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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 차 레전드 투수 사이영-50화 (50/70)

〈 50화 〉 Chapter 17. 대전 호크스 스프링캠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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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대전 호크스 스프링캠프 (1)

#1 사이영 19세 시즌

프로구단은 정규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훈련을 한다.

그리고 2달 정도의 짧은 휴식이후 2월 초부터 스프링캠프에 돌입한다.

15억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나는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대전 호크스의 전력분석팀에게 잡혀가 인체실험 비슷한 것을 당하고 있었다.

슈우우우우우웅! 뻐어어엉!

“놀랍습니다. 평균회전수가 3000rpm이 나오다니!”

“음, 별로 마음에 안 드네요.”

고작 3000? 과거보다 더 강한 신체를 가지게 되었지만 지금 내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그도 그럴것이 야구의 시즌은 아주 길다.

심지어 모든 구기종목중에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종목이 바로 야구다.

당연히 지금부터 몸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면 시즌 중반에 100% 퍼지게 된다.

대전 호크스의 빈약한 선수진을 생각하면 내가 퍼지는 순간 잘못하다간 10연패 20연패 정도는 우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전력분석팀장 마두상이라는 녀석은 내 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메이저리거에서도 평균 3000rpm이 나오는 투수는 손에 꼽을 만큼 귀합니다.”

고작 나를 메이저리거 따위와 비교하지 마라! 애송이! 이 몸은 올 타임 No.1이란 말이다.

“이쯤 되면 제 능력치에 대한 정보수집은 끝났죠?”

“예? 아직 커브도 남았고 사이영 선수는 투구 폼이 매우 다양하니 모든 폼으로 던지는 공의 위력을 알고 싶습니다.”

하, 역시 생긴 것부터 매드사이언티스트 같이 생긴 놈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미친놈이 틀림없다.

지금 내가 마운드에서 공을 몇 개나 던진 줄 아냐? 이거 노인 학대야!

“저는 경기도 아닌 이런 전력분석에 제 어깨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마두상은 신인 선수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자 할 말을 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구태성이 나섰다.

“마분석관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저 녀석은 어깨를 아끼기 위해서 캐치볼도 안하는 녀석입니다. 실전도 아닌 불펜 피칭을 하는 모습은 저도 3년 동안 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감독님 확실한 전력평가를 위해서······.”

“저 녀석을 분석해서 더 좋은 투수가 된다면 저도 분석관님의 의견을 존중하겠지만 제가 보기에 녀석은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성장하는 녀석입니다.”

역시 이래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가 나오는구나!

나에 대해서 잘 알고있는 구태성이 나서자 메드사이언티스트도 수긍을 하고 물러났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휴, 너무 잘나도 피곤하구만!”

퍽!

감이 어떤 건방진 애송이놈이 이 어르신의 아, 감독 너님이구나?

나는 이 건방진 감독 애송이 녀석에게 1900년대식 벤치클리어링의 정수를 전수해줘야 하나 고민을 했다.

“너는 어떻게 된 녀석이 프로에 와서도 그딴 식이냐?”

“감독님도 투수면 잘 아시겠지만 투수는 자기만의 루틴이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저는 제 루틴에 따라서 공을 던질 뿐입니다.”

“네 루틴이라고 해봐야 그냥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만 공을 던지는 거잖아.”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란!

“그것만으로도 고교 3년 동안 무수히 많은 MVP를 받았는데 그만하면 좋은 루틴 아니겠습니까?”

‘신인의 패기인가? 그냥 미친놈인가? 아마 후자일 확률이 높겠지.’

“프로는 절대 쉬운 무대가 아니다. 아무리 고교3년동안 자책점이 4점뿐인 너라고 해도 첫 경기에 호된 신고식을 치를 수도 있어.”

“맞으면 맞는 거지 투수가 맞는거 두려워서 어떻게 공을 던집니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물론 순순히 맞아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말이야.

“하아, 너를 어쩌면 좋니.”

구태성은 고등학교 입학할 때와 전혀 달리진 게 없는 사이영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 신인시절 감독님이 왜 나를 미친놈처럼 봤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네.’

투수들은 태생이 거짓말을 하기 위해 태어나는 종자들이다.

구태성도 현역시절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했다.

팔이 끊어질 것 같이 아픈데도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것이 싫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결국 안타나 홈런을 맞고 강판을 당했지.’

감독들도 투수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대 야구에서는 보기 힘든 완투같은 경우에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선발투수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운드에서 버텨야 벌어지는 기적이다.

하지만 정말 가끔 투수들이 진실을 말할 때도 있다.

그리고 구태성이 보기에 사이영의 자신감은 허세나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맞는게 두렵지 않기에 보여 줄 수 있는 모습인 것 같았다.

“두고 보십시오. 올해 가뿐하게 대전 호크스를 우승시키고 메이저에 가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스프링 캠프부터 보자.”

“내일부터는 스프링 캠프에 합류해야 하니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습니다.”

“또 여자친구 만나러 가냐?”

“네!”

구태성은 해맑게 웃는 사이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리도 좋을까? 너도 여자친구가 십년 넘게 집에 안 가봐야 이 고통을 알텐데.’

물론 구태성은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지만 남자는 때로 개인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생물이었다.

“그래, 잘 놀다 와라. 내일부터는 지옥이 펼쳐질테니까.”

지옥? 그게 뭔데? 1900년대 메이저리그쯤 되는 건가? 고향같겠군!

#2 역사적인 날

나는 전력을 다해서 수지가 기다리는 카페로 달려갔다.

오랜만에 내 심장이 ‘산소 내놔! 주인놈아!’를 외치는 듯 했지만 오늘 만큼은 심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로 했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 수지를 만나고 나면 적어도 한 달 반 이상은 못 볼게 분명하기에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상황이다.

물론 초등학교때부터 질리도록 봐온 꼬맹이였지만 한번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본 입장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기에 나는 가족과 수지에게 최선을 다하는 편이었다.

카페안에 들어가자 수지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이영야, 여기야.”

“하아, 오래 기다렸지?”

“아니, 왜 이렇게 땀을 흘려? 설마 달려왔어?”

수지가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바라본다.

연인의 이런 걱정스러운 눈빛을 받는 건 기분이 썩 좋은 일이다.

“그냥, 운동 삼아서 조금 달려봤어.”

피식

수지가 나를 보고 웃는다.

“그냥 내 얼굴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었다고 말해.”

“그래, 솔직하게 네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려고 달려왔어.”

수지가 더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쪽!

“이건 오늘 착한일 했으니까 주는 상!”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내 볼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눈처럼 흰 피부에 살짝 상기된 볼은 안 그래도 귀여운 수지의 귀여움을 폭발시켰다.

“하, 이게 그 퐉스련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뭐래! 시원한 커피나 마셔.”

“그래. 그래도 이렇게 해어지기는 아쉬우니까 먹자골목 가서 맛있는 거나 먹자! 내가 쏠게.”

“너는 돈도 못 버는 애가 도대체 용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나?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돈 잘 벌걸?”

진짜로! 옛날에 생일선물로 받은 코인만 팔아도 어지간한 빌딩 한 체는 살걸?

카페에서 한동안 수다를 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근처 맛집으로 향했다.

메뉴판을 보고 고민하던 수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이영아, 우리 맥주 시켜 볼까?”

“맥, 맥주?”

일단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적으로는 성인이었기에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였다.

하지만 나는 전생에서도 술을 멀리하고 수분 보충을 오로지 물로만 했다.

내 근처에 투수들은 대부분 술 때문에 인생을 망친 인간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들은 고통을 잊기위해 술에 의존해야만 했다.

일년에 700이닝을 던진 투수의 팔이 정상일리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더욱 술을 멀리했고 은퇴를 하고 나서도 술은 가급적 멀리하면서 살았다.

“왜 그래? 설마 쫄? 님 쫄?”

하, 쫄? 이런 도발에 넘어갈 내가 아니지!

그래도 맥주 한두잔 정도야 그게 물이지 술이겠어?

“쫄긴 누가 쫄았다고 그래? 너 술 먹고 꽐라되서 너희집까지 나를 수 있나 고민 중이었어.”

“흥, 허세는! 너야말로 내일 스프링캠프 가야하는데 술 먹고 늦지나 마!”

결과론적으로 술은 술이었다.

술 한 잔으로 가볍게 시작된 저녁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제법 많은 양의 술을 마셨고 기분이 좋아질 때쯤 시간은 많이 늦었고 술로 인해서 몸은 무거워졌다.

“이···영아! 딸꾹, 같이~ 가.”

“그러게 조금만 마시라니까.”

“별로, 안 마셨어~ 봐, 이렇게··· 똑바로 걸어다니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수지의 몸은 차도로 향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술기운이 확 날아가는 것 같았다.

마침 수지를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는 차가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수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위험해!”

놀라운 반사신경 덕분인지 겨우 수지가 다치지 않게 내 품으로 끌어 당길 수 있었다.

상큼한 샴푸냄새가 코 끝에 맴돌았다.

“헤헤, 이영이 따듯하다.”

아, 미치겠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거지?

술기운에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수지의 입술을 훔치고 말았다.

우리가 사귈 때 수지에게 벽치기를 당했던 기억, 수지와 카페에서 데이트를 하고 같이 걸었던 길, 그동안 우리가 했던 데이트들이 떠올랐다.

영원과도 같던 입마춤 나의 분신이 다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수지도 그것을 느꼈는지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는 점이다.

“수지야, 우리 잠시 저기서 쉬었다 갈까?”

수지는 내 손가락이 가리킨 건물을 보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길지만 어설펐던 연애를 마친 우리는 오늘로써 진짜 연인이 되었다.

#3 스프링캠프

수지와 길고 긴 밤을 보내고 한숨도 못잔 상황에서 나는 수지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스프링캠프로 가는 공항으로 갔다.

그래서인지 몸은 물먹은 스펀지 마냥 무거웠다.

“뭐냐? 너 혼자 패넌트레이스 하고왔냐? 젊은 녀석이 왜 벌써 파김치가 되어있어.”

팀의 신성이자 내 두 번째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병민선배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중학교때 나랑 같은 팀에서 활약했으니 나를 배려해주는 차원에서 자리를 배정해준 것 같았다.

아니면 그냥 병민 선배가 내 옆에 앉고 싶어 했을 수도 있다.

“아, 선배 오랜만이네요.”

“너는 스프링 캠프는 처음이지?”

음, 그러고 보니 메이저에서도 스프링캠프를 경험한 적은 없다.

내가 프로에 데뷔 했을 때쯤 시카고에 구단이 핫스프링스라는 도시에서 최초의 스프링캠프를 진행했고 이후 스프링캠프의 효과는 알음알음 메이저 구단에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내가 은퇴할 1910년 당시 보편적으로 스프링 캠프가 활성화 되었지만 이미 야구에 대해서 고여버릴만큼 고여버린 나는 스프링캠프 대신 개인적인 훈련과 농사로 바쁜 겨울을 보냈다.

그 당시에도 팀에서 에이스급 투수였던 나는 팀의 배려로 겨울에는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게요. 프로에서 스프링 캠프는 처음이네요.”

“너한테도 처음인게 있긴 있구나. 힘든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좀 잘 나가는 편이거든!”

하, 애송이 너나 힘들다고 나에게 징징거리지 마라.

어떻게 된 게 그동안 달고 다닌 애송이들을 처리하고 나니까 또 다른 애송이가 달라붙는구나.

아이고 내 팔자야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아닌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기억은 없다.

내 전생은 공만 잘 던졌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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