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Chapter 14. 롸끈한 회장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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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롸끈한 회장님 (2)
#1 롸끈한 회장님이 움직이다.
“회장님 호크스 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동진이가? 들여보내주게.”
김승화는 자신과 가장 닮은 아들인 김동진을 내심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인 대전 호크스가 우승을 한다면 회장직을 물려주겠다고 선포했다.
그리고 만약에 있을 후계자 다툼문제도 있을 수 있기에 김동진을 도와서 대전 호크스를 우승시키지 못하면 그룹 회장직은 외부의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1년 김승화는 자식들이 힘을 합쳐 대전 호크스를 운영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김승화 회장은 야구를 사랑했다.
그래서 대전 호크스에 큰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일본에 간 호크스의 4번타자 김태군을 잡아오기도 했고 프런트와의 마찰로 문제가 많은 지도자였던 야신까지 영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화는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우승은 힘들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적어도 플레이오프에만 진출하면 나도 은퇴하고 야구를 접어야겠어.’
김승화 회장이 안화라는 그룹을 물려받았을 때 그룹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하지만 김승화는 다른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만류하는 첨단산업에 뛰어들었고 큰 성과를 내면서 안화를 대한민국 4대 재벌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이제 본인은 늙고 지쳐버린 노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자식은 다시 한 번 그룹을 이끌어 그룹을 성장시키는 것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김승화 회장은 불가능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자식들이 조금 더 강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안녕하셨습니까?”
“그래, 동진아 무슨 일 이냐? 문안 인사는 오늘 아침에도 받았는데?”
“아버지께서 내 주신 숙제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김승연은 으뭉을 떨며 아들의 속을 긁었다.
“내가 내 준 숙제라? 고작 9위에 불과한 성적가지고 내 자리를 내놔라고 찾아온 건 아닐거고 뭐 필요한 것이라도 있어?”
“예, 아버지가 내려주신 숙제는 민준이가 죽을때가 되어도 불가능해 보이는 숙제였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숙제‘였’다? 그럼 이제는 불가능하지 않다는 소리냐?”
“아버지께서는 늘 말씀 하셨죠.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제적소에 사람을 쓰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제가 좀 똘똘한 GM을 영입했습니다.”
“똘똘한 GM?”
“예, 메이저리그에서 굴러 잔뼈가 굵은 친군데 그 친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 한번 들어보지.”
“저희는 이번 시즌 10위를 목표로 베테랑 위주의 선발을 제외하고 입단 1, 2년차 신입들로 후반기 페넌트레이스를 진행할 겁니다.”
“동진아, 너 미쳤어?”
김승화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이 아들을 살펴보았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해보였는데 말이지.’
“안 미쳤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10위를 목표로 하는 이유는 바로 드래프트 1순위로 사이영이라는 친구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녀석이 한해 시즌을 포기할 만큼 가치가 있는 녀석이더냐?”
“그렇습니다. 고교 1년차에 이미 4대 대회를 우승시킨 녀석입니다. 요즘 대전에서 뜨고 있는 전병민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대어입니다.”
“좋아. 자신 있다면 올해 10위를 해도 좋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올해 10위를 해도 좋다는 허락이 아닙니다. 이미 저희는 무조건적으로 올해 10위를 할 겁니다. 아버지께서 허락을 해주시지 않더라도 대전 이글스의 사장은 저고 제가 대전 이글스의 미래를 보고 10위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김승화는 내심 배짱있게 나오는 아들의 모습이 기꺼웠다.
‘역시, 젊었을 때 나를 보는 것 같네. 아주 화끈해!’
“그럼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까?”
“사이영 그 친구를 붙잡아 주십시오.”
“고작 신인 한명이다. 너는 정말 그 녀석을 붙잡으면 대전 호크스가 우승을 할 수 있다고 믿어?”
“적어도 3년, 사이영을 영입하고 3년 안에 우승을 하고 제가 안화의 회장이 되겠습니다.”
“푸하하하하! 내가 내준 숙제에 준비물이 필요하다는데 아버지가 그 정도 준비물은 사 줘야지!”
언론에서 롸끈한 회장님이라 불리는 김승화가 사이영을 붙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사이영에 대한 정보를 준비시켜!”
안화라는 그룹 내에서 김승화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김승화의 명령이 떨어지고 한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20쪽이 넘는 사이영에 대한 정보가 올라왔다.
김승화는 말없이 보고서를 읽었다.
언론에서 김승화는 롸끈한 회장님, 일반 재벌들과는 다른 특이한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는데 김승화는 자신의 사람에게는 한 없이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자신과 관련이 없는 남에게는 한없이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대전 호크스의 선수들과는 일년에 두 번은 같이 회식을 할 정도로 친밀한 반면 다른 야구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 김승화였기에 고교야구계에서 사이영이 가지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보고서에 적혀있는 사이영은 좋게 말해도 미친놈이고 나쁘게 말해도 미친놈이었다.
“정비서, 이 리포트 실화냐?”
“예, 비서팀이 교차검증을 마친 자료입니다. 리포트에 있는 내용은 모두 실화가 맞습니다.”
“아니 무슨 놈의 투수가 일 년에 실점을 이것밖에 안 해? 그리고 경기를 뛸 때마다 완투 완봉을 한다고? 우리 안화 디펜스에서 사이보그라도 만들었나? 그 이름이 사이영이고? 회장도 모르는 비밀프로젝트야?”
“회장님, 아무리 잘 만든 기계라고 해도 저렇게 공을 던지면 망가질 겁니다.”
“······정말 믿을 수 없군. 왜 우리가 10위를 해야하는지도 알겠어.”
김승화가 보기에 사이영은 류형진보다 대단한 투수가 될 자질이 보였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겠어! 차 준비시켜.”
“안됩니다! 회장님 지금 당장 사이영 선수와 접촉하면 탬퍼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무슨 사이영 저 녀석이 뛰고 있는 대전고 우리 지역 팜아냐?”
“맞습니다.”
“대전 호크스의 진정한 오너인 내가 내 팜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투자를 하겠다는데 지들이 무슨 권리로!”
1차 지명이 사라진 지금 팜 시스템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나 다름없지만 염연히 대전고는 대전 피닉스의 팜이었다.
“차라리 대전고의 감독이 회장님과 친한 구태성인데 ‘개인적인’ 만남을 주선해 보는건 어떠십니까?”
“오, 우리 태성이가 대전고 감독이었어?”
“리포트에 적혀있습니다.”
“그 태성이가 내가 아는 태성인줄 몰랐지! 당장 태성이 전화 연결시켜!”
잠깐의 통화음이 지나고 구태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이구, 이게 누구야? 우리 태성불패 구태성이 아니야?”
-누구?
“날세, 김회장.”
-회장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습니까.
“어? 태성이 나 좀 서운해? 우리가 꼭 무슨 일이 ‘있어야만’ 전화를 주고받는 사이야?”
-그건 아니지만······.
구태성은 간만에 연락 온 전 직장의 회장님의 연락에 정신이 없었다.
구태성이 현역시절만 해도 김승화는 구태성을 유독 예뻐했다.
김승화는 구태성이 메이저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왔을 때도 구태성을 품어줄 만큼 의리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구태성이 안화그룹 관계자와 마찰로 구단을 나갈때도 따로 불러서 술을 사줄 정도였다.
심지어 구태성이 해외진출에도 큰 도움이 된 인물이 바로 김승화였다.
내심 김승화에 대해 마음에 빚이 있었던 구태성은 김승화가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 먼저 나서주었다.
-회장님, 제가 회장님을 많이 서운하게 해드린 것 같은데 오늘 시간 괜찮으십니까? 제가 ‘고등학교 감독’으로 있다보니 퇴근이 조금 늦을 것 같은데 ‘제 사무실에 오셔서’ 기다려 주시면 금방 일을 마무리 하고 모시겠습니다.
‘역시 태성이라니까. 어쩜 이렇게 눈치도 빠른지! 머리 돌아가는게 남달라.’
“크흠! 그래도 되겠나? 간만에 목이나 좀 축이려고 했는데 이거 자네에게 피해를 주는건 아닌지 모르겠어! 허허허허!”
-피해는 무슨 피해입니까? 바쁘신 회장님을 직접 모시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럼 내 지금 당장 대전고로 가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 평소와 같은 나날
2학년이 된 나는 팀에 주장이 되었다.
보통 고등학교는 무조건 주장이 3학년이 되지만 이미 1학년때부터 압도적인 리더쉽을 보여준 나는 만장일치고 주장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부터 주장에게는 한가지 권한이 더 추가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야구부원들을 훈련 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내 꼬맹이들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고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지난번 보다 조금 더 힘든 훈련 스케줄로 일주일만 돌려주니 더 이상 반란군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주장의 임무이지 권한인 훈련권을 가지고 훈련을 시켰다.
“고작 이것밖에 못합니까? 설렁 설렁 하다가 1학년 애송이들에게 자리 빼앗기고 싶습니까?”
나는 오늘도 2,3 학년 꼬맹이들과 함께 운동을 했다.
내가 비록 입으로 녀석들을 갈구면서 운동을 시키고 있긴 하지만 이게 다 2, 3학년 꼬맹이들이 잘되라고 하는 일이다.
또한 내 개인훈련도 게을리 할 수 없었기에 나는 옆에서 같이 뛰면서 계속해서 꼬맹이들을 갈궜다.
“내년에 나를 주장으로 뽑아준다면 야간 훈련을 모두 없에겠습니다!”
“우와 옳소!”
흥, 어리석은 녀석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만 적어도 대전고등학교 야구부 만큼은 구태성의 독재체재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군!
민중들이 아무리 들고일어나도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감독이 나를 주장으로 임명하는 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뽑힌 주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억울하면 나보다 야구를 더 잘하면 된다! 이 애송이들아.”
“하하하 아주 시원하구만! 패기가 아주 좋아!”
운동장을 돌고 있는데 머리가 벗겨진 할아버지 애송이가 호탕하게 웃는다.
뭐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참고로 인간이 머리에 피가 마르는 순간은 죽어서 백골만 남은 순간이겠지만 이미 이 몸께서는 한번 죽어서 백골이 되어본 몸이시다.
“어? 저 사람은?”
“동네 할아버지 아는 척 하면서 훈련 땡땡이치려고 하지 마.”
뻔해! 이 녀석아.
“아니, 이영이 너 진짜 저 분이 누군지 몰라?”
“내가 동네 할아버지가 누군지도 알아야하냐? 아, 혹시 교장쌤이냐?”
“교장쌤은 벌써 퇴근 하셨을 걸? 그나 저나 너 진짜 저분이 누군지 몰라?”
“주빈아, 그래 뺀질이 진우는 그럴 수 있다고 쳐. 저 녀석은 뺀질거리면서 훈련 안하는척 하면서 열심히 하는 녀석이니까. 그런데 너까지 진우를 닮으면 나 진짜 힘들다.”
“아니, 이 미친놈아! 너 뉴스좀 봐.”
“내가 누누이 하는 이야긴데 기레기 녀석들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들을 시간에 한걸음이라도 더 뛰라고 했냐 안했냐.”
“야이 미친놈아. 스포츠 뉴스는 나도 안봐! 그래도 경제나 사회면은 좀 봐라!”
경제랑 사회면? 경제는 코인을 만나고 난 뒤부터 관심을 접은 부분이다.
이미 우리 집안의 경제력이 어느 수준인지 나조차 짐작 할 수 없을 만큼 우리집은 경제문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 사회뉴스는 정치를 하는 인간들이나 기업인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잠깐 저 대머리 어디서 본 대머리 같기도 한데?
“어라? 저 할아버지가 왜 낯이 익냐?”
“낯이 안 익은 니가 이상하다. 저 할아버지가 안화그룹 회장님이잖아.”
“아! 그 아들이 술 먹다가 맞고 왔다고 깡패 때리러 간 그 할아버지?”
운동장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은 것 같다.
기분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