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Chapter 14. 롸끈한 회장님 (3)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Chapter 14. 롸끈한 회장님 (3)
#1 그래도 롸끈하신 회장님
“크, 크흠!”
사람에게는 누구나 잊고 싶은 흑역사가 하나쯤은 있다.
그리고 김승화에게는 사이영이 말했던 그 사건이 흑역사였다.
그럼에도 김승화는 만약 아들이 또 맞고 들어온다면 자신이 똑같이 행동할 것이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흑역사를 인정했다.
법원에서조차 당당했던 김승화는 당시 사이다였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후 배임으로 인해 이미지가 안좋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 내가 바로 그 할아버지다.”
“와, 뉴스에서 뵙던 분이라니 반갑네요.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김승화는 자신 앞에서도 할 말을 하는 사이영이라는 꼬맹이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흠, 적어도 한국시리즈에서 얼어붙을 녀석은 아니군!’
“야, 이영아 너 미쳤어?”
“죄송합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변에 꼬맹이들이 난리가 났다.
뭐? 재벌회장이 대단한 감투라도 되나? 우리 아빠는 돈 쓸데가 없어서 우리 전지 훈련가는 호텔을 인수하시는 분인데!
심지어 최근에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해 망해가는 호텔을 싸게 샀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고 한다.
아마 우리집안이 대한민국에서 현금보유는 제일 많이 하고 있지 않을까?
“푸하하하! 괜찮아. 그래, 내가 태성이에게 들었는데 네가 태성이 팀 에이스라면서?”
그나저나 김승화라면 안화그룹의 회장이고 대전 호크스 역시 안화그룹의 자회사니까 나를 만나러 온 건가?
“에이스중에 에이스죠. 제가 공은 좀 던집니다.”
아닌게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 입학했을 때보다 더 커서 197에 94kg으로 덴튼 트루 영 시절보다 신체적으로는 더욱 건장해졌다.
신체가 강해진 만큼 내가 던지는 공의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최근 봉황대기에서 159km/h를 던지면서 야구계가 한바탕 난리가 났지만 사실 마음먹고 던지면 165km/h는 가뿐하게 넘길 만큼 몸 상태가 좋다.
다만 165km/h짜리 패스트 볼을 던지면 제구가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실전에서는 사용을 자제하는 중이다.
어디까지나 투수는 빠른공을 던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확하게 공을 던지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위 역시 아직까지 완벽하게 신체 밸런스가 잡힌 게 아니다보니 전생에 던졌던 사이클론이라 불리던 그 공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성장이 끝나고 투구 밸런스가 잡힌다면 전생에 던졌던 사이클론보다 강한 위력을 지닌 공을 던질 자신이 있었다.
“듣기로는 메이저에서도 스카우터들이 네 공을 보러 한국까지 온다면서?”
“뭐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졸업하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려구요.”
“크흠? 그래?”
늙은 애송이의 얼굴에 당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이 살짝 스쳐지나갔다.
당연히 늙은 애송이답게 빠르게 표정을 바꿨지만 내 눈을 피할 순 없다.
나는 꼬맹이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나를 노려보는 늙은 애송이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수고많았고, 나는 청춘사업이 바빠서 이만 간다. 수고!”
“저 자식은 악마나 다름없어!”
“개자식아!”
내가 평소와 같이 행동하자 꼬맹이들도 평소와 같이 행동을 했다.
아무리 미래의 구단주? 구단주 할아버지?라고 해도 지금 나는 내 청춘사업이 더 중요하다.
나는 늙은 애송이의 시선을 모른 척 하고 훈련을 끝낸 다음 수지를 만나러 달려갔다.
#2 그날 밤 그리고 다음 날
김승화 회장은 그날 밤 새도록 구태성과 술잔을 기울였다.
“아, 태성이. 팀에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왜 그 동안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나.”
“회장님 취하셨습니다.”
“내가? 취했다고?! 나 김승화야! 나를 취하게 하려면 이런 싱거운 물이 아니라 진노 공장이 필요할걸세! 하하하!”
김승화 회장은 시원하게 웃으면서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구태성을 바라봤다.
김승화 회장의 눈은 게슴츠레하게 풀려있었다.
“아, 태성이. 팀에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왜 그 동안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나.”
‘하아, 정말 난감하군. 회장님 술버릇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곤욕이 따로없어.’
구태성은 사실 김승화와 술자리를 가지는 순간 이런 일이 벌어질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구태성은 테이블 구석에 위치한 김비서에게 구원요청의 눈빛을 보내봤지만 김비서는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더 성심성의껏 회장님을 살피겠습니다.”
“아, 이를 말인가? 기분 좋으니까 한잔하지!”
이러나저러나 김승화 회장은 술을 마셨고 구태성도 어쩔 수 없이 술잔을 비웠다.
워낙 김승화 회장의 페이스가 빠르다보니 주당이라 불리던 구태성도 페이스를 따라가기 버거울 지경이었다.
‘선수시절에는 그래도 이정도는 말짱했는데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군.’
“그런데 사이영 그 친구 정말 메이저로 간다던가?”
“녀석과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메이저로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아, 그 꼬맹이 녀석 진짜 마음에 드는데 방법이 없겠나?”
“소를 아무리 개울가로 이끌어도 소가 목이 마르지 않으면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구태성의 이야기에 김승화는 다시 잔을 비웠다.
“아, 태성이. 팀에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왜 그 동안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나.”
끝나지 않을 돌림노래가 밤새도록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김승화 회장은 지독한 숙취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윽, 골이야.’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셔요! 이제 당신도 곧 일흔이에요 일흔! 정신 좀 차리세요. 언제까지 자기가 이팔청춘인줄 아나!”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심기가 불편하신 마마님의 잔소리 공격이 이어지자 김승화는 속이 울렁거렸다.
“아, 알겠소.”
집에서도 편히 쉬지 못한 김승화는 곧장 회사로 출근했다.
“어제 나랑 태성이랑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있지?”
“녹음도 끝내두었습니다. 들어모시겠습니까?”
김승화는 고개를 저었다.
“아 녹음은 됐어. 어차피 했던 말만 계속 반복되는 돌림노래 아닌가? 그 돌림노래에 쓸만한 정보라도 있던가?”
“사이영 선수의 부모님이 구태성 선수의 팬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대전 호크스의 팬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금 확인중에 있지만 매우 높은 확률로 대전 호크스의 팬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본인이 아니라 부모를 노려야 하나?”
“그런데 사이영 선수의 부모님이 특이 사항이 있습니다. 사이영 선수의 부친이 ‘대전 왕불개미’였습니다.”
“대전 왕불개미? 개미들의 신이라 불리는 그?”
“그렇습니다. 오로지 주식만으로 수천억원을 굴리는 큰손중에 큰손으로 알려진 대전 왕불개미가 사이영 선수의 부친이었습니다.”
“그럼 어지간한 계약금으로는 우리가 영입도 못한다는 소리아닌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영입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그룹 전략팀 소집시켜!”
#3 사이영 18세 시즌
2023년은 사이영의 해였다.
2021년에 고교리그에 데뷔한 사이영은 그 해 대회 4관왕을 차지하며 팀을 그랜드 슬램으로 이끌었다.
2022년 사이영이 등판하지 않은 경기에서 불의의 일격을 맞아 조기 탈락하는 대회가 있었지만 그래도 대전고는 청룡기와 봉황대기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건제함을 알렸다.
그리고 그해 사이영은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최고속도 159km/h의 강속구를 경기 중 수십차례 보여주면서 타자들을 꽁꽁묶고 스스로 고교 최대어 선수임을 입증했다.
일각에서는 고교 2년동안 너무 많은 공을 던진 사이영에게 부상의혹을 나타냈으나 2023년 사이영은 그런 의혹이 쓸데없는 짓이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더욱 성장해서 돌아왔다.
2023년 황금사자기에서 전경기 무실점 완봉승 + 결승전 노히트 노런을 시작으로 대통령배에서 팀원의 실책으로 인해서 완봉에 실패한 경기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평균자책점 0점으로 대통령배를 우승시켰다.
그 동안 사이영을 얻기 위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대전고 연습구장을 찾아왔다.
그러자 몸이 달은곳은 대전 호크스였다.
“아버지, 저는 사이영 저 친구를 잡기 위해서 작년을 포기했습니다. 무슨수를 써서라도 사이영 저 친구가 필요합니다.”
사이영이 고교야구에서 날뛰면 날 뛸수록 김동진은 애가 닳았다.
‘아니, 잘해도 적당히 잘해야 오퍼를 넣지. 잘못하다간 사이영 그 녀석이 메이저구단이랑 계약을 하면 1라운드 드래프트 픽만 날리는 꼴이 된다.’
“아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생각이 있으니까 말이다.”
안 그래도 김승화는 오늘 사무진과 만나서 단판을 지을 예정이었다.
김승화는 사무진과 최나영을 만나기 위해서 최나영이 운영하는 카페로 향했다.
워낙 인기있는 최나영의 카페다보니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지만 카페 한 구석에는 사이영과 정수지를 위한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영이 아버지.”
“회장님 어서오십시오.”
“아이고, 회장님 제가 카페일이 바빠서 죄송합니다.”
김승화 회장은 두 대전 호크스의 광팬을 이용해 어떻게든 사이영을 대전 호크스로 영입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두 사람은 애써 김승화 회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있었다.
만약 사이영이라는 선수가 공산품이라면 다른 대체품을 찾으면 되겠지만 야구계에서는 사이영이 대한민국이 아닌 전 세계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재능을 가진 선수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를 증명하듯 사이영은 국제 대회에 나가서 상위권 드레프트 예정인 선수들이 모여있는 미국팀을 상대로 가볍게 완봉승을 거둬들였다.
그래서인지 이미 사이영에게 관심을 가지는 메이저 구단은 10곳이 넘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사이영에 대한 관심은 더해졌으면 더해졌지 덜하지는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드님을 저에게 주십시오.”
‘푸웁! 대사가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사무진은 마시던 커피를 뿜을뻔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김승화 회장에게 커피를 뿜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
“콜록!”
“괜찮으십니까?”
“크흠! 회장님 죄송하지만 저희 아들은 메이저구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영이 본인도 KBO 대신 MLB를 선호하고 있구요.”
김승화 회장은 지금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두 중년부부의 경제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저 부부겠지.’
그래서 김승화 회장은 경제적인 약속 대신에 리스크에 대해서 먼저 언급했다.
“적응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릴 때부터 열심히 영어도 공부해서 적응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에요. 그리고 만약 이영이가 메이저구단과 계약을 하면 저희 모두 미국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에요. 어쩌면 미국 시민권을 딸 수도 있구요.”
김승화 회장은 고개를 숙여 반짝이는 정수리를 보였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전 호크스의 대주주이자 회장이기 이전에 대전 호크스의 팬입니다. 그리고 대전 호크스의 팬들은 그동안 너무 큰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대전 호크스 팬들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서는 아드님이 필요합니다.”
김승화 회장의 솔직한 모습에 사무진과 최나영은 깜짝 놀랐다.
‘정말 듣던 대로 롸끈하신 분이네.’
“사실 회장님 저희 부부도 대전 호크스의 팬입니다.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어디있겠습니까?”
‘하는 수 없지. 내가 가진 최고의 패를 꺼내는 수밖에.’