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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배우-63화 (63/127)

〈 63화 〉 삶은 우연한 사건으로 바뀐다!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니들은 기본 마인드가 썩어빠진 새끼들이야.]

성우정 배우가 이야기를 하던 중 쓰러져 신음하는 이온의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 고개를 뒤로 재꼈다.

그리고 따귀를 때리기 시작한다.

가짜로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성우정은 진짜로 이온의 뺨을 때린다.

찰싹.

찰싹.

찰진 따귀 소리가 촬영장에 퍼져나갔다.

“컷!”

감독의 OK 사인과 함께 분장팀이 이온에게 달라붙었다.

이온의 볼을 퉁퉁 부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특수분장을 시작했다.

원래 없던 장면이다.

감독은 무술팀의 예쁘장하게 생긴 청년이 제법 연기가 되기에 욕심을 부렸다.

감독이 보기에 스턴트맨 청년이 배우의 삶을 지향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상관없었다.

배우가 목표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자신이 책임을 질 것도 아니기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침 미리 생각해 둔 아이디어가 있었다.

적당하게 고치면 된다.

감독에게 이런 즉석 작업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감독은 주인공인 성우정과 조연 배우인 도창학을 설득했다.

큰 기대를 가지고 고친 대본은 아니지만, 의외의 결과를 불러왔다.

결과가 너무도 좋은 쪽으로.

성우정이 스턴트맨 청년을 잘 이끌어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한편으로 감독은 혹시, 라는 생각도 했다.

기대 이상이다.

스턴트맨의 연기 실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 놀라움은 더욱 컸다.

휙.

성우정이 따귀를 때리는 것과 동시에 이온이 고개를 꺾었다.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나도 NG가 난다.

이전 커트를 촬영할 때처럼 진짜로 따귀를 맞을 수는 없었다.

한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오르고 입 안 가득 피가 고인 특수분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리다 지친 성우정 배우의 거친 숨소리가 다음 상대를 찾았다.

조폭 똘마니로 출연한 이미지 단역 배우들이 매서운 그의 눈을 피해 이리저리 눈을 굴린다.

[몇 살이야?]

[여, 여, 퉷!]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려는데 부어오른 뺨 때문에 한 번에 뱉어지지 않는다.

더럽다.

걸쭉한 침과 섞인 피가 이온의 입가 주변을 물들였다.

[열, 여덜... 덜이요.]

[조직에 들어오기 전에 뭐했어?]

[그, 그냥.... 놀았어요.]

[이야,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잘나가간다는 백수건달이야? 푸하하하. 새끼, 부업으로 키워 짓이나 댓글 알바도 좀 하고 그랬어?]

[......]

[담배 한 대 펴.]

[......]

[괜찮으니까 한 대 펴. 안 때려 새꺄!]

망설이는 이온에게 성우정이 재차 권하며 억지로 담배를 입에 물려주었다.

담배를 피울 줄 모르는 이온이 입담배를 피우려고 했다.

빡!

이온이 막 담배를 빨아들이려는 찰라 성우정의 손이 뒤통수를 강타했다.

[X발로마~ 대가리 돌리고 펴.]

이온이 얼른 고개를 둘리고 담배연기를 내품었다.

고개를 돌린 이온이 입모양으로 ‘X새끼’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정확하게 잡혔다.

감독의 디렉션이 아니다.

이온 스스로 판단해서 넣은 애드리브였다.

감독은 ‘X새끼’라고 친 부분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된 것이다.

비록 편집에서 날아간다고 할지라도.

킥킥.

이온이 연기하는 걸 지켜보던 송관효가 웃었다.

2년차에 들어설 때가 한창 욕심이 많을 때다.

선배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맡겨만 주면 뭐든 다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온은 연기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썩 잘한다.

젊은 영화배우들의 연기 선생이라고 불리는 신지균에게 배운다고 하더니 ‘역시‘라고 할까.

송관효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우정도 이온의 연기가 꽤나 흡족했다.

“이 놈 이거 물건일세.”

이온이 대답하기 전에 장보람이 선수쳤다.

“액션아카데미 애들이 연기를 제일 잘하잖아요.”

“그렇긴 하지.”

성우정도 인정 하는 바다.

특별히 연기 훈련을 시키는 것도 아닌데, 다른 무술팀들과 비교해 액션아카데미 소속 액션배우들이 연기가 좀 더 괜찮다.

아마도 한국에서 액션 시퀀스 촬영을 가장 많이 하면서 연기를 할 기회나 경험이 풍부해서가 아닐까 추측했다.

“매주 하루였나? 지균 선배님한테 연기 배워. 맞지 이온아?”

장보람의 말에 이온이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확인을 해주었다.

“신지균? 지균이형?”

“예.”

“지균이형은 아무나 연기 안 가르치는데.”

“......”

“그 형 레슨비가 시간당 얼마인 줄 아냐?”

도리도리.

이온이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

신지균과 레슨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가 없다.

돈 달라는 말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했다.

그렇다고 영입 제안을 한 홍성욱이 이온의 레슨비를 지불할 리도 없고.

어쨌든 공짜로 배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신지균은 정식 레슨이라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그저 등산이나 술자리에서 수발 들어줄 새까만 후배 중에 한 명 정도.

이온으로써는 공짜가 부담스럽지 않을 리 없다.

그래서 세 번 정도 신지균의 아내가 좋아한다는 와인이나 샴페인을 선물했다.

돈 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입을 싹 닦을 수 없었으니까.

“메이저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으면서 지균이형이 네 연기를 봐주는 거 보면 너를 아주 잘 봤나보다.”

이온으로서는 알 수 없다.

재능충만 숨겨진 보석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된 것인지.

그저 운빨인지.

알 수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온은 액션과 정극 연기가 적당히 섞인 연기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오늘 출연한 장면이 그대로 극장에서도 상영될지 알 수 없다.

편집과정에서 이온 분량이 통째로 날아갈 수도 있다.

보통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장면이 러닝타임 초과로 인해 뭉텅이로 장면을 들어내야 할 때 가장 먼저 빠진다.

이온이 출연한 부분은 스토리 전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편집과정에서 통째로 잘려나갈 가능성이 농후했다.

어쨌든 급하게 합류해서 밤을 꼴딱 샜다.

촬영을 마친 무술팀 삼인방은 서울로 철수하지 않고 구월동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정극연기까지 해보니 또 다르지?”

해장국을 떠먹던 장보람 감독이 물었다.

“성우정 선배님이 친동생처럼 잘 대해줘서 힘든 줄 몰랐습니다.”

성우정 배우는 커트가 끝날 때마다 ‘잘했다’ ‘멋지다’며 격려해주거나 ‘괜찮냐’며 걱정해주기도 했다.

“우정이형은 신인 때부터 액션연기를 많이 해보고 위험한 연기를 스턴트맨 없이 직접 해봐서 고충을 잘 알고 있어.”

<고려무사>를 촬영할 당시의 일화는 아주 유명했다.

당시 성우정에게 창술을 훈련시켜 줄 중국 현지 무술배우를 섭외했었는데, 성우정이 펼치는 창술을 보고는 자신이 가르칠 것이 없다며 다음날 촬영장을 떠나버린 일이 있었다.

무술로서는 지적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액션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장면을 연기했었다.

수년 후에는 만주 벌판을 말을 타고 질주하며 창을 휘두르는 대신 라이플을 쏘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이 또한 한국액션영화사에 남을 명장면 중에 하나가 되었다.

“아주 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주를 자작하던 송관효가 입을 열었다.

“이온아!”

“예. 형?”

“형하고 같이 할래?”

“팀에 들어오라고요?”

“응.”

“입봉하세요?”

“입봉은 했지. 보람이형이랑 지금 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두 작품 공동감독 했으니까.”

“보람 감독님은......?”

“19기 일재씨가 나 대신 퍼스트로 들어오기로 했어.”

이온을 퍼스트(무술지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 터.

스턴트팀의 각종 장비를 챙기고, 연출·제작팀과 연락을 취하며, 현장에서 심부름이나 잡일을 도와줄 막내로 들이려는 것이다.

“저를 팀원으로 받아들여주신다면 감사한데요......”

송관효가 소주잔을 비우고 자작을 하려고 했다.

이온의 소주병을 빼앗아 송관효의 빈 잔을 채웠다.

“제가 6학기 휴학을 모두 채워서 다음 학기에 복학을 해야 돼요.”

“스턴트 관두려고?”

“아니요! 제적당하지 않으려면 복학을 해야 해서. 스턴트맨 생활을 그만 둘 생각은 없어요.”

“양다리 걸친다고 뒷말이 많을 텐데?”

“감수해야죠.”

“가뜩이나 싸가지 없다고 널 좋게 보지 않는 형들이 있어. 알지?”

“알아요.”

“매일 나와서 운동하는 애들도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없는 게 이 바닥 현실이야.”

액션아카데미 소속 스턴트맨 가운데 저녁에 음식점 서빙이나 배달 알바를 병행하는 이들이 꽤 많다.

실력이 좋은 이들은 월 20일 정도 일을 한다.

그에 반해 대다수 스턴트맨들은 한 달에 두세 번 일하는 것이 전부다.

스턴트맨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정말 운동과 액션을 좋아한다.

돈만 생각한다면 자기 몸 다쳐가면서 이 일을 할 수 없다.

어리석어 보인다.

세상에는 미치지 않고서는 또 바보가 되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일도 있는 법이다.

“학교 다니면서 운동 관리가 되겠냐?”

“형들이 보시기에 한참 멀었겠지만. 저도 프로에요.”

복학을 하게 된다고 해서 액션아카데미에서 완전히 나갈 생각은 없다.

물론 수업 때문에 매일 출근할 수 없지만, 운동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는 이온이다.

“아마 감독들이 널 데려다 쓰지 않을 거야.”

“졸업할 때까지는 감수해야죠.”

“네가 올해 여섯이냐?”

“예.”

“나이 서른에 뒤늦게 스턴트맨 되겠다고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졸업할 때까지 선배님들 눈칫밥 엄청 먹겠지만, 버텨봐야죠. 아시잖아요. 저 잘 버티는 거.

“일단 알겠어.”

“관효 형님도 인정했잖아요. 저 독종인 거. 선배들한테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미치게 좋아하지 않으면 해내기 힘든 일인 만큼 날마다 하는 운동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에 또 강조하셨죠. 스턴트가 트릭킹이나 비보이보다 재미없었으면 진작 관두면 관뒀지 지금까지 안 했을 거예요.”

그러니 스턴트 때려치울 것이라 넘겨짚지 마시라.

학업하고 스턴트 병행할 수 있으니, 내게도 일할 기회를 달라.

“당장 내 팀에 들어올 순 없겠지만, 네가 잘 준비되어 있는지 그때그때 확인해 보고 쓸지 안 쓸지 판단할게.”

“고마워요 형.”

멋있거나 화려하다고 여기고 덤벼들면 포기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스턴트맨 생활이 그렇다.

또한 팀을 이룬 동료들과의 호흡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래서 사전에 서로 약속을 대련이나 합을 맞춰놔야 한다.

끈끈한 유대와 사전준비가 없으면 언제든 사고 위험이 높은 것이 스턴트다.

그러니 실력 있고, 항상 준비된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

“......”

두 사람의 대화에 장보람 감독은 끼어들지 않았다.

마치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는 듯.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이 하는 일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누군가의 인생이 달린 문제다.

괜히 무술감독이랍시고 선배랍시고 되도 않는 조언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특히 후배 녀석이 한국대에서 공부하는 수재라면 더더욱.

“그럼 체육관에서 뵙겠습니다. 들어가세요.”

장보람과 송관효는 대리운전을 불러 함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이온은 인천고속버스터미널에서 일산행 시외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질 때.

그 당시에는 알 수 없다.

기회인지.

혹은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갈림길 중에 하나를 앞에 둔 것뿐인지.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되돌아봤을 때.

전자라면 두고두고 떠올리는 일화가 될 것이다.

후자라면 기억의 창고 깊숙이 저장된 단순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회가 한꺼번에 여러 개가 찾아오거나.

여러 갈림길을 마주하게 됐을 때다.

파주 헤이리 액션아카데미 체육관 근처 카페.

창가 쪽에서 한국 스턴트우먼의 간판이자 여성 무술감독 최소망 감독이 170cm의 늘씬한 키에 스타일리쉬한 모습의 여성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춤을 잘 추기만 하면 돼?”

최소망 감독이 얼음을 아작아작 씹으며 물었다.

“이왕이면 용모도 단정하면 좋구.”

“댄스 그리고 용모단정?”

“배에 식스팩이 딱 있으면 더 좋구.”

“댄스 그리고 용모단정 식스팩 추가?”

“또......”

“야!”

“아, 미안.”

“그런 남자 있으면 네 드라마에 출연시킬 게 아니라 내가 사귀지.”

“액션아카데미에 없어?”

“우리 액션 형제자매들은 용모단정과 거리가......”

그때 창밖으로 액션아카데미로 출근하는 이온의 모습이 보였다.

카페 안의 자신을 발견하고 넙죽 인사하는 이온을 향해 최소망 감독이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잘생기고, 식스팩은 기본에다가 비보잉도 잘하고. 맞아?”

최소망 감독의 물음에 빨대를 물고 있는 스타일리쉬한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있네. 쟤.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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