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수에서 타자까지-48화 (48/137)

48. Who is Kang? (1)

[서울 세오레즈 7 : 6 서울 코쿤스]

승: 이혁 (5승 6패 23홀드 ERA 3.01)

패: 린 로메로 (2승 7패 6홀드 ERA 2.58)

[경악, 불신, 탄성. 경기를 뒤집는 반전(反轉)의 홈스틸! 야수의 포효!]

[5타수 4안타 2득점 2타점 3도루. 코쿤스 1차전 MVP는 강해준.]

[화려했던 주루 전쟁. 그 흐름을 지배한 강해준]

[코쿤스 7도루 VS 강해준 3도루. 유례없던 도루 전쟁의 심층분석]

[KBO를 활보하는 야수에게 한계란 없는가? 수비, 타격, 송구, 그리고 주루. 누구도 예상 못 했던 강해준의 무한 진화의 신화]

3위를 수성하기 위한 세오레즈와 그를 끌어내리기 위한 4위 코쿤스의 1차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모았던 경기는 8회 강해준의 홈스틸 이후 분위기를 넘겨줘 버린 코쿤스의 석패로 막을 내렸다.

스포츠 베어 스포츠 1팀 서울 세오레즈 전담 기자 허상필.

그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진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팬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강해준에 대한 일거수일투족.

그 모든 것들을 기사거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팬들이 무엇을 알기 원하는가.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드르륵- 드륵-

"흐음..."

오늘의 경기 내용이 정리된 헤드라인 뉴스.

허상필 기자의 마우스 휠이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네? 하루 만에 도루 배우기는 안 된다고요? 되는데요?

-이준석: 저 선수는 슬라이더를 못 칩니다. -> 홈런

└또준석: 저 선수는 스플리터를 못 칠 겁니다. -> 홈런

└전문가들: 도루는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3도루, 홈스틸.

-뭐냐 이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된다고요? 되는데요? 무한 반복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 되면 약물빨도 아니다. 걍 신 내린듯.

-약물 논란 들어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약물 소리 하냐.

-약물 빨아도 저렇게 못함;;

-아무튼 이쯤 되면 좆문가들과 이준석은 닥치고 있는게 상대 팀들 신상에도 이롭지 않을까 싶다.

-부정적인 기사들 뜰 때마다 실력으로 닥치게 만듬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기자들이 나대면 상대팀에서 먼저 조용히 시키고 싶을듯

-ㅇㄱㄹㅇ

-이준석 시무룩행. 요즘엔 기사 안 쓰냐?

└방향 바꿔서 강해준 찬양 기사 쓰는 중

└새끼, 지조가 없네. 한번 했으면 끝장을 봐야지.

-좆문가들 단체 버로우행 꼬시다 ㅋㅋㅋㅋㅋ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네 ㅋㅋㅋㅋ

-다들 일자리 잃어서 실업자 됐답니다. 글 내려주세요.

댓글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냈던 전문가들에 대한 반발심.

통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건 예상했던거고..'

달칵- 드르륵-

다른 기사를 클릭한 허상필 기자가 곧바로 댓글창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얘 메이저리그 언제 감?

-행크 그린 만났다니까 슬슬 작업들어가지 않았을까?

-지인한테 들었는데 아직 강해준 보러다니는 스카우트 딸랑 3팀이라던데;;

-어디임?

-다저스, 디백스, 파이어리츠.

-행크야, 일 안 하냐;; 꼴랑 3팀이 뭐냐?

-제발 좀 꺼졌으면 좋겠다. 볼 때마다 토 나오네.

-왜 ㅋㅋㅋㅋㅋㅋ 난 재밌어서 좋던데.

└ㅂㅍ092ㅗ룿ㄴ놈아. 니가 세오레즈 팬이니까 재밌겠지.

└만날 때마다 처맞는 게 본인팀이면 정색할 ㅅㄲ가 ㅂㄷㅂㄷ

그다음은 다름 아닌 강해준의 메이저리그행 이야기였다.

강해준이 슈퍼 에이전트 행크 그린과 접촉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퍼진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메이저리그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질 않고 있었다.

-이러다 강해준 메이저리그 못가는 거 아님? 곧 있으면 시즌도 끝인데;;

그렇기에 강해준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지지하는 KBO 9개 구단의 팬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허상필 기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언론에 드러나진 않았어도 현장에는 현장 사이에서만 도는 소문이 있는 법.

들리는 소식으로는 이미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는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슬슬 반응이 오긴 해야할텐데..'

시즌 종료까지 세오레즈에게 남은 경기 수는 36.

'지금부터 스카우트들이 몰려들더라도 충분한 관찰을 하기에는 짧은 시간.'

그리고 시즌 후반에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KBO의 강타자.

샘플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릴 것이 분명했다.

그런 시장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 양반 성격이라면 무언가 화려한 일을 벌일 것이 분명한데...'

허상필 기자의 눈빛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

코쿤스와의 2차전을 앞둔 8월 21일.

인터네셔널 그랜드 서울 호텔.

이른 아침부터 해준이 묵고 있는 원정 숙소로 오광녹이 찾아왔다.

그의 손에 들린 태블릿에는 해준이 요청한 전력분석자료가 들어있었다.

"가져왔어?"

"뭐, 그렇죠. 이제는 에이전트인데다, 저도 그쪽 출신이라.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시더라고요."

근래 들어 타석에서의 감각 조금씩 내려앉고 있음을 느낀 해준.

그 보완을 위해 자신에 대한 전력분석 자료들을 구단에 요청한 상태였다.

"그나저나 어젯밤에 4안타를 치신 분이 그런 발언을 하시면 난리 날껄요? 4안타, 결승 득점 홈스틸 강해준. 사실 난 슬럼프다."

그런 해준의 반응에 오광녹이 의자에 앉으며 낄낄거렸다. 어젯밤 올림픽 돔을 뒤흔든 경기의 주인공. 그 주요 활약상이 도루, 그중에서도 홈스틸에 쏠려있긴 했지만, 엄연히 5번의 타석에서 4번의 안타를 쳐냈던 강해준이었다.

하지만 해준은 고개를 흔들었다.

"치는 것만 본다면 그렇지."

최근 10경기 타율 0.455.

1군 콜업 이후 활활 불타올랐던 그 페이스에 비하면 부족하긴 했어도, 여전히 놀라운 고타율이었다.

"거기에 더해 같은 기간 출루율은 0.633. 이것도 리그 1위죠."

오광녹이 걱정할 것 하나 없다는 듯이 더해 말했다.

누가 보아도 전혀 이상이 없는 성적이었으니까.

하지만 해준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밑도 끝도 없는 견제의 결과물이지. 이 성적은 부풀려진 감이 있어. 사실 투수들이 승부를 걸어와도 지금 상태에서는 예전만큼 쳐내기 힘들거든."

그리고 그 말은 부분적으로나마 사실이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여러 포지션을 번갈아 가며 소화, 그러면서도 압도적인 수비 범위를 커버한다.

당연히 그 반대급부가 따라오기 마련.

바로 체력.

해준은 시즌이 중후반에 접어들자 몸이 둔해짐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 증거가 바로.

"장타율도 말해줘야지."

"..최근 10경기 0.576이요."

장타율.

물론 여전히 강타자라 말할 수 있는 수치고, 남들이라면 여기서 만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웃라이어 시스템을 가진 해준의 생각은 달랐다.

'여기서 만족할 순 없어.'

가진 것이 다른 만큼, 결과 또한 달라야 했다.

더 압도적인, 리그를 지배하다 못해 그 존재만으로 경기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해준은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갈증에 목말라 있었다.

"이제 슬슬 그 원인을 말해줘."

그렇기에 잠깐의 부진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그 열기에 마지못해 오광녹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하는 것도 좋지 않는데..'

하지만 에이전트의 임무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대로 그를 서포트 하는 것.

오광녹은 태블릿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꺼낸 그의 발언은, 놀라운 것이었다.

"타자는 주로 3가지로 나뉜다고 하죠. 교타자, 중장거리형 타자, 그리고 홈런 타자. 그렇다면 형은 이 중 어느 유형에 속한다고 생각하세요?"

언론의 말을 밀린다면 해준은 유례가 없는 강타자로 거듭난 상태. 그렇다면 답변도 그래야 했다.

하지만 해준의 대답은 달랐다.

"교타자. 그것도 극한의 교타자지."

"역시 해준이 형.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놀랍게도 오광녹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타격 자체에 초점을 맞추냐, 결과에 초점을 맞추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문제이긴 하죠. 하지만 전자로 본다면 형은 정말 미친 수준의 교타자에요."

팬들과 전문가들이 듣는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발언.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오광녹이 자료 하나를 화면 위로 띄웠다.

"그 증거 중 하나가 바로 SwSpot%. 즉, 배트의 스윗스팟에 얼마나 공을 많이 맞혔는지 나타내는 수치죠. 형은 현재 61.6%로 같은 기간 압도적인 리그 1위를 마크하고 있어요."

타구 발사 각도가 8~32도 사이에서 형성될 때 안타 확률이 늘어난다는 것은 유명한 사실. 해준은 그 수치 부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 더히트의 강타자 이신우의 48.9%를 크게 앞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 본다면 알 수 없죠. 장타자들도 이 비율이 높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분별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이 스윗스팟 포인트에서 벗어났을 때 얼마나 많은 안타를 만들어냈냐. 이걸 알아야죠."

즉, 순수한 힘의 차이에서 오는 안타생성능력.

오광녹은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광녹이 띄운 자료화면에는 해준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슥-스윽-

손가락을 움직여 스크롤을 조금 내린 뒤에야 나오는 해준의 이름.

오광녹이 말했다.

"그 부분에서 형은 리그 중위권. 한마디로 빗맞았을 때 타구에 실린 힘이 평균 정도에 불과하다는 거죠. 타구 속도 자체도 평범하고요."

해준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은 배트의 중심에 공을 누구보다 잘 맞추기 때문에 장타를 때려내고 있다는 소리지, 힘 자체가 뛰어나다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오광녹이 설명을 이어갔다.

"결국 형의 미친듯한 성적의 비결은 이 SwSpot%의 비율과 BABIP에 관여하는 라인드라이브의 비정상적인 형성 능력. 이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탄생한 결과라고 보면 돼요. 쉽게 말하면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질 좋은 타구 각도 형성 능력을 보유했다는 소리죠."

해준이 물었다.

"그렇다면 최근 성적이 떨어진 이유는?"

오광녹이 대답했다.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여전히 비슷해요. 이 덕분에 고타율은 건재하지만.. 문제는 그 이상의 장타를 뽑아내기 위한 각도 형성 능력이 살짝 흔들리고 있어요."

라인드라이브는 통상 1˚~25˚도의 각도에서 발생한 타구를 말한다. 이 타구가 높은 타자들은 통산적으로 높은 BABIP과 타율을 기록하기 마련인데 해준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문제라면 SwSpot%.

8˚~32˚도의 타구 각도를 뜻하는 이 수치에서 해준은 최근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형 같은 경우 타격 감각이 절정까지 올라왔을 때는 타구 각도가 10˚~32˚도에서 형성돼요. 하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3˚~24˚도까지 내려앉았어요. 그 결과가 바로 장타율의 하락이죠."

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감각적으로 느끼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분석이었으니까. 장타율을 결정하는 요소는 2가지.

타구 각도와 타구 속도.

그중 각도가 흔들리고 있으니 장타율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준이 말했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두 가지겠네."

"그렇죠. 발사 각도를 다시 높이던가, 아니면 타구 속도 자체를 높이던가."

하지만 오광녹은 말을 하면서도 이 방법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타격이란 결국 사이클을 타고 흐르는 수밖에 없다.

언제나 한결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타자란 게임에서나 나오는 존재니까.

하다못해 그 게임 속 타자조차 플레이어의 컨디션을 타는 판에, 현실의 타자가 꾸준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오광녹이 말했다.

"결국 해결 방법은 시간뿐이라는 거죠. 내려간 타격 감각이 다시 올라오길 기다리는 거. 조급해하시지 않아도 돼요."

그 말에 해준은 잠시 침묵했다. 무언가 생각을 하듯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이 자료들 그린 코퍼레이션에도 보냈어?"

그사이 다른 자료들을 살피던 오광녹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보냈죠. 세일즈에 필요한 자료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1800년대의 야구 자료마저 통계화시키고 보관 중이라는 그린 코퍼레이션.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과 같은 외국의 자료들은 해당 구단과 외부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오광녹 또한 자료를 넘겨준 세오레즈에 양해를 구하고 자료를 전송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어진 해준의 말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거 다시 보내야겠다."

"..네?"

반문하는 오광녹.

하지만 해준은 슬며시 웃어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슬슬 타격 감각이 떨어질 때라고 생각했지.'

여러 아웃라이어와 연결이 되어있다고 해서 매 타석에서 안타를 쳐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능력을 끌어내야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신체였고, 사람의 컨디션은 시즌 중 몇 번이고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기에.

'그래서 이렇게 존버한 거 아니야.'

해준의 눈앞에는 여태껏 아득바득 모아온 포인트가 떠올라있었다.

[현재 보유 포인트는 5,521p입니다.]

'이제 포인트는 충분하다. 남은 건 아이템이 뜨기를 기다리는 것뿐.'

특수 모듈 더 레이저맨을 얻은 뒤.

해준이 다른 변화구 대응 모듈을 구매하지 않고 포인트를 모아두기만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하루에 한 번씩 랜덤으로 갱신되는 스토어의 아이템 리스트.

일전에 그곳에서 정말 필요한 것을 발견했으니까.

'슬슬 뜰 때가 됐는데...'

그리고 그동안 해준이 아이템 리스트를 쭉 관찰하며 깨달은 사실.

[아웃라이어 스토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시스템이란 놈은, 포인트에 환장한 것이 분명했다.

랜덤 갱신?

사실은 돈만 가지고 찾아온다면 옳다구나 하고 꿍쳐놓는 것도 내놓는 놈이다.

지금처럼.

[특수 모듈 '스택형 타구속도Type-Stack Exit Speed']

*이전 타석의 결과에 따라 타구 속도가 상승합니다.

*타석 당 최대 4% 상승

도매가: 5000p

'왔다!'

이번에도 그 사실은 변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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