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73화 (73/127)

〈 73화 〉 아이돌(Idol).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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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나 작가는 스타 작가다.

아니 특급 작가다.

연달아 세 편의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쳤으니까.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보통 한국의 스타 작가는 대형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속 직원 개념은 아니다.

드라마 횟수로 계약을 한다.

즉 100회 계약을 한다면 20부작을 다섯 편 쓰는 식의 계약이다.

송하나는 대기업 계열의 대형 제작사의 러브콜을 마다했다.

심지어 글로벌 OTT의 제안도 거절했다.

세 편의 드라마를 쓰는 조건에 계약금으로 12억 원을 제시한 중국자본이 들어간  제작사도 있었다.

그런 엄청난 제안들을 거절하고 선택한 것이 BS그룹 계열 케이블 채널인 Vnet이 기획한 드라마였다.

Vnet의 처음 계획은 아이돌에서 연기자 전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들을 대거 발탁해서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에 편승하는 것이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아이돌 출신을 섭외하려고 했다.

거액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만큼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런데 송하나 작가와 집필 계약을 하게 됨으로써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했다.

사실상 창작 전부문의 전권이 송하나의 수중에 쥐어졌다.

송하나 작가 중심으로 새판이 만들어지면서 한기중 PD가 권한을 행사하기 힘들었지만, 두 사람은 오랜 인연이 있는 사이라 서로 존중하는 편이다.

적어도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대놓고 무안을 주진 않는다.

“크리스티안 훈 박? 무슨 이름까지 정식으로 지었대.”

한 PD가 프린트된 종이를 빠르게 넘기며 중얼거렸다.

대답을 바란 건 아니다.

그런데 매우 오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테이크아웃 커피를 쪽쪽 빨아먹고 있는 송하나 작가가 대꾸했다.

“메시나 마라도나라고 지을 걸 그랬나?”

“왜, 아르헨디오라고 짓지. 아니면 스티브라고 짓던가.”

“오. 그것도 괜찮겠는데? 군대 안가고 빤스런 한 새끼들 하나하나 저격할까?”

“요즘 애들은 투유 모를걸?”

“스티브는 알잖아. 하도 관종짓을 많이 해서.”

“군대 문제도 건드려보게?”

“병역문제를 일부러 건드리려고 하진 않아. 다만 현역 아이돌의 고민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군대문제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 거지.”

“저 친구가 잘해낼 수 있을까?”

한 PD가 턱짓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송 작가의 고개가 돌아갔다.

배우들이 미술감독, 의상, 헤어 스태프들과 대화하고 있었다.

그곳에 이온도 끼어있다.

“신지균이 가르치잖아.”

“그 양반이 아무리 최고의 연기선생이라도 일반인을 단기간에 박무영으로 만들어 줄 순 없어.”

“내기 할래?”

“그 정도야?”

한 PD가 깜짝 놀라서 송 작가를 쳐다봤다.

만용 혹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송하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녀가 그렇게 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까지 캐스팅 된 애들 한 번씩 불러서 미팅을 해봤는데 일단은 다들 고만고만해. 나름 캐릭터 분석을 해온 녀석도 있지만 역시나 겉핥기고. 근데 유일하게 내게 개긴 녀석이 저기 귀염둥이야.”

“......?”

“군대문제는 고아인 주제에 자원입대했다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거고.”

배우를 보고 영감을 받는 작가들도 있지만, 송하나는 그런 타입이 절대 아니었다.

어떤 대단한 연기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대본에 맞춰야 한다.

지시문, 대사 토시 하나 마음대로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깐깐한 작가가 송하나다.

그런 송하나가 신인으로 인해 대본의 일부 수정이 있었다는 거다.

그녀를 새끼 작가때부터 보아온 한 PD로서는 매우 놀랄 만한 사건이다.

뭔가 그녀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는 걸까.

“난 대가리 나쁘고 무식한 연기자 딱 질색이야.”

어련할까.

지금까지 송하나 작가에게 면전에서 돌대가리란 말을 들은 배우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연기경력 25년 차의 연기자도 그런 욕을 들어먹는다.

따라서 그녀에게 말이 좀 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그건 극찬이다.

“그래도 프로덕션 들어가서 엎지 않고, 프리 단계에서 후반부를 뒤집어줘서 고마워.”

진짜 고마운 것이 아니라, 비꼬는 거다.

사전 제작 100% 드라마라면 스트레스 따위는 받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극 내용에 변화를 주는 제작 정서가 있었다.

방송 관계자들은 그것을 ‘시청자 호흡’이라 부른다.

방영 중에 시청자들이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줘야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불문율이 있다.

뿐만 아니다.

빡빡한 촬영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받는 간접광고(PPL) 또한 문제다.

작가와 PD 모두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쪽대본은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PD의 능력도 중요하다.

한 PD의 연출 능력이야 검증 따위 필요 없다.

자타공인 톱클래스다.

신인 시절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연출작들이 평타이상을 쳤다.

임기응변까지 뛰어나서 일정 시청률 이상은 꾸준히 기록하는 연출자 가운데 한 명이다.

“별 말씀을.”

송 작가가 얄밉게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은 한 PD가 말을 이었다.

“전체 배우들 상견례 한 번 해야지?”

“노땅들은 빼고.”

“혹시 점집 다녀왔어?”

“이제 안 해. 그딴 짓.”

“고사도?”

“점방 쫓아다니고 굿당 다녀오고 그런 거 이제 안 한다고. 고사는 해야지. 그것까지 빼먹으면 동자나 할매, 부처, 예수, 알라 기타 등등 섭섭해 알 거야.”

송 작가는 데뷔작부터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다니고, 영험하다는 굿당을 수소문해 굿도 하고, 절에서 백일기도 해보고, 별의 별 짓을 다 해봤다.

연달아 세 작품이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면서 점쟁이를 찾아가고 굿판을 벌이는 걸 멈춘 모양이다.

“한 PD는 이제 뭐해?”

“할일이야 널렸지.”

“그럼, 수고하셔.”

송 작가가 다 마신 일회용 컵을 한 PD 앞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마치 컵을 버리는 것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라는 듯이.

한 PD는 전혀 찡그리지 않았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니까.

한 PD는 방송가에서도 알아주는 히트작 PD다.

그런데 이젠 그런 타이틀은 큰 소용이 없다.

스타PD보다 스타작가가 더 익숙해진 시대다.

시청자가 작가의 이름을 보고 드라마의 시청 여부를 결정짓는 시대다.

때문에 방송사들은 스타작가와 함께 작업하기를 원한다.

흥행을 예측할 때도 실패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성공+α’를 기대한다.

작가의 입지가 연출자의 입지를 넘어선지 오래되었다.

주객이 전도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방송사에서 중견급 연출자들이 이탈하는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연출자의 입지와 역량 발휘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PD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는 특급작가에게 휘둘리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특급작가의 권력을 활용하는 연출자에 속한다.

그녀와 일을 하면 제작비도 넉넉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시도할 수 있고, 캐스팅하기 어려운 초특급스타도 데려다 쓸 수 있으며, 드라마의 성공은 이미 제작 전부터 보장된다.

서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면 되는 것이다.

‘때가 되면 나도 대기업 지분 투자 받아서 프로덕션 차리면 되고.’

암튼 주·조연들은 미리 배부 받은 대본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총 16회 가운데 6회 분량만 나와 있다.

프로덕션에 들어가면 어차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겠지만, 일단 시작은 좋다.

캐스팅이 마무리 된 단역들 계약도 끝났다.

주조연급들은 이미 댄스와 보컬 트레이닝에 들어가 있고, 오늘부터 단역들도 훈련에 들어간다.

아직까지는 계획에서 어긋남이 없다.

드르르륵.

한 PD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후 짧게 숨을 토해내며 전화를 받았다.

“인천은 아닌 것 같다고? 왜? 로케매니저는 뭐래? 일산은 너무 많이 나와서 재미없어. 송도국제도시에 없으면 청라로 가봐. 제작부든 조연출이든 가 보라고. 발로 뛰라고. 내일까지 인천 헌팅 끝내놔. 모르겠으면 동영상 찍어서 바로바로 나한테도 보내고. 그리고 또 뭐?”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아무래도 오늘도 역시 한 PD는 전화에 시달릴 것 같다.

또각또각.

송하나의 구둣발 소리가 들려오자, 단역 연기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드라마를 지배하는 자.

바로 배우들의 우상(Idol)이 친히 왕림하셨기 때문이다.

인물담당 조연출 연재완이 얼른 의자를 하나 가져왔다.

송 작가가 도도하게 의자에 앉았다.

일반인이 본다면 눈살을 찌푸릴 만한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당연한 거다.

회당 원고료 1억에 가까운 몸값, 글로벌한 유명세, 특급 작가는 드라마 제작환경도 바꿔놓았다.

“이온?”

“네. 작가님!”

“어제 이야기 한, 캐릭터에 관해서 다시 한 번 읊어봐.”

이온이 아트디렉터와 의상, 헤어 스태프의 눈치를 봤다.

“아, 다른 분들은 하던 일 계속 하세요.”

인물담당 조연출이 미술감독 일행과 배우들을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끌었다.

단역 배우들이 힐긋거리는 것을 느끼며 이온이 입을 열었다.

“작가님도 똑같이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신 겁니다. 분명 많은 교포 청소년들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거나 현지인과 다른 성장통을 거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소심하고 멍청하며 내성적이진 않습니다. 특히 남미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릴 때 이주한 아이들은 현지 아이들과 마인드가 거의 동일합니다.”

송 작가는 이온이 연기할 캐릭터인 박훈이란 아르헨티나 교포를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우유부단하게 그렸다.

그 논리의 바탕에는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집에선 한국 언어를 쓰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교육도 받는데 집 밖에 나가면 친구들이 완전히 다른 문화로 사니까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럽다는 거다.

그래서 한때 아르헨티나 친구들과 교류를 하지 않기도 하고, 또 어떨 땐 한국 친구들을 아예 만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는 백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런 아르헨티나에서의 경험 때문에 한국 기획사 합숙소에서 고스란히 이어진다고 설정했다.

“그래서?”

“저도 남미는 봉사활동 다닌 것 밖에 경험한 것이 없지만. 감히 현지 분위기를 말씀드리자면.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경제 위기가 와도 주말에 가족들과 고기 먹고 수영 하고 바캉스도 가면서 삶을 즐깁니다. 힘든 건 힘든 거고 낙천적인 건 낙천적인 겁니다. 사회적으로 치안이 불안한 것도 맞지만, 일반 시민들끼리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런 곳에서 온 청소년이 우울하고 소심하며 소극적이라는 건 한국인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오해가 아닌가 합니다.”

“진부하기도 하고. 그치?”

정말 재수 없는 말투다.

그래도 어쩌랴, 이 판의 지배자인 걸.

“밝고 쾌활한 척 하는 학생이라.”

“무리 마다 꼭 한 명씩 있지 않습니까? 두루 친해서 이곳저곳에 다 낄 수 있는 그런 캐릭터.”

“외향적인 성격이라 어떤 무리에서건 리더를 뽑아야한다면 장난스럽게 추천하는 그런 애가 꼭 있긴 하지.”

“두루 친하고 어느 무리에나 어울릴 수 있는 살가운 성격이지만 정작 깊이 우정을 나누는 친구는 없는, 외롭지만 안 외로운 척 하는 그런 캐릭터라고 할 수 있고. 그래서 꽉 막힌데다가 소수의 친구들과 진짜 우정을 나누고, 트레이너들 앞에서도 소신 있게 행동하며 자유로운 영혼인 주인공을 은근히 동경하고 부러워하는 캐릭터. 그런 백스토리를 생각해 봤습니다.”

“장황하지만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구축한 건 칭찬 받을 만 해. 근데, 네가 연기할 배역은 안타고니스트가 아니야. 주인공과 직접적으로 붙지 않지.”

“압니다. 살아 있는 병풍이라는 거.”

헉.

배우 중 누군가 헛바람을 내뱉었다.

겨우 단역배우 주제에 송하나 앞에서 ‘병풍‘이란 표현을 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건방을 떨다니.

“좋은 대사는 뭐라고 생각해?”

“작가가 아니어서 모르겠습니다.”

“배우로서의 생각을 묻는 거야?”

‘당신이 내 연기 선생님은 아니잖아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이온은 억지로 삼켰다.

“진짜처럼 느껴지는 대사가 아닐까요? 아니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순하고 쉬운 말들일 것 같습니다.”

“좋은 대사는 대부분이 거짓말이야.”

어느새 배우들은 귀를 활짝 열어 송하나와 이온의 대화에 집중했다.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우린 누구나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 배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거짓말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읽을 줄 알아야 돼. 작가들은 말이야. 구구절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대사보다 거짓말 한 마디를 찾기 위해 별 짓을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또 침묵 역시 마찬가지고. 적절한 타이밍의 침묵은 거짓말 이상의 임팩트를 줄 수 있으니까.”

거짓말을 잘 쓰는 작가가 진짜 뛰어난 작가다.

또한 명대사는 아름다운 문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흐름 속에서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때 나오게 된다.

작가와 배우는 종종 대사발과 연기로 유행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명대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만든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암튼 단역배우들에게는 좋은 가르침이다.

알아듣고 못 듣고를 떠나서.

“헤어팀장님, 여기 이 배우는 헤어스타일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헤어팀장이 샘플로 뽑아온 레퍼런스자료집을 펼쳐 보여줬다.

“동안배우의 장점이라고나 할까. 피부가 좀 좋아야지. 교복만 입으면 바로 학생이야.”

“......”

“염색 해봤지? 비보이였으니까.”

“안 해봤습니다.”

“이어링은?”

“입대 전까지 스터드(버튼형) 했었습니다.”

“가만있어 보자.”

송 작가가 레퍼런스자료집을 넘겨보며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컬러를 훑었다.

“카키브라운, 빨강, 파랑, 보라, 골드는 식상하고.”

자신의 헤어스타일과 머리색을 왜 작가가 고민한단 말인가.

작가가 주인공들하고 놀아야 하지 않나.

단역들 스타일링 하는 데까지 와서 간섭하는 건 너무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깐깐하고 디테일하다고 포장을 해주겠지만.

“배우 이름도 그렇고...... 포카리미를 살려보는 게 어때요?”

“포카리미가 뭔지......?”

“저 배우 이름이 이온이에요. 이온음료처럼 청량하고 시원한 파란색이 어떨까 하는데?”

염색하는데 돈 들까봐 이온이 끼어들었다.

“작가님, 그 음료 일본 브랜드입니다.”

“합작 회사일걸? 한국 회사가 지분이 더 많을 거야.”

“일본의 합작회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의원을 간접적으로 후원한 일이 있었습니다만.”

“애국자 납셨다.”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헤어팀장님, 블루 컬러 어떠세요?”

“혹시 이 배우가 연기할 캐릭터가 데뷔를 하게 될까요......?”

“아마, 드라마 속 데뷔 팀에서 배우는 이 친구 하나일 겁니다. 다른 팀원들은 전문 댄서들일 가능성이 커요.”

“눈에 확 띠긴 하겠네요.”

그렇게 이온의 엔딩 장면의 머리 색깔이 정해졌다.

그것도 작가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서.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

드라마의 성패는 오로지 그녀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저기, 팀장님.”

“왜요?”

“혹시 염색비용은... 자비부담이겠죠?”

“그걸 왜 이온 배우가 부담해요. 제작비에서 해결하지.”

송 작가의 개입으로 쓸데없는 비용이 발생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곤란한 점도 있다.

블루 헤어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면, 그 기간 다른 스턴트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셰익스피어 연구의 대가인 스티븐 그린블랫이 그랬다.

[폭군을 피할 수 없다면, 폭군의 어깨에 올라타라.]

일개 단역배우이자 스턴트맨인 이온은 폭군으로부터 도망치거나 피할 수 없다면  폭군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했다.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그를 넘어설 기회를 잡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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