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뭐 이딴 프러포즈가 다 있어
2018.05.01.
“……켁!”
무방비 상태에서 맞닥뜨린 희대의 개소리.
그 덕에 한 잔 들이킨 소주는 그녀의 목에 가시처럼 턱 걸려버리고 말았다.
이, 이 남자가 뭐라는 거야, 지금?!
“방금…… 콜록, 뭐라……고……!”
경악스런 표정으로 콜록대는 예원에게, 그는 느긋한 얼굴로 물을 따라주었다.
“괜찮습니까?”
그녀의 눈길이 자연스레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뭐지. 왜 저러는 거지? 어디서 총 맞고 왔나?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예원은 터져 나오는 기침을 겨우 진정시킨 후에야 겨우 입을 뗄 수 있었다.
“사장님 혹시…….”
“…….”
“술 드시고 오셨어요?”
그가 어깨를 살짝 으쓱거렸다.
“아뇨. 완전히 말짱한데요.”
하긴, 얼굴도 평소처럼 희여멀건하고 술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럼 다음.
“그럼…… 어디 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
“갑자기 어마어마한 심적 충격을 받아서…… 어딘가 이상이 오셨다든지……?”
정신이상을 의심하는 듯한 무례한 발언에도, 그는 오히려 빙긋 웃기만 했다.
“전혀요. 오히려 좋은 일은 하나 있죠.”
대답엔 전혀 막힘이 없었지만, 어쩐지 석연찮은 느낌이었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예원은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거듭 물었다.
“방금, 결혼하자고 하신 거죠? 저한테.”
“네, 맞습니다.”
“…….”
“뭐 정확히 말하면, 결혼을 한다기보다는…… 결혼하는 ‘척’을 하자는 게 맞겠지만.”
답지 않게 소곤거리는 목소리에, 예원의 눈이 단박에 세모꼴로 변했다.
“네에?”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은 채, 옆에 놓아두었던 마스크를 다시 집어든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 마셨죠. 그럼 일어나요.”
“……아직 다 안 마셨는데……?”
“그래도 일어나요.”
“어…… 어, 어딜 가시게요?”
남은 술과 안주들을 아까운 듯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민혁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좋은 곳이요.”
* * *
마감을 마친 매장은 절간만큼이나 고요했다. 모든 창에 있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최소한의 조명만 킨 홀은 얼핏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예원은 평소 모든 손님이 빠져나가고 난 뒤의 이 조용함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단, 지금처럼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를 제외하면 말이다.
“……여기가, ‘좋은 곳’이에요?”
“네. 맘에 안 들어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요.”
‘좋은 곳’이라기에 혹시 비싼 술이라도 사주려는 건가 했지만, 역시나 김칫국이었다.
홀 한 편에 자리한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은 그들의 앞엔 예원이 직접 제조한 커피 두 잔이 놓여있었다.
민혁의 몫인 카라멜 마끼아또와, 예원의 몫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누가 안 맞는 사람들 아니랄까봐 취향도 아주 정반대다.
“근데…… 제가 거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지나가다가 보였어요.”
정말일까?
말이 안 될 건 없는 설명이지만, 그렇다고 덥석덥석 믿기엔 또 어딘가 미심쩍기 짝이 없었다.
예원은 불편한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하는 채로 그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이제 말씀해보세요. 아까 그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말이에요.”
“아, 그거.”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장본인이면서, 민혁은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 뜸을 들인 후에야 말했다.
“말한 그대로예요. 나랑 결혼하는 척 좀 합시다.”
“……결혼하는 ‘척’이요?”
“네.”
카라멜 마끼아또가 반쯤 남은 커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가 설명을 시작했다.
“오늘 기사 난 건 이미 사방에서 떠들어댔으니 누구보다 잘 알 테고, 이렇게 된 김에 그냥 공식 부부 행세 좀 하자고요. 한 1년 정도만.”
“…….”
“별다르게 힘든 점은 없을 거예요. 어차피 홍예원 씨는 일반인이니까, 언론에 노출되는 일도 거의 없을 거고. 꾸준하게 나랑 몇몇 군데 동행해야 하는 것만 빼면 아주 쉬운 일이지.”
“…….”
“굳이 정리해 말하자면, ‘계약결혼’ 정도 되겠네요.”
‘계약결혼’이라는 대목에서 예원은 안 그래도 구겨져 있던 얼굴을 더욱 찌푸렸다.
저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물론 제일 이상한 건 이 이야기 자체다. 하지만, 그녀가 제일 먼저 든 의문은 따로 있었다.
“근데…… 왜 하필, 저예요?”
“…….”
“주변에 여자들 많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연예인이시니까, 그 사람들도 당연히 다 나보단 예쁠 테고.”
근데 그 하고 많은 여자들 중에 왜 굳이 나를 택했냐, 그거지. 다른 것도 아니고 결혼 상대인데.
한데 질문을 꺼내놓자마자, 이상하게도 묘한 기시감이 그녀를 덮쳐왔다.
뭐지. 왜지?
“…….”
잠시 생각한 끝에, 그녀는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흐려져 있던 회색 잔상도 곧바로 떠올랐다.
‘……왜. 왜 하필이면…… 나였어?’
이것은 바로, 얼마 전 제가 전민혁에게 했던 말이 아닌가.
아, 젠장. 또 한 번 기분이 더러워지려 했다.
“…….”
어쨌든 그녀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던 그는 쉽게 답을 내놓았다.
“그야, 이 사태의 원흉이 홍예원 씨니까.”
“…….”
“그날 밤 일만 없었어도, 이렇게 열애설까지 나는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에요.”
“……네에?”
헐? 그게 왜 내 탓?
“그, 그건!”
“일단 그게 첫 번째 이유고.”
이름 때문에 더 짜증나는 ‘현민혁’은 그녀의 말꼬리를 싹둑 자르고는 할 말을 이어나갔다.
“결정적으로, 홍예원 씨는 날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
“지금 나한테는 그런 신부가 필요하거든.”
……허.
이야기를 다 들은 예원에게선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모순인 이야기가 다 있을까. 결혼을 하기는 하는데, 신부가 자길 좋아해선 안 된다니. 그런 결혼이 대체 왜 필요한 거지?
말을 섞으면 섞을수록, 그와 자신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드라마를 찍는 사람이라 그런가, 현실도 마냥 드라마같이 허황되게 보이는 모양이다.
‘아니, 저 남잔 뭐가 저렇게 뻔뻔해?’
저게 지금 ‘프러포즈’를 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이냐고!
“사장님은 그게 진짜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씀이세요?”
“불가능할 것도 없죠. 어깨동무 하나 한 걸로 이미 여러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는데.”
……그 부분에선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예원은 들은 체도 않고 계속 따졌다.
“대체 뭐 땜에 그렇게까지 하시려는 건데요?”
“굳이 그런 것까지 말해줘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럼요! 심청이도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갈 땐 이유라도 알고 갔다고요.”
“그럼, 홍예원 씨가 심청이라는 얘기?”
아. 심청이는 좀 아닌가.
“……맥락은 비슷하죠.”
발끈하던 그녀가 살짝 꼬리를 내리자, 고민하는 듯하던 남자는 예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자세하게 설명하긴 곤란해요. 하지만 꼭 알아야겠다면, 대략적으로만 말해주죠.”
“…….”
“사실은, 요즘 내 삶이 본의 아니게 좀 피곤해졌어요. 이유가 한 가지면 그나마 나을 텐데, 문제는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거고. 더 놀라운 건, 그 모든 게 나의 ‘결혼’ 하나면 전부 한 큐에 해결될 일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말을 잇던 남자의 미간이 잠시 좁아졌다.
그를 보던 예원 또한 덩달아 눈을 찡그렸다.
“결정적으로 난, 결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년이면 되는데, 나랑 결혼까지 하겠다는 여자가 고작 1년으로 만족할 린 없고. 그러니 할 수 없죠, 계약결혼이라도 하는 수밖에. 그 상대가 날 ‘좋아할 일 없는’ 홍예원 씨라면, 일은 더더욱 쉬워질 테구요.”
그러니까…….
“좀 도와줘요, 홍예원 씨.”
마치 굳은 결심을 한 듯한 얼굴로,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예원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대관절 무슨 사연이기에 저렇게 구구절절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었지만, 살짝 안쓰러운 맘은 드는 듯했다.
‘그래, 뭐……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사람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또 나한테 지금 남자친구라도 있다면 모를까…… 없는 상태에서 그 정도쯤이야 충분히 용인 가능……
“……싫어요!”
할 리가 없지!
“제가 왜 그래야 돼요? 사정이 있으면 혼자서 해결하세요! 애먼 사람 이용할 생각 마시고요!”
잠잠하던 예원의 눈빛에 일순 불꽃이 튀었다.
그래도 괜찮은 사람 같다 생각했는데. 톱스타라는 인간치고 상종하기 힘든 사람은 아니라서 의외였는데.
‘계약결혼’이라는 이야기를 곱씹은 순간, 순식간에 화가 들끓었다.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려 드는 그에게 확 반감이 든 탓이었다.
제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 죽일 새끼랑 다를 게 뭐란 말인가?
자고로 사람을 제멋대로 이용하려 드는 족속들은 상종할 것이 못 된다. 그것을 깨달은 날로부터 고작 며칠이나 지났다고.
‘아니, 이것들은 나를 대체 뭘로 보는 거야?’
이 ‘민혁’이들이 진짜!
한껏 씩씩거리고 있는 그녀의 반응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은 채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 약간 정정이 필요한 것 같은데.”
“…….”
“이용이 아니라, 윈윈(Win-win)이죠.”
참내, 말은 번지르르하구만. 어떻게든 날 꼬여낼 작정이다 이거지.
“그게 어떻게 윈윈이에요? 사장님이야 그런 사정이 있어서 얻는 게 있다 치고. 그럼 저는요? 그런 이상한 ‘척’을 해서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뭔데요?”
그녀의 맹렬한 반응에도, 남자는 여전히 이상하리만큼 평화로웠다.
뭔가, 강력한 무기가 있는 사람 같았다. 그녀가 절대로 거부할 수 없을만한, 무기.
“…….”
아니나 다를까.
침묵하던 그는 이내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사람처럼 나지막하게 말했다.
“홍예원 씨, 동생 있죠. 듣기론 공부도 아주 잘한다던데.”
그리고 그 말은, 그녀를 정확하게 동요시켰다.
“……그걸, 사장님이 어떻게?”
그녀가 한순간 혼란에 빠진 사이, 그는 놀라울 것도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삼촌한테서 들었어요. 공부도 잘하고 똘똘한데, 집안 사정이 그렇게 넉넉하지가 않다고.”
“…….”
“홍예원 씨가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하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요.”
……아,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거였구나.
예원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녀의 하나뿐인 남동생 지원은 지금 고2, 18살이었다. 어릴 때부터 유독 머리가 좋았던 아이. 그리고 유난히 잘났던 아이.
수능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다지만, 성적으로만 볼 때 국내 명문대는 이미 프리패스 수준이었고 남는 시간에는 외국어 공부까지 하고 있는 기특한 동생이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는데 머리가 어쩜 그리 다른지.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동생이 예원에게는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다.
글로벌하게 먹힐만한 출중한 외모에다가 외국어까지 잘하겠다, 욕심으로는 유학까지 보내고 싶었다. 다만 현실이 시궁창이었을 뿐.
그나마 대학 등록금에라도 허덕이지 않게 해주고 싶어서, 그때를 대비해 예원은 돈을 버는 족족 저축에 몰아넣고 있었다.
물론 정 여의치 않으면 이모에게 손을 벌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껏 끼친 폐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또 이모네가 그 정도로 넉넉한 살림이 아니기도 했다.
‘아니 근데, 교수님은 이 인간한테 그런 얘길 왜 해주신 거야? 딱히 좋은 얘기도 아닌데.’
알면 알수록 당최 납득이 안 가는 것들 투성이였다.
“걱정 마요. 이 일만 잘 성사된다면 앞으로는 내가 도와줄 테니까. 대학 등록금이든 뭐든, 원하는 대로요.”
“…….”
“그리고 1년 뒤엔, 이 카페도 예원 씨 몫으로 줄게요. 마찬가지로, 그러길 원한다면.”
……카페를 준다니?
예원의 눈이 순간 번쩍 뜨였다.
“그건 무슨 말이죠?”
“어차피 삼촌은 더 이상 이 카페를 굴리실 생각이 없어요. 홍예원 씨도 잘 알다시피, 워낙 바쁘게 사신 분이잖아요. 여길 나한테 맡기고 가신 것도 1년 뒤에 아예 나에게 떠넘길 생각으로 그러신 거예요. 내가 사업 쪽에 관심 있다니까 별 고민도 않고 바로. 남보다야 가족한테 주는 편이 훨씬 안심된다고 생각하셨겠지.”
……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튀어 나오려는 감탄사를 겨우 참아야 했다. 저런 내막은 생전 처음 듣는 내용이었기에.
그녀가 아는 윤정한 교수는 약간 한량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이 카페와 커피 자체에 크나큰 애정이 있던 사람이었다.
전문대 바리스타학과를 졸업하고 유명 바리스타이자 전임교수였던 그에게 스카웃 받았을 때, 예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뻐했었다.
내가 교수님께 인정을 받긴 받았구나. 이 정도면 나름 수제자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들과 함께.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예원은 그 생각을 충분히 확인받았다고 생각했다. 이 카페가 망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몇 년 간은 걱정 없이 쭉 그의 밑에서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비로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제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시당한 느낌이었다.
‘그럼 그간 줄곧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는 건데……. 왜 나한텐 일언반구도 없으셨던 거지? 윤 교수님이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쨌든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1년 뒤엔 자연히 이 카페가 이 남자의 소유로 넘어가게 된다는 거였다.
그럼 나는? 난 어쩌지?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한 예원의 얼굴을 뒤로하고, 그는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사실 카페 쪽엔 취미 없어요. 그리 돈이 되는 사업도 아니고. 만약 내가 이 카페를 받는다 해도, 적당히 땅값 올려서 팔아 치울 확률이 더 크겠죠. 그건 홍예원 씨도 원하지 않잖아요? 이 카페를 초창기부터 직접 일군 멤번데.”
“……그건.”
남자의 말이라 순순히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이었다. 이곳은 그녀에게 단순한 ‘일터’의 의미만은 아니었으니까.
처음이란 누구에게나 중요한 법. 그녀에게 이 카페는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꿈을 키운 곳.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던 곳. 처음으로 점장을 달게 된 곳.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처럼 계속 연기자 생활하면서 또 다른 사업 시작하면 되는 거고. 홍예원 씨는 여기서 자기 카페 경영하면 되고. 서로 나쁠 게 없는 조건 아닙니까?”
“…….”
“어차피 난 이거 하나쯤 없다고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최종 결정은 홍예원 씨에게 맡길게요. 그래도 정 싫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
“뭐, 그것도 아니라면…….”
말을 이어나가던 남자의 눈이 문득, 그녀를 꿰뚫을 듯 강렬하게 쳐다보았다.
“혹시, 지금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겁니까?”
마치 확인사살이라도 해두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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