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아이돌(Idol).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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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은 학업과 액션배우 두 가지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인 아싸로 지내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과 무한 취업경쟁 때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려는 풍토와 취업을 위한 준비로 인해 동기들 간의 친목 도모나 캠퍼스의 낭만 등도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대신 취업준비를 위한 다양한 스터디와 모임이 생겨났다.
한국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스펙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학점도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인식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스펙과 학점을 얻기 위해 ‘아싸’를 자청하는 학생이 꽤나 많다.
토익 점수 향상을 위해 모인 토익 스터디와 같은 스터디그룹의 경우, 같은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고 서로 목표치를 확인해주는 등 동기부여와 학습의 효율성을 챙긴다.
취업에 있어서 중요한 면접을 대비하기 위한 면접스터디도 있다.
면접 시 복장, 메이크업, 말투, 표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서로 피드백 하는 모임이다.
원래 공부만 하는 범생이 천지인 대학인데, 자발적인 아싸까지 늘어나면서 한국대는 정말 재미없는 캠퍼스 라이프가 펼쳐졌다.
대학생이 누릴 수 있는 동아리, 캠퍼스 생활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지식의 요람, 진리의 전당이었던 대학이 좋은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여겨지면서 그 본질적인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국대 서양사학과는 정말 공부 많이 시킨다.
인문대의 낭만 같은 거 원래 없었고, 취업대비 그 딴 것도 없다.
역사를 다루는 학문은 필연적으로 공부할 게 많다.
우리 역사도 아닌 남의 나라 역사는 말할 것도 없다.
영어는 기본이고 그 외에 불어, 독어, 노어 같은 것도 장착하고 있어야 하고, 토론수업도 많고, 몇몇 교수의 학점은 자린고비 저리 가라할 정도로 지독하게 짜다.
입대 전에는 학과 공부가 비교적 수월하게 느껴졌었다.
오랜 공부 공백 때문일까.
복학한 후, 이온은 생각보다 수업을 쫒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3 수험생도 이온보다는 취침시간이 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시간을 아껴가며 학교 공부와 연기 공부 그리고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이온이다.
‘토끼발의 신비로운 효과가 없었다면......?’
이처럼 강행군을 할 수 없을 터.
물론 누나 이슬이 필수 비타민, 옥타코사놀, 아연, 셀레늄,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첨가된 믿을 만한 건강기능식품을 사다줘서 매일 복용하고 있긴 하다.
사실 수액 한 방 맞으면 토끼발의 행운인지 뭔지 모를 효과와 콜라보를 일으켜 한 달 간 피로 걱정 없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가 있다.
암튼 이온은 자발적인 ‘아싸‘로서 조별 과제를 제외하고는 조용히 수업만 듣고는 소리 소문도 없이 학교를 떠나는 생활을 이어갔다.
띵.
강의가 끝나고 댄스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학교를 나서려는데 조교로부터 톡이 왔다.
이온은 댄스 트레이닝을 받으러 가기 전에 조교실을 방문했다.
“올 여름에 유럽답사 안 다녀왔죠?”
“응.”
“1학년 때도요?”
“응. 안 갔어. 개인적인 해외봉사 다녀오느라.”
“꼭 가야 되요.”
“왜?”
“졸업하려면 두 번 이상 유럽답사를 다녀와야 됩니다.”
“언제 바뀌었지?”
“선배님 휴학기간 동안 그렇게 졸업조건이 바뀌었어요.”
“답사는 여름방학에만 있지?”
“아니요. 겨울에도 있어요. 그리고 신청자에 한 해서만 답사팀을 꾸리기 때문에 신청 기간에 반드시 신청을 해야하구요.”
“비용은?”
“100에서 150 정도 잡으셔야 되요. 후원금이 얼마나 들어오느냐에 따라 자비부담이 그때그때 달라요.”
“보통 가면 며칠 일정으로 다녀와?”
“10박 11일이요.”
서양사학과의 유럽 답사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기다린다.
최대 150만 원으로 10일 가량 유럽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어떤 학번은 후원금이 많이 들어와서 90만 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온은 고등학교때부터 해외를 많이 돌아다녀봤기 때문에 해외여행에 대해 큰 감흥이 없었다.
‘말이 좋아 역사학도들의 유럽답사지, 수학여행이잖아.’
졸업조건이 바뀌었다는데 도리가 없다.
이온으로써는 두 학년 동안 적어도 두 번은 유럽답사를 다녀와야 했다.
“알려줘서 고마워.”
“근데.... 선배님?”
“또 뭐 내가 알아야 할 게 남았어?”
“혹시요.......”
“......?”
“<태왕 광개토>에 나오지 않았어요?”
조교 후배로서는 긴가민가하면서 아닐 거라는 쪽의 무게가 더 실렸다.
“내가 나온 걸 봤어?”
“어! 진짜 나왔어요?”
“용케도 알아 봤다? 가족도 날 못 찾던데.”
“담덕이 탐관오리 성주 일당의 비밀 아지트 소탕할 때 토벌대 병사로 나온 거 맞죠?”
“병사도 됐다가 산적도 됐다가 인신매매로 끌려온 청년도 됐다가 이것저것 했다.”
“최근에 그 드라마 정주행 했거든요.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나오지 뭐예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해라. 괜히 이상하게 소문나면 학교 다니기 피곤해지니까.”
“나중에 드라마에 또 출연하면 알려주세요. 본방 사수할 게요.”
“그래. 고맙다.”
이온이 스턴트맨을 했었다는 사실은 학과에 이미 다 알려졌다.
그게 다였다.
드라마 주인공도 아니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었다.
교수들 사이에서는 이온에게 깊은 우려를 표하거나 졸업과 관련해 경고를 하는 부류로 나눠진 상황이다.
따라서 이온으로서는 여전히 현역이란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
또한 송하나가 집필한 드라마에 캐스팅이 된 사실도 아직 말하지 않고 있었다.
특별히 연예면에 캐스팅 관련 뉴스가 나갈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방영될 때까지 이온만 입 다물고 있으면 학교에서 소문이 퍼질 일은 없었다.
‘교수님들께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부디 깐깐하고 고지식한 교수의 강의와 촬영이 겹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다른 욕심 없이 졸업만 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
몇몇 고지식한 교수들이 그걸 이해해 줄지는 미지수였다.
✻ ✻ ✻
조교실을 나선 이온은 곧바로 연남동으로 이동했다.
연남동에 드라마 <아이돌>의 안무를 맡은 팀의 연습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탈의실에서 반바지로 갈아입은 이온이 드라마팀 배우들에게 배당된 연습실로 들어갔다.
선객이 있었다.
함께 밀접오디션을 봤던 현역 아이돌 오찬기다.
“형, 왔어요?”
오찬기는 이온보다 두 살 어렸다.
때문에 깍듯하게 형이란 호칭을 썼다.
“일찍 왔네요.”
이온은 반말이 아닌 존대를 했다.
“송 작가님 눈에 들어서 조연급으로 올라갈지도 모른다면서요?”
오찬기가 매우 부럽다는 듯 물었다.
“눈에 든 게 아니라. 찍힌 것 같아요.”
“말도 안 돼. 찍혔으면 즉시 잘렸겠죠. 머리도 파란색으로 염색하라고 했다면서요?”
“그냥 작가 성격이 못 됐어요.”
“와아. 이 형 진심 용자네.”
“우리끼리 농담한 거예요. 작가님께 일러바치진 말아요.”
“제가 감히 송 작가님과 말이나 섞을 수 있겠어요?”
“말 걸면 받아줄 걸요.”
“형은 송 작가님 안 무서워요?”
“귀신도 아닌데 뭐가 무섭겠어요.”
“혹시 3대 메이저 기획사와 계약했어요?”
“매니저 없어요.”
오찬기의 입장에서 볼 때 이온이 회사가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실력자들은 매니지먼트에서 알아서 데려가기 때문이다.
특히 송하나 작가의 작품을 홀로 뚫고 들어왔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캐스팅 디렉터나 회사의 푸쉬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몇 군데서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잘 안 됐어요.”
“형이 조건을 걸었을 리도 없고, 노예 계약 수준의 계약서를 받았겠구나.”
“조건 걸었어요. 성형 거부 기타 등등.”
“......!”
오찬기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온을 쳐다봤다.
“내가 좀 직설적인 성격이라. 매니저랍시고 사회경험 없고 어리다고 깔보고 함부로 날 가지고 휘두를까봐 몇 가지 조건을 걸었더니 싸가지 없는 놈으로 찍혔네요.”
말을 마친 이온이 웃었다.
오찬기가 따라 웃다가 외쳤다.
“한국대의 위엄!”
“학교에서는 쓸데없는 짓 말고 공부나 하라던데요.”
“형 그거 알아요?”
“......?”
“아무리 봐도 형은 이미지단역이나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닌 거 같아요.”
“찬기씨도 그래요. 운만 조금 따라줬음 우진패거리 조연급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송 작가님 작품이잖아요. 열심히 해서 다음 작품을 노려봐야죠.”
“완전히 연기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거예요?”
“회사와 상의 끝났어요.”
“쉽지 않은 도전일 텐데. 우리 잘 해 봐요.”
이온이 힙합식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찬기가 그 손을 마주잡고 똑같이 힙합식으로 인사했다.
연습시간이 가까워오자,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연기자들이 하나 둘 연습실을 채웠다.
사로 서먹서먹한 이들도 있고, 어느 새 친해져서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는 이들도 있었다.
“며칠 안 남았어요. 바짝 연습해서 완벽한 모습으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게 해봅시다.”
“예!”
드라마 <아이돌>의 안무단장 곽수경은 온몸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사람이다.
큰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 구릿빛 피부, 성량 풍부한 목소리까지.
또한 파워풀한 춤선이 무대를 장악하는 힘을 지녔다.
지금까지 수많은 KPOP 아이돌 그룹과 가수들의 안무를 선보였는데, 국내보다 해외에서 협업을 더 많이 제안 받고 있는 실력파 안무가였다.
“원 투 쓰리 포! 턴! 포 쓰리 투 원! 다시 턴!”
<아이돌> 출연진은 세 파트로 나눠 댄스 트레이닝을 받았다.
남녀 주인공 파트, 조단역급 파트, 그리고 이온의 비밀 파트였다.
재밌는 것은 이온의 비밀 파트다.
연기자들이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면, 이온 혼자 나머지 공부를 한다.
대외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실제로는 비밀과외다.
이온이 춤을 춰야 하는 장면은 오로지 송하나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다.
아직 대본으로 나오지도 않은 장면을 위해서 음악감독은 2분 25초짜리 KPOP 노래를 작곡했고, 안무단장은 안무를 짰으며, 이온과 곽수경의 댄스팀은 두 달 안에 안무를 완숙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했다.
송 작가가 변덕을 부리거나 방영하는 동안 스토리가 변해서 엔딩까지 손보게 된다면 이온의 두 달 간의 노력을 모두 허사가 되어버린다.
그래도 준비를 해 두어야 하는 것이 배우다.
“박자가 자꾸 밀려! 빰 빠 빠바밤!”
안무단장이 출 때는 충분히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온의 착각이었다.
이 안무, 엄청나게 어렵다.
박자와 관절을 쪼개 쓰는 춤이다보니 섬세하면서 박력이 있다.
이온 스스로 비보이 바이브가 있다고 자부했다.
바이브(vibe)는 대체로 쿨하고 트렌디한 것에 대한 느낌을 말한다.
힙합에서는 래퍼만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 전달 방법을 가리킨다.
춤에서는 아우라와 비슷한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를 일컫는다.
사실 래퍼나 댄서의 바이브는 한마디로 ‘이거다‘라고 정의하기 어렵다.
바이브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그 감성이 다르게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암튼 안무단장과 댄서가 시범을 보일 때는 금방 따라 배울 줄 알았다.
직접 춰보니 죽을 맛이다.
이온은 비보이며 트릭커이기 때문에 상체를 반동이나 충격흡수 등의 보조적인 움직임에 주로 사용한다.
헌데 KPOP댄스는 신체 모든 부위를 다 사용하는 것 같다.
“자, 천천히 한 소절 씩 해봅시다.”
나머지 공부는 안무단장 곽수경이 동작을 한 소절씩 쪼갠 뒤, 관절의 움직임 별로 나눈 동작을 느리게 시범 보여주고 안무를 외울 수 있을 만큼 계속해서 반복한다.
이후 점점 노래와 함께 맞춰가면서 속도를 높여 따라잡는 식이다.
제아무리 비보이라고 해도 전혀 다른 장르를 배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천천히 쉽게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하고, 그걸 이온이 열심히 따라했지만.
15년 댄서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따라잡기는 어림도 없다.
✻ ✻ ✻
곽수경에게 비밀과외를 받다보면 소속 댄서들과 야식을 함께 먹기도 했다.
댄서들은 이온에게 무척 호의적이었다.
그가 비보이출신이란 점도 있지만, 현역 스턴트맨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동병상련이랄까.
스턴트맨의 대부라고 불리는 권용찬 감독이 처음 업계에 들어왔을 때, 스턴트맨이란 으악하고 죽는다고 ‘으악새’, 방망이로 때리면 빵빵 나가떨어져야 해서 ‘방망이’라는 멸칭으로 불렸다.
엑스트라와 함께 영화 현장에서 가장 사람 취급 못 받는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몸을 갈아 넣다시피 하는 위험한 직업임에도 보수는 쥐꼬리만 했고, 처우 역시 열악했다.
곽수경이 처음 댄서를 시작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올해 15년째 활동 중인데 아직도 음악방송 가면 댄서들 돗자리 깔고 있어. 그나마 MBS 정도 댄서 대기실이 잘 되어 있고, 다른 방송국은 너무 심각해.”
곽수경이 한참 동안 국내 음악방송들이 댄서들에게 행하는 갑질과 낮은 대우에 대해 성토했다.
“솔직히 안무가 입장에서는 드라이 리허설에 우리가 왜 가야하는지 모르겠어. 우리는 솔직히 연습실에서 방송국에서 하는 그대로 만들어서 보내거든. 드라이리허설은 음향 체크만 하는 거잖아, 우리는 카메라 리허설에만 가면 되는데 드라이 리허설에까지 의상까지 다 입으라하고, 우리가 영상을 안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전에 보내거든. 솔직히 인력 낭비인 것 같아.”
“문제는 댄서들 인건비를 소속사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예요. 엑스트라도 출연료가 나오는데.....”
“대기할 공간도 마땅치 않고.”
“우리 애들 복도에서 무대의상 입고 대기하고 있는 거 보면, 정말 울고 싶어진다니까요.”
근무여건이 어쩜 그렇게 스턴트맨과 다르지 않은지.
스턴트맨이나 댄서나 과거보다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멀었다.
선배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은퇴하기 전에 외국의 공연업계처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환경과 처우개선을 이루고 싶은 마음뿐이다.
물론 모든 안무가가 그런 아름다운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아니다.
KPOP의 열풍에 편승해서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안무가나 댄스 트레이너도 많다.
“이온씨는 연기자로 나갈 거야?”
“지금으로써는 액션배우의 길을 따라 가겠죠.”
“내가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아이돌 연습생과 소위 뜬 애들을 봤거든. 사실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성공하는 아이도 있고, 실력이 뛰어난데 안 되는 아이도 있어. 일단 나는 실력이 뛰어나고 얼굴도 예쁜 애들이면 다 좋아. 나는 전문가라서 그런지 실력이 좋은 아이돌이 그냥 좋아. 그런데 내가 15년을 이 바닥에 구르면서 알게 된 건데, 대중이 원하는 마스크가 따로 있어. 전문가와 대중 사이에 그 중간 지점이 있더라고. 실력은 평균, 얼굴도 평균.......”
그 평균은 정말 전문가 입장에서 보는 평균이다.
그 평균 외모도 결국에 가서는 성형 마사지, 카메라 마사지 온갖 마사지를 받아서 미남미녀가 된다.
드물게 성괴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단장님, 저는요. 우리가 항상 존재를 가리고 있어야 하고, 누구를 빛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턴트맨도 그렇고 댄서도 그렇고 함께 만들어 가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스타도 우리 없으면 안 되잖아요. 저는 스턴트맨이나 댄서나 그림자 역할을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KPOP 안무가나 전문댄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자체 공연기획해서 무대에 올리고 있고, 넷튜브 작업도 해.”
“더 사이즈가 큰 것도 가능하죠.”
“......?”
야식으로 시킨 족발을 상추에 싸서 한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던 이온이 사이다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2~30명 수준이 아닌 수백 명이 하는 KPOP 플래시몹 공연이라든가, 그것도 다양한 인종과 그들의 그루브가 뒤섞여 글로벌하게, 댄스와 스턴트가 컬라보레이션을 한다든가, KPOP 아티스트가 없는 KPOP 창작 안무라든가. 뭐든지요. VR 콘텐츠를 고민해 봐도 좋고.”
이온이 족발을 상추에 곱게 싸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KPOP 아티스트의 백댄서가 아닌, 독립적인 하나의 예술가로서 KPOP 댄서.
KPOP 커버 댄스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이다.
그 창작물들이 잠시 유행하고 가치 없이 영상기록에만 남게 된다.
꼭 그런 것들이 돈이란 보상으로 원작자인 댄서나 안무가에게 돌아갈 이유는 없다.
다만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할 순 없을까.
어떤 방식으로든.
거리예술인 그래피티도, 위대한 예술가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아트도.
처음 시작은 놀이에서 시작된 거다.
“혹시 뮤비 찍을 때 비보이 필요하시면 저한테도 기회 주시고요. 제가 기술연계의 디테일은 떨어져도 파워무브만큼은 어디 가서 못 한다는 소리는 안 들어봤어요.”
야식을 얻어먹으면서 넉살 좋게 영업까지 하는 이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