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12화 (12/127)

〈 12화 〉 저 사람은 별이 될 거야.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숙소로 찾아온 가브리엘라가 캠퍼들에게 뜻밖의 통보를 했다.

“한국인팀과 벤트의 팀이 서로의 프로그램을 교체해.”

벤트의 팀에는 중국인 두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갑자기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당연하게도 쯔시안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인팀이 얼마나 힘든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학교와 마을에서 수업이나 액티비티가 학생들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재미가 없어서 더는 수업을 받고 싶지 않대. 대신 한국인 선생님들이 와서 수업을 해주길 바란다는 요청이 들어왔어.”

벤트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벤트는 봉사지역 꼬맹이들에게 과자도 잘 사주고, 대학생봉사단원 가족들에게 술도 잘 사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아주 많았다.

특히나 독일 출신이자 영국 거주자답게 축구를 매우 좋아했는데, 사내아이들이 독일축구국가대표 ‘귄도안 귄도안’ 하면서 벤트를 졸졸 쫒아 다닐 정도였다.

“......!”

캠퍼들의 시선이 중국 녀석들에게 향했다.

벤트는 최선을 다해 교육봉사에 임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불만이 터진 것은 아무리 봐도 중국인 두 녀석 때문이다.

“가브리엘라.”

“뭐가 궁금하지 이온?”

“수업만 바꾸는 겁니까? 아니면 작업도 바꾸게 됩니까?”

가브리엘라의 표정이 벤트팀을 대할 때와 완전히 딴 판으로 변했다.

미소를 듬뿍 담아서 이온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모든 걸 교체하게 될 거야. 어쩌면 너와 팀원들은 근로봉사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아야쿠초 지역 내 많은 수의 중고생들이 선생님을 찾아와서 한국인 봉사팀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대. 이 지역이 아니라 좀 더 시내 쪽 학교에서 특별수업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어.”

“영재와 영지는 어떻게 되는 거죠? 또 파울로는?”

“다 함께 움직여야지. 팀이잖아.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는 팀원 두 사람은 이온을 서포트 하는 보조교사로 참가하면 돼.”

근로봉사가 면제될 수 있다는 말에도 누구 하나 불만을 드러내는 캠퍼가 없었다.

심지어 사고뭉치 쯔시안과 하오란조차 지은 죄가 있기 때문에 더는 나서지 못했다.

“우리 팀이 해야 할 작업량은 어떻게든 완수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 동안 여자 넷이서 교실 두 개의 벽과 책걸상의 페인트칠을 했다.

반면에 중국인이 끼어있는 벤트팀은 교실 한 개도 모두 완료하지 못했다.

때문에 한국인팀이 그들이 끝내지 못한 작업을 넘겨받기로 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다음에 올 워크캠프가 우리 팀을 게으르거나 한심하게 생각할까봐 그래요.”

그렇게 팀의 임무가 바뀌게 되면서 이온의 팀은 근로봉사 시간에 초등학교 한 곳의 책걸상 및 교실 벽에 페인트 작업을 했다.

오후에는 학교에 찾아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간단한 한국어를 알려줬다.

오후에는 영재가 태권도를 가르치고, 영지는 종이접기, 자치기, 재기차기 등 여러 가지 학습 외 활동을 했다.

이전까지 봉사하던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많이 오지 않았는데, 새롭게 인수인계한  학교는 아이들이 꽤나 많이 등교했다.

이유는 특정 과목의 유급 때문이었다.

한 과목이라도 성적이 기준 이하인 아이들은 방학 기간 동안 보충 수업을 받아야한다.

대체로 중학교에서 실시되는 프로그램인데, 초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육적 방치의 영향인 탓인지 몇몇 아이들은 ‘산수계산’과 ‘읽기·쓰기’ 부분에 있어 놀라울 만큼의 학습 부진을 보였다.

과반수이상의 과목을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은 1년 유급이 결정되고, 그런 아이들은 방학 중 보충 수업 없이 내년에 같은 학년을 다니게 된다.

몇몇 원주민 출신 아이들은 남들보다 입학도 늦었는데, 유급까지 되다보니 중학교 진학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걸 지켜보는 교사들은 한숨이 나오지만.

아이들이나 학부모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문제는 낮은 학업 성취도는 낮은 자존감과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온은 당장 한국 관련 수업을 포기했다.

대신 파울로와 함께 아이들의 취약한 부분을 중점으로 지도했다.

방학 중 실시되는 수업은 단지 주요과목에 국한 된 것이 아니다.

미술 등 예체능 과목도 해당된다.

영재 남매는 스페인어에 크게 구애되지 않는 미술과 체육 활동을 전담했다.

“한국어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왔는데......”

“잘 왔어.”

며칠이 지나 두 명의 고등학생이 찾아왔다.

두 학생을 기존 수업에 함께 참석시켰다.

기존 유급반 아이들을 봐주는 틈틈이 고등학생들의 한국어 공부를 봐줬다.

이틀이 지난 후에 중학생과 고등학생 합쳐 모두 일곱 명이 더 찾아왔다.

하는 수 없이 따로 한국어 수업을 만들었다.

처음 계획은 벤트가 봉사하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국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특별수업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 회의 좀 하자.”

이온이 벨기에팀에 도움을 청했다.

“우리팀과 너희팀이 합쳤으면 해.”

“......?”

“다섯 곳의 학교에서 내게 특별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어. 스페인어를 할 줄 알고 KPOP팬이기도 한 카롤린이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

이온은 봉사기간 동안 아야쿠초의 청소년들에게 한국의 언어, 역사, 문화를 알려주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 강의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한국어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는 이미 학생들이 한류팬이란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KPOP 가사, 한류 드라마, 한국의 제품, 한국의 랜드마크 등을 이용한 교육프로그램을 짜기로 했던 것.

이온이 십여 명을 모아서 첫 한국어 수업을 할 때였다.

-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어떤 점 때문에 그런 것인가요?

- 한국의 도시들은 전통과 최신의 기술이 곳곳에 조화롭게 공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페루도 잉카문명과 첨단 산업이 함께 공존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그와 관련해서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나요?

- 한국의 대중교통은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고 해요. 어떤 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애들아 한국대생이라고 모든 분야에서 능통한 것은 아니란다.’

아야쿠초가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고, 특히 워크캠프가 봉사하는 주요 지역은 그 안에서도 도시 저소득층과 원주민 출신 인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소 안일하게 생각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도 한류를 즐긴다는 것은 학생들이 뭔가를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적극적이란 사실이다.

이온은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급하게 한국대 서양사학과 조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이메일을 통해 한류를 이용한 해외 청소년 강의 프로그램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었다.

- 탕진잼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이고 한국에서 어떻게 쓰이나요?

“얼쑤!”

이온이 선창하자.

학생들이 이를 받았다.

- 지화자, 조오타!

모두가 깔깔 대고 웃었다.

이온은 KPOP이 배출한 초울트라슈퍼 아이돌 그룹의 노래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한국의 전통 이미지들을 예로 들며 한국의 전통음악과 한복, 춤, 민간의 전통놀이 등을 쉽게 풀어서 설명했다.

랩 가사 중에 ‘겉절이’ 같은 단어를 통해서는 한국의 음식 및 김장 문화, 김치에 대해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노력했다.

“휘파람 바라바라밤~ 옛날 노래 훅 부분이지만.....”

“옛날 노래 아니에요!”

학생들이 반발했다.

이온이 입대하기 한참 전에 나온 곡이라 옛날이란 표현을 썼는데, 학생들은 그것을 올드패션 즉 ‘한물 간’ 이란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이온이 얼른 사과했다.

“미안. 취소할 게.”

한국에서는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최신곡을 듣기도 바쁘다.

하지만 해외 KPOP 팬들은 10년 전 유행곡들도 여전히 사랑한다.

암튼 이온은 그 후크송이 무엇을 패러디 했으며 그 코미디 소재가 풍자하는 것들  즉 폭주족, 십대의 탈선, 가출, 십대 미혼모까지 한국의 사회문제를 짚어준 후에 현재 페루가 당면한 현실까지 확장했다.

중남미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인종차별 및 원주민 차별, 극심한 성차별과 남성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가정 폭력과 여성 폭력, 미혼모 문제, 불안한 치안과 마약 문제, 질 낮은 교육 시스템, 극복할 수 없는 빈곤 등 KPOP 가사들이 담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끄집어내서 설명하면서 동시에 페루의 현실을 함께 생각해보도록 했다.

심지어 몇 년부터 페루 정치인들 사이에서 성교 동의 연령을 14세로 낮추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판까지 곁들였다.

“와우!”

그 대목에서 수업 참관을 하는 현지 교사들과 카롤린이 열렬히 박수를 쳤다.

짝짝짝.

학생들은 뭔지도 모르면서 따라서 박수를 쳤다.

자국의 청소년들이 그 법 때문에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명분으로 성교 동의 연령을 낮추려는 발상을 하는 페루 정치인들.

썩은 것은 둘째 치고 수준 이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아직도 인신매매가 판치고 쿠스코 같은 관광도시에서 암암리에 미성년자 성매매가 이루어지지.’

땡땡이.

무단결석을 이르는 한국의 은어다.

이 단어가 들어간 가사를 설명할 때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어떻게 국가를 발전시켰으며 국민 개개인의 자아실현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를 설명했다.

물론 한국의 교육문제는 자국 내에서 엄청나게 비판 받고 여전히 무엇이 옳은 방식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지만, 그 정도 시스템을 갖춘 나라도 드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홈스쿨링 시스템을 수십 년 간 유지하고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바로 검정고시다.

암튼 이온은 일부 고학력 혹은 고스펙을 가진 아이돌 가수나 연예인을 예로 들면서 교육을 통한 개인 혹은 국가의 발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 열심히 공부해. 그러면 너희들도 한국의 스타들처럼 성공할 수 있어. 희망을 잃지 마. 너희들은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사실 수업을 통해 한국을 소개하고 페루와는 다른 한국의 문화를 현지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목적도 있었지만, KPOP 가사들이 담고 있는 비판의식과 긍정적인 메시지들을 전달함으로써 열악한 현실에 놓인 이곳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 격려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반대로 이온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함께 배우기도 하면서.

수업 마지막에는 항상 학생들과 함께 KPOP 히트곡을 합창했다.

그 중에 한곡이 바로 이 노래다.

-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이온은 수업을 마친 후, 꼭 학생들에게 KPOP RANDOM PLAY DANCE GAME을 시켰다.

KPOP의 코러스 혹은 포인트 안무가 나오는 부분만 따로 편집한 후 수십 곡을 무작위로 재생시켜 게임에 참가한 사람이 노래에 맞는 춤을 추는 놀이 혹은 도전(challenge)이 일명 RPD다

해외봉사자들이 찾아와서 매번 반복하는 축구, 배구, 레크리에이션, 소풍 대신 새로운 걸 해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이곳 학생들이 KPOP 히트곡들의 포인트 안무와 시그니처 댄스를 추지 못하면 또 어떤가.

어차피 학생 대부분이 KPOP팬들이고 매일매일 즐기고 있는 음악이며 문화이기도 했고.

그래서 이온과 영지가 생각해낸 놀이가 전 세계 KPOP팬들의 주류 놀이문화인 RPD였다.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여러 가지를 준비했는데. KPOP은 이길 수가 없네.”

카롤린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누구보다 신난 표정이다.

현지 학생들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제일 먼저 튀어 나가서 커버 댄스를 추는 것도 그녀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KPOP이 흘러나오고, 여학생들의 비명소리와도 같은 ‘꺅꺅’ 소리가 터지자, 봉사단원들이 하나둘 교실로 모여들었다.

영지를 시작으로 에밀리, 샤오엔도 RPD에 합류했다.

처음엔 머뭇거리던 현지 소녀들도 하나 둘 랜덤 플레이 댄스 게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수줍고 부끄럼타던 소녀들이 막상 춤을 추기 시작하자, 돌변한다.

KPOP팬들은 춤에 진심이다.

이온의 한국어 수업에 참여한 소녀들도 마찬가지.

어찌나 열정적으로 커버 댄스를 추는지.

마치 한국의 대형 기획사 걸그룹 오디션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진짜 날로 먹는다.”

영재가 타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온은 KPOP 콘텐츠 가지고 이것저것 많이도 우려먹고 있었다.

“원래 아는 맛이 무서운 법이잖아.”

이온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렇긴 하지. 쟤들은 원래가 한국대중문화를 좋아했으니까. 새롭고 거창한 걸 알려주는 것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 중에 몰랐던 걸 알려주는 것이 유익할지도......”

“캘리포니아에서 느낀 거지만. 엔터 주식 좀 사둘 걸.”

이온이 몹시 아쉽다는 듯 말했다.

한류가 유행이 아니라 현상으로 또 그걸 넘어 산업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한국인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것이 소위 한류의 세계적인 성공이다.

“살 돈은 있었고?”

“없었지. 당연히. 뭘 알면서 물어?”

“주식해서 돈 벌었다는 놈 하나도 못 봤다.”

“주식해서 돈 벌었거나 벌고 있는 사람은 넷튜브에만 있어. 현실에 존재하지 않나봐. 아마 길가다 연예인 만날 확률보다 주식해서 돈 번 사람 만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코인도.”

“괜히 주식 이야기해서......! 기분 꿀꿀하게.”

“저기 해발 2900m에서 방방 뛰어노는 귀여운 잉카 소녀들 보면서 황금만능주의에 찌든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정화하자 친구야.”

주식이란 것이 자신이 팔고 나면 오르고.

오를 때로 사게 된다.

그래서 주식시장이란 거대한 게임판에서 개인투자자는 언제나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

“넷튜브는 관심 없냐? 촬영하고 편집은 내가 할 수 있어.”

“뭐로?”

“트릭킹이나 비보이나 외국어도 좋고.”

“되겠냐?”

“안 될 건 없지. 니가 학벌 외모 스펙이 좀 좋아. 기술 설명할 때 4개 국어를 막 섞어서 쓰면서 잘난 척 좀 하고, 자막도 3개 국어로 자체적으로 내보낼 수 있잖아.”

“살아있는 레전드 선배들도 한 편 당 3~5만 나오기 버겁다는데, 내 주제에 무슨.”

“군악대에서 KPOP 커버 댄스는 안 해봤냐? BPS 커버 댄스는 AF 팬덤 때문에 기본 5만씩 먹고 들어가는 모양이던데.”

“비보이가 왜 커버 댄스를 춰. 필요하면 일선부대에서 따로 연예병사 차출하거나 민간의 대학 댄스 동아리 섭외하면 되는데.”

“그런 거냐?”

“공군은 작은 부대 단위에서 공연하면 지역 댄스동아리 여학생들 무료봉사 섭외해서 같이 가. 예산이 적어서 무명 걸그룹도 못 데려갈 때도 많아서.”

“난 니가 여장하고 부대 공연 가서 걸그룹 댄스 추고 그랬을 줄 알았지.”

“미쳤냐? 군악대가 무슨 학예회 하는 덴 줄 알아?”

“아니면 아닌 거지. 새끼가 정색은. 암튼 연봉만 괜찮으면 엔터 회사 영업직도 어떨까 싶기도 하고. IT 회사 같은 경우 엔지니어는 수시로 뽑는데 경영지원은 잘 안 뽑으니까.”

“엔터 회사?”

“뭐 그렇다고. 엔터테인먼트나 IT 회사 기획홍보 쪽 인턴도 고민 중이다.”

현지 학생들과 여자 캠퍼들이 랜덤 플레이 댄스에 완전히 빠져있지만, 이온과 영재는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빠! 이온 오빠!”

“이온, 컴 온!”

영지와 에밀리가 다가와 이온의 팔을 양쪽에서 붙잡았다.

“왜?”

“비보잉 한 번 보여줘.”

“싫어!”

“가서 윈드밀 시원하게 한 번 돌고 와. K-비보이 아야쿠초에 다녀가다. 인증해야지.”

영재도 이온의 등을 떠밀었다.

“케이 비보이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나 트릭커야!”

“그럼 백덤블링이라도 몇 바퀴 돌던가.”

이온은 귀찮고, 성가시고, 힘들어서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쁘로뻬서, 이온!”

“이온 바모스!”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니 안 할 도리가 없었다.

와아아아!

윈드밀 정도만 맛보기로 보여주려고 했다.

하다 보니 토마스, 에어트랙까지 보여줬다.

‘병장 달자마자 몸 사리느라 한 번도 돌지 않았던 에어트랙이다.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

내심 투덜대면서도 보여줄 건 다 보여주는 이온이었다.

물구나무 자세에서 도는 에어트랙의 응용버전 나인틴나인티와 투싸우전드는 시도하지 않았다.

그것까지 돌다가는 어디 한 군데 잘 못 될까봐서.

어쨌든 SNS를 전혀 하지 않는 이온이다.

그런데 제대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벌써 두 번째로 SNS에 화려한 활약상(?)이 동영상으로 올라갔다.

이온의 흑역사로 남을지, 인연을 맺은 이들과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흔적이 될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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