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Chapter 14. 롸끈한 회장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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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롸끈한 회장님 (1)
#1 사이영 17세 시즌
2022년, 대전 호크스는 부산 타이탄스, 서울 드레곤즈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고 10위를 쟁탈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작년 2021년 드레프트 1순위로 뽑힌 대전 호크스의 선발투수 정병민이 신인왕경쟁을 하면서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지만 고작 신인 투수 한명이 감당하기에 대전 호크스라는 거인은 너무 거대했다.
페넌트레이스가 한창인 7월, 선발로 올라온 정병민이 7이닝 1실점으로 선전하고 있었지만 타선의 도움은 없었다.
“아들, 아무래도 올해도 망한 것 같은데?”
“병민 선배 혼자서 대전 호크스를 살릴 순 없겠죠.”
“하아, 북미 사업을 접고 차라리 호크스를 인수해버릴까?”
“진짜 호크스를 인수하시게요? 그럼 맥시코 리그에 팀은 어쩌시구요?”
아버지는 좋아하는 야구팀을 경영하기 위해서 맥시코 독립리그 구단을 인수해서 운영하고 계신다.
요즘은 밤낮이 바뀌실 정도로 열정적으로 팀을 운영하시는데 어머니께선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실 정도다.
“그것도 그렇네. 고작해봐야 싱글A나 더블A수준이긴 하지만 선수와 직원 가족들까지 생각하면 수백명의 인생이 달린 문제인데······.”
아버지는 맥시코 독립리그 구단을 인수하면서 매년 구단 운영비의 3배가 넘는 규모의 투자를 했다.
물론 선수를 영입하는 투자를 제외한 순수 인프라와 직원고용 같은 투자만하면서 경험을 쌓고 계신다.
아마 아버지께서 구단 운영에 자신이 붙으시는 순간 대전 호크스를 소유하고 있는 안화 그룹의 회장님을 만나 단판을 지으실 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깊은 생각에 잠기셨을 때 대전 호크스와 서울 그리즐리의 경기가 끝났다.
경기는 6:0 병민 선배가 내려오고 나서 그리즐리의 타자들이 호크스 마운드를 맹폭해 경기가 끝났다.
“······아들, 진짜 호크스에 갈 거야?”
어머니의 눈빛은 마치 '아들아, 세상에는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게 있단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사나이 사이영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닙니다. 적어도 호크스 우승은 한번 시켜놓고 메이저로 가겠습니다.”
“아들 네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어릴 때 대전을 지키는 어린 수호신이 존재했단다. 지금 메이저에 진출해있는 류형진이라는 선수가 그 수호신이지.”
“알죠. 그나마 대전에서 공을 제대로 던지는 선수가 있다면 그 녀석이었으니까요.”
“그 녀석? 그래. 나랑 있을때야 뭐 어떠냐? 하여튼 류형진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가 있던 한화조차 우승을 못했단다. 그런데 너 하나 합류한다고 과연 달라질까?”
아버지의 말씀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나도 한참 호크스가 안 좋을 때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야구라는게 선발 투수 한명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는 없다.
모든 구기종목에 해당하는 위대한 명제가 바로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명제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위대한 선수라고 해도 팀보다 위대할 수는 없다.
내가 어린시절 보았던 호크스는 그러했다.
역대 최고 투수인 나 덴튼 트루 영이 환생해서 호크스에 뛴다고 해도 우승을 시킬 수 있을 까 싶을 만큼 강력했다.
“나는 내 아들이 나랑 한 약속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것을 볼 수 없어서 그래.”
아버지는 가끔 철없이 행동하시는 것 같으시면 서도 가끔 보면 100살이 넘은 나보다도 어른같이 행동하신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의 호크스는 제가 있다면 적어도 플레이오프는 갈 수 있을 거니까요.”
강팀의 조건은 다양하지만 일단 강팀이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강력한 선발진이다.
KBO에서도 10개 구단이 괜히 용병 중에 2자리를 선발로 채우는게 아니다.
물론 마무리가 급한 팀들은 마무리 투수를 잠시 구하기도 하지만 지금 뛰고 있는 외국인 용병들은 모두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호크스는 올해 나쁘지 않은 용병을 구해 와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다.
사실 대부분 용병 투수들은 10승 이상을 챙겨주면서 자신의 몸값은 하는 선수들이다.
용병들이 몸값을 해준다는 가정하에 결국 변별력은 선발투수다.
그리고 다행히 2년 연속 10위라는 찬란한 성적을 거둔 호크스는 작년 드레프트 고교 최대어인 병민 선배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병민 선배 혼자만으로 10위권에 있는 호크스가 8위 경쟁을 하고 있다.
그 상대가 부산 타이탄스와 서울 드레곤즈라는 사실이 절망적일 뿐이다.
여기서 내가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적어도 가을 야구는 할 수 있을 것이고 가을 야구에서 만큼은 타자보다는 투수가 더 중요하다.
이전까지는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면 지금의 호크스는 적어도 가을 야구만큼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후, 2010년대 호크스 너희들은 나 덴튼 트루 영이 인정한다.
하지만 2020년대 호크스는 다를 것이다.
어쩌면 나도 부모님 때문에 마냥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2 대전 호크스 사장실
사이영이 사무진이 거실에서 편안하게 누워 경기를 관람하고 있을 때 좌불안석으로 대전 호크스의 경기를 관람하는 중년 남성이 있었다.
그 남성의 이름은 박민우, 현 대전 호크스 GM을 맡고 있는 남자였다.
2010년대 대전 호크스는 어둠과도 같은 암흑기였다.
하지만 대전 호크스는 하늘에서 떨어진 낙하산 사장 한명으로 인해 환골탈태를 거듭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박민우도 대전 호크스의 GM이 되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그룹에서 정년퇴직이 멀지 않았던 임원들이 1~2년 쉬다가는 자리로 대전 호크스의 사장직이었다.
하지만 그룹의 오너인 김승화 회장은 자신의 팀이 만년 하위권에 머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전면적인 개편안을 마련했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였던 사장직을 김승화 회장의 아들 김동진을 임명, 그룹을 제대로 물려받고 싶으면 대전 호크스를 우승으로 이끌어라는 명령을 내렸다.
갑작스럽게 대전 호크스의 사장직에 앉게 된 김동진은 즉시 메이저에서 잔뼈가 굵은 박민우를 영입해 GM으로 임명했다.
박민우는 특유의 선수 보는 눈과 재치로 작년 드리프트에서 대박을 쳤고 고교투수 최대어라고 할 수 있는 정병민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정병민은 메이저 구단과 접촉을 하고 있었는데 박민우가 고교최대어급 대우 + 마이너리그의 열악함 + 미래의 청사진으로 겨우 영입 할 수 있었던 인재다.
당연하게 김동진은 대전 호크스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정병민의 등판일은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었다.
경기는 정말 말도 안 되게 흘러갔다.
정병민이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지만 그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이었다.
아직 햇병아리인 신인이 온몸에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7이닝을 막아내는 모습은 대전 호크스의 사장 김동진이 봐도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수비를 제외하고 타격에서는 눈이 썩을 것만 같았다.
투수가 7이닝 1실점으로 버티는 동안 타자들이 출루한 횟수는 단 2번 그것도 한번은 투수가 폭투를 했는데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이 빠진사이에 1루로 간 스트라이크 낫아웃이었고 한번은 상대팀 수비 실책에 가까운 안타였다.
“박 단장, 상황을 설명해 보실까?”
“······그래도 수비는 잘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작년 대전 호크스는 공격도 안 되고 수비도 안 되는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호크스는 적어도 수비는 그럭저럭 잘 하는 팀이 되었다.
“타자들이 아직 어리지만 박중범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정병민 이전에 드래프트 1위로 뽑은 선수가 박중범이었다.
“그래, 오늘 유일하게 안타를 친 친구도 박중범 그 친구지?”
“저렇게 젊고 유능한 외야수는 KBO내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그럼 뭐하나! 박중범 말고 제대로 밥값을 하는 타자가 없지 않나! 자네가 그랬지? 페넌트레이스는 타자들의 무대고 플레이오프는 투수들의 무대라고! 올해 서강재를 영입했으면 적어도 변비걸린 타선 소리는 안 듣겠지!”
“지금 서강재는 메이저리그와 계약을 한 상태입니다. 만약에 서강재와 계약을 했다고 해도 장염 걸린 선발진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훅 치고 들어오는 박민우의 팩트폭격에 명치를 맞은 김동진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분풀이를 했다.
‘시발! 아버지도 진짜 너무하시지, 이딴 팀을 어떻게 우승시키라고 나를 대전 호크스로 보내신거야?’
지난 1년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7월 동안 받은 성적표는 고작 1순위 높아진 9위였다.
“······사장님, 진정 이 답도 안 나오는 팀의 우승을 바라시는 겁니까?”
“자네 안화 그룹이 어떤 그룹인지 알고 있나?”
“대한민국 재계순위 4위에 빛나는 그룹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그룹의 시작은 안전한 화약을 만든다고 [안전 화약]으로 시작했지 그리고 안전 화약은 안화 그룹의 모태가 되었어. 내 할아버지, 아버지깨선 평생을 바쳐 안화그룹을 재계순위 4위까지 끌어올리셨다네. 나는 그 가업을 물려받아 안화 그룹을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으로 바꾸겠다는 꿈을 꾸었지. 사실 나는 당연하게 내가 안화그룹을 물려받을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버지는 능력도 없는 녀석에게 안화를 맡길 수 없다고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이라고 하셨지.”
“그래서 사장님께서 저를 GM으로 영입하신 것 아닙니까.”
“그래, 그런데 아직도 9위 이 빌어먹을 대전 호크스는 늪이야!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늪!”
항상 승승장구 하던 재벌 3세 김동진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 했다.
“아버지의 뜻도 모르겠는건 아니야. 이런 늪에서 살아남는다면 내 능력은 확실하게 증명하는 거겠지. 하지만 방법이 없지않나?”
실제로 김동진은 대전 호크스를 위해서 자신의 사비까지 털어가며 운영을 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대전 호크스를 운영했다.
‘이런데 또 올해 10위를 해야한다고 말씀드려야 하다니.’
박동진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대전 호크스의 우승을 위한 마지막 전략을 꺼냈다.
“적어도 5년안에 우승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5년?”
‘운이 좋다면 3년 안에도 우승이 가능하겠지만 내가 본 대전 호크스는 운 따위를 기대 할 수 없는 아니, 운 따위를 기대 해선 안 되는 구단이다.’
“그러기 위해선 2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2가지? 그게 무엇인가? 내 꿈을 이룰 수 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네!”
“첫번째로 올해 무조건적인 10위가 필요합니다.”
“······뭐? 자네 미쳤나?”
“내년은 올해랑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황금 시장입니다. 대한민국의 판타스틱 4라 불리는 사이영, 김진우, 우민규, 최주빈이 모두 졸업하는 시즌이다 이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8위 경쟁을 하고 있는 이유도 타이탄즈, 드레곤즈가 반쯤 시즌을 포기해서이기도 합니다.”
박민우가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탱킹이라.'
“지금 자네는 내 유일한 성과가 상대방이 시즌을 포기해서라는 건가?”
“사장님, 원래 진실은 아픈 법입니다.”
“후, 그래 좋아. 10위를 차지한다고 치세. 그럼 우리는 내년 드래프트에 누굴 영입한다는 건가?”
“당연히 사이영입니다. 150km/h후반의 강속구, 그리고 가뭄에 콩 나듯이 보여주는 커브조차 최소 메이저리그의 플러스 피치는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이영은 당장 메이저에 가도 통할 친구입니다.”
“그런 녀석이 과연 KBO로 올까?”
당연하다. KBO시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메이저리그는 리그의 규모 자체가 다른 리그다.
리그에서 최대어급 활약을 펼친 슈퍼스타들의 연봉은 2000만 달러가 넘는다.
돈 뿐만이 아니라 야구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을 꿈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곧 은퇴를 앞둔 베테랑이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루키건 똑같다.
전설들이 활약한 무대에서 단 한타석만 설 수 있다면 한해 연봉도 포기 할 수 있는 인간들이 한 트럭은 될 것이라는게 김동진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두 번째입니다. 회장님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버지의 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