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책 보고 배웠습니다!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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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은 단비에게 이끌려서 혜화동 유흥가의 골목길을 쓸데없이 헤맸다.
과연 다음에 올 때 찾아올 수 있을까 싶은 골목에 위치한 전통주점.
“여기가 연극인들의 성지 중에 하나야.”
단비의 음성에 뿌듯함이 묻어 나왔다.
그녀의 말대로 입구부터 연극포스터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각종 연극 홍보 전단지와 책자들이 제일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입구만 봐서는 술집인지 소극장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실내가 꽤나 넓었다.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그럼에도 빈 테이블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단비가 50대 중반의 비쩍 마른 체형의 배우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이온 역시 반사적으로 꾸벅 인사했다.
배우 신지균.
일반인들은 이름은 잘 모르는 대표적인 감초 역할 배우.
한국영화에 있어서 ‘씬 스틸러‘를 꼽게 되면 반드시 거론되는 배우다.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 연기로 인해서 경상도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있다.
정작 출신은 전라도 깡촌 출신이라는 사실.
오리지널 전라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경상도 사투리와 충청도 억양까지 소화해서 많은 연출가들이 감초 역할로 선호하는 배우다.
최근에는 영화·드라마 출연을 자제하고,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극무대로 돌아와 있는 상태다.
“어? 넌 무술팀...... 맞지?”
신지균 배우와 함께 동동주를 마시고 있던 배우가 이온을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나 알지?”
“그럼요.”
<태왕 광개토>에 조연급으로 출연했던 연극배우 김동식이었다.
“요즘도 <태왕 광개토> 촬영 나가?”
“몹씬 찍을 때만 몇 번 나갔습니다.”
“단비와 함께 온 거야?”
“우리 둘이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단비가 이온 대신 말했다.
“천장 안 무너져. 일단 앉아.”
신지균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동식 옆에 앉아있던 이온 또래의 청년 둘이 자리를 만들어줬다.
이미 테이블 두 개를 붙여놓았기 때문에 자리는 넉넉했다.
자리에 앉은 이온이 술집 안으로 둘러봤다.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TV드라마에서 한 번쯤을 봤을 법한 얼굴이 간간이 눈에 띠었다.
휘적휘적.
신지균 배우가 동동주가 담긴 항아리에 표주박을 넣어 휘휘 저었다.
한바가지 떠서 이온에게 물었다.
“자넨 술 좀 해?”
“잘 못합니다.”
이온은 사실대로 말했다.
“주량이 어떻게 돼?”
“소주 한 잔, 맥주 한 캔 마십니다.”
“고등학생 아니지?”
“단비랑 동갑입니다.”
“술을 아예 못해?”
“체질적으로 술이 안 받습니다.”
“술 못 하면 억지로 마시지 마. 뒤치다꺼리하기 귀찮아.”
“예.”
그러자 단비가 냉큼 자산의 잔을 내밀었다.
신지균이 단비에게 동동주를 따라주며, 이온을 향해 다시 물었다.
“스턴트맨이야?”
“예.”
“액션아카데미? 더블 액션?”
두 개의 스턴트 단체가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대부분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다.
“액션아카데미 25기입니다.”
“권감독은 요즘 뭐해?”
“작품 하시는 건 없으시고, 주로 사무실에서 후배들 봐 주십니다.”
이온이 신지균 배우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단비는 또래 청년 둘과 신나게 동동주 잔을 부딪쳤다.
“......!”
이온이 단비에게 눈짓을 보냈다.
연기 선생님 소개시켜준다고 하더니 난데없이 술자리로 끌고 오다니.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눈으로 마구 욕했다.
찡긋.
단비가 능청스럽게 윙크를 날렸다.
“......”
신지균은 묵묵히 동동주를 마실 뿐,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온의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신지균 배우가 무섭다거나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말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사색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다.
갑자기 술집으로 일단의 무리가 들이닥쳤다.
그들은 곧장 이온의 테이블로 왔다.
“벌써 작은 단지 하나 깐 거야?”
“요새 대학로에서 산다고 하더니 매일 아주 살판이 나셨어.”
40대부터 50대까지 연배가 좀 있는 이들은 신지균 못지않게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었다.
들이닥친 네 명의 배우들은 소위 ‘씬 스틸러’로 불리는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들.
이온과 단비가 발딱 일어나서 대선배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자연스럽게 구석진 자리로 밀려났다.
새롭게 합류한 이들이 홍어묵은지, 감자전, 매운돼지껍데기를 주문했다.
동동주 항아리가 치워졌다.
소위 ‘씬 스틸러‘ 모임의 막내격인 천만 조연배우 박호섭이 능숙하게 막걸리를 따서 주전자에 콸콸 부었다.
찌그러진 노란 주전자에 막걸리를 가득 채운 박호섭이 일행들의 빈 잔에 막걸리를 채웠다.
거두절미 원샷.
왁자지껄.
사람이 좋으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
단비의 말에 의하면 신지균 배우 주변에는 후배들이 많다.
또한 그는 후배들에게 영화계에 다리를 놓아준다.
후배들이 오디션을 볼 수 있게끔 정보를 주고, 술자리를 만들어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들과 후배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을 만든다.
오늘은 그런 날은 아닌 모양이다.
그냥 술 마시고 즐기는 자리다.
그런데 뭔가 대단히 멋있다.
또 재밌어 보인다.
“원작에 보면 엄마인 거트루드는 수동적인 피해자의 느낌이 있어. 근데 해석을 달리 해 보려고. 마치 고슴도치처럼 바늘로 곤두세워 찌르지만 속살은 연약한 여인이라고 할까.”
칸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단골로 초청을 받는 조연급 여배우가 말했다.
“실제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면 햄릿 이외 다른 인물들이 상당히 평면적으로 그려져 있지.”
“햄릿은 주변 인물을 입체화하기가 쉽지 않아. 주인공 햄릿 독백이 거의 40%를 차지하니까.”
“햄릿은 어릴 때부터 많이 했지만, 할수록 어려워.”
굉장히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삼촌뻘 되는 대선배들이다.
그런 이들이 과연 무슨 대화를 나누나 이온은 귀를 쫑긋 열었다.
소포클레스, 아이스킬로스 같은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 대사들이 그들 입에서 줄줄 쏟아졌다.
햄릿은 이런 심경이 아니었을까.
오셀로의 분노는 이렇지 않았을까.
햄릿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술안주가 됐다.
이온은 티 나지 않게 대선배들을 관찰했다.
멋있어 보인다.
때로 낄낄대고, 또 누군가를 타깃으로 삼아 놀려대고, 그러다 숙연해지기도 하고.
단순히 술자리의 잡담이 아니다.
예술가들의 토론장 같다.
고대 그리스에는 도시마다 개방적인 회의 장소인 아고라가 존재했다.
아고라는 도시의 운동, 예술, 영혼, 정치적 삶의 중심지였다.
아마도 대학로 곳곳에 존재하는 ‘연극인들의 성지’라 불리는 술집도 그와 같지 않을까 이온은 생각했다.
엄밀히 말하면 이온의 오해다.
대부분의 연극인들 술자리는 그저 술자리일 뿐.
마침 오늘이 가는 날이 장날이었을 뿐이다.
‘행복해 보이네.’
그리고 궁금했다.
무엇이 저들을 이토록 빠져들게 한 걸까.
도대체 연기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저들은 저토록 진지하면서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워할까.
진실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런 욕망이 꿈틀 댄다.
“연기를 배우고 있다고?”
김동식 배우가 이온에게 물었다.
“예. 선배님.”
“누구한테 배워?”
연기학원의 강사들 가운데 배고픈 연극인들이 상당히 많다.
김동식 또한 연기레슨을 한 적도 있었고.
“책보고 있습니다.”
“책? 무슨 책.”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은 다 봤고, 그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연습법이나 훈련방향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연기 연습을 무조건 막 하면 안 돼.”
이온은 대꾸 없이 가만히 있었다.
“혹시 한국대 다닌다고 하지 않았냐?”
“현재는 휴학 중입니다.”
김동식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이 한국대 다니면서 왜 스턴트맨을 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이온은 ‘선배님이 연기를 하시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고 대답했다.
“복잡하게 책보고 연기 배울 필요 없이 서예종 연기과를 가. 그게 직방이야.”
“......”
“학교 밖은 야생이야. 서예종 졸업하면 성골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이 바닥에서 21세기 진골 대접을 받을 수 있지.”
“서예종 출신이라고 다 인맥이 생기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도 맨땅에서 삽질하는 시간을 상당히 줄여줄 수가 있지.”
“선배님도 서예종 출신이십니까?”
“아니. 난 저기 지균이형님이 한 때 몸담았던 극단 ‘보름달‘ 출신이야.”
그때 신지균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스턴트맨, 주로 무슨 책 보는지 읊어봐라.”
“배우수업, 브레히트 연극이론, 가난한 연극, 배우의 길, 배우수첩 그리고......”
신지균이 이온의 말을 잘랐다.
“이해가 돼?”
“넷튜브의 연기 강의도 찾아보면서 참고하고 있습니다.”
“연극 할 거 아니지?”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럼 복식호흡이니 발성이니 건너뛰어도 돼.”
“......!”
‘씬 스틸러’ 모임의 대선배들이 낄낄 대며 웃었다.
“관객 100명 조금 넘는 중극장에서 연기할 것 아닌데, 발성에 공을 들여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매우 예민한 붐마이크에 목소리나 대사를 어떻게 섬세하게 전달할 건지 고민하는 게 백배 났다고 본다.”
“기본기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너 평소에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복식호흡으로 다져진 소위 연기 발성으로 대화 하냐?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해?”
당연히 안 한다.
“기술이 정말 많이 발달해서 요즘 혀 짧은 소리나 뭉개진 대사도 후반작업 녹음실에서 다 잡아내더라. 후시녹음 해도 되고. 매체 연기만 할 거라면 그저 네가 평소에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 거야.”
일상성의 자연스러운 연기.
소위 ‘생활연기’라고 하는데, 메소드 연기라는 넓은 범위에 포함된 개념이다.
“올드 패션이나 트렌드에 매몰되지 마.”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박호섭이 반박했다.
“형, 그건 아니지. 요새 일 많이 하는 애들보고 연기가 늘었네 어쩌네 말을 하는데, 솔직히 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어. 걔들은 연기가 는 것이 아니라 매체 특수성에 완벽하게 적응하거야 연기가 좋아진 건 아니라고.”
정통연기니 무대연기니 매체연기니 온갖 연기이론으로 토론이 벌어졌다.
이온은 책을 보며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을 선배들의 토론을 들으며 쏙쏙 빼먹었다.
“우리 때와 달리 요즘 후배들은 자기만의 연기 방법을 일부러 수고스럽게 찾아다닐 필요 없다고 봐. 이미 뛰어난 사람들이 좋은 방법을 고안해 놓았거든. 거기서 자신에게 맞는 걸 따와서 적용하면 되는 거야.”
신지균의 말에 대부분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다.
세상에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온갖 가르침이 들어있는 것이 바이블이다.
종교지도자조차 그 바이블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실천하지 못한다.
“인간이 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뭐냐?”
“몸, 얼굴, 소리, 호흡이 아닐까요?”
“그 도구들을 더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
“예.”
“축구선수가, 혹은 야구선수가 선수생활 동안 운동을 쉬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어? 심지어 그 사람들은 부상을 당했어도 운동을 해. 당연히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연기생활을 하는 동안 매일 하루도 빼먹지 말고 연습을 하고, 더 높은 경지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 거야. 그러다 어느 순간 각성도 하고 새로운 경지로 올라서는 희열을 맛볼 수 있는 거지. 그런데 말이야. 내가 삼십 년 가까이 배우생활을 하면서 매일매일 연기 훈련을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배우를 거의 만나보지 못했어. 특히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단 한 명도 없더라.”
“맞아. 계약을 하면 그때 가서 시나리오를 분석하면서 연기를 연습하기 시작하지.”
박호섭이 맞장구를 치자, 김동식이 젊은 배우를 두둔했다.
“일을 하지 않는 동안에는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정신적 피로감을 풀어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휴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이야기 했잖아. 프로야구 선수들이 비시즌이나 부상 시에도 훈련 안 하고 마냥 놀기만 하냐고. 돈 받고 일하는 직업배우도 마찬가지야. 발성, 화술, 호흡, 릴렉세이션, 신체훈련, 감각의 기억, 관찰, 흉내 내기 같은 연습 그리고 스턴트맨 후배가 보고 있는 바로 그 연기 교과서들을 읽는 것은 배우를 그만 둘 때까지 해야 하는 거야. 그게 프로야.”
연기는 한 번 배워두면 좀처럼 잊어먹지 않는 자전거 타는 법과 차원이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평생 연습하고 훈련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 연기다.
신지균이 이온을 향해 입을 열었다.
“스턴트맨들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지?”
“예.”
“연기도 그런 거야. 연기를 사랑하는 건 배우의 삶도 예술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야.”
모두가 신지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연습을 사랑하는 거야.”
“선생님! 끈기와 꾸준함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신지균이 단비에게 고개를 돌렸다.
“제 친구 이온이는 수학여행 가서도 참고서 문제 풀었던 아이에요.”
모두의 시선이 이온에게 모아졌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는 표정들이다.
이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돼지껍데기를 집어 먹었다.
“또 무슨 개똥같은 말을 늘어놓으려고! 형 그만 하고 술 잡숴.”
뚱뚱한 체형의 고필중이 막걸리 잔을 들어올렸다.
이를 무시한 신지균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언제나 우리 예술가에게는 과정 속에서 질문이 있고 해답에 대한 힌트 역시 과정 속에 있어. 당연히 연기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가 되려면 매일 그 과정을 지속해야 해.”
연습이 중요하고, 꾸준함도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예술과 창조성이 기술의 반복된 훈련만으로 높은 경지로 이끌 수 있는 문제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때 캐주얼 정장 차림의 백팩을 맨 스마트하게 생긴 남자가 활기차게 인사했다.
“오늘도 여전하시네요!”
캐주얼 정장 남자가 신 스틸러 선배들부터 악수를 하며 끝자락에 앉아 있는 이온에게까지 왔다.
“처음 보는 분이네요. 요즘 무슨 작품 준비하세요?”
“연극배우 아닙니다. 액션아카데미 소속 스턴트맨입니다.”
“아, 그래요? 제가 웬만한 스턴트맨은 다 알고 있는데...... 혹시 25기 막내 기수에요?”
“예.”
“캐스팅 디렉터 홍성욱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홍 캐디가 얼른 품에서 명함을 꺼내 이온에게 내밀었다.
“제가 아직 팀이 없어서 명함이 없습니다.”
이온이 명함을 받다 챙겼다.
프리랜서 캐스팅 디렉터인 모양이다.
소속 된 회사가 명함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단비씨 오랜만~”
“홍 캐디님, 술만 사주지 말고 괜찮은 배역 좀 나눠달라고요.”
단비가 홍 캐디에게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홍성욱이 사람 좋은 미소를 입가에 달고 단비를 다독였다.
“이번 달은 오디션 다 끝났어. 다음 달에 여섯 작품 정도 캐스팅 시작할 거야.”
홍 캐디는 은근슬쩍 이온이 앉아 있는 구석자리 쪽에 자리를 잡았다.
“독립영화도 상관없어요.”
“뮤지컬 한다며?”
“어린이 뮤지컬 끝나고, 놀고 있어요.”
이온은 홍성욱에 대해 특별히 의심을 하지 않았다.
연극무대, TV·영화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중견 배우들의 술자리에 합류할 정도면 사기꾼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사기꾼은 아닐지라도 사람 자체가 진실할지는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