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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배우-3화 (3/127)

〈 3화 〉 내 청춘 후회 없도록......!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천 번째 턴!

비보이하면 떠오르는 손바닥이나 팔꿈치 등에만 의지해 허공에서 빙빙 도는 동작, 즉 파워무브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이온이 배틀의 포문을 열었다.

실력 있는 트릭커들은 중요한 걸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이온이 무술 베이스의 기술이 조금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대신 강력한 비보잉 기술과 아크로바틱으로 그런 약점을 덮어버렸다.

관중들 사이에서 한국말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무술을 수련한 것 같진 않아.”

“파워무브에서 온 기술이 썩 괜찮지?”

“징가를 밟는 걸 봐서는 카포에라 필이 진하게 묻어있는 것도 같고.”

“태권도나 가라데는 아니야. 확실해.”

이번 윈터 게더링에 게스트로 초청되어서 온 한국의 트릭커들이다.

그들은 이온의 트릭킹을 놓고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결과 이온이 정통 무술인 출신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럼에도 비웃거나 무시하진 않았다.

트릭킹 자체가 실전 보다는 화려한 기술을 과시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단순한 점프 발차기, 뒤후리기, 백덤블링 후 가위차기를 펼쳐도 한 동작 한 동작이 그림이 됐다.

“두 사람 다 팔다리가 길쭉길쭉 하니까 시원시원하네!”

우월한 피지컬로 인해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볼 맛이 났다.

두 번째 턴!

“Come on!"

관중들이 좀 더 화려한 기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알렉산더가 주특기라 할 수 있는 한 발로 차올라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 콕스크류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공할만한 점프력과 중력을 무시하는 것 같은 체공능력, 곡예를 방불케 하는 위험성과 기술의 섬세함까지.

알렉산더가 세계 챔피언을 운만으로 따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얼마 전 기록이 깨지기는 했지만, 종전 콕스크류 기술의 17회 최대 연타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이가 알렉산더다.

이온도 밀리지 않았다.

마치 허공에 계단이라도 있는 듯.

파바박!

매우 빠른 속도로 허공에 발을 내딛으며 이중도약을 하는가 하면.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외발 착지 후 공중돌기를 무려 12회 연속으로 펼쳐보였다.

착지도 완벽했고, 비보잉의 프리즈로 마무리하는 구성력까지 과시했다.

점프, 탄력, 파워 뭐 하나 알렉산더에 비해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다.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태권도의 돌려차기, 뒤후려차기 같은 발차기 기술이 융합된 기술과 현란한 카포에라가 섞인 동작으로 구성된 연속기술을 뽐냈다.

알렉산더가 카포에라 기반의 트릭킹 기술과 현란한 공중 비틀기 연속동작을 실수 없이 펼쳤다.

와아아아!

체육관이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환호가 터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중들의 함성이 커질수록 이온의 입가에 서린 미소 역시 더 짙어져만 갔다.

이온은 쇼맨십도 일품이다.

그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듯 새끼손가락부터 차례로 손가락을 펴보였다.

비보이만의 핸드사인이다.

‘카이사르! 같은 기술을 벌써 세 번째 반복하고 있어! 창피하지 않아?’

알렉산더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자신의 손목을 톡톡 두드렸다.

‘시간 없으니 까불지 말고 빨리 트릭킹이나 해. 애송아~’

일정 수준의 트릭커들은 기본 기술을 모두 마스터하고, 응용기술에서 대부분 성공적일 경우가 많다.

언제나 문제는 기술을 모두 펼친 후의 착지.

워낙 점프하고, 공중에서 돌고, 비틀고, 회전하다 보니 속도나 동작의 반작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처박히는 경우가 많다.

제아무리 탄성매트라고 할지라도 어설픈 수준에서 고난도 응용기술을 펼쳤다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가 있는 것이 트릭킹이다.

그런데 이온과 알렉산더는 최고 난이도 응용기술을 척척 해냈다.

그러자 3:3, 5:5 배틀을 준비하던 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팀전을 준비하던 이들은 당장이라고 판에 끼어들어 자신의 기술을 선보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우우우우~”

흑인 트릭커 한 명이 이온과 알렉산더의 배틀에 난입하려던 걸 제지하는 소동도 있었다.

매너 없는 짓이다.

이온은 하던 배틀도 내팽개치고 난입하려던 흑인을 향해 비보이 특유의 셔플 스텝을 추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다양한 비보잉 풋워크를 선보였다.

마치 네 차례가 아니니 저만치 물러나 있으라는 듯이.

그러자 트릭커는 항복 의사를 표하며 관중 속으로 몸을 숨겼다.

하하하.

관중들은 그 모습을 보며 배꼽을 잡았다.

트릭커나 비보이들 간 벌어지는 배틀이 과열되어 주먹다짐을 벌이는 경우도 간혹 벌어지긴 한다.

즐기자는 친선 배틀에서 죽자고 달려들 필요는 없다.

게다가 카나한 체육관의 서머와 윈터 게더링은 예비 트릭커를 양성과 트릭킹 저변 확대가 첫 번째 목적이다.

그 다음이 트릭커들 간 친목도모와 교류다.

과열 되어 서로 얼굴 붉힐 필요가 전혀 없다.

계속해서 이온과 알렉산더가 턴을 주고받는 가운데.

삐끗.

이온이 연속 동작을 펼치던 중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알렉산더가 탄성매트를 두드렸다.

팡팡!

바닥을 두 번 친 것은 두 번 실수했다는 걸 지적한 것이다.

이온의 기술연계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

착지도 무난했다.

다만 기술 연계 중에 미묘한 딜레이가 있었다고 할까.

알렉산더는 트릭킹 고수다.

당연히 그 정도 가지고 명백한 실수라고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핸드사인으로 이온을 비웃었다.

이온의 멘탈을 흔들기 위한 도발이다.

‘......흥!’

이온은 내심 콧방귀를 뀔 뿐.

비보이 배틀에서 흔히 있는 도발이고, 이런 것조차 하나의 문화다.

또한 구경하는 이들에겐 또 다른 재미거리 이기도 했다.

“......!”

720도 외발 턴 이후 연달아서 900도까지 차는 것은 진짜 사람의 근육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그것을 알렉산더가 실현해보였다.

한국인들에게는 그게 그렇게 침까지 흘리면서 환장할 일인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국기원이나 국가대표 태권도시범단 또는 특전사들이 선보이는 서커스 곡예수준의 화려한 퍼포먼스 등을 자주 접할 수가 있으니까.

때문에 감탄은 할지언정 외계인을 보는 듯한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540도 뒤후리기조차 곡예라며 감탄한다.

“Yessss! %$^$#!"

알렉산더가 화려하면서 고난도 기술을 성공시키고 나서 욕설인지 포효인지 모를 요상한 언어를 뱉어댔다.

훌렁!

이어서 셔츠를 벗어재꼈다.

알렉산더는 자신의 근사한 근육을 관중들에게 자랑하며 셔츠를 머리 위에서 정신 사납게 휘둘러댔다.

와아아아!

관중들도 열성적인 환호를 보내는 것으로 화답했다.

실력이 형편없는 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그런 꼴불견도 없다.

헌데 무려 월드챔피언 출신이다.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알렉산더다.

“......Come on, Boy!”

다분히 이온을 도발하는 행동이다.

어디 한 번 재롱 피워봐.

애송이의 기를 완전히 박살내겠다는 심보다.

그런데 이온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한 술 더 떴다.

짝짝짝!

셔츠를 머리 위에서 휘두르는 알렉산더를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이온 입장에서는 그를 이겨먹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가위바위보‘로 딴 것도 아니고.

그는 세계적으로 탑클래스에 속하는 트릭커다.

자신의 현재 수준으로 그를 이기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그를 향해 박수 더 한 것도 쳐줄 수가 있다.

어쨌든 이온은 처음으로 출전한 카오스 배틀이 재밌어 미칠 지경이다.

그래서 점점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한 턴에 각종 기술연계를 몇 개까지 펼치는 것인지.

알렉산더가 자신의 턴에서 펼친 기술연계에 대한 대응으로 이온은 적어도 한 가지 더 기술을 섞었다.

한 턴에 7~8개의 기술을 연속해서 펼치면 대단한 거다.

연속해서 15개 이상 동작이 연결되면 엄청난 것이고.

그런데 이온과 알렉산더는 쉬운 난이도의 동작이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무려 15회 기술연계까지 펼쳤다.

한 턴에 체육관을 원으로 돌고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등 공간을 한껏 활용해 기술을 연계시켰다.

사실 기술을 많이 연계시킨다고 대단하다고 보진 않는다.

기술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난이도, 속도, 각도, 정확성, 예술성 등.

이온은 기술의 연계 속에서도 동작의 완성도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동호인 수준에서 함부로 시도조차 못하는 고난도 기술 연계도 펼쳐 보였다.

540도 킥을 두 발 모아 착지(파라푸소), 도약 후 720도 회전 후 착지와 동시에 태권도 돌려차기를 날리고, 다시 공중 도약 후 무려 900도를 회전하고 돌려차기를 먹이는 초고난이도 연계까지 선보였다.

우와와아아!

일명 Cheat 1080, Cheat 1260 등 초고난이도 기술들은 전 세계적으로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이가 매우 드물었다.

비록 완벽하다고 볼 순 없었지만, 이온은 그런 고급 응용기술을 시도했다.

온몸이 부서져라 시도하고 보란 듯이 성공시켜 보였다.

마치 하늘을 나는 마법에 도취된 이카루스처럼.

매트 바닥에 잠시 착지할 때를 제외하고는 뛰어오를 수 있는 최대 높이까지 점프해 공중에서 몸을 비틀고 회전하고 발차기를 날렸다.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고 싶다면 이카루스처럼 높이 날아라.

저명한 미래학자가 한 말이다.

‘아니. 넘어질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라......!’

이온은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라 킥을 차고, 몸을 비틀고, 공중제비를 돌았다.

무명의 반란!

이온의 카오스 배틀을 그렇게 정리할 수 있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대신 미국 서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트릭킹 크루의 본거지에서 신예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방금 끝난 알렉산더와의 쇼다운 동영상도 몇 시간 지나지 않아 SNS에 올라올 것이다.

트릭킹 커뮤니티에서 나이온 이름 석 자가 퍼져나갈 것이다.

사실 트릭커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게 되는 것 뿐.

이온의 인생이 달라지거나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삶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대사건임에는 틀림없다.

아기 때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발달지연 희귀병을 앓았던 이온이었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이온은 힙합식 인사를 하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다.

헌데 알렉산더는 이를 무시하고 배틀 무대에서 퇴장해버렸다.

좋았던 카오스배틀 분위기를 망쳐버리는 행위였다.

“......!”

이온은 난처함에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군중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알렉산더의 월드챔피언 답지 못한 비매너로 인해 마무리가 개운치 않았지만, 이온의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질 줄 몰랐다.

많은 이들이 이온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단 한 번의 카오스 배틀 출전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헤이. 레오!”

“오랜만이야. 후안.”

“날 기억하는구나!”

“3년 전까지 서머 캠프에서 함께 훈련했잖아.”

후안이란 이름의 히스패닉 청년이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하하하. 봤지. 날 잊을 리가 없다니까!”

이후로도 많은 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대부분 카나한 오리엔테이션에서 함께 트릭킹을 배운 인연이 있기 때문에 다들 스스럼없이 악수를 청했다.

그 사이에 전화번호나 데이트 약속을 잡으려는 여성들도 있었다.

이온은 관심이 없었기에 거절했다.

잠시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정리된 후, 팀 카오스 배틀이 시작됐다.

그러자 주변에 몰려있던 이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비보이든 트릭커든, 진짜 배틀은 팀배틀이라 할 수 있다.

팀배틀 안에서 작은 개인 배틀이 펼쳐지기 하고, 팀원들 간의 크고 작은 신경전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온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3:3, 5:5 카오스배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편안 마음으로 즐길 수 없었다.

자신이 치른 카오스배틀의 흥분이 쉽게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우.

침착하게 날뛰는 마음을 다스리는데.

- 헬로. 익스큐즈 미......

한국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어설픈 영어로 이온에게 인사했다.

트릭커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명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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