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8화 (8/127)

〈 8화 〉 인연은 집을 나서야만 마주친다.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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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

수탉의 우렁찬 울음이 이온을 꿈속에서 건져 올렸다.

침대를 빠져나온 이온이 창문을 열어젖혔다.

습한 공기가 훅 하고 밀려왔다.

페루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 중 하나다.

물이 부족할 경우 같은 도시 내 가난한 지역에 수도를 끊어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행히 오늘은 그런 날은 아닌 듯 싶다.

이온은 다행히 세면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었다.

언제든 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물티슈를 넉넉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온은 숙소 중앙의 아담한 중정으로 나가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백인 청년이 말을 걸었다.

“혹시 워크캠프에 참여해?”

“응. 한국에서 왔어. 이름은 나이온. 이온이라고 부르면 돼.”

“레이몽, 몬트리올에서 왔어. 만나서 반갑다.”

“산책하려고?”

“가볍게 운동하려고. 너는?”

“근처 한 바퀴 가볍게 돌고 올까?”

“좋지!”

이온은 레이몽과 함께 숙소를 빠져나가 조깅을 하고 돌아왔다.

“언제 트릭킹 하는 걸 볼 수 있을까?”

“상태가 괜찮은 잔디밭이 있다면 몇 가지 기술 보여줄게.”

“좋았어!”

레이몽은 이온이 5분 이상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모습과, 가볍게 각종 공중제비를 도는 모습을 보며 호기심을 드러냈고, 이온은 자신이 트릭커임을 밝혔다.

함께 조깅과 스트레칭을 한 레이몽은 캐나다에서 합기도를 수련하고 있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서로가 하는 운동에 대해 관심을 보일 수밖에.

파워무브 연습을 하루라도 거르게 되면 그 미세한 느낌을 다시 찾기가 힘들다.

비보잉 기술들은 보기와 달리 꽤나 섬세하다.

때문에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조금이라도 연습을 해두는 것이 좋다.

트릭킹 역시 마찬가지.

최소한 물구나무서기나 손을 짚고 넘는 핸드스프링 정도는 하루도 빠짐없이 해주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흐르면서 캠퍼들이 하나둘 마당으로 모였다.

이번 워크캠프에 참가한 해외 봉사자는 모두 12명.

여기에 와망가 대학봉사단원 6명이 합류할 예정이다.

국제워크캠프치고는 꽤나 인원이 많다.

그 만큼 할 일이 많다는 의미다.

“헤이. 난 맥스웰. 보스턴에서 왔어.”

“난 리옹에서 온 바스티앙이라고 해.”

“내 이름은 벤트.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현재는 런던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 한 달 간 잘 부탁한다.”

“나는 에밀리, 그리고 내 친구 카롤린. 우린 벨기에에서 왔어.”

“난 레이몽이야. 아침마다 함께 운동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환영이야.”

“반가워. 한국에서 온 이온이야.”

“나 또한 이온과 같이 한국에 왔어. 영재라고 부르면 돼.”

“영재의 여동생 영지야. 앞으로 잘 부탁해.”

“안녕. 싱가포르에서 왔어. 샤이엔이야.”

이제 아시아계인 두 남자의 소개만 남았다.

한 명은 어리바리한 표정이었고, 다른 한명은 마당에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표정이 좋지 못한 이유가 고산병 증상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통성명을 하는 내내 중국어로 뭐라 쫑알쫑알 댔다.

중국계 싱가포르인 샤이엔과 어리바리한 청년을 제외하고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럼에도 신경질 혹은 짜증을 부리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가 있었다.

그 만큼 태를 팍팍 낸다고 할까.

인원수도 많고, 각자 개성이 강한 이들.

의견을 조율하기도, 쉽게 뭉치기도,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빌런(?)이 끼어있는 것이다.

신경질적인 중국 남자를 대신해 어리바리한 청년이 자신들을 소개했다.

“중국의 저장성에서 왔어. 나는 하오란이라고 하고, 이쪽은 쯔시안이야. 우린 저장대학에 다녀.”

하오란이라고 이름을 밝힌 청년은 대학을 소개할 때 약간 우쭐하는 것 같았다.

중국 내에서야 5위 대학이지, 세계적으로 봤을 때 200위권에 간신히 드는 수준이다.

물론 이온의 모교인 한국대는 세계 100~120위 사이에서 평가받긴 하지만.

“예쁘네. 쟤 벨기에 공준가?”

영재가 여동생에게 속삭였다.

에밀리는 북유럽 혈통답다고 해야 할지, 체격이 당당하고 듬직했다.

반면에 카를린은 판타지 속 엘프의 현신인 것처럼 새하얗고 예뻤다.

“바보력 오지구요. 아휴~ 창피하게.”

“그 만큼 예쁘다는 거지, 비유를 몰라 자식이.......”

“바부탱아. 공주는 예쁘다는 공식 깨진지가 언젠데 아직도 그런 말을 하냐?”

“공주가 꼭 왕의 딸을 지칭하기만 하냐? 남자에게 딸, 어린 여자아이, 애인, 부인 등등 두루두루 쓸 수가 있는 말이야. 이번 워크캠프에서 오빠가 활약할 기회가 많을 것 같은 예감이 팍 온다. 기대해라 동생아.”

“놀구 있다.”

“영지야, 인상 펴. 네가 오빠한테 욕하는 거 다 티 나. 쟤들이 우릴 어떻게 보겠냐?”

“그래서 웃으면서 오빠한테 욕하고 있잖아.”

남매가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욕을 하는 사이.

이온은 속으로 동료들의 얼굴과 이름을 매치하며 외웠다.

흑인인 맥스웰은 어딘지 많이 배운 태가 났고.

바스티앙은 프랑스 날라리 같다.

레이몽은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지만 머리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바보는 아니었다.

세 명 모두 이온보다 한 살 어렸다.

반면에 벨기에서 온 두 여학생은 올해 스무 살로 영지와 동갑이었다.

북유럽의 튼튼한 유전자를 자랑하는 에밀리조차 아직 소녀다운 태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샤오엔은 중국계 싱가포르인으로 외모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중국인이다.

직장인 벤트가 가장 연장자였다.

“해외자원봉사는 많이 해봤어?”

벤트가 두 중국인 캠퍼에게 물었다.

“해외워크캠프는 우리 둘 다 처음이야.”

뚱한 표정의 쯔시안 대신 하오란이 대답했다.

어리바리 했던 그는 성격도 활달하고 사교적인 캠퍼들로 인해 어느 정도 정신을 챙기는 모습이다.

“나는 페루가 이번이 두 번째야. 파라과이, 볼리비아와 칠레에서도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어. 워크캠프는 이번이 처음이야. 여기 영재와 영지도 남미는 처음이지만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몇 차례 자원봉사 경험을 해봤어.”

하오란의 해외봉사활동이 처음이란 말에 미간을 찌푸렸던 맥스웰과 벨기에 두 여학생들이 남미에서 제법 봉사활동을 경험했다는 이온의 말에 안심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쯔시안은 그들의 표정을 처음부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봤다.

뚱한 표정이 좀 더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중국에서는 봉사활동의 개념이 별로 없다.

중국의 청소년들은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경험과 개념이 많이 부족했다.

간혹 외국 대학으로의 유학을 준비 중인 중국 학생들 중에 봉사활동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활동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있다.

최근 중국의 교육당국에서 사회봉사활동을 장려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국내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제발 중국 친구들의 비기너스 럭이 통하기를......”

이온이 무슨 의미냐는 듯 혼잣말을 한 레이몽을 쳐다봤다.

“이곳에 오기 전에 칠레에서 워크캠프를 했는데, 정말 최악이었어.”

워크캠프는 어떤 국가로 가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캐나다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워크캠프를 한다고 해서 후진국보다 편하고 쉽지도 않다.

해당 국가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가에 따라 고생담이 천차만별이다.

가령 환경보호 일환으로 나무 100 그루 심기 같은 미션이 주어지면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게 되고,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워크캠프는, 안내서에도 대문짝만하게 나와 있듯 많은 인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야. 다들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아.”

에밀리가 짐짓 엄포를 놨다.

그런데 누구 하나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다들 어지간한 고생은 각오하고 참가한 듯 보였다.

단 중국인 두 대학생을 제외하고.

“......!”

이온과 영재의 눈이 마주쳤다.

이온이 중국인 캠퍼 둘을 슬쩍 눈짓으로 가리켰다.

‘왠지 꼴통 하나 들어온 것 같지?’

‘우리 팀만 아니면 되지. 상관하지 말자.’

‘졸라 게으르고 이기적이어도 좋으니, 깽판만 치지 말아줬음 싶다.’

‘내 말이......’

그렇게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에밀리가 이온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이온은 KPOP 아이돌 지망생이야?”

“아니. 얼마 전에 군대에서 제대했어. 영재도 마찬가지고. 다음 학기에 복학할 예정이야.”

영락없는 고등학생의 얼굴을 한 주제에 군대를 다녀왔다고 하자, 남자 캠퍼들이 움찔했다.

반면에 에밀리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한국 남자들은 다른 아시아계 남자들보다 키도 크고 다들 잘 생겼어.”

이온 대신 영지가 말을 받았다.

“이온 오빠가 한국 일반 남성들에 비해 조금 괜찮은 편인 것은 맞아. 하지만 영재 오빠의 저 얼굴이 한국 남자 99%란 걸 알아둬.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외모를 한 한국인은 실제 1%도 안 돼.”

“영지는 매일 마주치는 같은 나라 남성이라서 너무 평가가 박한 거 아닐까? 내가 한국을 여행하며 본 남자들은 다들 멋지고 친절했어.”

“솔직히 잘생긴 것은 모르겠고. 한국 남자들이 아시아 다른 나라 남자들보다는 쫌 스타일이 좋긴 해.

에밀리가 귀엽게 투덜거렸다.

“이온은 군대에 다녀왔으면서 여자인 나보다 피부가 더 좋아. 반칙이야.”

킥킥.

여성 캠퍼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영재가 이온의 어깨를 팔꿈치로 툭 치며 입을 열었다.

“나이롱 이 자식. 북유럽에서 먹히는 스타일인가 본데. 좋냐?”

“잘 생겼다고는 안 한 것 같은데? 피부가 애기 같다고 했지.”

영재가 꼴 보기 싫다는 듯 이온을 떠밀며 투덜거렸다.

“키 얼굴 운동신경...... 모든 걸 다 가진 치사한 자식.”

오죽하면 얼굴도 스펙이란 말까지 있을까.

꼭 잘생기지 않았더라고 관리를 한 말끔한 얼굴은 ‘대인관계가 원만할 것 같고’, ‘자기관리가 뛰어날 것 같고’, ‘외모 역시 경쟁력이기에’ 취업의 당락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취업전선에서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대화가 너무 이온에게 치중된 것이 마음에 안 든 것일까.

쯔시안이 대뜸 말했다.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오늘은 일단 외부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하는 게 어때?”

“맞아. 우린 한 달 간의 식사와 관련해 회의를 할 필요가 있어.”

“각자 알아서 해결할까 아니면 모두 함께 아침을 먹을까?”

“현지 리더와 오리엔테이션 하기 전에 우리끼리 먼저 회의를 하면 좋을 것 같아.”

“아침 식사와 회의를 한번에 처리하지 뭐.”

마지막 영재의 제안에 모두가 동의했다.

12명의 인원이 숙소를 나서 가까운 현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페루에서 중국인 이민역사가 160년이 된다.

따라서 여러 부분에서 중국인의 문화가 페루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중국 요리가 페루의 대중요리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어디를 가든지 골목마다 치파(chifa)가 있다.

치파란 중국 음식점을 말한다.

쯔시안과 하오란은 중국 음식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현지 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

“만약 우리가 돌아가면서 식사당번을 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너희 둘로 인해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이번에는 로컬 푸드를 먹겠어.”

구시렁 구시렁.

쯔시안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구겨진 인상이 펴질 줄 몰랐다.

마치 자신들만 소외되는 것 같아 짜증이 치밀었다.

서양에서 온 이들끼리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캠퍼들과도 굉장히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하도 죽이 잘 맞아서 서로 아는 사이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워크캠프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고 한다.

왜 서양 캠퍼들은 중국을 무시하나?

'왜 한국인에게만 친절하게 굴고 나와 하오란은 대접해주지 않나.'

작은 반도국가에서 온 한국인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쯔시안은 이온이란 녀석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아 더욱 짜증이 냈다.

이온이 10Cm 이상 신장 크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인데 트집이다.

‘멀대 같이 키만 큰 놈!’

멀대는 고생을 모르고 자랐을 것 같은 샌님인데 군대를 다녀왔다고 했다.

‘분명 서류나 나르다가 총 한 번 못 쏴보고 군대에서 쫓겨났을 거야.’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쯔시안의 사고회로가 어딘지 삐뚤어져 있다.

“영지는 밥 먹을 수 있겠어? 고산병은 어때?”

“이제 괜찮은 것 같아.”

“부담스러운 거 먹지 말고 간단한 거 시켜줄게.”

“오빠가 알아서 주문해 줘.”

친구인 영재 녀석은 가리는 것 없이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 편이라 이온이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영지는 신경을 써줄 필요가 있었다.

현지 음식이 맞지 않을 경우 설사 등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 있으니까.

현지인들이 식사하는 동네 음식점이라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이온이 남매를 대신해 스페인어로 주문을 하자 벤트가 반색했다.

“스페인어 제법 하는구나?”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는 돼.”

그 이상이지만 이온은 겸양을 떨었다.

유럽인들은 보통 다개국어를 할 수가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국어 외에 영어가 필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스페인어 등을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국가도 많다.

맥스웰, 레이몽, 샤이엔 세 명은 스페인어를 하지 못했다.

이들은 가까이 있는 동료 캠퍼의 도움으로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토스트나 샌드위치 그리고 과일주스와 우유 정도 수준의 페루 음식을 시킬 줄 알았다.

모두가 제대로 아침을 먹을 모양인지 고기가 포함된 메뉴를 골랐다.

“예스! 오리지널 잉카콜라......”

영지가 자신 앞에 서빙된 잉카콜라를 격하게 환영했다.

잉카콜라는 페루인들의 국민 음료수인 동시에 자부심이다.

콜라의 노란 빛깔은 인공색소가 아닌 천연원료로 색을 내는 것이라는데, 탄산이 적은 대신 달콤한 맛이 강한 편이다.

이온과 영재는 페루 국민 요리라고 할 수 있는 로모 살타도를 주문했다.

로모 살타도는 소고기와 야채를 간장에 볶아 흰 쌀밥이나 감자튀김과 곁들여 먹는 페루의 대표음식인데, 한국인에게 간이 짜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불호가 적은 편이다.

“우리가 함께 야야쿠초에서 봉사를 할 때 유념해야 할 것이 있어.”

연장자이자 봉사 및 사회경험이 일행 중 가장 많은 벤트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이온은 아마 알고 있을 거야. 페루는 국제 NGO들이 60년 넘게 활동해 온 국가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에 큰 제약이 없는 편이야. 그런데 페루의 치안상황과 상관없이 아야쿠초 지역은 센데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와 정부군이 충돌했던 아픈 역사가 있어. 만약 극빈 지역이나 산악지역에서 현지주민과 만난다면 그와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

“벤트의 말이 맞아. 지금도 아야쿠초 뿐만 아니라 인디언 원주민들이 많이 사는 산악지역주민들이 그때 사건으로 아픔을 겪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돼. 그들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은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아.”

맥스웰과 바스티앙이 슬쩍 쯔시안과 하오란을 쳐다봤다.

지금은 와해되어 지역 조폭 수준으로 작아진 페루의 공산 반군 ‘빛나는 길‘은 중국의 마오쩌둥식 공산주의를 모방해 무장인민혁명을 일으켰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저지른 폭탄테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공산반군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정부군이 극빈 지역 원주민 민간인을 학살했던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암튼 중국에서 온 두 명의 남학생들은 아야쿠초의 산약지역 봉사활동을 하게 될 때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미얀마 문제도 그렇고 하여튼 뭘 해도 민폐를 끼친다니까. 정말 세련되지 못해.”

맥스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쯔시안이 버럭 화를 냈다.

“혹시 나와 하오란 들으라고 하는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이온과 영재는 자신들 앞에 놓인 음식 접시를 바짝 끌어왔다.

사실 친분을 다지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각자 어떤 동기로 워크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전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앞으로 한 달 간 어떻게 임할 것인지.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다 식사를 얼추 마치면 후식의 여유를 즐기기며 회의를 하고......

그런 훈훈한 장면을 말이다.

헛된 기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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