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화 〉 비객(悲客). (6)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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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비객> 홈페이지와 공식 사이트에는 주요 등장인물에 물음표로 표시된 배역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이온임이 최근 밝혀졌다.
그리고 두 번째 물음표의 배우가 <비객>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일에 가려졌던 남은 한 명은 다름 아닌 손진풍 배우였다.
주로 이혼남 및 불륜남 역할을 맡는 등 전형적인 일일드라마 중년 남성 전문배우 이미지가 있었지만, 십여 년 전 형사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이미지 변신을 한 이후로 스릴러 장르 영화에서 고도의 감정 연기는 물론 화려한 액션씬까지 선보이며 A리스트 배우로 거듭났다.
몇 달 전 한산대첩을 다룬 영화를 마치고, 케이블TV에서 제작하는 범죄수사물에 합류했다.
그런 상황에서 황혜경과 엄기웅의 간곡한 요청으로 <비객>에 특별출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그가 연기할 배역은 바로 서애 류성룡이었다.
[우리나라가 오래도록 승평을 누려 태만함이 날로 더해 안팎이 텅 비고 군대와 식량이 모두 부족하여···. 신은 원래 썩어빠진 선비로서 외람되이 병관의 자리에 있으면서 밤낮으로 애태우며 생각한 나머지 감히 계책을 올립니다. 10년을 못 가 토붕(土崩)의 화가 있을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미리 십만의 군사를 길러 도성에 2만, 각 도에 1만을 배치하여 그들의 조세를 덜고 무재를 훈련해 6개월로 나누어 교대로 도성을 지키게 하다가 변란이 있을 때는 십만을 합쳐 파수하게 하여 위급할 때 방비를 삼으소서.]
지금까지도 조작논란으로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인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이 상소문으로 올라온다.
이를 두고 동인과 서인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손진풍 역시 이온의 등장만큼 강렬했다.
조정에서 ‘십만양병’을 상소하는 율곡 이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이다.
[신 류성룡이 아뢰옵니다. 아무 일이 없는데도 군사를 양성하는 것은 곧 화근을 기르는 것입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율곡 이이 역할의 배우는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누구나 아는 내공이 엄청난 배우였다.
일일드라마로 친숙하지만, 사실 사극 전문 배우라고 할 수 있었다.
목소리가 매우 좋고 또박또박한 딕션이 일품이다.
특히 사극의 기본인 발성에서 교과서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온이 <비객>을 준비하며 주요 모델로 삼은 배우였다.
신지균도 흔쾌히 추천한 바 있었다.
또각또각.
류성룡이 퇴궐해서 집으로 향하고 있다.
심사가 복잡하다.
그 역시 나라의 방비는 철두철미해야 한다는데 동의하는 바가 없지 않았다.
무작정 반대 파벌의 상소기 때문에 반대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웬 놈이야!]
류성룡이 한적한 길로 들어서자 말뚝이탈을 쓴 괴한이 길을 막아선다.
말뚝이탈은 수행하고 있던 하인을 가볍게 때려눕히고, 류성룡을 꾸짖는다.
[수시로 삼남지방에 왜놈이 출몰해 양민을 핍박하고, 그놈들의 수괴가 호시탐탐 조선을 노릴진데. 대감은 어찌하여 강군을 육성하자는 병조판서의 상소를 반대만 한단 말이오!]
말뚝이탈은 악동이다.
이온이 연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비객> 오디션을 볼 때 사용했던 거칠고 힘이 바짝 담긴 목소리톤이다.
[대동계의 잔당이더냐?]
[병조판서 대감이 상소문을 올렸을 것이오. 첫째 현능(賢能)을 임용할 것, 둘째 군민(軍民)을 양성할 것, 셋째 재용(財用)을 풍족하게 만들 것, 넷째 변방을 튼튼하게 할 것, 다섯째 전마(戰馬)를 갖출 것, 여섯째 교화(敎化)를 밝힐 것. 또한 서얼과 공천‧사천(공사노비) 중 무재가 있는 자를 모집하여 군사로 훈련시킬 것. 병판 대감의 상소 중에 틀린 것이 하나라도 있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다 실기하게 되면 추후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오.]
[보아하니, 날 죽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구나?]
[......]
[날 따라오거라.]
류성룡이 악동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익숙한 발걸음으로 농민들이 사는 민가로 간다.
군역에 눌려 고통을 받고 있는 백성들의 실태를 악동에게 보여준다.
그러던 중 피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온 농민을 발견한다.
어찌된 일인지 묻는다.
군역을 갔다가 갑옷이며 투구, 병장기를 마련하지 않고 맨몸으로 왔다고 곤장을 맞았다고 한탄한다.
[지난해 가을부터 겨울까지 군역을 치렀습니다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군역을 치르라니 우리 새끼들은 누가 먹여 살린단 말이요.]
농민으로 출연하는 단역이 울부짖는다.
[이것이 작금의 조선이다. 군역을 피해 달아났던 백성이 붙잡히자 군사를 헤하고 무기를 훔쳐 달아나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장 강군을 육성할 것이 아니라 나라를 다시 만들 때이다. 어찌 나라가 장수에게 녹봉을 주지 않고 병졸에게 무기를 지급하지도 않으면서 강군을 육성할 수 있단 말이더냐.]
류성룡에게 겁박을 해서라도 국방강화를 관철시키려던 악동은 참담한 조선의 현실과 모순에 크게 낙담한다.
류성룡을 겁박하려다가 발길을 돌리고 만다.
이런 장면들에서 악동이가 처음부터 천민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능, 재용, 교화 같은 단어를 쓰는 것으로 봤을 때 까막눈의 상놈은 절대 아니다.
이온과 손진풍 배우가 마주하는 장면은 단 한 번뿐이다.
“연기적으로 괴물이 될지도 모를 거라고 하더니.... 짧은 연기 경력치고는 나쁘지 않다.”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온이 겸손하게 말했다.
“겸손할 거 없어. 지균이가 칭찬 많이 하더라.”
“.......”
“그 톤은 지균이가 잡아준 거야?”
사실 이온이 연기하는 악동의 관한 전사가 대본 어디에도 없다.
대본을 집필한 황혜경도 악동에 관해서 성격이나 심리상태는 이야기 해주지만, 출생부터 살아온 궤적을 짧게나마 언급한 적이 없었다.
“감독님이 잡아주신 겁니다. 완전한 사극톤은 아니고 어색하게 양반들의 말투를 따라하는 상놈의 말투입니다.”
“사극이란 게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어떤 매뉴얼 같은 게 있어. 그 전형성을 탈피하려는 시도는 좋아. 근데 자칫 욕 엄청 먹을 수도 있어.”
“저도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교정하지 않을까 기대를 좀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영화가 아니라서 후시는 안 할 거야. 기대하지 마.”
“......예.”
“네가 하는 연기는 좋아하는 감독은 엄청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독은 또 엄청 싫어할 스타일이야. 시청자나 관객에게는 진짜 잘해야 연기 잘했다는 소리 듣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말이 좋아 양반 말투를 흉내 내는 상놈의 말투지, 애매모한 점이 많았다.
“선생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신인 때 연기력 논란도 좀 있고 해야 인간적이라는 겁니다. 저는 그냥 나도 한 번 당해봐야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편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
“매사 긍정적이라고 하더니.”
“연기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하고 대배우라고 불리는 선배님들도 항상 연기 ‘잘했네 못했네‘ 평가 받으니까요. 저는 연기가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잘하고 못하고도 결국 누군가를 만족시키는 것인데, 백 사람이면 백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진풍이 이온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그래. 배우는 말이야. 작은 칭찬에 동요하지 말고 큰 비난에 아파하지 말아야 돼. 그래야 버텨. 그래야지 오래 가. 멘탈 꽉 부여잡고, 알았지?”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 이렇게 한 번 만나면 다시 붙는 씬이 앞으로 없나?”
“지금까지 나온 대본에서는 없는 걸로 압니다.”
“이 작품 끝나고 송하나 작가 거 또 들어간다며?”
신지균에게 들은 모양이다.
아직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은 일을 말할 정도면 두 사람 사이가 꽤나 가까운 모양이다.
신지균이 아무에게나 남의 사정을 이야기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시즌2 이야기가 있기는 합니다.”
“나중에 ‘시골역‘ 시즌2 들어가면 한 번 나와라.”
“오디션 보겠습니다.”
“뭔지 모르는구나?”
“......?”
“내가 동생들하고 한 20회 찍었던 예능인데 영화다 드라마다 하면서 시간이 안 나서 시즌2를 못하고 있었거든. 다음 들어가는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라 어찌어찌 시즌2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 같은 신인도 나갈 수 있습니까?”
“나오면 나오는 거지. 신인이고 자시고가 뭐가 중요해.”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습니다.”
“소속사 없다며?”
“아직 없습니다.”
“지균이가 있는 회사 안 갈 거면 내가 있는 회사로 올래?”
“이번 작품 끝내놓고 심사숙고할 생각입니다.”
“그래라. 소속사 고를 때 계약금 많이 준다고 홀딱 넘어가지 말고. 코 잘 못 꿰이면 계약기간 내내 속만 썩어.”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고. 언젠가 딴 작품에서 만나겠지.”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뭐......”
손진풍은 모두 삼일 간 촬영했다.
추후 드라마 후반부에서 임진왜란이 막 터지는 시점에 한 번 더 나올 예정이다.
이온은 학교 강의도 빠져가면서 손진풍이 출연하는 날에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직접 현장에서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 끝내주는 구나.’
환갑을 앞 둔 나이의 손진풍은 나이가 무색하게 이온이나 안건우 못지않게 에너지가 넘쳤다.
호흡, 발성, 발음, 화술의 탄탄함이야 오랜 경력으로 인해 흠잡을 데가 없다.
감정과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완벽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다만 완전무결함은 배우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연기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관객이나 시청자의 상상력을 제한해 버릴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연기를 함에 있어 여지를 두어야 하는 거고.’
채우기도 버거운 배우들에게 여지를 두라고 말하면 공허한 가르침이다.
먼저 채울 줄 알아야 비울 줄도 아는 법.
따라서 이온은 당장은 비우는 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었다.
<비객>에는 손진풍뿐만 아니라, 보고 배울 훌륭한 배우들이 수두룩하게 출연한다.
그런데 명성도 있고 경력도 오래된 배우라고 해서 모두가 훌륭한 배우는 아니다.
흡연과 음주 운동부족 등 자기 관리 실패로 호흡이 얕아 대사를 칠 때마다 어깨가 들썩이는 중견 연기자가 있는가 하면, 오로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기적인 기교로 시청자의 눈을 가리는 선배도 있다.
물론 어지간한 젊은 배우들에 비해 월등한 연기력을 선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사극에 출연하면 공부가 많이 된다는 건 틀림없다.
이온은 선배들의 사극연기를 보며 배우고 스스로도 해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었다.
대사가 워낙 길고, 현대 일상어와 다른 표현이 많고, 지금과 의식주가 다르기 때문에 언행뿐만 아니라 행실도 꼼꼼하게 준비해야만 했다.
긴 대사로 인해 호흡 조절이 좋아지고 힘을 줘야 하는 장면과 빼야 하는 장면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온처럼 연기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배우들에게 사극만큼 공부가 되는 장르도 없다.
이온에게 내면 연기는 너무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아직 섬세하게 다루질 못한다.
방실로 인해 혼란스러운 악동의 내면을 흔들리는 눈빛과 고뇌의 찬 표정으로 디테일하게 표현해 보고, 걷는 모양, 손짓, 몸짓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루면서 악동의 감정을 담아내기 위해 애썼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선을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사극은 중견 연기자에게도 쉽지 않다.
이온은 데뷔 초기에 어려운 사극에서 연기를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양한 테크닉을 더욱 갈고 닦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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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건우·손민아·나이온 3인방 사극에 완벽 동화!
새로운 역할에도 어색함 없는 모습을 보이며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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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진풍이 나올 줄이야. 캐스팅 대박.
┖ 서애 류성룡에 손진풍이 나올 줄은 예상 못했음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 하는 배우인데 조연으로 나오다니
┖ 앜ㅋㅋㅋㅋ저도요ㅋㅋ
┖ 안녕 류성룡 어서와 퓨전사극은 처음이지?
┖ 나두 반가워 ㅋㅋ
┖ 앜ㅋㅋㅋㅋㅋㅋㅋ
- 손진풍 갑툭튀 ㅎㅎ 깜놀 ㅅㅂ
┖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거지ㅋㅋ
┖ 뭔이유 ㅋㅋ
┖ 곧 알게될거야ㅇㅇ
┖ 또 또 신께서 등장하셨네 ㅈㅂ신 ㅋ ㅋ
- 내가 진짜 드라마 안보는 스타일인데 유일하게 챙겨보면서 유일하게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작품.
- 비객. 내 인생작!!!!
- 사극은 꼰대들이나 보는 건 줄 비객 보고난후에 사극의 맛을 알게됨 ㅠㅠ
- 고삼인데 너무 힘어요ㅠㅠ 안 볼 수도 없고....
┖ 빡시게 버텨봐요!!
┖ 이오니처럼 한국대 가고 싶어요 ㅠㅠ ㅜㅜㅜㅜ
┖ 다시 태어나시길~
┖ 조선시대로 회귀 하세요
┖ 나이온에 빙의하세요
┖ 시발 회귀 빙의 ㅋㅋㅋㅋㅋ
- 어떻게 될지 알 것 같아서 마음 아파서 못 보고 있는 드라마 중 하나,,, 스팀플렉스 올라오면 볼게요 제발 스팀플렉스에ㅜㅠㅠㅠㅜ
┖ 재밌음 진짜ㅠㅠㅠㅠㅠ
- 하...이거진짜 너무재밌음 ㅜㅜ
┖ 이래서 한류인가 케이 드라마인가 싶음 ㅠㅠ
- 달달한 로맨스에 정치스릴러까지 버무리고 액션까지 건드림 괜히 황혜경이 탑이라고 하는 게 아님
- 이 드라마는 나이온이 잘 받쳐 주고 있기에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습니다.
┖ 나이온 완벽한 딕션과 안정적인 사극톤 대박인데
┖ 젊은 배우가 사극톤 소화하기 힘든데 대박
┖ 연기구멍 1도없음 아역부터 단역까지..ㅠㅠ
최근 수·목요일은 포털 연예뉴스에서 <비객>으로 도배되기 일쑤다.
그 정도로 회가 거듭할수록 화제 속에서 방영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