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인성 문제 있어?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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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이 출근 준비에 한창 일 때 이온 역시 기상한다.
곧장 거실로 향해서는 기계적으로 냉장고 문을 연다.
락앤락 통을 꺼내 안에 들어있는 각종 야채를 믹서기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바나나를 잘라서 넣어주면 준비 끝.
위이잉.
믹서기를 돌려놓고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면, 이슬의 출근 준비가 모두 끝이 난다.
그리고 남매가 더럽게 맛없는 야채주스를 나눠마신다.
벌써 5개월째 매일 아침 이온이 마시고 있는 특제 야채주스.
나름 인터넷을 뒤져가며 만든 레시피로 탄생한 건강음료다.
아침을 번거롭게 차려먹지 않아도 좋다며 이슬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이슬에게는 맛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캬하!”
억지로라도 감탄사를 뱉으며 이온이 식탁에 컵을 탁 내려놓았다.
“확실히 운동은 남이 시켜줘야 잘 되나봐.”
식탁 위에 있는 샌드위치 반조각을 잘라 챙기는 이슬이 동생에게 시선을 던졌다.
이온이 셔츠를 올려 빨래판 복근을 누나에게 자랑했다.
“누나 어때? 제대했을 때보다 몸이 더 좋아진 것 같지 않아?”
이온이 아예 윗옷을 훌러덩 벗어던졌다.
이젠 대놓고 운동하는 걸 감추지 않는 동생.
달라진 동생의 모습에 아직도 적응이 안 된 이슬은 혀를 내둘렀다.
“요새 계속 늦게 들어오더라?”
“과외 하나 더 잡았어.”
“돈 버는 것도 좋고 운동하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공부는 안 할 거야?”
“복학하면 매일 하는 게 공부야. 놀러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적당히 해. 탈나지 않게.”
이슬이 출근길에 먹기 위해 식탁 위에 있는 샌드위치 반조각을 챙겼다.
이슬이 출근하고.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클로이를 가볍게 쓰다듬어준 이온이 욕실로 향했다.
칫솔에 치약을 짜면서 거울 앞에 섰다.
제대했을 당시보다 살이 빠졌다.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만 하는 스턴트를 배우고, 식단 부문 역시 강도 높은 관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살이 약간 빠졌다.
왠지 얼굴이 작아진 것 같다.
아니면 어깨가 더 넓어졌거나.
그로인해 뜻하지 않게 감춰졌던 훤칠한 외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연예인에 비할 바는 아니다.
비슷한 나이 대의 배우들과 비교하면 오징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지역에 가면 어쩌다 한 번 시선을 받을 정도.
한마디로 연예인이 되기에는 어정쩡한 얼굴이란 소리다.
“워크캠프 마치고 귀국할 때만 해도 숯검댕이였는데, 몇 달 동안 실내에서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가? 원래 피부톤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이온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힘차게 양치질을 했다.
✻ ✻ ✻
헉헉.
장마철에 접어들어도 헤이리 4.3Km 구보와 기초체력 훈련은 계속됐다.
태풍이 불어도 무조건 뛰어야 했다.
“훈련 받은 지 다섯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18분 기록을 못 깨고 있다! 너희 기수가 가장 최악이야! 쪽팔린 줄 알아!”
임대한 감독이 교육생들을 몰아붙였다.
첫날 34분에 들어온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기록을 단축했다.
하지만 4분을 단축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이온은 석 달이 지나는 시점부터 구보에서만큼은 항상 선두권을 유지했다.
1등은 의미가 없다.
14분이란 기록 안에만 들어오면 합격이니까.
가끔 단비와 형민을 돕기 위해 뒤처지긴 했다.
그조차도 교육생 인원수가 대폭 줄어들게 되자 강사진들이 뒤처지는 교육생을 개인별로 커버할 수가 있게 되면서 마음 편하게 앞으로 치고 나갈 수가 있게 됐다.
교육기간 수료를 한 달 앞두고 있는 현재, 이번 기수 교육생은 12명이 남았다.
매주 한두 명씩 캠프에서 이탈자가 나왔다.
이대로 간다면 최종적으로 10명 안팎이 수료를 하지 않을까 예상 되는 상황.
단비도 매일 그만둔다고 하면서도 버티고 있다.
매일 울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 만큼 훈련이 지독했다.
“쯧쯧. 포기하면 편해. 여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냐.”
임대한이 단비를 자극했다.
운동해본 적도 없잖아.
여자니까.
여자 따위가.
직접적으로 그런 표현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그런 뉘앙스가 느껴졌다.
이는 여자 교육생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비유단자로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이온과 형민에게도 대놓고 정신공격을 했다.
“하여간 겉멋만 들린 새끼.”
“아크로바틱 자랑하려니까 기분 째지지?”
이온과 형민은 아크로바틱 계열이라 와이어액션에 금방 적응하고, 교육생 중에서 가장 잘했다.
비록 무술과 검술 수련 기간이 너무 짧아서 와이어를 찬 채 하는 발차기나 검술 액션에서 폼은 좀 안 나지만, 점프 및 공중돌기와 비틀기 등에서는 화려한 기술을 마음껏 뽐냈다.
“잘 날아다니까 중국 가서 스턴트맨 하지 왜?”
“다섯 달을 훈련했는데 아직도 검 밖으로 몸이 빠져나가? 어쭈? 봐라 저거...... 검 끝이 계속 바닥을 치네? 지금 춤추냐?”
본인 수업이 아닌데도 와서 옆에서 계속 쫑알대는 심동혁이다.
‘이걸 확 들이받아?’
이온은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본인도 그렇게 뛰어나 보이지 않은 심동혁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날 잡아서 한 번 뒤집어 놓고 ‘때려칠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그럴 때마다.
“이오니소스, 참어. 내가 직장 생활을 조금 해봐서 아는데. 부장과장급 꼰대질 보다 대리급 꼰대질이나 연차 차이 얼마 안 나는 선배들 꼰대질이 더 X같아. 꼰대질이 별 거 아니야. 상대방한테 부정적인 말을 계속하는 방법인데. 상대방의 장점을 단점인것처럼 돌려서 까는 방법을 잘 써. 착한 사람들이 여기에 말려서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다 힘들어서 스스로 퇴사하고. 가해자 의도대로 되는 거야. 말려들면 안 돼.”
그렇게 형민이 위로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을 했다.
꼰대질이라고 했지만,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다.
일관된 어떤 행위와 말을 반복함으로써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대상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
당한 대상이 회사를 퇴사하지 않고 계속 그런 가스라이팅에 노출되게 되면 나중에는 상대에게 굴종하게 되어 의지하게 된다.
나이 혹은 지위를 앞세워서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거나 자신의 신념이나 규칙을 강요하고 가르치려 드는 것을 뜻하는 꼰대질과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대상을 정신적으로 공격하고 지배력을 행사하려고 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꼰대질이 40대 이상 연령층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젊은 층에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젊은 꼰대란 말도 있다.
“내가 운동할 때는 태권도가 스포츠가 아니었어. 무도, 무예에 가까웠어. 발차기는 기본이고 손날, 정권 단련도 엄청나게 했었지. 요즘 태권도는 기껏해야 송판이지만 내가 한창 운동할 때만 해도 실제 자갈, 벽돌을 놓고 격파했었거덩. 막 사범들이 도장깨기 다니고 그랬어 그때는. 다른 무술 하는 놈들이 무시하고 그래서 태권도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당수나 정권 단련하고 그랬어.”
라떼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임대한이 60년대 출생인가 싶었다.
그래서 네비게이터 영화 섹션에 들어가 검색해 봤다.
80년대 후반 출생이다.
태권도가 실전성을 유지하던 시절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임대한은 젊은 꼰대다.
라떼를 여러 잔 들이키는 건 좋다 이거다.
라떼를 풀어놔도 가짜면 안 되지 않나.
‘구라를 쳐도. 어차피 다 들통 날 텐데.’
암튼 생전 처음 해보는 검술 수련이 쉬울 리가 없다.
검하고 친해질 시간도 필요하고, 무식하게 천 번 만 번 휘두르기에 앞서서 자세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 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배울 것이 많아지는데 시간은 부족하다.
6개월 동안 열심히 하면 꽤나 알차게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다.
천만에 말씀.
가르쳐주는 것들을 소화하기에도 벅찼다.
✻ ✻ ✻
임대한과 심동혁이 꼰대질을 하든, 가스라이팅을 하든.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이온과 단비는 버티고 또 버텼다.
기초체력 훈련과 액션 훈련 외에도 레펠, 와이어 액션, 스킨스쿠버, 승마 교육 등 심화교육을 받았다.
이때만큼은 이온과 형민이 유단자들을 압도했다.
“이번 기수는 아주 개판 오분 전이야. 이래서 우리가 나중에 정식 기수로 뽑을 수 있겠냐?”
임대한의 독설이 유단자에게 쏟아졌다.
“그러게 안 되는 거 용쓰지 말고 관 둬.”
“할 수 있습니다!”
“와이어 잘 탄다고 스턴트맨 하는 거 아니야. 넌 현대와 사극액션 둘 다 실력 안 늘잖아. 비보이와 분야가 다르다니까.”
“마샬 아츠 트릭킹 했습니다.”
“그게 쇼지 무술이냐?”
이온을 괴롭히는 임대한에게 자격지심이 있었다.
그는 인정할 수 없겠지만.
액션아카데미 출신 중에 한국대생이 몇 명 있다.
현재 배우로 전향해서 꽤 높은 몸값의 배우가 된 이도 있고, TV드라마와 뮤지컬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수 출신들이 몇 명 있다.
그 중에서 느와르 영화의 악역으로 출연하며 오랜 무명배우 생활의 종지부를 찍은 기수 동기생이 있다.
그는 언제나 액션아카데미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진심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장에서 스턴트맨 후배들도 잘 챙긴다.
임대한은 기수 교육과정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무리 없이 정식 액션아카데미 소속 스턴트맨이 됐다.
반면에 배우로 전향한 그 동기생은 당시에 테스트에서 떨어져 정식 스턴트맨이 될 수 없었다.
그 동기생 배우가 무명일 때는 자신이 훨씬 잘 나갔다.
그러다 느와르 영화로 소위 빵 뜨면서 충무로에서의 위치나 모든 것이 역전이 됐다.
이온이란 허여멀건 놈이 그 동기생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대학교 격투기과 후배를 밀어주고 싶은데, 현대와 사극액션 부분 말고는 이온보다 뛰어난 것이 없다.
격투기 학과 출신의 체면이 말이 아닌 것이다.
오디션 때부터 이온이 마음이 들지 않았고, 정통파 무술인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꼴보기 싫다.
그래서 은근히, 때로는 노골적으로 정신적인 공격을 해댔다.
안 통했다.
생긴 것과 달리 독종이다.
그래서 유단자 교육생들을 속된 말로 갈구기 시작했다.
훈련도 힘든데, 갈굼의 강도가 더욱 심해지자 교육생은 죽을 맛이었다.
한 달 남은 시점에서 중도탈락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훈련이 힘든 것도 있지만, 임대한의 꼰대질도 한몫했다.
그런 상황임에도 권용찬 감독을 포함해 액션아카데미 고위층 누구도 지적하는 이가 없다.
언젠가부터 기수 동기들이 이온을 약간 따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들은 이온이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걸 안다.
그런데 몸이 너무 힘들고 임대한에게 들들 볶이다 보니 공연히 이온에게 화살을 돌리게 된다.
지난 다섯 달 사이에 기수 교육생 회식과 운동모임이 두 차례나 있었다.
“10명 이상 남아 있으면 고기 사준다. 버텨봐. 내가 니들한테 고기 좀 쏘게.”
길태석 감독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다음 날 공약한 말이다.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다.
이온과 단비만 참석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동기생 누구도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형민조차 모임이 있다는 걸 직전에 알게 되어 두 사람에게 연락을 취할 수도 없었다.
“오빠, 고기 구워먹었어?”
“응? 응. 삼겹살...... 미안, 나만 먹어서.”
“오빠가 왜 미안해? 아무렇지도 않아. 나와 온이도 친구들하고 고기 먹었으니깐.”
처음에는 거리를 두었던 형민이다.
헌데 같이 지내보니 착한 사람이다.
너무 착해서 어디 가서 뒤통수 맞기 딱 좋은 스타일.
“형, 혹시 인젠스라고 알아?”
“인젠스트릭 킹?”
“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트릭커 중에 첫 손에 꼽히는 인젠스를 모를 리가.”
“다음 주 토요일에 시간 비워둬.”
“......?”
“인젠스 형네 체육관에 놀러 가자.”
“알아?”
“카나한 게더링에서 우연히 알게 됐어.”
“예삿놈이 아닌 걸 첫 눈에 딱 알아봤다니까! 하하하.”
스턴트 캠프에서는 평가절하를 넘어 무시당하는 이온이다.
헌데 트릭커 판에서는 나름 인맥도 상당하다.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까지.
‘카나한 아저씨와 WCMA 멤버들과도 친하다고 하면 이 형 난리 나겠네.’
이온은 형민에게 플랜B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
혹시나 모를 액션아카데미 테스트 탈락을 대비해서.
시끌시끌.
북적북적.
교육을 받는 기간에 가끔 체육관이 붐빌 때가 있다.
유명한 배우가 와서?
아니다.
배우들은 주로 오전에 방문해 훈련을 하고 점심 전에 체육관을 떠난다.
무술 감독님들이 선배 기수들과 액션콘티를 촬영하거나 그날따라 촬영이 없는 선배들이 모두 체육관에 나와 운동을 하기 때문에 북적대는 것이다.
그럴 때는 기수 교육생들은 체육관이 아닌 근처 축구장이나 마당에서 교육을 받기도 한다.
오랜만에 권용찬 감독이 액션아카데미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 트릭커!”
“예!”
권용찬 감독의 부름에 이온이 힘차게 대답했다.
“할만 해?”
“다시 신병훈련소 입소한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빡셉니다.”
무술감독급이나 기수 선배들이 지나가면서 항상 묻는 말이다.
이온의 대답 역시 매번 똑같다.
억양과 단어가 조금씩 바뀔 뿐 ‘힘들어 죽겠다’라는 뜻은 변함이 없다.
권용찬은 이온의 표정이 몇 달 전과 분명히 달라졌음을 알고 있다.
입은 ‘죽겠다‘를 연발하고 있지만 눈은 빛이 난다.
성과가 있다는 의미다.
노력만큼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이온에게서 느껴졌다.
“살 좀 빠지니까. 어째 더 젊어진 것 같다? 너 몇 살이라고?”
“스물넷입니다.”
“키가 어떻게 돼?”
“184입니다.”
“관효보다 조금 작네. 근데 팔 다리가 길어서 그런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권용찬 감독이 종마를 고르는 듯한 눈빛으로 이온의 몸을 세심하게 훑었다.
“열심히 해라. 쥐구멍에도 볕 뜰 날 있다.”
그 말을 남기고 권용찬 감독이 멀어졌다.
‘뭔 소리야. 쥐구멍이라니.....’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캠프 첫 주에는 운동 중에 토할까 봐 점심을 먹지 않고 출근했었다.
체력훈련할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
사람이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다.
무슨 환경이든 무뎌지고 이내 적응하니 말이다.
딱 하나 적응이 안 되는 것은.
“여기 와서 운동하고 싶은데 못 오는 애들도 있어. 왜? 차비가 없거든.”
“......”
“과외 한다며? 가방 끈 졸라 긴 새끼야.”
“여기 애들 봐라. 얼마나 불쌍한지. 어디서 부잣집 도련님 같은 새끼와 공주 마님이 와서는...... 에잉!”
지금이 1990년대도 아니고 언제 적 운동부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물론 사정이 딱한 기수 동기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동기생만 사정이 딱할까.
태어나길 좋은 집구석에서 태어나서 부모 찬스 쓰는 소수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20대가 힘들다.
운동하는 친구들만 힘든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온은 구질구질하게 고아라느니 어쩌고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감독님이 니 친구냐?”
“.......?”
“동네 형한테 하듯이 대한다?”
“그런 적 없습니다.”
“너 아직 정식 스턴트맨 아냐. 6개월 수료해도 다시 선발 시험 봐야 돼. 근데 어디서 위아래도 없이 감독님과 다이다이 까. 엉?”
억지다.
권용찬 감독이 와서 말을 걸어 대답한 것뿐이다.
이온은 장마기간이라 꿉꿉하고 땀도 더 많이 흘려서 짜증이 나 있었다.
그런데 심동혁이 살살 속을 긁었다.
“선배님.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것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스턴트만 가르쳐주면 안 되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더는 참지 못한 이온이 결국 폭발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