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9화 (9/127)

〈 9화 〉 인연은 집을 나서야만 마주친다. (4)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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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길의 사상적 기반이 너희 중국 공산당의 것이야. 그 빌어먹을 낡은 사상과 체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페루인 7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과정에서 입은 수십조 원의 경제적 손실로 인해 페루는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기록할 기회를 잃었지.“

“중국의 사상과 체제를 함부로 욕하지 마! 너희 미국인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어.”

영어실력이 달려서 인지, 쯔시안은 맥스웰에게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했다.

“일대일로 신제국주의, 소수 민족 지역의 인권 침해, 인권 운동가 및 변호사에 대한 탄압, 표현의 자유 억압, 시민 사회에 대한 강력한 제재 기타 등등. 일당 독재 국가의 부끄러운 모습이지. 심지어 중국 정부는 이러한 활동을 해외에서도 펼치려 시도하고 있지 않나? 미국과 동맹국은 이런 상황을 신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안 그래 이온?”

가만히 식사를 즐기고 있던 이온에게 불뚱이 튀었다.

이온이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 앞에 놓여 있던 생수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입을 열었다.

“우리는 국제 정치·외교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이곳에 모이지 않았어. 앞으로 한 달 간 수행해야 할 봉사임무에 대한 것이라면 몰라도. 그런 주제는 개인적으로 따로 토론을 하는 것이 옳다고 봐. 이번 봉사활동을 우리 중 누군가 가볍게 여기거나 유흥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면 난 무척 실망할 것이란 걸 분명히 해두고 싶어.”

연장자랍시고 벤트가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구상에 미국과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 심지어 너희 두 나라의 오만하고 탐욕스러운 지도자들로 인해 여전히 한반도는 분단이란 고통을 겪고 있어. 저기 이온과 영재는 청춘의 아주 소중한 시간에 군대를 다녀와야 했지. 미국이 잘 났니 중국이 잘 났니 듣고 싶지 않아. 너희 두 나라의 오만한 외교전략 때문에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이 고통 받고 있으니까.”

말리려는 것인지 싸움을 더욱 부추기는 것인지.

영재가 입안에서 우물거리던 음식을 꿀꺽 삼키고, 포크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보자보자 하니까 가관이다.

봉사단에 투덜이면서 뺀질대기까지 하는 녀석이 끼어 있는 것도 못마땅해 죽겠는데, 회의는 안 하고 쓸 때 없는 논쟁이나 하고 앉아 있다.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도 당연히 못마땅했고.

“미안한데...... 나와 이온이는 그저 한국인으로 해야 할 의무를 수행한 것뿐이야. 우리는 군대 다녀온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외국인들이 소중한 시간 어쩌고저쩌고 우리나라가 분단된 상황 어쩌고 애국심 어쩌고 하면서 안타까운 척 또 아는 척 하는 것 듣기가 힘들어. 그리고 우리는 정치외교 국제학술 세미나에 온 것이 아니야. 맥스웰과 쯔시안은 주말 자유시간에 따로 그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든 싸우든지 알아서 해.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이 참여하든 말든 알아서 하고.”

논쟁으로 뜨겁게 불타오를 뻔 한 분위기에 영재가 찬물을 확 부어버렸다.

그렇게 일단락이 되어 식사가 재개되는가 싶었는데.

카롤린이 한국인 삼인방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 드라마와 현실은 다른 것일까. 왜 실생활에서 한국 남자들은 헤어스타일이 다들 똑같지? 한국 남자 모두가 한 사람에게 헤어스타일링을 맡기지 않을 거 아냐?”

이온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금까지 트릭킹하느라 공부하느라, 헤어와 패션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쯔시안과 신경전을 벌였던 맥스웰이 언제 날을 세웠냐는 듯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난 KPOP은 도저히 못 듣겠어. 대신 한국 드라마 광팬이야. 미국 드라마가 주지 못하는 굉장한 임팩트를 내게 선사해줬어.”

흑인인 맥스웰이 힙합이 아닌 KPOP을 찬양하는 것도 어찌 보면 웃기는 것이다.

바스티앙이 끼어들었다.

“나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해. 동아시아의 세 나라 사람을 구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구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모두 한국의 드라마  덕분이지.”

벤트가 말을 보탰다.

“유럽에서 아시아계 중에 피부 좋고 상대적으로 키도 크고 스타일 좋고 스마트한 남성은 대부분 한국남자였던 것 같아. 한국 여자애들도 피부가 좋아. 귀엽고. 한국 여자애를 사귀어보지 못한 걸 후회해.”

식사에 열중하던 영재가 한국말을 했다.

“캬아. 주모 여기~”

꽉.

단박에 영지가 오빠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언제적 드립이냐?’

영지가 오빠에게 눈으로 심한 욕을 했다.

남매가 눈빛으로 옥신각신하는 사이 바스티앙이 입을 열었다.

“묘한 호기심에 끌려 일본 문화를 먼저 접했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 아시아에서 한국인의 외모나 스타일이 가장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되었어. 왜 프랑스의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의 스타를 찾는지 알 것 같더라.”

“난 AF(Armoured Forces)야. BPS의 팬이 되면서 한국을 알게 되었어.”

카롤린이 가입한 AF는 비틀즈 이후로 전 세계 십대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KPOP 보이그룹의 팬클럽이다.

전 세계 AF 팬을 모두 모은다면 어지간한 국가를 세울 수 있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팬덤을 자랑한다.

“알아갈수록 흥미롭고 재밌는 나라라고 생각해. 한국은 외국인이 살기에 어때?”

한국인 삼인방이 대답도 하기 전에 에밀리가 말을 받았다.

“난 부모님과 일본에 몇 번 가본 경험이 있어. 내가 부모님께 듣기로 일본 특히 도쿄는 외국인이 살기에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해. 집을 얻는 것과 생활비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

영재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서울이 아시아에서 최고라고는 하고 싶지 않아. 다만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산다면 절대 후회하진 않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어. 서울은 매우 개방적인 도시거든.”

한국이 자꾸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배가 아팠던 걸까.

“중국의 도시들이 더 거대하고 더 세련되고 더 잘 지어졌어. 너희들이 직접 중국에 와서 보게 되면 매우 놀라게 될 거야.”

쯔시안이 다소 오만하게 말했다.

“물론 중국의 상해나, 선진, 항주 같은 대도시들은 초고층빌딩도 많고 새로 조성된 계획도시의 초현대적인 느낌이 들어. 외형적인 건 그래.”

벤트의 말에 쯔시안이 우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서울, 도쿄, 상해 같은 대도시로 여러 차례 출장을 다녀본 나로서는 그 중에서 서울이 좀 더 매력적인 것 같아. 인구 1천만의 도시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최첨단 미래도시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게다가 등산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과 휴식과 운동을 할 수 있는 강변이 도시 안에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워. 편리한 교통 시스템이나 미친 인터넷 속도가 외국에 많이 알려져서 그렇지 서울은 한두 번 방문한다고 해서 충분히 즐겼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어.”

쯔시안이 다시 한 번 중국을 어필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이온이 한 발 빨랐다.

“언제든지 한국을 방문한다면 대환영이야.”

쯔시안의 발언 기회를 지그시 눌러준 이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회의를 하기 전에 한 가지 참고할 사항을 말해 둘 게. 한류와 연관된 거야. 물론 내가 말한 것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논의해 봐야 하겠지만. 페루는 K-pop과 드라마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도시에 K-pop팬클럽이 조직되어 있어. 카롤린이 속한 팬클럽 AF 역시 주요 도시마다 조직되어 있지. 우리가 교육봉사를 할 때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참고하길 바래.” “우와망가 대학 봉사단이 팀의 리더로 참여하잖아. K-pop 팬클럽이나 AF 따위 우리에게 필요 없어.”

쯔시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영지가 그런 쯔시안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오빠, 아무래도 쟤 미친 거 같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AF 함부로 건드리면 큰 저항 받을 텐데. 쯧. 하여간 국뽕도 적당히 처맞아야지. 저거 완전 공산당에 세뇌된 꼭두각시네.“

이온 역시 영재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하필 샤우펀홍이 참가하는 봉사팀이 걸릴 줄이야.

쯔시안은 일명 2000년대 중국에서 출생한 '링링허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링링허우 세대는 나름 시대 조류에 민감하고 개방적이긴 한데, 외아들로서 부모의 과보호속에서 성장해서 연약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심각한 중국의 신세대다.

특히 이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애국주의 교육에 푹 절여져서 민족주의 성격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온라인과 SNS 활동에 적극적인데, 중국 당국의 입장을 옹호하는데 투철하고 이를 애국이라고 믿는 이들이 샤우펀홍이다.

샤우펀홍은 키보드워리어로 각종 온라인에서 맹활약(?)을 펼치기도 하는데, 외국(특히 한국)을 폄하하고 공산당의 동북공정을 앞장서서 전파하는 이들이다.

당연히 이성적이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그런 골통인 주제에 외국 대학으로 편입학하기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해외봉사를 나온 모양이다.

그것도 마오쩌둥 사상 기반의 페루 사회주의 무장투쟁운동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아야쿠초로 말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모두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마당에 각자 편한 대로 자리를 잡은 후 공동생활과 관련해 몇 가지를 논의했다.

먼저 식사를 해결해야 했기에 팀을 나눠서 Cooking day를 정했다.

같은 나라끼리 팀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말이 나왔고,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다.

“영지는 요리 좀 해?”

“솔직히 자신 없어.”

“영지는 엄마가 해주는 밥만 먹어봤지 라면도 제대로 끊어본 적 없어.”

“불고기도 하고 김밥도 하고 라면도 끓이고 뭐 이것저것 해보자.”

“김밥?”

“전에 왔을 때 중국음식점에서 김밥을 먹었어. 한 줄에 4천원인가. 암튼 재료가 무지하게 비싸긴 하겠지만 마트에 가면 구할 수 있을지 몰라. 한 끼 정도 해보자.”

“대신 설거지는 내가 책임질게.”

한국인 세 명, 중국인 두 명, 벨기에+싱가포르, 북미 두 명, 유럽 두 명 이렇게 요리 당번이 짜였다.

“참가비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쯔시안이 캠퍼들의 리더처럼 행동하는 벤트에게 물었다.

“뭘 어떻게 해?”

“참가비를 현지 코디네이터, 가브리엘라가 걷는다며?”

“그것이 관행일걸?”

“우리가 아닌 제3자가 돈을 걷게 되면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우리가 알 수 있을까? 단언하는데 문제가 생길거야.”

중국인이기 때문에 유독 돈 문제에 있어서 의심부터 하고 본다고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견 그의 의견은 타당한 면이 없지 않다.

금전 문제 때문에 감정을 상하는 것을 넘어 비리까지 생긴다면 그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가 있다.

때문에 이온 역시 동의했다.

“맞는 지적이라고 생각해.”

쯔시안이 의외라는 듯 이온을 빤히 쳐다봤다.

“식재료 또는 봉사에 사용할 물품을 구입할 때 항상 현지 코디네이터가 같이 가야하고, 현재 지출이 어떻게 되고 얼마의 돈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

“참가비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야.”

하오란이 쯔시안과 이온을 거들고 나섰다.

남미 지역 워크캠프는 참가비 명목으로 200유로 이상을 내야했다.

페루 돈으로 환산했을 때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가끔 참가비와 관련해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듣긴 했어.”

벤트 역시 그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나는 참가비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봐. 코디네이터가 아니라 캠퍼 리더가 관리해야 맞는다고 생각해.”

“그 문제를 결정하기 전에 우리의 리더부터 뽑아야 하지 않나?”

맥스웰이 모두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12명의 캠퍼들의 눈동자가 두 사람에게 향했다.

연장자이자 각종 봉사 경험이 많은 벤트 그리고 남미 봉사경험도 제법 많고 스페인어까지 가능한 이온.

“난 벤트가 리더가 됐으면 좋겠어.”

이온이 선수를 쳤다.

은밀히 남매에게 자신은 하기 싫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영재는 이해할 수 없었다.

20명이 참가하는 워크캠프에서 리더를 수행하면 그것이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 경력이 된다.

그런데 이온은 리더를 하겠다고 쓸데없이 힘을 빼지 않았다.

어차피 중국인 두 녀석이 이온을 밀어주지도 않을 것 같았고, 분위기를 유럽에서 온 이들이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벤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장일치로 벤트가 캠퍼들의 리더가 됐다.

“좋아. 쯔시안이 제기한 참가비 문제는 가브리엘라, 티나에게 분명하게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도록 할 게.”

“그리고.”

쯔시안이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참가비 명목으로 또 다시 금전을 요구한다면 이번 캠프에 참여하는 걸 심각하게 고민할 생각이야. 리더가 현지 코디네이터에게 분명하게 의사를 전해줬으면 좋겠어.”

남미에서 워크캠프를 할 때 딜레마다.

공식적인 참가비에 현지에 도착한 후 상황에 따라 회비를 또 걷는 경우가 발생한다.

숙박비, 교통비, 부식비, 현지 봉사물품 구입비 기타 등등.

기본적인 것을 캠프 측에서 제공해주긴 하지만, 현지에서 따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캠퍼들 간의 갑론을박이 있었다.

쯔시안과 하오란은 현지에서 발생할 비용에 대한 것을 수긍하지 못했다.

심지어 쯔시안은 봉사활동을 포기하고 돌아가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결국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번 워크캠프의 목적과 봉사 프로그램을 확인한 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혹시 2층 안쪽 룸을 쓰기로 예약이 되어 있어?”

한창 벨기에 여자애들과 수다를 떨고 있던 샤오엔에게 이온이 물었다.

“응.”

“에밀리와 카롤린은?”

“우리는 이들과 함께 방을 쓰고 있어.”

“8명이 함께?”

“응.”

“나와 영재와 방을 바꾸지 않겠어?”

“왜?”

“영지와 샤오엔 그리고 너희 둘이 방을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거야.”

“상관없어.”

방을 바꿔주는 것이 고마운 것이 아니라 상관없는 거다.

유럽인들은 남녀가 다인실에서 뒤섞여 지내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잘만 생활하니까.

“왜, 여자애들만 4인실을 쓰는 거지?”

쯔시안이 또 딴죽을 걸어왔다.

“네가 쓰고 싶으면 바꿔줄 용의가 있어.”

“......아니. 됐어.”

영재가 순순히 바꿔주겠다고 하자, 슬그머니 발을 빼는 쯔시안이었다.

8일실과 4인실로 나뉜 이유가 있음을 나름 추측했기 때문이다.

2층은 방 외부의 공동 화장실을 쓰면서 방의 크기는 매우 작다.

반면에 1층에 위치한 8인용 룸은 자체 화장실은 물론이고, 복도 끝에 또 공용 화장실이 있으며, 방 크기 또한 넓어서 투숙객의 여유로운 동선이 보장된다.

비좁은 공간에서 적은 인원과 함께 할 것이냐, 넓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지낼 것이냐 선택이다.

어느 정도 자체 회의가 정리됐다.

어느새 친해져서 수다를 떠는 캠퍼들을 바라보는 벤트의 심사가 꽤나 복잡했다.

10명 이상, 다국적 친구들이 참가한 이번 워크캠프는 아무래도 인원이 많다보니 깊게 우정을 나누기는 힘들다.

그런데 그걸 걱정하기에 앞서 무사히 워크캠프를 마치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어째 저 중국인 녀석이 분란을 몰고 다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

벤트는 경험적으로 중국인과 일을 하다보면 곤란한 점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중국인이랑 무슨 일을 해보려하다 보면 지들이 최고로 잘난 줄 안다.

개뿔도 잘난 것이 없는 것들이.

결국 일 진척이 안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

영재 역시 벤트의 속과 다르지 않았다.

봉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기가 다 빨린 느낌이다.

가슴에 묵직한 돌이 들어앉은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영재가 옆을 쳐다봤다.

하오란과 눈이 마주쳤다.

어색함과 함께 아주 약간의 동지애가 느껴졌다.

두 사람은 동시에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저 놈은 어리바리한 거 말고는 성격은 좋아 보여서 다행이야.’

하오란이 영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는 의미다.

영재가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놓았다.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 영재가 보기에 괜찮은 놈 같았다.

그래도 한 녀석은 그런대로 정상적인 녀석이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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