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15화 (15/127)

〈 15화 〉 저 사람은 별이 될 거야.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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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이온과 레이몽이 숙소 마당으로 나왔다.

레이몽은 이온의 어설픈 발차기를 교정해주고, 이온은 레이몽에게 기계체조 동작과 파워무브 요령을 알려줬다.

“나름 유럽에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 봉사활동도 꽤 했다고 자부했는데, 이번 워크캠프는 많이 달랐던 것 같아.”

레이몽이 다국적 봉사자들과 20일 넘게 동고동락한 소회를 풀어놨다.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서 내 딴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어. 솔직히 프로젝트 기간에 참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

“......”

이온은 스트레칭을 하며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줬다.

봉사활동에 열심인 이들 중에 인성 나쁜 경우는 거의 없다.

쯔시안은 정말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봉사활동 스펙이 필요한 이들 중에는 쯔시안 같은 이들이 종종 끼어 있지만.

“너와 영재는 참 이타적인 것 같아. 남들이 피곤하고 지치고 움직이기 싫어할 때 조금 더 움직이곤 하더라. 그럴 때마다 고맙기도 하고 멋있다고 생각했어.”

이온은 남들이 ‘우쭈쭈‘ 한다고 해서 덩달아 춤추는 성격이 아니다.

“나와 영재가 성격이 좀 그런 편이야. 어중간한 걸 별로 안 좋아해.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하고. 안 할 거면 손도 안 대고 뭐 그래.”

“너희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한국 남자들이 그럴 것 같은데?”

“글쎄. 좋게 포장하면 승부욕이라고 해 두지 뭐. 남들보다 노동이든 노는 거든 스포츠에서든 지고 싶지 않았다 정도.”

그때 숙소 마당으로 현지 리더 파올로가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쿠스케냐 맥주팩이 들려 있다.

“헤이. 파올로!”

“헤이.”

“내가 마실 맥주도 있어?”

“물론이지.”

세 사람이 마당 한편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워크캠프는 현지 대학생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한 점이 좋았다.

현지 대학생들과 같이 활동하다 보니 그 중 몇몇 친구들과는 친해져서 주말이나 봉사활동이 끝나고 남는 시간에 같이 놀기도 했다.

캠프 참가자 동료들도 성격들이 좋아서 즐겁게 지냈지만, 신기하게 현지인 대학생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냈다.

이온이 스페인어가 되기 때문에 현지 대학생 봉사자들과 편하게 의사소통 할 수 있었던 탓이다.

“카니발까지 구경하고 떠날 거지?”

“응. 항공권 예약을 그렇게 해두었어. 여기 숙소도 삼일 더 머문다고 미리 이야기 해 두었고.”

“다른 캠퍼들도?”

“맥스웰과 샤오엔은 워크캠프가 종료되면 곧바로 떠나야 한 대. 미리미리 작별인사 해둬.”

“알겠어.”

파올로가 열심히 손가락을 놀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동료들과 대학생 봉사단원들의 왓츠업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만들었다.

쯔시안과 하오란만 빠졌다.

어차피 중국인들은 미국의 메신저 왓츠업을 이용할 수도 없다.

때문에 크게 아쉬워하는 눈치가 아니다.

“헤이~”

영재와 바스티앙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도 맥주가 들려 있었다.

식사 후에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혹시 펑스라는 닉네임의 비보이를 알아?”

바스티앙이 이온에게 물었다.

“몰라.”

“너 정말 비보이 맞아? 요즘 꽤 잘나가는 비보이라던데......”

이온은 비보이이기도 하지만, 트릭커 쪽에 좀 더 애정이 많다.

그래서 어릴 때 이온을 가르쳤던 비보이 선배들은 배신자라고 놀린다.

배신자로 불린다고 해서 이온이 따돌림 당하거나 비보이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온은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아서 바스티앙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

“파리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던데?”

비보잉은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치러진 유스올림픽의 성공적인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2024년 파리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포함됐다.

2020년부터 올림픽 개최도시가 추가 종목을 제안할 수 있게 되었는데, 파리올림픽 조직위는 유럽에서 인기가 없는 야구·소프트볼·가라테를 제외시켰다.

그리고 브레이크 댄스 등을 32개 정식종목에 포함시켰다.

프랑스는 국립 비보이단이 있을 만큼 브레이크 댄스에 관심이 많다.

암튼 다음 올림픽부터 비보이와 비걸 부문의 개인전 두 개의 메달을 확정지은 상태다.

단체전 부분은 아직 확정이 되지 않았다.

“작년에 세계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고 하던데? 혹시 중국인이라서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다.

이온은 펑스라는 비보이 닉네임을 진짜 들어보지 못했다.

세계 대회를 재패하고 다녔으면 당연히 알 수밖에 없는데, 들어본 적이 없다면 어디 2선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신예 비보이인 모양이다.

“펑스라는 비보이가 중국인이야?”

“하오란이 자신하더라. 파리올림픽 브레이킹에서 중국이 금메달을 차지할 거라고.”

하하.

이온이 가볍게 웃었다.

세계사 교과서와 중국인 두 녀석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웃을 일이 없었는데, 바스티앙의 말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중국 비보이들은 아시아 강국인 일본부터 넘고 한국에게 도전하든지 말든지 해야 할 걸? 올림픽 때문에 요즘 비보이 인구가 늘었다고 감히 한국에 비빌 생각을 한다고?”

이온은 말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의 비보이 랭킹즈가 전 세계 비보이 순위를 발표한다.

한국은 미국과 매번 1,2위를 다투는 비보이 최강국이다.

이온처럼 무명의 비보이도 한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넷튜브 댓글로 초대를 받는 것이 한국 비보이가 가진 국제적 위상이다.

어디서 감히 중국 따위가.

“온아, 중국애들이 힙합은 자기 것이라고 안 하냐?”

“자기들끼리는 그러고 있을지도 모르지. 우리가 미주알고주알 중국 사정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잖아.”

킥킥......컥.

영재가 웃다가 사래가 걸렸다.

쯔시안이 이온의 말을 들었다면 모욕도 그런 모욕도 없을 것이다.

중국은 관심종자처럼 한국에 대해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관심을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것에 전혀 관심조차 없는.

말 그대로 혼자 스토킹 짓하고 혼자 짝사랑 하고, 지 혼자 상처 받는.

그런 것이라고 할까.

“유럽에서는 중국에 대해 경계하고 어떤 면에서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해. 경제적으로 긴밀해져야 한다는 측면과 체제 경쟁 측면이 충돌하면서 복잡한 양상이지. 그런데 중국과 다방면으로 연결되어 있는 너희 한국인들은 중국을 깔보고 욕하더라. 도대체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바스티앙이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런 농담이 있어. 못된 짓을 해서 욕을 하고 보니까 못된 짓을 벌인 것이 매번 중국이었다 뭐 그런 말. 자신감은 아닐 거야. 그냥 한국인의 특성이야. 우리는 미지의 생명체 외계인하고는 잘 지낼 수 있어도 일본과 중국과는 잘 지낼 수 없는 그런 게 있어.”

말을 마친 영재가 이온을 돌아봤다.

이온에게 좀 더 부연설명을 해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내가 역사를 전공해서 그런지 몰라도. 동북아시아의 강대국 두 곳은 자신을 돌아보고 과거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해. 안 그러면 계속 공허한 베끼기나 하고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는데 급급하게 될 거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잖아. 우리는 아픈 역사든 치욕의 역사든 자랑할 만한 역사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야. 그렇기 때문에 당당할 수가 있다고 생각해. 역사 앞에서 정직하니까. 또 진실과 정의는 늦게라도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다고 믿고.”

“비록 모두 영어로 말을 해서 전부를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멋진 연설이야.”

파올로가 맥주병을 들어올렸다.

이온을 비롯해 영재, 레이몽, 바스티앙이 자신의 병을 파올로가 치켜 든 병에 부딪쳤다.

“......!”

이온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옅은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다.

그 너머로 달과 별이 보인다.

다사다난했다면 다사다난했고.

한편으로 무난한 워크캠프라고 하면 또 그렇게 볼 수 있었다.

툭.

영재가 자신의 어깨를 이온에 어깨에 부딪쳤다.

“무슨 생각해?”

“무사히 잘 끝났다는 생각. 넌?”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 먹고 남미까지 먹으면, 중국 시장 따위 시원하게 걷어차고 탈중국 해도 되겠다, 뭐 그런 생각.”

“지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거창하기도 하다.”

“한국의 유통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 확장할 모양인가 봐. 내가 또 물류 알바 경력이 좀 되잖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구르다 보면 뭔가 답이 나오겠지. 내가 일본 브랜드들 싹 다 밀어내볼게.”

“JL이든 로태든 금성리테일든, 입사나 하고 그런 포부를 밝히시지.”

“나 같은 인재 안 뽑으면 지들만 손해지.”

“마인어 배우기로 마음 굳혔냐?”

“응.”

처음 리마 국제공항에서 마주쳤을 때만 해도 복잡한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써있었다. 한 달, 근로봉사와 낯선 문물, 낯선 이들과 지내면서 어느 정도 머릿속이 정리가 된 모양이다.

중국인들은 후진국에 투자해 그 나라의 부를 빼앗아 가고.

일본인들은 후진국에 투자해 자신들의 이미지를 세탁하고.

한국인들은 후진국에 투자해 그 나라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누군가 웃자고 한 말일 것이다.

어쩌면 각각의 나라의 특성을 잘 짚은 걸지도 모른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만 그럴까?

사람마다 관계를 맺는 것에도 저 마다의 특징들이 있다.

한국인들은 페루 사람들 못지않게 정이 많다.

또 의리를 중시 여긴다.

한국 출신의 페루국가 대표배구 감독은 페루 사람들에게 올림픽 은메달이란 결과 외에 ‘우리도 할 수 있다’와 라틴아메리카 배구 강국의 자긍심을 선물했으며, 죽을 때까지 페루 배구와 의리를 지켰다.

KPOP 스타들은 한류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는 페루 팬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남미를 방문할 때마다 페루일정을 잡는다.

한국인 삼인방의 봉사활동이 뭔가 거창한 것을 남기진 않았다.

다만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이번에 페루와 맺게 된 의리 또한 지킬 것이다.

친구.

그것 말고 더한 무엇일 필요가 있을까.

마지막 한국 수업을 진행하기에 앞서 현지 학교 교장 및 교사들과 함께 그 동안 작업했던 교실들을 둘러봤다.

매일 오전 책상, 의자, 벽을 열심히 사포질하고, 페인트칠했던 교실 들.

영지는 이 짓을 왜 해야 하나 회의가 들었다고 고백했다.

정부지원이 없으니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절실한 환경.

심지어 자원봉사자가 자신의 돈으로 페인트를 사고, 인부를 쓰지 않고 봉사자 본인이 직접 칠까지 하는 봉사.

“학교 운동장도 손봐주고 싶었는데 아쉽네.”

“다음에 열리는 워크캠프가 해 주겠지.”

어찌됐든 앞으로 계속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말끔하게 페인트칠이 된 교실을 둘러보며 활짝 웃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페루 정부와 교육당국에 대한 답답한 생각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자신들의 봉사가 헛된 것은 아니다.

교실에서 공부하게 될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까.

“자,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각자 가고 싶은 나라를 손가락으로 짚은 후에 자신의 꿈을 말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칠판이 있던 자리에 세계전도가 걸려 있다.

학생들이 한 사람씩 차례로 나와서 가보고 싶은 국가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국가 이름만 들어봤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다.

그럴 때는 이온이 도와줬다.

내심 학생들이 한국을 많이 지목해주길 기대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헌데.

“저는 캐나다에 가서 어부들이 어떻게 고기를 잡는지 배워보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태평양의 넓은 바다를 가지고 있는데 아야쿠초에서는 생선을 잘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고산지대나 안데스밀림에 사는 페루비안도 생선요리를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짝짝짝.

“저는 미국에 가서 의학 공부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아프리카 친구들을 치료해 주는 훌륭한 의사가 되고 싶어요.”

짝짝짝.

“저는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 벨기에 선생님께 생물학의 개념을 배우면서 흥미로운 학문이란 걸 알게 됐어요. 특히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요.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멕시코에요.”

짝짝짝.

“한국에 가서 BPS와 러브핑크를 만나고 싶어요.”

하하하.

학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만약 대학에 갈 수 있다면 한국에서 유학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페루를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배워오고 싶어요.”

이온은 워크캠프에 오기 전까지 꿈이 없었다.

정해 놓은 목표는 있지만 이거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꿈은 없었다.

꿈이 없는 이온이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것이 아이러니일까.

서른 명 남짓한 학생들의 꿈을 듣고 있으면서 이온이 어렴풋이 꿈이 생기는 것도 같았다.

“나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사람이 될 게. 우리 다 같이 좋은 모습을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하자.”

좋은 사람이 되자.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온은 꿈이랄지 목표랄지 애매한 뭔가를 학생들과 약속했다.

“한국인들이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맞아요. 아야쿠초에서는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없어요.”

“선생님은 제게 문화적 지평을 넓혀 주셨어요. 고맙게 생각해요.”

“부모님이 평생 사회로부터 차별받는 것을 지켜보며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마음으로 공부했어요. 이온 선생님 덕분에 제가 몰랐던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선생님으로 인해 제 세계가 조금 변한 것 같아요. 제게 나눠주신 지식과 다른 세계들, 그 모든 것에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고등학생 여자 아이가 이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온 선생님! 당신은 죽음의 모퉁이를 비춘 반짝이는 별입니다!”

“아니야! 태양신이 보내준 목동이야!”

“다 아니야. 이온 선생님은 KPOP 댄서야!”

“바보야. 비보이라고 하셨잖아! 그새 까먹었어?”

하하하.

호호호.

별이니, 태양이니, 달이니.

학생들이 온갖 좋은 것들을 다 갖다 붙이며 찬사를 보내주었다.

“사랑합니다!”

“고맙다 애들아. 나도 사랑한다!”

솔직히 이온이 3주 동안 뭔가 대단한 걸 알려주거나 깨우쳐 준 것은 없다.

목마른 사슴의 입가에 젖은 물수건을 살짝 대준 정도.

그 작은 나눔에도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아이들.

학생들이 한국벨기에 연합봉사팀 한명 한명에게 선물과 편지를 줬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손편지다.

삐뚤빼뚤.

서툰 한글이 가장 먼저 눈에 띠었다.

편지는 스페인어와 한글이 엉망진창으로 뒤섞여 있었다.

재밌으면서도 감동적인 손편지다.

“방학인데도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해 주어 고맙고,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어서 또 고맙고. 앞으로 너희에게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을 거야. 늘 행복하고, 희망을 간직하길 바라.”

이온이 먼저 학생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으로 에밀리와 카롤린이 작별을 고했다.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게 너무 아쉽고, 더 이상 이곳 과일을 먹을 수 없단 사실이 아쉽고, 비가 그친 너무 예쁜 하늘과 손에 닿을 듯 한 구름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고, 무엇보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너희들과 이별하는 것이 아쉬워.”

“건강해라.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대학에 진학해. 개천에 용 나는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죽으나 사나 공부! 대학! 에브리바디 오케?”

“......?”

영지와 영재의 각각의 작별인사는 이온이 스페인어로 전달해주었다.

물론 영재의 콩글리쉬는 적당한 스페인어로 바꿔서 말해주었다.

카톨릭의 나라 페루에서 태양신의 가호를 들먹이는 것은 실례가 되겠지만.

이온은 자신이 가르쳤던 원주민 후손들을 위해 기도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에 품고 있는 토끼발을 움켜쥐고서.

‘태양신의 축복이 늘 함께 하기를......’

아야쿠초 워크캠프의 모든 공식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제 하루 뒤에 열리는 아야쿠초 3대 축제 중 하나인 카니발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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