나가 있었지.”

수상할 정도로 의미심장해 보이는 미소.

이야기를 꺼내놓은 장본인이면서도, 성환은 무척 당황스런 얼굴을 했다.

설마, 이 자식이 벌써부터……?

“……야, 너 설마…….”

“왜, 뭐가 궁금한데.”

그새 꿀물을 다 들이켠 민혁이 바로 그의 정곡을 찌르고 들어왔다.

성환은 어쩐지 민망해져서 큼큼거렸다.

“……아니, 뭐 딱히 궁금하고 그런 건 아닌데.”

사실 궁금했다. 무지무지.

하지만 민혁은 그런 그를 놀리기라도 하듯,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양 씩 웃어보였다.

“안 궁금하면 말고.”

“……뭐?”

아니, 이 자식이!

“야!”

황당해진 성환을 뒤로한 민혁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웅얼거렸다.

“형, 나 좀만 더 잘게. 이따 준비해야 될 때 깨워줘.”

“…….”

덕분에 홀연히 남겨진 성환은 급격히 무안해졌다.

성환의 눈길이 이불에 싸인 민혁의 등짝을 수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어, 그래.”

말하는 걸로 봐선 정말 무슨 일이 있긴 있었던 것 같은데……

뭐지? 진짜 이놈이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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