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싫어도 힘들어도 해야 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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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끝자락.
날씨는 부쩍 추워지기 시작했고, 민소매를 입고 활동하기 힘들어졌다.
이온의 시간이라고 해서 남들과 다르지 않다.
똑같이 흘러간다.
드라마 촬영에 다녀 온 이후로 이온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 달라진 점이 전혀 없었다.
대역을 경험한 것으로 극적으로 바뀔 것 만 같았지만, 인생이란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당시에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사건들이 하나하나 쌓인 끝에 결정적인 순간을 마주하게 되고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우연은 없다.
행운도 없다.
인간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법칙에 의해서 우리가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 혹은 행운이라 여겨지는 것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운명이 만들어진다.
별의 순간.
이온과는 상관없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이온의 일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주 중에 아침 9시 30분에 파주 액션아카데미로 출근했다.
오전에는 단체 운동을 하고, 오후에는 동기들과 다양한 심화교육을 받았다.
촬영을 다녀오고 난 후에 변화가 생긴 점이 딱 하나 있긴 하다.
동기들의 태도다.
전에는 조현동과 주로 합을 맞추려던 동기들이 이온과도 자주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빽은 개뿔!’
와이어액션 훈련을 하던 이온이 내심 투덜거렸다.
대선배 몇 명이 호감과 호의를 보였다.
이온으로서는 큰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또 다시 작품에 캐스팅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헌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도련님을 부탁해>에서 대역을 경험한 이후로 어떤 감독도 이온을 캐스팅해주지 않았다.
물론 다른 동기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사실 이온이 <도련님을 부탁해>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극히 드물게 특채로 뽑힌 신입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없진 않다.
그런 이들은 액션아카데미가 가지지 못한 뭔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경우다.
또는 액션아카데미 소속 무술감독이 참여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정식 배역을 따냈을 경우다.
그런 것들에 비춰볼 때 이온의 경우는 정말 특이한 캐스팅이라 할 수 있었다.
해리 굿맨의 광팬이라고 밝혔던 송관효는 며칠 동안 코빼기도 보질 못했다.
영화 촬영 때문에 지방에 내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충원 역시 사수인 이치열과 함께 드라마 촬영을 위해 군산에 내려갔다.
일이 없는 것인지 사전제작기간이어서 한가한 것인지, 액션아카데미 체육관에서 얼쩡거리는 무술감독은 임대한 한 명뿐이다.
“트릭킹 했다는 새끼가 중심도 제대로 못 잡고. 긴장 안 할래!”
심화교육의 강사도 아니면서 괜히 와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임대한이다.
그것도 이온만 콕 짚어서.
‘저 인간이랑 전생에 부부였나? 왜 날 못 잡아먹어서 저 난리지......?’
흔히 부부 인연에 대해서 전생에 원수 아니면 은인의 관계 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전생의 부부였던 이도 현생에서 원수 아니면 은인으로 만난다고도 한다.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인연이었든 나쁜 인연이었든 간에 서로 깊은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다시 만난다는 것이다.
아마 전생에 이온이 임대한과 부부였다면 너무나도 미워하고 증오했던 관계였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하고 많은 후배들 가운데 이온만 유독 미워하고 괴롭힐 리가 없으니까.
‘조병장 생각나네.’
이온이 복무했던 군악대에도 저런 캐릭터가 있었다.
사회 나가면 별 볼 일도 없는 주제에 계급이 무슨 절대반지라도 되는 것처럼 후임들을 괴롭히는 선임이 있었다.
전투부대도 아닌 군악병 주제에 같잖게 군기 어쩌고 할 때는 동기들조차 비웃었을 정도다.
이번 주에 동기생 한 명이 또 그만 뒀다.
훈련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임대한 같은 선배들의 꼰대질 때문도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촬영현장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무술감독들로부터 캐스팅을 받지 못하니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
여덟 달 가까이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버티질 못한 것이다.
조금 더 버틴다고 해서 갑자기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액션아카데미 소속 무술감독이 작업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폭이 몇 십 명씩 나오거나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 그 중 한 명으로 들어가야 실습을 나갈 수가 있다.
그런 일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정식 스턴트맨이 돼서 캐스팅이 되기까지 힘든 기간이다.
암튼 액션아카데미 소속 무술감독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대규모 액션장면을 찍을 때까지 막내 기수는 실력을 향상시켜야 했다.
막상 실습에 들어가게 되면 실력을 향상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세 좀 빼! 액션연기를 하라니까 트릭킹을 하고 자빠졌어!”
임대한이 이온을 혼냈다.
사실은 트집이고 조롱이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이온은 임대한의 괴롭힘을 동력 삼았다.
더욱 자신을 몰아붙였다.
형민과 동기들이 걱정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해. 교육캠프도 아니잖아.”
“강대강으로 나가봤자 너만 손해야.”
“그래 존심 좀 버려. 그러다 퍼진다.”
“괜찮아. 이 정도는. 예전에 비보잉 배울 때는 수시로 쌍코피 터트렸어.”
“그러다 진짜 탈나면 어쩌려고.”
“내가 탈나면 캐스팅 경쟁자 하나 없어지는 거지, 뭘 어째.”
사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힘들다.
임대한이 괴롭히지 않으면 심동혁이 와서 까부니까.
상관없다.
이온에게는 빠른 회복을 도와주는 특별한 부적이 있다.
독종이 괜히 독종일까.
이온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마지막에 살아남는 사람이 승자다.
몇 달만 버티면 26기가 들어올 터.
그 때까지만 참고 인내하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실력으로 또 실적으로 임대한이든 심동혁이든 밟아주면 된다.
공군 군악대 비보이팀 꼴통 선임에게 그랬던 것처럼.......
✻ ✻ ✻
이온은 다른 액션아카데미 동기들과 달리 아르바이트 수입이 꽤나 괜찮다.
누나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충분히 한 달 생활비를 꾸려갈 수 있었다.
비록 중학교 3학년을 가르치고 있지만, 한국대 프리미엄과 4개 국어 구사 능력 및 풍부한 해외봉사활동 경험으로 시급이 고3 수험생 수준에 육박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자식들이 이온을 통해 다양한 간접경험을 할 수가 있었다.
“도미니카도 가봤어요?”
“응.”
“거기도 스페인어 써요?”
“열 명 중 8~9명, 1명 정도는 불어를 사용할 걸.”
“와아. 선생님은 두 나라 말을 다 할 줄 아니까 도미니카 아무데나 가도 말이 통하겠다. 그쵸?”
“도미니카에서 불어 쓰는 사람을 못 만나봐서 몰라.”
“선생님은 야구 좋아하세요?”
“네가 지금 야구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닐 텐데? 자꾸 쓸데없는 질문만 하면서 시간 때우면 마이너리그는커녕 독립리그도 못 뛴다. 이렇게 아까운 시간 농땡이나 치면서 공부도 안 하고. 나중에 사회인 리그에서 뛰고 싶어?“
비유다.
공부 안 하면 지방대는커녕 재수·삼수만 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제 실력으로 인 서울 가능해요?”
“응.”
“계속 선생님이 과외하면?”
“아니. 누가 가르치든 상관없이.”
“에이~ 그냥 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립서비스인 거 다 알아요.”
“내가 과외도 꽤 했고, 봉사 다니면서 외국의 청소년들 대상 수업을 많이 해봤어. 느낀 게 뭔 줄 알아?”
“말 더럽게 안 듣는다. 큭큭.”
“공부 머리가 따로 있다는 거야. 선생님이 보기에는 넌 공부 머리가 있어. 지금 야구 중계 재탕삼탕 하고 게임하고 각종 스탯 찾아볼 시간 줄여서 공부에 좀 더 투자를 하면 서울 중위권 대학 가서 통계나 세이버매트릭스, 데이터분석 같은 분야를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어. 더 재밌는 걸 더 많이 할 수 있을 걸.”
“암기 하나는 자신 있어요.”
“세이버매트릭스 전문가나 빅데이터 분석가가 단순히 계산만 잘하는 걸로 될 것 같아?”
“수학은 진짜 못 해먹겠어요...... 저 좀 살려 주세요. 선생님.”
“싫어도 힘들어도 해야 돼.”
“AI가 다 한다는데요?”
“그 AI를 만들고 통제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이야.”
과외가 돈을 많이 줘서 하긴 하는데.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일단 이온이 중고교시절 공부를 매우 잘했다고 하더라도, 군복무 동안 희미해진 지식도 많다.
또 어떤 부분에서 질문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진도 외에 것도 미리 공부해가야 하는 것은 기본이요, 혹시 질문 했는데 선생이 계속 못 풀어주면 학생이 실망할 확률이 높다.
그럴 경우 학습효과가 떨어질 수가 있다.
중학교 3학년 수준이 뭐가 어려울까 만만하게 보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고1 선행학습까지 시켜야 할 경우도 있고.
또한 지금 가르치는 녀석처럼 머리도 똑똑하고 가르치는 걸 잘 받아들이는데, 숙제는 더럽게 안 해오는 경우가 있다.
어르고 달래고 타일러보고 다 해봐도 쉽지 않다.
딴 곳에 정신이 팔려 있고, 부모 등쌀에 억지로 과외를 받는 아이들이 보통 그렇다.
그런 학생의 경우, 이온은 아예 숙제 양을 과감하게 줄여버린다.
대신 줄어든 숙제의 문제만큼은 확실하게 짚고 가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온은 액션아카데미의 누구(?)처럼 가르치는 애들을 혼내지 않는다.
많은 해외경험 이야기를 수업 중에 곁들여 가면서 학생의 집중력을 최대한 붙잡아 놓고는 많은 걸 가르치기보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에 집중한다.
결국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이다.
과외 선생이든 학원선생이든 아무리 유능해도 학생 본인이 안 하면 소용없다.
스턴트 훈련도 마찬가지다.
재능이 모자라면 시간을 더 투자하고 더 땀을 흘려야 하고.
재능이 있다면 땀 흘리는 것을 즐기면 된다.
“아~ 고민이네.”
과외를 마친 이온이 학생이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를 나서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학생이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계속 과외를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다.
이온은 겨울방학 전까지만 하고 그만 둘 생각이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턴트맨 생활과 학업을 병행해야 할지 몰랐다.
때문에 과외를 포함한 아르바이트를 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턴트맨이 직업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과외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업인 스턴트맨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학업은 일단 후순위로 밀어놓더라도.
그런데 학부형들이 제시하는 과외비가 상당히 파격적이다.
‘고1 시급 5.5면 꽤 좋은 알바이긴 한데......’
지금 가르치고 있는 중3 세 명 모두 그 시급에 맞춰준다면 월 250만원에 가까운 수입이 생긴다.
스턴트맨으로 그 정도 수입이 생기려면 경력이 최소 5~6년 차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온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돈이야 어떻게든 벌 수 있겠지.’
이온은 과외와 관련한 결정을 유보했다.
당장은 뜨겁게 몰두하고 온몸을 불사를 수 있는 스턴트에 올인하고 싶은 것이 이온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 ✻ ✻
스턴트맨 특히 스턴트더블(대역)은 얼굴 없는 배우다.
아무리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고,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연출해도 자기 것이 아니다.
하암.
이온이 거실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하품을 했다.
그 앞에서 누나 이슬이 리모콘을 눌러 TV 채널을 이리저리 바꿨다.
“SBC 드라마 맞아?”
“안 나올 거라니까 무슨 본방 사수를 하겠다고......”
“설정이 유치해서 별로 안 땡겼는데, 내 동생이 나온다니까 함 봐줘야지.”
“스쿠터에 가만 앉아 있으라고 해서 앉아 있던 것 밖에 없어. 사실 출연한 것도 아니야.”
“가만 있어봐.”
“뭘 가만있어. 누나나 가만있어. 백퍼 안 나온다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온 역시 내심 기대했다.
혹시나.
아주 잠깐이라도 드라마에 나오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드라마 맞아?”
“맞을 걸? 주인공 저 사람 현장에서 봤어.”
“실제로 보니 어때, 잘 생겼드나?”
“얼굴이 진짜 조막만하더라. 잘생긴 건 솔직히 모르겠어.”
“쟤 대역한 거야?”
“아니. 조금 있으면 배달 알바 하는 여자주인공 동생 나와. 배우가 이진훈인가 그래.”
이온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배달 알바를 나서는 이진훈의 장면이 나온다.
- 이 늦은 시간에 어디가?
- 동수가 잠깐 보자고 해서.
- 내일 만나서 이야기 하면 안 돼?
- 급하대.
- 뭐가.
- 있어 그런 게. 누나는 몰라도 돼.
- 나 몰래 밤에 뭐 해?
- 안 해. 나쁜 짓 안 하니까 쓸데없는 의심 하지 마.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있던 이온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실제 현장에서 이진훈이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주로 스턴트 장면에서만 무술팀과 함께 현장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드라마 속에서 이진훈의 연기가 제법이다.
이온이 연기에 대해 뭘 알까마는.
자연스럽다.
아이돌 출신의 주인공은 보고 있으면 뭔가 불편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진훈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실제 누나와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는 것 같다.
유망주라고 하더니 괜히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 나왔다.”
“어디? 언제?”
“못 봤어?”
“그냥 래퍼인가 뭔가 하는 애가 운전하다가 스쿠터를 치고......”
“사고 나기 전 장면에서 잠깐 스쿠터 나왔잖아. 거기 앉아 있던 게 이진훈이 아니라 나 였어. 자빠지는 건 스턴트맨 선배였고.”
콩.
이슬이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왜 때려!”
“저게 출연한 거냐!”
“내가 안 나올 거라고 그랬잖아!”
“어디 가서 창피해서 말을 하겠냐!”
“난 자랑한 적 없어. 기대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했구만!”
“괜히 시간만 버렸네.”
이슬이 짜증을 부리며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비록 동생에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지만, 이슬은 재빨리 노트북을 열어 애용하고 있는 스팀플렉스에 로그인했다.
그리고 <도련님을 부탁해>가 혹시 서비스 되는지 검색했다.
다른 OTT 서비스도 모두 확인했다.
솔직히 병원 식구들에게 자랑 못한다.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장면인데다 본인이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것이기에.
그래도 동생이 스턴트맨으로 첫발을 내딛은 역사적인 장면이다.
그 장면을 기록에 남겨놓고 싶은 심정이다.
마치 엄마처럼.
“너무 하네. 내 동생 얼굴도 어디 가서 빠지는 편은 아닌데. 한 번 좀 잡아주지.”
얼굴을 보여주면 그건 대역이 아니다.
배우다.
이슬도 알지만, 이왕이면 당당하게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는 거다.
“......!”
소파에서 클로이와 뒹굴고 있는 이온 역시 누나와 다르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각오도 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섭섭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본인이 아니면 누구도 대역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짧게 편집되어서 나갔다.
‘좀 더 커트 길이가 길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런 섭섭함을 불현 듯 떠오르는 이치열의 말이 밀어냈다.
‘누구의 기억 속에도 없는 액션배우......‘
액션배우와 대역배우는 또 다르다.
출연자를 대신해 위험한 장면을 연기하는 것이 대역배우다.
유명한 영화에 출연했어도 누구 하나 알아보는 이 없는 ‘얼굴 없는 연기자’가 대역 배우다.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지칭하는 액션배우는 얼굴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다.
제이 스테이담 같은 주인공급 배우부터, 그런 주인공에게 얻어터지는 이름 없는 악당 스턴트맨까지 모두가 액션배우다.
몸싸움부터 자동차가 뒤집히고 폭발하는 장면, 높은 건물 또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등에서 스턴트맨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리고 그런 스턴트맨들은 촬영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받는다.
반면에 제이 스테이담 같은 액션배우는 관객에게 박수와 환호를 받는다.
누가 더 가치가 있고, 위대한 것은 없다.
달처럼 은은하게 빛날 것이냐.
별처럼 반짝반짝 빛날 것이냐.
선택의 문제다.
물론 무엇을 선택하든 빛을 내는 것은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