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124화 (124/127)

〈 124화 〉 진짜 떠서 왔네!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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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씨가 <비객>에서 쓰고 나왔던 말뚝이탈 있죠?”

“.......?”

“중국에서 그게 유행이라네요.”

<아포칼립스 조선>이 서구권에서 히트를 치면서 갓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한복에 이어 갓 역시 자기들 거라고 우겼다.

아니나 다를까.

“말뚝이탈이 중국의 경극 가면에서 따온 거라고 주장한다고 한 대요. 하하하.”

홍성욱이 웃음을 터트렸다.

한복, 갓 등에 이어 이젠 말뚝이탈까지.

정말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크게 짖는 개가 겁을 집어 먹은 것이고.

몸집을 부풀려 알맹이 없이 크게 보이려고 하는 것은 비루함을 감추기 위함이라고 했다.

얼마나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가 보잘 것 없고 부끄러우면 이웃 나라 전통과 문화가 세계에서 주목받는 족족 자기들 거라고 억지를 부릴까.

“뉴스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요?”

“아직은 중국소식을 전하는 넷튜버들과 국뽕 채널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데, 조만간 MBS 뉴스에서도 다루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요. 말뚝이탈 관련 중국 이슈가 막바지로 향하는 <비객>의 화제성을 바짝 끌어올릴 수 있을 테니까.”

“저도 노출 될까요?”

“<비객>의 악동이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나가겠지요?”

“좋은 건가요?”

“나쁘진 않죠. <비객>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덩달아 배우인 이온씨까지 유명세를 탄다는 뉴스니까.”

배우를 하기 전에는 행운만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그 동안 밀려있던 악운이 차례로 찾아오는 것일까.

작품을 하나 하면 뭔가 한 가지는 꼭 논란이 발생한다.

<아이돌> 때는 비보이냐 아니냐 가지고 논쟁이 벌어졌었다.

‘어쩐지 땅재주 공연과 관련해서 왜곡 논란을 잘 피해갔다고 했다.....’

<비객>에서 악동이가 극중에서 퇴장 한 것으로 한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더니  중국의 말뚝이탈공정에 휘말렸단다.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배우하기 전에 뭘 했어요? 정체가 뭐에요?”

“예?”

“벌써부터 중국에서 댓글부대까지 운용해서 이온씨 평판을 깎으려고 하니까 말이에요.”

이것은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란 말인가.

자신이 뭐라고 흠집을 내려고 댓글부대가 동원된다는 말인지.

이온은 홍성욱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헌데 홍성욱과 김 팀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중국에 벌써 안티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한 걸로 보여요.”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자신은 이제 막 주목 받기 시작하는 신인 기대주다.

월드스타나 반중 연예인도 아니다.

그런데 안티팬덤이라니.

“인기를 발판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연예인에게 안티팬의 등장은 좋지 못한 징조라고 볼 수 있어요.”

“대표님.... 한한령 때문에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활동 못하잖아요. 최근 비보이 선배형들하고 무술팀 선배님들도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했다고 들었는데...”

홍성욱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의 데스크로 걸어갔다.

데스크 한쪽에 정리되어 있는 보고서들을 헤집어 하나의 서류철을 끄집어냈다.

홍성욱이 보고서를 가지고 소파로 돌아와 이온에게 내밀었다.

“중국이 언제 열릴지 몰라 현지 지인들과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는데. 그쪽에서 내게 보내온 메일 내용이에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회사임에도 해외 네트워크까지 갖추고 있다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이온은 다른 회사와 성급하게 계약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심 안도했다.

보고서는 중국어가 아니라 다행히 영어로 되어 있었다.

자신과 관련해서 중국 사이트와 SNS에 달리는 악플과 음해성 글들을 캡쳐한 그림이나 문장을 유형별로 정리해 영어로 번역해 놓았다.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본 이온은 자신과 아는 사람이 관련된 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한국대를 거쳐 간 중국인 유학생일수도 있고, 외국에서 만난 중국인일 수도 있고, 자원봉사 동료일수도 있다.

악성댓글 중에 남미 쪽과 관련한 언급이 있다.

중국 본토인들은 해외 자원봉사를 거의 하지 않는다.

몇 사람으로 압축할 수가 있다.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페루 아야쿠초에서 워크캠프를 함께 했던 멤버.

두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했다.

그 중에 한 녀석은 중국의 지방방송국 아들이라고 했던 것 같다.

한 놈은 현지 여자애에게 수작을 부리다가 자신에게 발각되었었고.

암튼, 둘 중에 한 사람이거나 둘 다이거나.

나름 유복한 집안 출신인 두 사람이 하루 종일 이런 댓글을 달고 있을 리는 만무.

매크로를 돌리나 싶었는데, 글 하나 하나가 사람이 직접 단 댓글 같아보였다.

그렇다는 말은 댓글부대를 운용한다는 말이 맞을지도.

물론 요즘 매크로는 워낙 성능이 뛰어나서 사람이 작성한 것과 프로그램이 작성한 것을 쉽게 구분을 못할 수 있었지만.

“참고로 이온씨 스트레스 받으라고 보여주는 거 아니에요. 오해하지 말아요.”

“딴 나라 상황이라 솔직히 실감이 안 나네요.”

“수년 내 이온씨가 중국에 진출할 것도 아니고, 중국에서 광고를 찍을 것도 아니고, 게다가 중국에서 욕먹는 한국배우가 한 둘이 아니죠. 심지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의 연예인도 아무 문제없이 중국 팬덤이 돌아가고 있기도 하고.”

결론은 신경은 써야 하겠지만, 상관없다는 말이다.

“어떤 양반이 중국을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만들겠다고 했었고. 또 어떤 양반은 현지화만이 한류가 살아남는 길이라며 열심히 그 나라에서 현지 아티스트들을 육성하고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죠. 그들이 성공했을까요?”

못했다.

아류는 정통을 절대 이기지 못한다.

J-POP이든 C-POP이든 제 아무리 한국식 시스템을 이식받았다고 하더라도 K-POP이 될 수가 없다.

똑같이 일본 만화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어도 중국이 만들면 자국 영화팬들도 외면하고, 한국이 만들면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거나 OTT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빨리빨리 민족이라는 한국인들조차 지금의 한류를 정립하는데 삼십년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한 때 한국보다 훨씬 앞 선 대중문화를 자랑했던 일본이라고 할지라도 외형적인 시스템은 따라할 수 있지만, 삼십 년의 흐름 속에서 정립되고 현재도 진화하고 있는 한류를 따라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류가 왜 서구권에서 통하는지 이해가 없이 외형만 따라한다고 될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대중문화예술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구에서 한국을 가장 싫어하는 나라가 어딘 줄 알죠?”

“일본이겠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본 내 극우선동과 혐한이 거세다고 해요. 그런데 전 세계 한류 매출이 가장 많은 국가가 일본이에요. 오죽하면 한일 무역적자를 한류 관련 수출로 해결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스갯소리가 있겠어요.”

잠시 말을 끊었던 홍성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나도 한한령 전에 중국 들락날락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때도 중국에서 우리 배우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돈을 못 벌었어요. 돈을 벌었어도 한국으로 돈 옮겨오려면 진짜 오래 걸렸고. 그래서 중국에서 번 돈은 중국 투자에 그대로 사용했죠. 현지 동업하는 놈들도 정말 믿을 놈 하나 없었고.”

중국에서의 말뚝이탈 유행과 이온을 향한 악성댓글 작업 이야기에서 한류 문제로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온은 투자자가 아니다.

배우 계약을 맺기 위해 왔다.

중요한 것은 이온이 처한 상황에서 회사가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 것이냐다.

“이제 드라마 두 편에서 서브 남주로 출연했을 뿐이에요. 비전을 제시해주려고 현재 한국 엔터산업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건 알겠어요.”

홍성욱이 끼어들기 전에 이온이 말을 계속 이어갔다.

“긍정적으로 보면 중국에서의 안티는 저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APFEL은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어요.  그런데 현재 APFEL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혁신이 없네 예전의 그 APFEL이 아니네 엄청난 디스가 쏟아져요. APFEL은 이제 망했다고 하는데 시가총액은 세계 최고 자리에 있고 전 세계적인 두터운 팬심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처럼 팬과 안티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아닐까 해요.”

이온의 말이 옳다.

열 사람이 모두 이온을 좋아할 수는 없다.

열 사람 중 다섯만 좋아해줘도 성공한 것이다.

미움을 받기가 두렵다면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다.

연예계는 더더욱.

“제가 APFEL처럼 되면 되지 않을까요?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FLEX-A가 잘 서포트 해줬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이온으로써는 중국이든 일본이든 당장 파고들 필요는 없다.

계약조건을 확인했고, 회사가 해외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추고 있고, 소속 연예인에 대한 복지도 썩 훌륭했고, 회사의 경영방침도 만족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고민하거나 망설일 이유가 없다.

“어쨌든 신인인 제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준 것이 중요하네요.”

“계약기간은 그대로 둘 생각이에요? 우리는 이온씨에 대해 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구상하고 있고 글로벌 활동까지 지원해 줄 수 있어요.”

무슨 글로벌 활동이냐고 하겠지만.

이온은 <태황 광개토>부터 최근 <비객>까지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 꽤나 좋은 성과를 내는 한국의 사극에서 단역부터 서브 남주까지 다양하게 출연한 바 있다.

<아이돌>로 남미의 K-POP팬들에게까지 꽤나 알려졌다.

차기작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 중동과 남미 지역의 광고 섭외나 팬사인 개최를 추진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동남아시아와 일본이 먼저겠지만.

이온 입장에서는 피부로 직접적으로 체감하진 못하고 있지만, 해외 지인들을 통해 외국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들뜨지 않기 위해서.

인기니 유명세니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차분하게 지켜볼 뿐이다.

“나중 가봐야 지금의 선택이 묘수였는지, 악수였는지 알 수 있겠죠.”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인생 이회차도 아니고. 도무지 이온씨가 이십 대 같지가 않다니까.”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말을 마친 이온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제 뭘 하면 되죠?”

그 물음에 홍성욱이 시원하게 대답했다.

“밥을 먹어야지.”

홍성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 팀장이 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 네! 팀장님!

“대표님 방으로 올라와요.”

- 유 실장님도 함께 갈까요?

“같이 점심 먹자고 해요. 이온씨와 인사도 할 겸.”

김 팀장이 부하직원과 통화를 마치자, 홍성욱이 입을 열었다.

“최근 섭외 온 거 있으면 다 말해 봐요.”

“<아이돌> 감독님과 미팅 약속이 잡혀 있어요. 송 작가님도 만나 뵈어야 하고요.”

“시즌2 때문이겠네요?”

“감독님 말씀으로는 시즌 1보다 비중이 좀 늘어날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또?”

“<서커스 소녀> 조감독님도 계속 전화를 주셔서 제 스케줄을 확인하고 있어요. 감독님께서도 투자가 여의치 않아 진행이 딜레이 되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시고 제 양해를 구하시더라고요.”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던 김 팀장이 입을 열었다.

“하기로 결정 했어요?”

“아니요. 확답은 안 드렸어요. 차후 회사와 계약하면 논의해본다고 해 놨어요.”

“<서커스 소녀>에서 어떤 역할을 제안 받아죠?”

“승철이란 캐릭터인데, 비중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홍성욱이 김 팀장에게 물었다.

“혹시 책 봤어?”

“구해서 읽어봤습니다. 이온씨가 제안 받은 캐릭터가 자폐장애가 있는 서커스단 잡부였나 그럴 겁니다.”

“자폐는 아니고. 워낙 어릴 때부터 맞고 자라서 겁도 많고 수동적인 인물인가 그럴 거예요. 제가 영화에 들어가게 되면 5kg 정도 감량하게 해달라고 감독님께 말씀은 드렸는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일단 그 부분은 김 팀장이 직접 챙겨 봐.”

“예. 대표님.”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를 제작하는 프로덕션에서 다음 시즌 모델 제안도 들어왔었어요. 만약 계약이 성사되면 가을 시즌 영상을 찍게 될 것 같아요. 그 외 아웃도어 브랜드하고 무슨 파스인가 관절약인가 광고도 들어왔고요.”

“광고는 담당자 연락처 가지고 있죠?”

“담당자 알려드릴게요.”

“<비객> 시즌2 이야기는 들은 거 없어요?”

“별 말 없으시더라고요.”

황혜경 작가로부터 직접 다음 시즌 혹은 스핀 오프에 대한 언질을 받은 바가 있다.

들어가 봐야 안다고.

벌써부터 설레발 칠 사안은 아니다.

“<아이돌>에 출연했던 찬기라고 있어요. 보이그룹 멤버인데 찬기네 회사에서 저를 포함해서 <아이돌> 출연자 몇 명과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보지 않겠냐는 제의도 있었네요.”

원래는 회사가 계약한 연예인에게 선물 보따리를 한가득 안겨줘야 정상이다.

그런데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계약 당사자가 일감을 한 아름 안고 들어온 것.

“......!”

김 팀장이 슬쩍 홍성욱의 눈치를 살폈다.

잘못하면 회사는 소속 연기자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게 생겼다.

“또 있어요?”

“비보이대회 특별 게스트로 와달라고 하는 것도 있고. 자잘한 것들이 몇 개 있네요.”

독립영화 시나리오도 몇 개 받았는데, 그건 생략했다.

다음 학기에 도저히 독립영화까지 소화할 수는 없었다.

“회사가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번 주까지는 이온씨는 그냥 휴식을 취하도록 해요.”

“예.”

노크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여직원과 삼십 대 초반 정도 나이로 가늠되는 듬직한 체격의 남자가 대표실로 들어와 꾸벅 인사를 했다.

“환영해요. 이온씨.”

엘리베이터에서 친절하게 말을 걸었던 여직원이 먼저 말을 걸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여직원이 미리 준비해 온 명함을 이온에게 건네며 자신을 소개했다.

“CSR팀의 유희정 실장이에요.”

이어 자신을 전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남자가 말을 걸었다.

“반가워요. 구필성 과장이에요. 이온씨를 전담할 겁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온은 속으로 무척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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