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쩌다 배우-2화 (2/127)

〈 2화 〉 내 청춘 후회 없도록......!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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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미국의 첨단산업, 특히 IT기업들이 모여 있는 세계 정보기술 및 스타트업 창업의 메카다.

실리콘밸리에 속한 여러 도시 가운데 한 곳인 마운틴뷰.

이 도시에서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익스트림 스포츠의 일종인 트릭킹 행사가 열린다.

정식명칭 마샬 아츠 트릭킹(Martial arts Tricking)은 태권도를 비롯해 각종 무술, 기계체조, 비보잉까지 결합시킨, 인간이 맨몸으로 펼칠 수 있는 극한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액션 스포츠다.

그런 트릭킹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곳.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트릭킹 크루 웨스트 코스트 마샬 아츠(WCMA)의 본거지가 바로 마운틴뷰에 있다.

쿵쿵... 쿵치키.... 쿵쿵타치키.

대낮부터 파티라도 열린 모양이다.

흥겨운 힙합 리듬이 체육관 실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런데 흥겨운 리듬에 몸을 흔들거나 음식을 먹는 이가 아무도 없다.

현재 이곳에서는 트릭커들의 동계 정기 모임(Winter Gathering)이 열리고 있었다.

10세 이하 꼬맹이들부터 십대 트릭커 지망생, 20~30대 트릭커, 40대 학부형까지.

북미는 물론이고 세계 각지에서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하고 트릭커들이 모여 열흘 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친목도모를 겸하는 행사다.

하루하루가 파티라고 불러도 사실 문제가 없긴 했다.

트릭커에 의한, 트릭커를 위한 축제 한마당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웨스트코스트 마샬 아츠의 본거지 카나한 체육관(Carnahan Gym)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다.

윈터 게더링의 하이라이트.

최정상급 트릭커들의 무작위 배틀.

바로 카오스 배틀(Chaos Battle)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자를 향해 무작위로 트릭커들이 도전하는 방식.

비보이들이 벌이는 프리스타일 배틀과 어딘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다만 비보잉이 주로 인간의 키 높이 이하에서 화려하고 극한의 동작을 보여준다면, 트릭킹은 체조의 마루종목이나 국기원 태권도시범단 공연처럼 허공을 날아다닌다는 점이 달랐다.

카나한 윈터 게더링 기간에 열리는 배틀은 우승자를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우승 메달도 상금도 없다.

그저 축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사실 트릭커들 사이에서는 나름 큰 행사다.

헌데 분위기를 띄우는 전문 MC가 없다.

디제잉도 없다.

따로 무대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대신 게더링 참가자 누구나 자유롭게 배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제 막 입문한 지망생이든 명성 높은 트릭커든 상관없다.

다만 윈터 게더링에 초청된 세계 각지의 게스트들 면면이 워낙 화려하다는 점.

배틀은 배틀.

해외에서 초청된 유명 게스트들과 북미 최정상급 트릭커들이 주로 카오스 배틀에서 맞붙는 만큼, 꽤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최상급의 트릭킹 기술들을 직접 눈앞에서 경험할 수가 있다.

당연하게도, 어쭙잖은 실력으로 나섰다가는 큰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망생이나 무명의 트릭커는 카오스 배틀에서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쟤 누구야?”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온 게스트인가?”

뜬금없이 튀어나온 무명의 트릭커.

그로 인해 카오스배틀이 벌어지는 카나한 체육관이 술렁였다.

흰색 줄무늬 트레이닝바지에 검정 민소매 차림.

전형적인 츄리닝 복장이다.

신장 184Cm로 동양인치고 키는 좀 큰 편.

다년간 운동을 했을 것이 틀림없음에도 근육질의 우람한 체격은 또 아니다.

게다가 소년이라기엔 성숙하고 청년이라고 하기에 조금은 앳돼 보이는 얼굴.

그 때문에 유약하는 느낌을 풍긴다.

그런데, 문제는 소년인지 청년인지 분간이 안 되는 트릭커가 선보이는 기술 완성도가 보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Bravo!"

"Good job!"

관중들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졌다.

중력을 무시한 공중돌기, 공중비틀기 등의 아크로바틱, 태권도의 540도 이상 회전 발차기, 비보잉의 파워무브가 결합된 각종 트릭킹 기술들.

무명 트릭커의 화려한 기술들이 관중을 황홀경에 빠뜨렸다.

“나 쟤 알아.”

히스패닉 청년이 아는 척을 하자, 사방에서 아우성이 쏟아진다.

“뜸들이지 말고 털어놔봐.”

“빨리 아는 걸 말해!”

열광적인 반응을 즐기던 히스패닉 청년이 우쭐대며 입을 열었다.

“이름은 라이언. 우린 레오라고 불러.”

흔한 오해다.

유명 트릭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겁 없는 청년은 토종 한국인이다.

청년의 가문 시조는 고려 공민왕 때 요동정벌에 참여했던 장수였으며 700여 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의 의성 나(羅)씨, 그리고 이온(怡溫)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얼핏 ‘Lion‘이라 들리기도 한다.

때문에 한국계 미국인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서머 게더링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던 한국인 트릭커 지망생이야. 2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올해 다시 참가했나봐.”

“저게 어딜 봐서 지망생이야?”

“내가 알기론 그랬......는데. 못 본 사이에 각성이라도 했나?”

“소속팀은? 팀코리아아츠? 덱스마? 프린스오브커넥션?”

“솔로!”

“뭐라고?”

“맙소사! 저런 실력인데 소속팀이 없어?”

“그뿐인 줄 알아? 지금까지 어떤 대회도 참가한 적이 없을 걸?”

“넷튜브는?”

“2년 전까지 넷튜브는커녕 SNS도 일절 안 했어.”

“모하비나 네바다주의 폐광마을에서 산대?”

문명과 동 떨어진 아프리카나 오지나 아마존 밀림에서 살지 않는 한 SNS를 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왜 화를 내? IT 강국인 한국에서 살면서 SNS를 안 한다고?”

“쓸데없는 말로 초점 흐리지 말라고! 결론은 저 녀석이 off brand란 말이잖아?”

off brand는 익숙하지 않은 혹은 저가 브랜드를 일컫는다.

한국식으로 ‘듣보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비하하는 뉘앙스가 아니었다.

놀람과 흥분이 듬뿍 담겼다고 할까.

이온을 뜬금없이 튀어 나온 괴물 같은 존재(갑툭튀)쯤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카나한 윈터 게더링 마지막 날에 열리는 카오스 배틀은 각종 대회 수상자부터 유명 넷튜버 트릭커들이 주로 기량을 겨루는 무대다.

그런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온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순수한 트릭커 지망생 신분이었다.

두각은커녕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수련캠프 참가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모습이 보이지 않은 기간 동안 세계 어떤 트릭킹 대회, 넷튜브 상에서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한마디로 ‘듣보잡’이 맞았다.

그런데 이들은 몰랐다.

이온이 트릭킹에 입문한 지는 꽤나 오래되었다는 것을.

유명 넷튜버들의 트릭킹 채널을 참고해 가면서 독학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놀라자빠질지도 몰랐다.

사실 극소수 지인을 제외하고 이온의 진정한 트릭킹 실력을 알지 못했다.

어쨌든 이온의 카오스 배틀 데뷔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사뿐사뿐.

휙.

이온은 카포에라의 기본 보법인 징가(ginga)를 밟았다.

느닷없이 한발 도약해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붕.

이어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돌아 태권도 720도 회전발차기(Cheat 900)를 펼쳤다.

그것도 연속해서 두 번씩이나.

“Oh my God~, Really?”

어디서 애송이 하나가 튀어나왔는지 의아해 하던 관중들.

그랬던 관중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Oh! so goooood~~!“

“Lion!"

"Leo!"

"Come on!"

인간은 허공으로 높이 뛰어오르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

트릭킹의 매력은 허공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기술에 있다.

실전 무술이 아닌 화려한 무술 동작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 스포츠.

인간이 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화려함의 끝.

그것이 마샬 아츠 트릭킹이다.

당연히 트릭커 본인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까지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하다가, 통쾌하기까지 한 곡예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기술들에 관중들 또한 열광을 할 수밖에 없다.

“어려 보이는데?”

“아직 십대 인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을 생각하면 괴물이 되겠어.”

“지금 현재도 기술 완성도가 상당해.”

“그렇게 어리지도 않아. 한국의 명문대에 다닐 걸?”

“한국인들은 실제 나이보다 한참 어려 보여. 외모에 속지 말라고.”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과 같은 지망생 혹은 동호인일 뿐인 청년.

헌데 겁 없이 네임드 트릭커에게 쇼다운을 걸더니, 전혀 기가 죽지 않고 화려한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런 이온을 일개 지망생이라 할 수 있을까.

여름과 겨울 캠프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트릭커 지망생들은 늘지 않는 자신들의 트릭킹 실력에 한숨을 짓다가도 이온을 향해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미쳤다!”

“저 연계기술은 톱클래스 트릭커도 열에 두세 번 성공하는 거잖아!”

꼬마 트릭커 지망생들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중력을 무시한 채 화려한 동작을 펼치는 이온에 압도되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누구는 캠코더로, 누구는 스마트폰으로 이온의 배틀 모습을 촬영했다.

이르면 오늘 밤부터, 늦어도 이틀 안에 각종 SNS와 넷튜브 등에 이번 배틀 동영상이 올라갈 터.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진 못하더라도, 나이온 이름 석 자를 트릭킹 세계에 알릴 수는 있게 됐다.

원하든 원치 않든.

“......!”

한편 이온은 관중들의 환호를 즐길 겨를이 없었다.

넷튜브에서 처음 트릭킹을 접한 날부터 오늘까지 수련하고 익혀온 각종 기술을 최선을 다해 펼쳐 보일 뿐이다.

그것도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자칫 딴 생각을 하다가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갈수도 있다.

그 만큼, 트릭킹이란 스포츠가 만만하지 않다.

배틀에 참여하기로 결심했을 때는 마음이 붕 뜨고 머리로 피가 몰려 손발이 차가워졌고 심장은 이유 없이 두근거렸더랬다.

그런데 막상 배틀에 발을 내딛자 그런 흥분은 순식간에 증발해버렸다.

무아지경.

이온이 시도하는 기술의 난이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환호성의 강도 또한 점점 세져만 갔다.

휘이익!

짝짝짝!

관중들이 환호와 박수갈채를 아낌없이 보냈다.

카오스 배틀 참가자 중에는 각종 대회 수상자도 있고, 넷튜브 스타도 있었다.

그런 고수들 사이에서 기가 죽기는커녕 눈부시게 빛나는 실력을 드러내는 무명의 트릭커.

아닌 말로 갑툭튀였다.

또한 듣보잡의 반란이기도 했다.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스타 탄생에 큰 환호를 보냈다.

어느 샌가 도전자였던 이온은 도전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첫 배틀 이후로 두 명의 도전자들을 차례로 굴복시켰다.

사실 굴복까진 아니다.

상대가 이온을 인정했다는 하는 것이 옳다.

대결을 펼쳤던 상대들이 ‘너 좀 하네‘ 하는 투로 이온의 어깨와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거나 ’최고였어‘라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그럴 때마다 짜릿한 전율이 무릎에서부터 내달려 뒷목과 머리를 흔들었다.

이온의 입가에 걸린 진한 미소가 사라질 줄 몰랐다.

1:1 카오스 배틀도 막바지로 치달았다.

와아아아!

시끄러운 힙합 리듬까지 삼켜버린 엄청난 함성이 터졌다.

스냅백을 삐딱하게 쓴 동유럽계 청년이 이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윈터 게더링의 게스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

“Kaiser!”

트릭킹 월드챔피언 출신의 알렉산더 카이트 콥이었다.

카포에라 기술에서 파생한 한발로 차올려 몸을 뒤집으며 공중에서 몸을 비트는(corkscrew) 기술이 압권이다.

트릭커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비록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듣곤 있었지만, 월드챔피언을 두 번씩이나 차지했던 인물.

여전히 ‘카이사르’라고 불릴 정도로 트릭커 세계에서 인기가 매우 높았다.

‘아 놔 이 양반아! 당신 같은 끝판왕은 같은 레벨들 하고 놀아야지!’

이온이 내심 투덜거렸다.

지금까지 이온이 상대했던 이들과 다른 수준의 트릭커가 알렉산더다.

이온 정도와 놀아줄 클래스가 아니었다.

따로 진행자가 있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체육관 중앙에서 마주했다.

“......!”

두 사람이 눈싸움을 벌였다.

마치 링 중앙에서 기선제압을 벌이는 복싱선수들처럼.

어떤 대결이던지, 빠지지 않는 신경전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비보이를 하며 배틀 때마다 무수히 겪어왔던 일이다.

제아무리 알렉산더가 대단한 트릭커라고 하더라도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그 대신 이온은 이 순간이 즐거워 미칠 지경이다.

피식.

알렉산더가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달았다.

깔보는 듯한 태도.

척.

알렉산더가 악수를 청하는 것 같은 포즈를 취했다.

서로 매너 있게 대결을 벌이자는 의미다.

헌데.

이온이 막 손을 잡으려고 하자.

알렉산더는 약 올리듯 손을 거둬들였다.

손을 거둬들이는 동시에 제자리 앞공중돌기를 한 후, 사자후를 터트렸다.

와아아아아!

관중들도 알렉산더의 포효해 호응해 함께 소리를 질렀다.

쇼다운을 알리는 포효!

이온이 기선제압 당했냐고?

천만에.

이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포효하는 알렉산더 옆에서 귀를 휘적휘적 후벼 파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 뿐이 아니다.

한 술 더 떴다.

한국인에게 매우 익숙한 박자인.

짝짝! 짝짝짝! 짝짝! 짝짝짝!

일명 ‘대~한민국 박수’를 유도했다.

관중들이 이온의 박수에 호응했다.

짝짝짝! 짝! 짝자자짝!

관중들의 박자는 엉망이었다.

상관없다.

이온이 기선제압 당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이 중요할 뿐.

‘듣보잡’과 슈퍼스타의 한 판 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려 할 때.

꽝! 쿵쾅쿵쾅!

때마침 체육관 스피커가 찢어질 정도로 음악 볼륨이 커졌다.

체육관 관계자 중 누군가 일부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소리를 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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